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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는 대안이 될 수 있나 "경고: 흡연은 폐암 등 각종 질병의 원인! 그래도 피우시겠습니까? 담배연기에는 발암성 물질인 나프틸아민, 니켈, 벤젠, 비닐크롤라이드, 비소, 카드뮴이 들어있습니다." 담뱃갑에 쓰여 있는 흡연 경고 문구다. 지난 9월 11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담뱃값을 현행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린다는 인상안을 발표했다. 담뱃값 인상은 매년 나오던 이야기이지만, 성인 남성 흡연율이 50%에 육박하는 나라에서 담뱃값을 인상한 정부나 정당이 다음 선거 때 좋은 결과를 얻으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기에 담뱃값 인상안은 소위 말하는 전형적인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문제라 대부분의 흡연자들은 이번 발표 또한 정부의 '겁주기'로 여겼다.

 2,500 -> 4,500 1.8배 인상, 단군 이래 유래 없는 최대폭 

 그러나 정부는 마치 인지부조화를 일으키고 있는 흡연자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1주일이 지난 9월 18일, 관련 법안을 국무회의에 통과시켰다. 인상 시기는 2015년 1월 1일이 될 예정이다. 이번 인상이 시행되면 2004년의 500원 인상 후 10년만의 인상이 된다. 이에 따라 많은 흡연자들이 벌써부터 인상분만큼의 정신적 니코틴 금단증상에 시달리고 있다. 조금이나마 돈을 아끼자고 담배를 보루째 사재기하는 흡연자들도 나타났고, 차익을 노리는 비흡연자까지 끼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대형마트는 1인당 하루 2보루 이하만 구매할 수 있도록 제한조치를 시행했다. 정부는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500원으로 인상시 32.3%가 담배를 끊겠다고 응답한 것을 근거로 삼고 있다. 정부의 의도대로 전국의 흡연자들이 담뱃값 인상을 계기로 금연을 하게 된다면 이상적일 것이다. 그러나 금연이 그렇게 마음먹은대로 된다면 애초에 큰 사회문제로 부각되었을 리가 없다. 도저히 금연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흡연자들에게 전자담배가 하나의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2배 가까이 인상될 연초의 가격을 고려해보면, 반대급부로 전자담배의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요즘 이슈를 넘어 대세가 되고 있는 해외직구의 인기와 같은 원리다.

세계보건기구, 조심스럽지만 담배보다는 덜 해롭다는 결론 

그렇다면 전자담배는 흡연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중요한 논점은 두 가지다. (1)전자담배는 담배보다 덜 해로운가? (2)전자담배는 (인상된) 담배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있는가? 이를 논하려면 전자담배가 어떤 물건인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전자담배의 최초 개발 근원지는 중국의 루옌(RUYAN)이라는 회사다. 카트리지에 담긴 액상을 열이나 초음파로 기화시켜 사용자가 흡입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 액상은 기성제품을 사용할 수도 있고, 사용자가 자기 나름의 레시피를 가지고 조합할 수도 있다. 액상에는 일반적으로 니코틴, 연기를 만드는 무화제, 사용자의 취향에 맞는 착향료, 이 모든 것을 녹이기 위한 유기용매 등이 들어간다. 반대로 말하면 글의 도입부에 언급한 나프틸아민, 니켈, 벤젠, 비닐클로라이드, 비소, 카드뮴과 타르 등은 들어가지 않는다는 말이다. 니코틴은 중독을 야기하지만, 그 자체로 발암을 유발하지 않는다. 구성성분들을 녹이기 위한 유기용매로는 프로필렌글리콜(이하 PG)이 사용되는데, 독성이 거의 없어 보습제, 화장품 등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흡연감을 살리기 위해 연기를 만드는 무화제로는 식물성 글리세린(VG)이 사용된다. 글리세린은 우리가 아는 지방의 그 글리세롤이다. 식품 첨가제, 보습제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성분들은 믿고 사용해도 될 만큼 안전할까? American Association of Public Health Physicians(AAPHP), WHO, FDA등 여러 보건 단체에서는 '전자담배로 인해 주변 사람들의 간접흡연 피해를 막을 수 있고, 담배로 인한 대부분의 해악을 피할 수 있다'라고 언급하고 있으나, 동시에 아직 안정성이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권장할 수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무화제와 용매로 사용하는 VG와 PG는 식용으로도 사용되는 등 소화기 안전성은 검증되었지만, 호흡기로의 '흡입'의 결과가 아직 연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리를 두는 것이다. 전자담배는 아직 역사가 5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원천기술이 중국에 있다. 종합적으로 평가하자면 전자담배도 니코틴 중독의 위험은 여전히 존재하고, 흡입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았지만, 확실히 몸에 나쁘다고 알려진 연초의 다른 대부분의 위험물질을 회피할 수는 있다. 또한, 역겨운 냄새가 없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액상 선택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 인상된 담배 가격보다 저렴한 방법 다수 

성분의 차이를 알아봤으니 가격 경쟁력을 살펴보자. 인터넷 쇼핑몰에 방문하면, 전자담배의 액상 카트리지와 무화기 역할을 동시에 하는 '카토마이저'와 배터리를 4만원 선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여기에 첨가하는 액상은 20mL의 가격이 1~2만원 정도에 형성되어 있다. 이 정도 양이면 일반적으로 2주일 정도를 사용할 수 있으니 기존 담배보다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인터넷으로 구매할 수 있는 액상에는 법적으로 니코틴을 첨가할 수 없어 진짜 담배와 같은 만족감을 얻으려면 오프라인 매장에서 니코틴이 첨가된 액상을 구매해야 한다는 맹점이 있다. 이 니코틴 첨가 액상은 가격이 5만원 주변에서 형성되기 때문에 기존 담배보다 가격이 비싸다. 액상 가격이 부담된다면 앞서 소개한 프로필렌글리콜(PG), 식물성 글리세린(VG), 퓨어니코틴과 향료를 구입해 직접 액상을 만들어 사용할 수 있다. 원료들이 별로 비싸지 않기 때문에 이 경우 부담금액이 1/10 수준으로 내려간다. 미국에서는 니코틴 12,000mg/100mL 용액을 만 원도 안 되는 가격에 구매할 수 있으나, 해외직구를 이용하면 세금과 관세가 붙어 5만원 가까이 필요하다는 것을 참고하자. 초기 비용과 진입 장벽을 통과하면 담배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사용할 수 있다.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소싯적 실험실 경력을 유감없이 발휘해보자.

  금연구역에서 사용시 위법. 전자담배에 적용되는 담배세도 인상 예정 

그러나 성분이 다르다는 필연적 이유 때문에, 결국 전자담배는 담배가 주는 모든 것을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것을 숙지해야 한다. 하지만 흡연의 만족감은 그 성분 외에,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보는 시각적인 효과도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무니코틴 액상을 사용한다 해도 어느 정도는 위안이 된다. 또 담배사업법 제2조 1항에 '담배란 연초(煙草)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하여 피우거나, 빨거나, 증기로 흡입하거나, 씹거나, 냄새 맡기에 적합한 상태로 제조한 것을 말한다.' 라는 언급이 있기 때문에, 전자담배 또한 금연구역에서 피면 처벌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에 주의해야 한다. 전자담배의 또 다른 문제점은 국가에서 담뱃값뿐만 아니라 전자담배의 니코틴 액상에 붙는 담배소비세 또한 124% 인상키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2배에 가까운 가격인상률을 고려하면, 전자담배는 여전히 가격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담뱃갑에도 고지된 위험물질들을 대부분 회피할 수 있다는 것,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그러나 검증되지 않은 재료로 액상을 조합해서 사용할 경우 안전성의 위험이 존재하고, PG와 VG의 장기흡입시 효과가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시대의 흐름에 몸을 맡길 것인지, 거스르며 도전할 것인지는 흡연자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준형 기자/가천 
<bestofzone@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