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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가 독자에게

75호(2010.06.07.)/오피니언 2010. 6. 9. 01:15 Posted by mednews

앉아 쉴 것인가 춤 출 것인가

한 남자가 공원에서 웃통을 벗고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아니, 춤이라기보다 몸짓에 가깝습니다. 주위에 앉아있는 많은 사람들은 ‘웬 미치광이지?’ 하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봅니다. 그런데 얼마 후 신기한 일이 벌어집니다. 한 사람의 남자가 처음의 남자 옆으로 와서 똑같은 춤을 추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둘은 선구자와 추종자이지만 곧 누가 먼저이고 누가 다음인지 알 수 없게 똑같아 집니다.
얼마 후 또 한 사람이 다가 와 같이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이제 그들은 하나의 그룹이 되었습니다. 이 장면에서 이들을 목격한 사람은 미치광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공연을 하고 있다거나 친구들끼리 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셋이 다섯이 되고, 다섯이 열이 되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 없습니다. 처음의 남자가 춤을 추기 시작한 지 3분이 되지 않아, 공원에서는 앉아 있는 사람이 오히려 이상한 사람이 되어 버렸습니다.
움직임은 이렇게 빠르게 일어납니다. 위의 이야기는 실화로, 사회에서 운동(movement)이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한 예로 사용됩니다. 모두가 앉아서 쉬고 있는 공원에서 웃통을 벗고 춤을 추는 일도 몇몇 조건만 갖추어 진다면 빠르게 퍼져나갑니다. 하물며 대학생의 두발을 규제한다거나 못 먹는 술을 억지로 먹이는 것에 반대하는 것과 같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일이라면 말할 것도 없을 것입니다.
우리 세대에 ‘88만원 세대’의 딱지를 붙인 공포경제학자 우석훈씨는 며칠 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의대생에게 ‘자정능력 상실’ 판정을 내렸습니다. 우석훈씨의 그 말보다 더 슬펐던 것은 그 말에 반박하지 못하고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던 저 자신이었습니다.
3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앉아 있던 공원의 사람들을 일어서 춤추게 만든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처음 춤추기 시작한 웃통 벗은 남자일까요? 아닙니다. 그는 정말로 미치광이였을지도 모릅니다. ‘저 사람은 미치광이야’라고 생각하지 않고 ‘저 사람 참 즐거워 보인다. 같이 춰봐야겠어’라고 생각했던 두 번째 사람이야 말로 공원의 사람들을 움직인 사람이지요. 그 후에는 어렵지 않습니다. 더 이상 ‘내가 저기 가서 춤추면 사람들이 미치광이 취급하지 않을까?’라고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되었으니까요.
당신은 앉아서 쉴 건가요, 춤 출 건가요?

편집장 김민재/순천향
<editor@med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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