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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정책, 王을 찍어드립니다

수가, 보험료, 의료전달체계 등등, 의료 정책 기사 읽기는 참 어렵죠? 이제, 의대생신문에서 각종 의료 현안에 대해 하나씩 설명해 드립니다. 급한 분들은 王 위주로 눈에 바르세요!

Chapter 1. 선택의원제
 
올해 55세가 되는 ‘고혈압’ 씨는 5년 전 고혈압 진단을 받았어요. 물론 고혈압이 대표적인 성인병의 하나지만, 그래도 ‘소리 없는 살인자’라고 하는 무서운 병이잖아요? 그래서 ‘고혈압’ 씨는 천하대학교 대학병원에서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으며, 세 달분 약을 처방 받아 오곤 했어요.
그런데 ‘고혈압’ 씨는 대학병원에 갈 때마다 여러 중증 환자들을 만났어요. 비록 고혈압이 위험하다 해도 만성 질환인데, 매번 이렇게 대학병원에 오는 것이 옳을까요? 그리고 동네에 있는 내과 의원은 환자가 없어 고민인데, 이건 어떻게 된 거죠?
 
王 선택의원제 시행 배경은
‘1차 병원 활성화’ &
‘만성질환 관리’

한국의 병원은 1차(의원, 보건소 등), 2차(4개 이상의 진료 과목 등), 3차(종합병원, 대학병원 등) 병원으로 나뉜다. 본래 3차 병원은 중증의 환자들만이 가는 것이며, 1차 혹은 2차 병원에서 진료의뢰서가 있어야만 한다. 이것이 기본적인 王‘의료전달체계’이다.

하지만 많은 환자들은 ‘더 큰 병원, 더 좋은 병원’을 선호하며, 3차 병원인 종합병원과 대학병원으로 쏠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당뇨와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자의 경우에도 3차 병원에서 몇 달 분의 약을 처방받아 오곤 한다. 이 경우, 사실상 당뇨와 고혈압을 충분히 진료할 수 있는 1차 병원에는 환자가 줄어들고, 만성질환자 본인들도 3차 병원의 복잡한 체계와 짧은 진료시간으로 인해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것이 ‘선택의원제’이다. 1차 병원이 ‘선택의원제’에 참여를 하겠다고 ‘등록’을 하면, 만성질환자들이 그 의원 중 하나를 ‘선택’해서 진료를 받는다. 물론 이 의원의 ‘등록’과 만성질환자의 ‘선택’은 필수가 아니며, 원하는 의원이 등록하는 것이고 만성질환자는 3차 병원에 갈 수도 있다.

다만 이렇게 王‘등록’된 의원을 만성질환자가 ‘선택’하여 진료를 받을 경우, 의원은 인센티브를 받고 환자는 진료비를 적게 낼 수 있다. 의원이 받는 인센티브는 환자 1인당 천 원 정도로 각 환자마다 1년 10회까지 받을 수 있으며, 환자관리표를 제출하여 성과가 좋을 경우 추가 인센티브가 있다. 환자의 경우에도 초진 시 1250원, 재진 시 900원 정도를 적게 내며, 인근 보건소 등에서 무료 상담 등이 가능하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선택의원제는 1차 병원을 활성화 시키고 만성질환의 효과적 관리를 하는 것이 그 시행 배경이다.

王 탁상공론은 그만!
니들 속셈을 모를 줄 알아?

선택의원제를 통해 3차 병원으로의 환자 쏠림은 막겠지만, 1차 병원 중 일부 병원으로 쏠리는 현상은 어떻게 할 것인가? 대부분의 환자가 그 동네에서 가장 좋은 병원을 선택할 것이다. 심지어 한 번 선택을 하면 변경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에, 王의사들 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신규 개원을 위한 초기 자본은 더욱 커질 것이고, 王사실상 신규 개원은 불가능한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있다.

또한 王한국 의사 중 약 87% 가까이가 전문의에 해당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선택의원제를 실시할 경우, 일반의나 가정의학과/내과 전문의 중 일부만이 혜택을 볼 뿐 다른 과는 오히려 그나마 있던 환자조차 빼앗길 가능성이 많다. 정부는 다른 과 전문의도 100시간의 교육 후 진료를 가능하게 하겠다고 하지만, 이 경우에도 얼마나 혜택을 볼 지는 미지수이며 의료의 질 하향도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의사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의원의 ‘등록’과 만성질환자의 ‘선택’은 필수가 아니다. 하지만 만약 이 정책이 시행 될 경우 1차 병원은 환자를 인근 의원에 빼앗기지 않으려면 ‘등록’을 하는 수밖에 없다. 만성질환자 역시 특정 의원을 ‘선택’하고 나면, 이후 다른 의원을 ‘선택’하는 것에 제한이 온다. 결국, 의원과 환자는 사실상 강제적으로 등록이 되고 선택을 강요받는다.

결국 이 선택의원제는 王각 의원과 환자의 등록을 통해 ‘주치의제도’로 이어지고, 의원마다 환자 수를 조절하여 ‘총액계약제’로 이어가기 위한 속셈이 아니냐는 의견이 상당수이다. (‘주치의제도’ 및 ‘총액계약제’ 역시 한국 의료계가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사안이다.) 심지어 최근 진행 중인 인턴제도 개편 역시 이 선택의원제와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는 등, 의사들은 정부에 대해 강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올해 4월부터 시행?
만성질환관리제는 또 뭐야?

정부는 올해 4월 시행을 예고한 가운데, ‘동네의원 만성질환관리제’라는 이름으로 정책을 변경했다. 당초 선택의원제의 최대 쟁점이었던 ‘환자의 의원선택’과 ‘의원의 환자관리표 제출’ 조항 등을 삭제했다. 환자가 특별한 절차 없이 특정 의원에서 초진을 받는 것으로 선택이 되며, 의원 역시 환자의 상태를 보고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의사들은 이에 대해서도 ‘약간 변경된 선택의원제일 뿐’이라며 여전히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해 12월 10일, 전국의사총연합 노환규 대표는 선택의원제를 찬성한 대한의사협회 경만호 회장에게 계란과 액젓을 투척했고, 복지부 홈페이지에는 다수의 반대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정부에 대한 의사들의 불신은 누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선택의원제 시행은 한 달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정세용 기자/연세
<avantgarde91@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