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융합의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융합(融合), 한자로 보면 굉장히 어려운 단어이지만 언론매체에서, 책에서 지속적으로 다루어지고 있어서 우리에게는 친숙한 단어입니다. 언론에서 ‘융합’이라는 단어를 주로 미래지향적인 의미로 쓰고 있습니다. ‘미래는 융합의 시대’, ‘융합은 시대의 흐름’ 등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스를수 없는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는 현대인들에게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생존 전략으로 ‘융합’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많은 지식인들이 강조하고 있는 ‘융합’, 도대체 무엇일까요? 우선 융합이라는 단어를 한자로 쪼개서 보면 녹을 융(融)과 합할 합(合)이라는 한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자의 뜻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기존에 서로 다른 금속들을 잘 섞일 수 있게 녹인 다음 합쳐서 새로운 형태의 금속을 만들어 내면서 생겨난 단어입니다. 화학시간이나 고등학교 역사시간에 배운 내용을 잠깐 되짚어 보면 높은 녹는점을 지닌 철이 발견되기 이전에 상대적으로 녹는 점이 낮은 구리와 주석을 서로 섞어 청동이라는 합금이 만들어졌고 이 합금은 기존의 금속들보다 강도가 강하였기에 이름에서도 언급되는 ‘청동기 시대’라는 인류 역사에 큰 변화를 가져온 시대가 도래 했었습니다. 이처럼 서로 전혀 달라 보이는 요소들을 하나로 모으면서 이전에 없었던 전혀 다른 것을 창조해내는 개념이 융합인 것입니다. 오래 전부터 이루어져왔던 융합이라는 개념을 왜 현대사회에서 더욱 더 강조되는 것일까요? 그것은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입니다. 사회는 점점 개방되어가고 공유라는 가치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융합은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사회는 지금 이 순간에도 변해가고 있습니다. 현대인의 삶은 송두리째 바꿔 놓은 융합의 가장 대표적인 예는 스마트폰입니다. 비단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일부는 핸드폰과 컴퓨터가 결합이 이루어질 것을 예상했지만 누구도 우리의 삶을 이렇게 바꿔 놓을 거라고 예상하진 못했습니다. 만들어진 스마트폰은 단순히 핸드폰과 컴퓨터의 결합을 넘어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융합되어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어 세상을 변화시켰고, 사람들이 요구하는 게 다양해지면서 그에 맞는 기술들이 개발 및 적용되고 다시 새로운 어플리케이션으로 탄생하는 융합의 선순환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거창한 발명품이 아니라도 융합은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개성이 전혀 다른 사람들이 모여 한 팀을 이루어 주어진 일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융합으로 볼 수 있고 단체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인생 역시 융합의 과정입니다. 과거의 나의 삶과 지금 살아가고 있는 나의 융합으로 미래의 자아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 융합이 미래의 나에게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의 변화가 미래의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고 어떤 변화를 시도하고 선택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삶이 크게 바뀔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분명 청동기시대 이전 사람들이 구리와 주석을 섞으면 더 단단한 청동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몰랐을 것입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청동을 발견하였을 것이고 청동을 발견한 집단에게는 번영을 전 인류에게는 문명의 한 단계 진보를 가져왔을 것입니다. ‘융합’은 신문에서만 보는 거창하고, 우리 삶과 동떨어진 단어가 아닙니다. 우선 저부터 말씀 드리자면 의학공부를 시작하면서 가지게 된 관심사가 바로 ‘여행’입니다. 남들보다 저렴하게, 그리고 남들이 가보지 못하거나 경험하지 못하는 여행을 하고 그 경험담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는 게 제 인생의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여행 프로그램을 보거나 인터넷을 검색하며 여행 방법이나 정보를 찾는데 시간을 쓰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저의 취미이자 관심사가 제 인생에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는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의사로서 살아가게 될 텐데 시간이 부족해서 제가 좋아하는 장기간 여행을 떠나지 못할 걸 생각하면 사실 우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미래에 제가 좋아하는 여행과 앞으로 평생 업으로 삼게 될 의학이 어떤 융합을 이룰 수 있을지 기대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변화를 두려워 하지 말고 좋아하는 것을 계속 추구한다면 융합으로 인생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융합을 기대하시나요?
김민 기자/편집장
<franky777m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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