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나도 마통이나..?
서울의 한 사립 의과대학에 재학 중인 대학생 김모군(23). ‘젊었을 때 돌아다니자.’가 좌우명인 그는 여행이 취미이다. 의예과 시절 과외를 통해 모아둔 돈을 가지고 방학이면 해외로 여행을 다녔다. 그렇게 지난 1년 동안 여름방학 때는 동유럽에서, 겨울방학 때는 홍콩과 필리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음 방학에는 미국에 가보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세워 놓았다. 그런데 아뿔사! 슬슬 은행 잔고의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 돈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는 등록금도 학자금 대출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그의 눈에 띈 것은 한 은행의 닥터론 상품 안내서. “본과 2학년인 나도 마통을 뚫을 수 있을까? 만약 뚫을 수 있다면 어떻게 관리해야 신용불량자로 전락하지 않을까?”
한동안 은행 대출 상담 코너에서 자취를 감췄던 의대생을 대상으로 한 ‘닥터론’이 최근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의대생들 사이에선 소위 ‘마통(마이너스통장)’으로 통하는 ‘닥터론’은 원래 의사면허를 가진 의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신용대출 상품인데, 일부 금융기관에서 미래의 고객을 확보하려는 목적에서 소득이 없는 의대생들에게도 신용대출을 승인해주고 있다.
본과 3, 4학년 또는
의학전문대학원생이 주 대상 층,
은행마다 대출 조건은 천차만별
취재결과, 2012년 2월 기준으로 제1 금융권에서 의대생을 대상으로 신용대출 상품을 판매하는 곳은 대략 6곳. 은행마다 대출조건이나 대출금리, 대출한도 모두 천차만별이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의대생들 중에서도 고학년에 속하는 본과 3, 4학년 학생들이나 상대적으로 연령층이 높은 의학전문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곳이 많았다. 대출금리는 평균 7%대로, 신용대출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른 대출 상품에 비해 이율이 높은 편은 아니었다. 대출한도의 경우, 기존에 학자금 대출과 같은 다른 대출이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그 액수가 정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부모님 동의서가 없으면 대출 승인이 나지 않는다는 그 동안의 인식과 달리, 부모님 동의서가 없어도 대출이 가능한 은행도 있었다.
소득이 있는 직장인도
받기 힘든 신용대출인데...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상품의 금리는 평균 9%. 그나마도 대출조건이 매우 까다로워 소득이 있는 일반 직장인들조차도 신용대출은 엄두도 못 내고, 부동산이나 예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의대생들에게는 은행들이 특혜를 부여하고 있는 상황. 한 은행 관계자는 “소득이 없는 대학생들에게 신용대출 상품을 판매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미래의 우량고객을 다른 은행들보다 미리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의대생들에게는 활발한 판촉행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관념 없이 사용하다간 자칫
신용불량자로 전략하기 십상
사회생활을 시작도 안한 어린 의대생들이 큰돈을 이렇게 쉽게 손에 넣는다면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실제로 지난 2010년에는 일부 학부모들이 금융감독원에 ‘은행이 학생들에게 대출상품을 팔지 못하게 해달라’는 내용의 민원까지 제기한 적도 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은행의 대출담당 관계자는 “갑자기 큰 돈이 생긴 의대생이 흥청망청 돈을 쓰다가 신용불량자가 될 뻔한 경우를 실제로 본 적이 있다.”며 “다행히 그 학생은 부모님께서 대출금을 모두 갚아주셔서 최악의 상황이 되는 것은 막았지만, 대출을 받으려는 학생들은 신중히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 본인이 뚜렷한 경제관념을 가지고 당초 목적에 맞게 합리적으로 대출제도를 이용한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양날의 검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정원 기자/전남
<parkjw88@e-med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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