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rss 아이콘 이미지

복지부의 춘천성심병원 수련정지 처분
- 그 누구도 자유롭지 못한 이야기

 

지도전문의 수 조작에 대한 복지부 처벌과 춘천성심병원 전공의 파업, 그리고 남겨진 문제들

지난달 15일 보건복지부(이하 보복부)는 2013년도 인턴/전공의 모집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 초대받지 못한 대학병원이 있다. 바로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다음날 공지된 대한병원협회의 ‘2013년도 인턴 및 레지던트 1년차 전공의 모집 공고문’에는 그 이름이 없었고, 춘천성심병원에 배정된 2013년도 인턴과 1년차 전공의는 ‘0명’이다. 어찌 된 일일까.  

 

지난 9월 보복부는 현지감사를 통해 춘천성심병원 측이 특정과의 지도전문의수를 허위로 부풀렸으며, 일부 과의 전공의 수련이 적절치 않은 수련환경에서 이뤄져 왔음을 밝혔다. 각 과의 전공의는 지도전문의(스텝) 수에서 5명을 뺀 수만큼 선발하는데, 춘천성심병원의 영상의학과는 2006년부터 기존 스텝 수 4명에 산하 다른 병원의 스텝을 허위로 추가등록하여 6명으로 부풀린 뒤 수련의 1명을 확보한 것이다. 비뇨기과 역시 스텝부족으로 이전에 보복부로부터 전공의 이동수련 조치1)를 받았지만 서류상으로만 한림대의료원 내 산하 병원으로 이동한 것으로 조작, 전공의를 그대로 근무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춘천병원관계자들은 잘못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였고, 영상의학과와 비뇨기과 전공의 정원만 회수하는 정도의 적당한 징계가 내려질 것으로 보고 있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해당‘과’가 아닌 해당‘병원’의 1년 수련정지라는 강한 처벌이 내려지자 큰 충격을 받았다.
이 같은 결정의 밑그림은 10월 2013년도 전공의 정원책정과 관련된 보건복지부 회의에서 비롯됐다. 회의에선 몇 가지 사례(서남대병원 및 춘천성심병원)를 바탕으로 현재 시행되는 수련병원 취소법령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현재 수련병원의 지정과 취소는 보복부가 아닌 병원신임평가센터와 병원신임위원회가 맡고 있으며 지정취소사유 항목은 두 개2) 뿐이다. 또한 이것을 위반해도 지정취소는 강제가 아닌 보건복지부 장관에 ‘취소를 요청할 수 있다’는 선택항으로 명시되어 있다. 보복부는 이런 솜방망이 처벌 조항으로 인해 ‘불량 수련병원’이 방치되고 있다며 이제부터 복지부장관의 수련병원 지정취소 권한을 적극 활용, 강화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첫 번째 예시로써 춘천성심병원 전체 과에 2013년 신규 수련의 및 전공의를 선발 자격을 박탈하는 처벌을 내리기로 결정한 것이다.
춘천성심병원 측은 아연실색한 분위기였다. 행정상의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내년도 전공의 지원을 앞두고 있는 인턴과 일부 ‘픽턴’들의 거취가 불확실해졌을 뿐 아니라 지금도 주 100시간 근무에 시달리는 전공의들이 내년에는 47명이서 105명 분의 병원살림을 꾸려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11월 10일, 응급실 등 최소인력을 남겨둔 채 춘천성심병원 전공의 32명이 파업을 선언했다. 2013년도 인턴 및 레지던트 선발자격을 박탈당할 경우, 기존의 전공의들이 감당키 어려운 과도한 업무량을 부과받아 병원 시스템에 타격이 갈 뿐만 아니라 그 피해가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에게 돌아감으로써 지역의료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교수진도 파업 성명에 동참했으며, 12일에는 경문배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이 직접 병원을 방문해 전공의들을 위로했다. 대전협은 춘천성심병원을 운영하는 일송 재단의 불법, 부실한 병원경영과 그로 인한 의료인들의 피해에 대해 비판적이지만, 보복부의 신규 전공의 선발 금지 조치가 지역 의료기관의 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으며 의료인의 업무를 가중시키는 방식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 날 춘천성심병원 의료진과 교수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보건복지부 측에 징계철회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하고 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진정서에서는 “병원의 명백한 잘못이긴 하나 처벌을 확대하여 병원 전체 과에 2013년 신규 수련의와 전공의를 선발할 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통상에 비해 너무 강한 처벌이다"며, "징계 조치로 의료인 수가 감소하면 의료 서비스의 양과 질이 떨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면서 징계의 합당성을 충분히 재고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는 15일 확정 발표한 2013년 인턴 및 전공의 정원에서 춘천성심병원의 내년도 전공의를 모두 제외했다. 발표 이틀 뒤 춘천성심병원의 파업은 종료됐고 전공의들은 업무에 복귀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하다. 일송 재단의 ‘스텝 수 부풀리기’는 분명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이 ‘부풀리기’는 전공의 지원자들이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몰리고, 지방의료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값싼 인력인 전공의를 찾으려는 병원의 생존전략이기도 했다. 또한 양질의 수련병원을 지키기 위한 보복부의 ‘거친 방망이’는 재단이 아닌 다소 엉뚱한, 힘없는 수련의들에게 내려졌고, 갈 곳 없는 인턴들은 한림대의 다른 산하 병원에 문을 두드리는 중이며 남겨진 전공의들은 힘겨운 한 해를 버텨야 한다. 병원재단은 생존을, 보복부는 원칙을 위해 분주했으나 정작 결과는 의료의 가장 중요한 주체 중 하나인 수련의들에게, 또 하나의 짐을 지워준 셈이다.

 

김정화 기자/한림
<eudaimonia89@e-mednews.com>

 

1) 현 법령 중 수련병원 지정 및 전공의 정원책정 방침에서, 이동수련 사유가 발생한 병원이 이동수련 조치를 하지 않은 채 해당 전공의를 계속 수련시킬 경우 수련병원 취소사유가 된다. 
2) 수련병원 지정 및 전공의 정원책정 방침 중 지정취소 사유가 되는 항목 두 가지 ▲중복응시자를 합격시킨 병원이 정원 감축 처분에도 또다시 중복 응시자를 합격시킨 경우 ▲이동수련 사유가 발생한 병원이 이동수련 조치를 하지 않은 채 해당 전공의를 계속 수련시킨 경우

'90호(2012.12.13) > 의료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증의 불모지, 인체조직기증  (1) 2013.01.01
의료 정책, ★을 찍어드립니다  (1) 2013.01.01
보건의료단신  (0) 2013.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