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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신문 속살까지 보여주마!

 

한 달에 한 번 꼴, 잊을만 하면 눈에 띄는 우리들의 친구 의대생신문이 당신에게 손을 내밀기로 했다. 이제부터, 의대생신문의 모든 것을 거침없이 알려주겠다.

1. 의대생신문, 누가 만드나

정체를 알듯 모를듯 한 이 신문, 누가 만드나. 혹시 반국가단체? 사이비종교? 우리를 그렇게 대단한 사람들로 봐줬다면 오히려 고마울 따름이다. 우리는 그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아니,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는, 당신과 같은 의대생일 뿐이다. 절반의 확률로 당신네 학교에도 한두 명쯤 있을 법한 그 사람들. 그렇다. 의대생신문의 기자는 전국 41개 의과대학 중 약 20개 학교에 분포돼 있다. 언제 명함 주고 갔냐고? 그런 적 없다. 현직 기자 60명, 다들 제 발로 들어왔다. 오는 사람 안 막으니까(너무 많아져서 이젠 좀 사정이 바뀔 수도 있다).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 월급은커녕 취재비 지원도 빠듯한 마당에 다들 회비까지 내가면서 괜찮은 신문, 재미있는 신문 만들어 보자고 모였다. 게다가 간혹 모여서 술잔도 한 번씩 기울이곤 하니, 의대생신문사는 꽤나 “동아리”의 개념에 근접한다. 다만 일을 좀 크게 벌일 뿐. 아, 나름 생산적인 일을 한다는 것도.

2. 의대생신문, 어떻게 만들어지나

의대생신문은 한 학기에 세 번, 일 년에 여섯 번이 나온다.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이 신문이 당신의 손아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일련의 사건이 일어났어야 했다.

<기획회의 및 아이템 배분 → 기사 작성 및 마감 → 편집 → 발송 및 배부>

기획회의는 이번 신문에 어떤 기사를 어떤 식으로 쓸 지 의논하는 자리. 보통 쉬는 시간 한두 번 끼워서 두세 시간, 실무회의까지 하거나 아이템회의가 길어지면 네 시간도 한다. 대개 모 까페에서 하지만 간혹 어느 의대 강의실이나 의사단체 사무실 같은 곳을 빌리기도 한다. 서울에 있는 기자들, 혹은 서울이 집인 기자들이 가장 많은 관계로, 지금까지 회의는 서울에서 해 왔다.

회의에서 의논된 아이템을 각 기자가 “물어가고” 난 얼마 뒤에는 마감이 기다리고 있다. 그 기간이 정확히 어느 정도가 되는지는 편집장이 편집장의 일정과 기자들의 학사일정을 적당히 계산해서 잡지만, 마감이 칼같이 지켜지는 경우는, 학교 생활만으로도 바쁜 의대생의 사정상, 없다. 아무튼 독촉과 협박과 회유 끝에 기사들이 다 들어오면 을지로에 있는 편집실에서 편집 작업을 한다. 지면 배치부터 원고 수정, 오탈자 교정, 일러스트 삽입에 디자인까지. 저녁 대여섯 시쯤 시작해서 열시나 열한시 정도가 되면 편집 작업이 마무리되고, 여건에 따라 간단하게 뒤풀이를 가진 다음 각자의 보금자리로 돌아간다. 밤잠을 모르는 윤전기 덕분에 다음날 아침이면 신문 8천부가 찍혀 나와 있을 테니까.

아침 10시, 남는 거라곤 시간뿐인 한량 기자 몇 명이 우체국으로 어슬렁어슬렁 모여든다. 인쇄소에서는 새벽에 이미 우체국으로 신문을 갖다 주었다. 이 신문들을, 각 학교 인원을 고려해서 전국에 있는 41개 의과대학으로 발송하는 게 오늘의 일. 잉크냄새 향긋한 신문지를 활짝 펼치는 순간의 감동의 쓰나미와 함께 박스를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포장하고 신문을 넣은 다음, 그 학교의 주소를 라벨링해서 보내면 끝나는 것이다. 곱게 키운 딸 시집보내는 느낌이다. 이쯤이면 점심시간. 한국 사람들은 회식 없이 일 안한다. 각 학교에 도착한 신문은 당신의 동선을 아주 잘 알고 있는 그 학교의 기자나 학생회장님께서 목 좋은 곳에 놓아두신다. 신문이 잽싸게 사라지길 바라면서.
아, 윤전기 돌릴 돈은 어디서 나오냐고. 광고 수입이 7할이요, 각종 의사단체나 OB 선배들의 후원이 대략 8할쯤 된다고 보면 된다. 굴리는 돈은 1년에 ♡♡♡원. (궁금하면 들어와라, 뼈저리게 가르쳐줄 수 있다. 농담 아님) 우리가 내는 기자회비도 있지만, 그건 우리 먹고 노는데 쓴다. 공과 사를 구분하는 기자정신의 발로랄까.

3. 의대생신문, 어떤 길을 걸어왔나

1997년, 경인의학협이라는 단체에서 출발했다, 1년만에 독립해 나왔지만. 올해로 만 나이 15세를 채워 왔다. 의대생신문의 성향? 간혹 오해의 소문도 들리지만, 그런 것 없다. 기자 개개인의 스펙트럼도 다양하고, 불필요한 검열을 지양하는 언론 마인드도 확고한 덕에 다양한 색깔의 기사가 실린다. 의대생신문은 팔색조를 꼭 빼닮았다. 요망한 것.

4. 기자들, 무슨 재미로 일하나

의대생신문의 기자는 크게 두 가지 축에 의해 구분된다. 하나는 ‘이번 학기엔 어떤 기사를 쓰고 싶다’는 기자 본인의 의지를 십분 반영해 꾸려지는 ‘팀’으로, 의대·의대생팀, 의료·사회팀, 문화·생활팀의 셋이 있다. 기자들은 자신이 속한 팀의 아이템을 최소한 한 가지 이상 내야 한다. 아이템의 쏠림을 방지하기 위해 고안한 장치. 하지만 꼭 그 기사를 쓰란 법은 없다. 또 하나는 ‘실무진’으로 각각 홍보, 기획, 교육인사, 웹 관리를 담당한다. 각각의 역할이 주어져 있지만 특정 누군가만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의대생신문은 토탈사커 전략을 구사한다, 특히나 이 모든 일들에 관여하는 편집장이라면. 어라? 편집장은 편집만 잘 하면 되는 거 아니었나. 로딩이 나눠져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의대생신문의 편집장은 다 해야 한다. 현실은 현실이다.

기자들이 떼로 모인다. 방학 때는 세미나와 엠티, 학기 중에는 소풍, 일없이 만나서 밥먹고 영화보고 놀기, 스터디(를 빙자한 그 무엇). 대외비 사항이라 편집장에게 맞아죽을 각오 하고 쓰지만 이쯤에서 드러나야 할 가장 중요한 한 가지 팀 구분이 더 있다. 선남팀, 선녀팀. 이 구분이야말로 의대생신문을 움직이는 근원적인 동력이다. 편집장님 검열하지 마세요.

의대생신문/가슴이 뛰는 그대에게
<palpitation@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