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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국민의 귀와 입을 막으려 하는가

 

3 24일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사장 출근을 저지하고 사장실을 점거한 혐의(업무방해)노종면 YTN 노조위원장을 구속했다. 노조측은 이날“10년 만에 언론인이 구속된 사태에 대해 분노와 비통함을 느낀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또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이번 구속은 자유언론에 대한 도전이고 협박이며 탄압이라며 정부, 사법부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웠다.


언론인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범법 행위가 있다면 마땅히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국회 문방위 한나라당 간사인 나경원 의원은“검찰이 수사중인 사안에 대해 정치권이 나서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며“(3)25일 열리는 문방위 회의에 참석하지 않을것” 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명박 캠프 특보출신으로 선출 당시부터 논란이 있었던 구본홍YTN 사장에 대한 YTN 노조의 반발을 잠재우고 총파업을 조기에 종결 짓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이 아니냐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노조원들은 그동안 경찰조사에 성실히 임해왔고 추가적인 조사일정까지 협의를 마친 상황이었다”며 경찰을 질타했다.


검찰은 지난 1 9, 인터넷을 통해 허위로 경제 위기설을 퍼뜨린 혐의로 체포된 인터넷필명‘미네르바’박모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박씨의 변호인단이 제출한 구속적부심 신청을 기각하고 구속을 결정했다. 법조계와 언론계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일반 누리꾼들이 나서 법원의 결정을 비판하고 표현의 자유가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반면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가 거짓말을 해 국고 손실을 불러왔으므로 처벌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또한“기본적인 표현의 자유에는 내재적 한계가 있는데 이 한계를 벗어나면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경신 고려대 법대 교수는“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허위사실 유포로 처벌하는 국가는 우리나라뿐”이라며“허위로 간주되던 것들이 이후에 진실로 밝혀진 사례들이 많다. 공익을 해한다는 모호한 이유로 처벌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 고 주장했다.


미네르바의 구속은 미네르바 개인의 문제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지켜본 다른 사람들도 적극적 의사개진을 기피하게 되는, 이른바‘위축 효과(chilling effect)’를 가져온다.실제로 미네르바 구속이 결정된 후, 많은 사이버논객들이 절필선언을 하거나, 외국에 서버를 둔 사이트로 블로그를 옮기는‘사이버망명’을 단행했다. 심지어 그동안 자신이 작성했던 글을 모두 삭제하는 경우도 찾아 볼 수 있었다.

 
표현의 자유, 민주주의의 정수

 
백과사전은 표현의 자유에 대해“민주주의에 있어서 정치적 의사결정은 궁극적으로는 국민에 의해 결정되지만 적절한 의사 결정을 이루려면 그 전제로서 충분한 정보와 거기에 기초를 두는 논의가 필요하다. 정보를 얻고 논의하기 위해 표현의 자유는 필요 불가결한 권리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 표현의 자유는 단순한 언어의 차원을 넘어 정보를 획득하거나 사상을 추구하고 전달하는 일련의 행위를 보장하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정치사상가 보비오는 “민주주의 보장을 위해 단순한 참정권과 다수결 이상의 조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것은 바로 전체주의와 독재 등을 방지하기 위한 소수 의견 존중이다. 이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곧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집회·결사의 자유 등과 같은 자유주의 원리이다. 미네르바 구속과 언론관계법 개정을 위한 움직임 등을 놓고 민주당 천정배 의원은 지난 2 18일 열린 교육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정부가 방송을 장악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언론쿠데타’를 자행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나 이렇게 직접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 외에도 국민의 알 권리를 제약함으로써 표현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억누를 수 있다.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는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각종 정보에 대해서 제한 없이 접근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야만 표현의 자유도 누릴 수 있다. 바로 이러한 권리는 언론자유와도 연관된다.


지난 12 26일부터 1 7일까지 열렸던 전국언론노동조합의 언론관계법 반대 총 파업 도이와 맥이 닿아 있다. 언론관계법은 대기업의 방송진입 허용, 신문의 방송교차소유, 외국인에 대한 방송진입 허용, 신문법, 사이버 모욕죄등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월 국회에서 여야는 방송법과, 신문법, IPTV, 정보통신망법 등 4개 법안은 문화체육관광 방송통신 위원회 산하에 여야 동수로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어100일 동안 여론 수렴을 한 뒤 6월 임시국회에서 국회법 절차에 따라 표결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합의 결과로 출범한‘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는 사회의 다양한 계층이 참여하는 논의와 합의의 장이 되기보다는 각 정당의 대리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결국 이러다 아무런 합의도 이루지 못한 채 시간만 보내는 게 아니냐는 자조 섞인 비판이 나오고 있다.

 

법에 의한 처벌이 아닌

자유로운 토론의 장에서 진실 가려야

 
미국 연방대법원은 래리 플린트 대 제리 폴웰 사건에서 비록 그것이 추잡한 내용일지라도 공적 인물은 패러디나 풍자를 감수해야 하며 만약 이것을 법에 의해 처벌한다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판결했다. 또한 신나치주의자들의 시위도 허용 되야 한다는 판결은 지금까지 많은 논쟁이 되고 있지만 표현의 자유 제약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역사의 교훈을 준다. 2 20일 서울중앙지법은 '촛불집회 여성 사망설'과 관련한 사진과 글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이모(48)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비록 그것이 가치 있는 견해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생각이 자유롭게 교환되는 가운데 성장하는 자유민주주의체제에서는 표현의 자유로 보호되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만약 어떤 사건에 관해서 모든 것을 꿰뚫고 있어야만 표현할 권리가 주어진다면 그 권리는 이미 시민의 손을 떠난 것과 다름없다. 결과적으로 소통과 토론을 자양분으로 삼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는 염려가 제기되고 있다.

 

노해준 기자/가톨릭

<reanad@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