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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진료 참관, 논란의 도마에

지난 10월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양승조 의원은 '임산부나 환자를 교육용 마루타로 취급하는 의료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며 현재 대학병원에서 전공의들이 진료를 참관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양 의원은 전공의들의 진료실 참관 전에 환자로부터 사전동의를 의무화하는 쪽으로 법개정을 추진하겠다며, "진료시 의료 관계자 외 출입은 엄격히 제한하고 교육목적에 한해 수련의 출입을 허용하되 사전에 서면동의를 구하도록 하는 입법 규정을 마련할 계획" 이라고도 밝혔다. 양 의원의 일명 '마루타 발언' 은 얼마 지나지 않아 큰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인터넷 상에서도 양 의원의 주장을 지지하고 반대하는 쪽이 나뉘어 대립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는 양 의원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전공의는 교육받을 권리가 있으며 이러한 진료행위가 의료법에서 보장되어 있음에도 양 의원이 '제멋대로 드나든다'는 표현과 '마루타' 발언으로 전공의를 폄하했다고 주장했다. 또, 대전협은 한 일간지에 대국민 호소문을 게재하며 전공의는 731 부대가 아니며, 학생이 아닌 의사로서 병원 현장에서 밤낮으로 주치의로서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대전협은 지난 21일 성명을 발표하고 양 의원의 공개적인 사과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양 의원측은 22일 국정감사에서 전공의들의 진료참관이 환자 동의를 얻은 후에 진행되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환자의 권리와 수련교육이라는 교육적인 가치가 충돌하는 상황 속에서, 의료계에서는 대학병원이 교육을 제공하는 교육기관의 역할을 병행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 대학병원은 사전적 정의로도 살펴보면 의과 및 치과대학생의 학습과 실습을 목적으로 대학에 부속 설립된 병원이라고 명시되어 있으며, 미국의 경우에는 환자가 전공의의 참관을 거부하면 병원관계자가 환자에게 "이 병원은 교육병원이므로 전공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싫으면 교육병원이 아닌 다른 병원으로 가십시오"라고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전공의들의 진료 참관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는데, 트위터 등 SNS를 이용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73.7%가 진료 참관시 환자의 사전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응답했다(산부인과 등 일부 과에 한해서: 26.3% 모든 과에서:47.4%). 뿐만 아니라, 인터넷상에서 많은 네티즌들이 전공의를 '예비 의사'나 학생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심지어는 의대생과 전공의를 혼동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점에서, 많은 일반인들이 진료 참관을 거부하는 이유가 진료시 의사가 아니라고 생각되는 제 3자가 진료 상황에 개입한다고 느끼기 때문인 것으로 볼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지난 12월 4일에는 양승조 의원이 전공의 참관에 대해 환자의 사전 동의를 구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상정겠다고 선언하면서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거세게 반발할 기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환자와 의사 사이의 관계를 법적으로 규제해 버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양 의원 측은 "처음에는 문제제기 수준에서 매듭을 지으려 했다"며 "의료계에서 자정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발을 해와 사전설명을 의무화하는 입법안까지 검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회의원과 의료계 사이의 자존심 줄다리기에 환자와 수련의의 권리라는 문제의 본질이 흐려지는 판국이다.

조영탁 수습기자/울산
<pokytjo@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