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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노벨상, 그 영광의 얼굴들

이번 주도 어김없이 쏟아지는 시험 폭탄 속에서 살고 있는 대한민국 의대생들. 빡빡한 일정에 세상 돌아가는 일에는 관심 둘 틈이 없어 점점 ‘바깥세상’과는 담이 쌓여 간다. 그래서 준비했다. 2010년 올해의 노벨상의 주인은 어떤 사람일까.

2010년 노벨 물리학상 -
세상에서 가장 얇은 물질,
그래핀(Graphen)

노벨 물리학상을 받는 연구기법은 항상 난해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무색하게 만든 연구가 올해의 노벨 물리학상의 주인공이 되었다. 바로 세상에서 가장 얇은 물질인 ‘그래핀’에 관한 안드레 가임(Andre Geim)과 콘스탄틴 노브셀로프(Konstantin Novoselov)의 연구가 그것이다. 그래핀은 한 층의 탄소원자들이 벌집 모양의 육각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두께 0.35nm의 아주 얇고 넓은 평면형의 탄소 나노소재로, 꿈의 신소재라 불리는 플러렌이나 탄소나노튜브보다도 더 큰 잠재성을 가진 물질이다. 전기전도성과 열 전도성, 강도와 신축성, 투명성 등 여러 쓸모 있는 성질들이 기존의 물질들이 가진 한계를 가볍게 뛰어넘는다. 또한 완전히 접어도 전기 전도성이 사라지지 않는 특성을 이용해 종이처럼 얇은 모니터, 손목에 차는 휴대전화, 지갑에 넣을 수 있는 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대단한 녀석이 분리되는 과정은 기막힐 정도로 쉽게 이루어졌다. 안드레 가임과 콘스탄틴 노브셀로프가 그래핀의 분리를 위해 이용한 재료는 바로 스카치테이프. 이들은 단순히 흑연 덩어리에 스카치테이프를 뗐다 붙였다를 10~20회 정도 반복한 후에 그래핀을 얻었다. 이 분야의 유명한 연구자들이 첨단 기술을 써도 되지 않던 그래핀의 분리가 학교 앞 문구점에서 파는 스카치테이프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이후 우리나라 연구진들에 의해 그래핀을 대량으로 합성할 수 있는 길이 개발되었고, 지금은 상용화를 위한 연구 중에 있다고 한다.

2010년 노벨 화학상 -
탄소짝지움반응, 요즘은
탄소가 대세

올해의 노벨 화학상은 '팔라듐 촉매를 이용한 탄소-탄소 결합형성 짝지움 반응'을 개발한 미국 델라웨어대의 리처드 헤크 교수와 퍼듀대의 네기시 에이이치 교수, 일본 홋카이도대의 스즈키 아키라 교수에게 돌아갔다. 노벨상 수상위원회는 “팔라듐 촉매를 이용한 탄소 결합반응을 통해 더 정교한 화학물을 생산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수상 이유를 전했다. 탄소는 안정성이 높아 탄소 원자를 다른 원자와 결합시키는 것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상위원회는 ‘신약이나 플라스틱 등의 신물질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탄소결합이 필수”라며 “본 연구를 통해 탄소결합을 더 손쉽게 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2010년 노벨 생리의학상 -
시험관아기기술, 축복인가
신의 영역의 침범인가

스웨덴 노벨위원회는 ‘시험관 아기의 아버지’인 영국 케임브리지대 로버트 에드워즈 명예교수에게 올해의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여했다. 위원회는 “수많은 부부들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불임 치료의 길을 열었다”고 에드워즈 교수의 업적을 평가했다. 에드워즈 교수와 함께 시험관 아기 기술을 개발한 패트릭 스텝토 박사는 1988년 사망해 수상 대상에서 제외됐다. 32년 전 최초의 시험관 아기로 태어난 영국의 루이스 브라운은 건강하게 자라 2004년 결혼한 뒤 시험관 수정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한 아들을 낳았다. 그 후 수많은 아이들이 이러한 시술을 통해 세상의 빛을 보았으며, 이러한 공로를 인정해 노벨위원회에서는 수상을 결정했다. 하지만 논란이 있다. 우선 시험관아기기술의 성공률이 30%로 낮은 편이고, 시술에 많은 비용이 드므로 살림이 넉넉지 않은 불임부부에게는 ‘그림의 떡’과 같다는 점이다. 또한 약물로 과배란을 유도해서 채취하는 10여개의 난자 중, 실제 시술에 필요한 난자 수는 3~4개. 나머지는 냉동 보관하거나 실험실에서 연구용으로 사용된다. 이때 자칫 환자가 과배란 증후군을 앓을 수도 있고, 여분의 난자가 본래의 목적과는 다른 곳에 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험관 아기가 전 세계적인 불임률을 높일 것이란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정자에 이상이 있는 사람이 시험관 아기로 아이를 얻으면 당장은 인구증가율이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이 사람의 유전자를 받은 아이는 또 다시 불임이 될 가능성이 큰 만큼 결과적으로는 불임률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유전자를 부모의 입맛대로 맞춘 아기가 나오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2010년 노벨 경제학상 -
검색마찰이론, 일자리는 많은데
실업자는 왜 생기지?

올해 노벨경제학상은 노동시장 연구 분야에 두각을 나타낸 미국 MIT 피터 다이아몬드 교수와 노스웨스턴대 데일 모텐슨 교수, 영국 런던정경대학 크리스토퍼 피서라이즈 교수 등 3명에게 돌아갔다. 이들이 제시한 ‘검색마찰(search friction)이론’은 구직자들과 구인자들이 언제나 직접 만나는 것이 아니고, 시간과 자원 및 정보 등에서 서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일자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업이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은 실업이 고용-임금 간 격차에 따라 노동력의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아 발생한다는 전통적인 이론과는 다른 새로운 시각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2010년 노벨 문학상 -
저항작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올해 노벨문학상은 페루의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가 차지했다. 권력구조의 도해적 완성, 그리고 개인의 저항과 봉기, 패배에 대한 정곡을 찌르는 묘사 등이 높이 평가된 것이 수상의 배경이다. 그는 작품 속에서 직접화법과 간접화법을 혼용한 다양한 실험정신을 선보였으며, 유명한 미술작품을 삽입하여 소설 속의 인물과 상관관계를 갖게 하고 여러 사건을 번갈아 기술하는 등의 새로운 기법을 시도해 왔다. 마리오는 저널리스트, 교수 등을 지냈고 대통령 선거에도 출마한 바 있는 페루의 대표적인 저항작가이다. 대표작에는 군사학교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도시와 개들』과 홍등가를 배경으로 한 『녹색의 집』이 있다. 1995년에는 에스파냐어권에서 가장 권위있는 문학상인 세르반테스상을 받았다. 국내에 번역되어 소개된 바르가스 요사의 작품은 10여종이 있으며, 현재는 『염소의 축제』, 『세상종말전쟁』등 7종 정도 시판되고 있다.
2010년 노벨 평화상 -
중국의 반체제 인권운동가
류샤오보

인류의 평화에 이바지한 인물에게 수여되는 노벨 평화상이 올해에는 중국의 반체제 인권운동가인 류샤오보에게 수여되었다. 노벨위원회는 류샤오보가 오랜 기간에 걸쳐 중국의 기본 인권 신장을 위한 비폭력 투쟁을 펼쳐온 공로로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이어 인권과 평화 간에는 밀접한 연관관계가 있다고 오래 전부터 믿어 왔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민주화 운동을 펼쳐온 류샤오보는 지난 2008년 다른 민주화 운동가들과 함께 중국 내 표현의 자유와 다당제 선거를 촉구하는 08헌장을 발표, 지난해 12월 징역 11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구금되어 있다. 한편 중국 정부는 일찍이 홈페이지를 통해 “류샤오보는 중국의 법률을 위반한 범죄인”이라면서 그의 수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중국 정부 입장과는 달리 중국 내에서는 류샤오보를 지지하는 여론이 조용히 형성되어 왔다. 언론인 등 원로 인사들이 잇따라 류샤오보의 석방을 촉구하는가 하면, 중국의 저명 학자 등 지식인 120명이 류샤오보에게 노벨평화상을 줘야 한다는 청원서를 인터넷에 공개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 노벨 평화상 수여소식을 부인을 통해 옥중에서 전해들은 류샤오보는 “이번 노벨상의 영광을 천안문 희생자들의 영전에 바친다”고 말했다.

박정원 기자/전남
<parkjw88@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