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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증의 불모지, 인체조직기증

KOST에서 조직기증의 미래를 보다

 

 

올해 7월 유명 탤런트인 최수종-하희라 부부가 조직기증서약을 한 것으로 알려져 큰 화제가 된 바가 있다. 조직기증이라는 문화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우리나라에서 사람들의 조직기증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을 보여주는 안타까운 점을 보여주기도 했다. 장기기증 캠페인은 예전부터 오랫동안 진행되어왔고 사람들에게 인지도도 높지만 조직기증은 알려진지도 얼마 안 되었고 사람들의 인식도 부정적이라 누적 서약자 수가 아직 10만 명이 채 되지가 않는다. 물론 기증자 수도 상당히 부족한 편이다. 이로 인해 많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조직기증 관련 민간단체인 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를 통해 조직기증의 현실, 문제점,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 등을 들어보았다.

 

조직기증

조직기증과 장기기증은 약간 개념이 다르다. 장기기증이 보통 공여자가 뇌사 혹은 살아있을 때 환자에게 장기를 제공해주는 것이라면 조직기증은 무조건 사후에 이루어진다. 인체조직은 조직손상을 입어 기능적 장애가 있는 환자의 조직을 재건하고, 각종 질환으로 고통 받는 환자의 치료 목적으로 이식된다. 특히 이식재 수요의 98%를 차지하고 있는 피부조직은 화상환자에게 제공되고 이 외에도 뼈, 각막, 심장의 판막 등이 있다.
국내의 조직기증 절차도 상당히 잘 짜여진 상태다. 환자 사망 시 환자가 생전에 조직기증에 대한 의사를 밝혔거나 의사의 조직기증 권유에 유가족이 동의를 하면 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이하 KOST)로 연락이 온다. KOST에서는 24시간 코디네이터가 대기 중이며 연락이 오면 바로 출동해 유가족에게 절차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유가족 1인의 동의서명을 받는다. 이후 병력을 체크해 건강한 환자였는지, 간염, 에이즈, 독극물에 의한 사망 등 조직기증에 부적절한 환자가 아닌지 등을 검사한다. 검사를 통과하면 국내에 운영 중인 조직은행으로 이동해 본격적인 조직기증 절차를 시작한다. 이후 KOST 소속 장례지도사가 사체처리를 한다. 정결하게 염까지 한 후에 유가족에게 확인을 받고 유가족이 원하는 장례식장까지 모셔다 드리는 것 까지가 KOST의 역할이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채 12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조직기증이 사후 12시간 내에 이루어져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건복지부에서는 조직기증을 한 환자의 유가족에게 기증자 예우 차원에서 장례비, 치료비, 유가족 위로비 등 최대 540만원 한도 내에서 지원을 해준다. 장례식장에는 보건복지부 장관 명의로 근조화까지 전달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식재는 살균, 냉동포장되어 유통된다. 의사가 지시를 내리면 바로 이식이 가능하며 최장 2년까지 냉동보관이 가능하기 때문에 장기이식처럼 시간이 촉박하지도 않다. 또한 장기이식 때처럼 공여자와 수혜자간의 매칭도 필요가 없고 수혜자가 면역억제제를 복용할 필요도 없다.

 

녹록치 않은 조직기증의 현실

이렇게 체계적인 절차는 물론이고 조직이식 자체도 장기이식보다 많은 장점이 있지만 우리나라의 조직기증의 현실은 암담하다. 장기기증의 경우에는 지난 30년간 사랑의기증본부, 생명나눔실천본부 등 17개의 관련 민간단체가 있고 그동안의 누적 장기기증 희망서약자는 100만명에 이른다. 하지만 인체조직기증에서는 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 KOST가 유일할 뿐더러 KOST는 설립된 지 이제야 5년째다. KOST 설립 이전의 조직기증 희망서약자까지 합쳐도 누적 서약자 수가 10만명이 채 되지 않는다. 적은 희망서약자 수는 적은 조직기증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는 현재 조직기증 후진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국민 100만 명 당 4.7명만이 조직기증을 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이식재 수요를 맞추려면 연간 1천 명 정도의 조직기증자가 필요한데 실제 조직기증자는 1년에 150명에서 200명 수준에 머물러있다. 자급률이 20%정도인 셈이다. 나머지 부족한 80%정도의 이식재는 오로지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다.
적은 기증자는 이식재의 가격 상승으로 직결된다. 조직기증을 위한 시설, 설비, 인력, 기증을 위한 여러 검사시스템, 유통 등 모든 단계에 들어가는 비용은 큰데 기증자는 적어 이식재의 가격이 올라가게 된다. 또한 부족한 이식재 수요를 채우기 위해 이식재를 수입하는데 이 수입 이식재도 상당히 비싸다. 이식재 수요의 대부분인 화상환자의 경우 3D업종에서 근무 중인 사람이거나 부모가 맞벌이로 나가고 없어 혼자 집에 있다가 화재로 화상을 입은 소아 환자 등 저소득층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에게 비싼 이식재 가격은 상당한 부담이 된다.

 

사람들의 인식이 문제

왜 조직기증 숫자가 적을까. 장기기증도 그렇게 많은 수준은 아니지만 조직기증은 그보다도 훨씬 부족한 수준이다. KOST의 공헌사업팀 서윤경 팀장은 “일반인들 중 조직기증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사람들은 열에 하나”라며 “설문조사를 해보면 막연한 두려움, 시신훼손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하였다. 실제로 젊은 여성분들은 인체조직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무섭다며 화제 언급조차도 꺼려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는 곧 “사람들의 기본적인 인식 부족이 문제인 것”임을 지적했다. 또 인체조직에서 연상되는 두려운 이미지뿐 아니라 전통적인 유교사상도 걸림돌이 된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부모가 주신 신체를 어떻게 훼손하느냐'면서 거부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고 한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하지만 마냥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바닥이라는 뜻은 올라갈 것만 걱정하면 된다는 뜻이다. 서윤경 팀장은 "조직기증에 대한 인지도는 많이 낮지만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증가추이는 상당히 고무적이다."며  "장기기증이 100만 명 서명을 위해 2~30년이 걸렸는데 우리는 그걸 더 단축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장례나 매장이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은 70%가 화장이다. 화장도 일종의 시신훼손이 아닌가. 이 부분을 사람들에게 잘 설득시키면 되지 않을까. 그리고 예전에는 나눔이라고 하면 돈, 연탄, 김치, 쌀 등이었다. 그런데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재능기부가 트렌드가 되더니 최근에는 생명나눔이 하나의 문화로 서서히 자리잡고 있다. 헌혈, 조혈모세포, 장기기증, 조직기증에 대한 인지도가 많이 늘었다. 우리는 여기서 희망 찾고 있다. 길게 보고 가려고 노력중이다."라고 했다.
정부에서도 조직기증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많은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이미 유일한 조직기증 단체인 KOST에 지원금을 배정하고 있고 기증자에도 지원도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식재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 헌혈과 같은 시스템을 만들 보건복지부 산하 팀도 작업 중이다. 혈액의 경우 생산원가가 한 팩에 8만원이지만 정부 지원으로 4만원까지 내려가 있고 건강보험까지 포함하면 환자부담금은 7800원 수준이다. 이처럼 인체조직도 합리적인 가격에 환자에게 제공하기 위해 정부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의사들의
의식개선이 우선

일반인들의 인식 개선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중요한 것은 인체조직기증에 대한 의료진의 인식 개선이다.  KOST 서윤경 팀장은 "KOST 설립이 2008년이었지만 일반인들에게 대한 조직기증 홍보 시작은 실질적으로 올해부터였다. 그 전까지는 병원의 의료진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느라 일반인들에게 홍보를 할 여유가 없었다. 환자가 사망했을 경우 유가족에게 조직기증을 권유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의사이다. 하지만 유가족에게 권유를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는 의사들도 많고 인체조직기증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의사들도 많다. 의사들이 조직기증에 대해 잘 알고 유가족에게 잘 설명해줘야 조직기증이 활성화되고 더 늘어날 수 있다." 라며 조직기증에 대한 의사들의 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 팀장은 마지막으로 의대생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최근 의대협의 조직기증서명 캠페인으로 의대생 중 조직기증 서명자가 많이 늘어나 상당히 기쁘고 고맙다. 앞으로 의사가 되어서도 조직기증에 대해 잘 알고 계속해서 관심을 가져줄 수 있는 의사가 되어주면 좋겠다."

 

장진기 기자/울산
<showbu@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