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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식량특별조사관이 아들에게 들려주는 기아의 진실

우리는 곧잘 텔레비전에서 혹은 책에서 굶주린 아이들의 생활을 접한다. 저런 끔찍한 일이 일어나고 있구나하고 동정하면서도 왜 그런 일이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는지, 저 기아를 해결할 길은 없는지 곰곰이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이번에 유니세프에 기금이라도 내볼까’하는 마음만 잠깐 품을 뿐이다.
왜 세계에는 그토록 굶주리는 사람이 많을까? 그 해결책은 어디에 있을까?
이 질문을 접하면 흔히 사람들은 기아의 원인이 사막화로 인해, 물 부족으로 인해 농경이 불가능해서 빚어졌을 거라고 예상한다. 또 인도적 지원을 해주다보면 그들이 자립할 힘을 얻어 굶주림과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쉽게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현실은?

이 책에서는 아버지와 아들이 대화하는 형식을 통해, 우리가 그동안 몰랐던 기아의 근본적인 원인을 이해하기 쉽게 들려준다.
우리가 단순히 기아의 원인이겠거니 했던 ‘경제적 기아’1)보다 만성적으로 기아 현상을 조장하고 있는 ‘구조적 기아’2)를 알려주면서 왜 기아가 사라지지 않는지, 어째서 국제기구는 식량을 공정하게 배분할 수 없는 건지 하나씩 짚는다.
과거에 아프리카에서 성공했던 개혁 정책과 그 정책이 국제 기업의 이윤 추구에 의해 좌절당한 역사, 현재 식량은 지구의 모든 인구를 다 먹이고도 충분하지만 그 식량의 많은 부분이 소의 사료가 되는 현실, 농산물의 가격이 금융자본가의 투기로 결정되는 상황 등 기아의 기저에 깔린 자본주의의 이기심을 지적한다.

대안은?

저자는 유엔의 세계 보건기구, 유엔 식량농업기구, 유니세프 등 특별한 몇 기구들은 전염병, 식량문제, 기아문제에 맞서 노력하고 있지만 유엔의 세계은행과 국제 통화기금, 세계 무역 기구는 오히려 극단적인 자유주의로 제 3세계 나라의 경제 구조를 더 황폐화 시키고 있는 모순을 알려준다. 즉 유엔이 저개발국가의 형편을 해결해 줄 거란 막연한 생각은 장밋빛 환상임을 말한다.
또한 책의 곳곳에서 단순한 원조보다는 혁명적 개혁과 인프라의 정비가 앞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물고기를 잡아주기보단 잡는 방법을 알려주라는 말이다.
그러나 개혁이 성공했더라도, 폭력적 금융자본에 의해 물거품이 된 사례가 적지 않기에 개혁 이전에 필요한 것은 모두의 인식 변화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저자는 희망은 새롭게 탄생할 전 지구적인 민간단체에 있으며, 사회운동, 비정부조직, 다국적 자본과 그 과두제에 저항하는 노조들의 세계적 연대만이 기아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김다혜 기자/대구가톨릭
<anthocy@e-mednews.com>

(각주)

1) 돌발적이고 급격한 일과성의 경제적 위기로 발생하는 기아. 이를테면 가뭄이나 허리케인 등이 덮쳐 식량이 바닥나 수백만의 인구가 금세 굶어죽을 위기에 처하게 되는 상황. 즉 외부적인 재해로 발생하는 기아.
2) 장기간에 걸쳐 식량공급이 지체되는 경우. 그 나라의 경제 발전이 더딘데 따른 생산력 저조, 급수설비나 도로 같은 인프라의 미정비, 혹은 주민 다수의 극도의 빈곤 등이 원인이 되어 발생. 즉 그 나라를 지배하고 있는 사회 구조로 인해 빚어지는 필연적인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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