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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터민 의사를 아시나요

탈북 의사의 남한에서 의사되기

“저는 새터민 친구가 있습니다”
이 말을 듣고 단번에 문장의 의미를 파악하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2년간 새터민 고등학생에게 개인학습지도를 했었던 필자는 주위사람들에게 새터민 학생을 가르친다는 말을 하면, “새터민이 무엇인가요?”라는 반문을 항상 들어 왔다.
새터민은 ‘새로운 터전에 정착한 주민’이라는 의미로 북한이탈주민을 가르킨다. 법률상 용어로 북한이탈주민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주소ㆍ직계가족ㆍ배우자ㆍ직장 등을 두고 있는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벗어난 후 대한민국 이외의 국적을 취득하지 아니한 사람을 뜻한다. 이들을 순 우리말로 새터민이라고 부른다. 이번 호에서는 용어만큼 생소했던 존재, 새터민 의료진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새터민도 의사가 될 수 있을까

새터민이 의사가 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 방법은 남한에서 대학수학능력 시험을 통해 의과대학에 입학하는 것으로, 서울대학교를 예로 들면 2011학년도 모집요강에 북한이탈주민특별전형이 따로 마련되어 있고 전공별로 별도의 모집인원 없이 입학 후 수학능력 등을 고려하여 선발한다고 공지하고 있다. 몇몇 대학의 경우, 재외국민 전형으로 이들을 선발하고 있다.
두 번째 방법은 이미 북한에서 의사자격증을 취득한 의사가 남한에서도 의사활동을 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하는 것이다. 이들은 외국 의과대학 출신자로 간주되기 때문에 의사 예비시험(1차 필기시험, 2차 실기시험)을 합격해야 의사국가고시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의사 예비시험을 통과한 후, 의사국가고시를 합격하면 남한에서도 의사로서 활동할 수 있게 된다.

북한의사출신인 남한의사

지금까지 국가고시에서 총 14명의 새터민이 합격을 하여 의사가 되었다. 북한의사출신 새터민은 80명 정도인데 활동하는 사람은 10여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실제 의사로 활동하는 의사출신 새터민이 적은 이유는 남한정착이 힘든 것뿐만 아니라 영어라는 언어가 장벽을 더 높게 쌓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사용하는 의학 용어는 라틴어로, 남한이 영어를 사용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실제로 한국어를 익혀야 합격이 가능한 ‘의사 예비시험’부터 영어를 알아야 수험공부가 가능한 국가고시까지 새터민이 혼자서 준비하기에는 많은 부담이 되는 것이다.

그들을 응원합니다-서울의료원

남한에서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의사출신 새터민 중 의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을 서울 의료원은 2009년부터 ‘서울의료원 새터민 의료진 교육지원사업’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서울의료원은 공부방, 교육자료 제공 및 수련 환경을 마련해 주어 새터민 응시생들이 국가고시 필기와 실기를 무난히 합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로 첫 수혜자인 1기 4명이 지난 국가고시를 합격하였고 현재 2기 5명이 국가고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새터민 의료진 양성에 앞장서는 서울의료원(공공의료팀/김희정씨)관계자 인터뷰를 통해서 몇 가지 궁금한 점을 해결해보았다.

Q. 서울의료원에서는 준비생들에게 어떠한 지원을 합니까?
▶ 새터민 의료진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지원시스템을 지원합니다. 우리 의료원의 경우 교육기관도 아니고 의과대학을 운영하고 있지도 않기 때문에 국가고시 지원에 있어서 실제적인 지원에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올해부터는 우리병원의 장점인 현장에서 의료시스템을 익히는 것과 함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과 교육지원협력을 하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진행하고 있는 의사국가고시 교육, 모의고사 등에 참여할 수 있게 돕고 있습니다. 또한, 통일부와의 사업협조를 통해 사업비의 일부를 지원받고 있습니다.
조금 특별한 지원으로는 개인별 학습능력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인턴들로 구성된 멘토프로그램인 ‘E&T 프로그램<함께 꿈꾸는 세상 Each & Together>’을 통해 개인별 맞춤교육을 지원해 주고 있습니다. 이는 새터민 선생님들께도 도움이 되겠지만 본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직원에게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나눔으로써 노블레스 오블리즈(Noblesse Oblige)의 참의미를 통해 자기 자신을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어 호응이 높습니다.

Q. 새터민의 경우 외국 대학을 졸업한 사람으로, 인턴모집뿐만 아니라 국가고시 응시자격에 성적증명서와 졸업증명서, 면허증사본, 현지 대사관의 공증이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울의료원에는 새터민 한 분이 인턴으로 일하신다고 알고 있는데 채용시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셨습니까?
▶ 모든 기관이 그렇듯이 인턴채용에 있어서는 각 기관의 채용기준에 의거하여 모집합니다. 우리의료원이 고민한 부분은 확인 할 수 없는 부분, 특히 의과대학 성적증명서 등에 대한 해석부분이었습니다.
아직 남한에 북한출신 의료진들이 인턴, 레지던트 등으로 활동하는 사례가 많지 않아 자문을 구하는데도 어려움이 있었고 내부적으로도 다양한 의견이 있었습니다만, 기타 확인 자료는 통일부의 협조를 얻었으며 의과대학 성적의 경우 응시자의 평균 성적을 적용하여 서류를 검토했습니다.
어려운 작업이긴 했으나 다음 번 누군가 인턴으로 응시할 경우에는 올해보다는 조금 더 쉽게 응시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고 생각합니다.

Q. 그동안 많은 새터민 분들을 만나보셨을 텐데요, 80명 정도 되시는 의사출신 새터민들 중에 십여 명 정도만 한국 의사면허를 따려는 것은 주로 어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 80명의 새터민 분들 중 고령인분들의 경우는 남한에서 어려운 의사시험 준비하는 것에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십니다. 제가 만나본 분들의 경우는 남한의 의료체계와 북한의 의료체계가 많이 달라(의학용어부터 많은 차이가 있어 영어공부를 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함) 남한의 의료체계에 적응하기 어려워 선뜻 의사시험을 준비하는 용기가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막상 의사시험을 준비하고 싶어도 어디서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해야하는지도 모르고 이 부분에 대한 정부차원의 교육지원시스템이 없어 개인이 스스로 교육기관을 알아보거나 NGO기관 등을 통해 어렵게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에 시험을 준비하다가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문제시 되는 부분은 경제적 상황 때문입니다. 의사시험을 한 번에 합격한다는 보장도 없는 상황에서 잘 모르는 남한의 의료체계도 익혀야하고 학원에 교재구입, 응시료 등 상당기간 국가고시를 준비할 경우 경제활동을 할 수 없어 생계에 많은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생업을 포기하고 의사시험에 매진할 수 없다는 것이 의사시험을 선뜻 준비 못하는 공통된 생각입니다.

Q. 서울의료원에서 지원하는 사업에 참가하는 방법은 주로 어떤 경로를 통해서 이루어집니까?
▶ 대부분 입소문을 통해 교육 참여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직 많은 이들을 지원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는 관계로, 작년에 불합격한 교육생과 통일부에서 도움을 요청한 이들 중 우리병원에서 교육지원이 가능한 인원 안에서 참여자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늦게 정보를 알고 전화하시는 분께는 도움을 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내년부터는 통일부와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 교육생모집 홍보를 하여 응시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릴 예정입니다. 하지만 이럴 경우, 모집인원에 정원이 있게 되어 교육에 참여를 못한 사람이 발생되므로 이들을 위한 추가적인 교육기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새터민 의료진 양성에 있어서 국가 정책적으로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이 있으신지요?
▶ 위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새터민 의료진들이 남한사회에서 다시 의사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많은 난관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남한의 의료현장을 잘 몰라 의사고시 준비에 몇 년씩 시간을 투자해야하고 이로 인해 생계활동을 할 수 없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새터민들을 위한 정착사업의 일환으로 정부에서 직업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전문교육보다는 일반적 직업교육에 국한 되어 있어 의사로 활동하고 싶은 경우에는 본인 스스로 교육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을 찾아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물론 한해 많은 수의 새터민이 유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세부적인 직업교육을 국가적으로 마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겠지만, 통일준비의 작은 출발점으로써 새터민 의료진을 위한 체계적인 직업교육(의사고시) 시스템이 정책적으로 구축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더하여 새터민 의료진은 17,984명(2009년 현재 누적입국인원) 새터민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으므로 새터민들의 건강관리에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Q. 후에 새터민 의사들과 함께 할 의대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우리나라 의료현장에서 함께 일할 의대생들에게 꼭 당부 드리고 싶은 말은 편견 없이 새터민 의료진들을 대해주셨으면 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새터민 의료진들은 상당기간 북한에서 의사로 활동하셨기 때문에 나이도 많고 의사고시에는 합격하였으나 남한의 의료현장에 적응하는 데는 상당기간 시간이 필요합니다.
혹 현장에서 인턴 동기로 만나실 경우, 먼저 이 분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시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세요. 인생의 선배로 이분들 또한 여러분들에게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주실 수 있을 것입니다.

강수진 기자/전남
<pi1125@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