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도 창업할 수 있다, 없다?
- 당연히 있다!
여기 평범한 의대생이라면 깜짝 놀랄 사업가가 있다. 의대생인데 사업가라니? 만성질환자 헬스 케어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있는 회사의 COO(Chief operating officer) 박기범(연세대학교 본과 4학년)씨를 만나보았다.
Q. 만성질환자를 위한 어플을 만든 첫 계기는?
A. 병원 실습을 하면서 만성 질환자들이 대학병원에 몇 달에 한번 씩 오면서도 진료시간은 턱없이 부족하고 평소에도 혈당이나 혈압 관리나 약물 복용 순응도를 스스로 체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거기에서 처음으로 문제 제기를 한거죠.
Q. 그런 문제제기를 했다고 해서 의대생의 신분으로 실제로 실행에 옮겨지기가 쉽지만은 않을텐데.
A. 네 사실 2012년 연세대 특성화 사업에 저와 제 친구 두 명이 그 문제에 대해서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 낸 결과물을 제출했어요. 만성질환자 관리를 위한 모바일 앱을 주제로요. 그리고 저희의 그 창업 아이디어로 2013년 초 중소기업진흥공단 청년창업사관학교 3기에 뽑혀 사업비 1억1천1백만 원을 따내게 되었죠. 그렇게 사업비를 따내고 나니 이왕 이렇게 된 거 제대로 해보자는 마음에 학교도 1년간 휴학을 하고 '힐링페이퍼'라는 회사를 설립하여 본격적으로 만성질환자 케어 어플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작년 말에는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큐어닷엠디와 MOU를 체결하여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당뇨환자들을 위한 모바일 헬스 케어 어플 출시를 함께 준비하고 있습니다.
Q. '힐링페이퍼'라는 회사 이름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A. '페이퍼'는 '기록'의 의미를 담고 있어요. 의료기록의 연장을 의미합니다. '힐링'은 만성질환자 대상 앱을 만드는 만큼, '치료', 'cure'와 같은 단어보다는 '힐링'이 어울린다는 생각에 붙이게 되었네요.
Q. 구체적으로 어떤 앱들이 만들어졌는지.
A. 여러 가지를 도전해봤는데요. 우선 유방암환자, 갑상선 질환자, 공황장애 환자들을 위한 앱들을 출시했었고 지금은 당뇨환자들을 위한 앱을 만들고 있어요. 앱의 기능들로는 약물 복용 시간 알람, 혈당과 혈압수치 기록지, GPS track과 연동하여 정확한 운동량 기록, 약물의 대표적 부작용을 선별하여 아이콘을 만든 후 그 부작용 중 하나가 나타났을 시 선택하는 기능, 그리고 환자들의 커뮤니티 공간, 이러한 기능들이 있어요. 포털사이트의 환우회 까페에 들어가 보면 그날 먹은 식단이나 그날 한 운동의 운동량, 운동 거리 같은 것을 올려서 공유하는 환자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기능을 모바일 환경에서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압축시켜 놓은 것과 같다고 보시면 되요.
Q. 사업 시작 후에 어려운 점은 없는지.
A. 사실 방금 말씀드린 유방암, 갑상선 질환, 공황장애 환자들을 위한 앱들이 아직 모바일 헬스 케어 앱을 사용하는 환자들의 풀이 적어서인지 반응이 크게 와 닿진 않았어요. 그렇게 되다 보니 수익창출에 있어서 애로사항이 생기게 되고 창업 아이템들을 구상할 때는 생각하지 못했던 난관에 부딪히게 됐죠.
Q. 난관을 극복하는 방안은?
A. 초기 창업 기업이 연구개발(R&D)에 성공한 후에도 자금 부족 등으로 인해 사업화에 실패하는 기간을 데스 밸리(death valley)라고 하는데요. 그 데스밸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캐시 카우(cash cow)가 필요해요. 즉 확실히 돈벌이가 되는 상품이나 사업이 없어서는 안 될 존재죠. 그래서 저희도 회사를 유지하고 저희의 궁극적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그러한 목적의 캐시 카우 출시를 또 따로 앞두고 있어요.
Q. 의대생의 신분으로 CEO를 하는 것의 가장 큰 장점은?
A. 앱을 개발하기 위해서 환자분들 이야기도 많이 듣고 교수님들도 많이 만났어요. 제가 의대생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부분이 여기라고 생각합니다. 양쪽 모두에서 굉장히 협조적인 태도를 보여주셨어요. 교수님들로부터는 의학적인 내용, 예를 들자면 약물의 부작용 중에서 어떤 것들을 선정해서 기록할 수 있게 할 것인지, 에 대한 자문을 받았고 환자분들을 만나서는 그분들의 니즈를 자세히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Q. 회사의 궁극적인 목표란?
A. 이것 또한 가장 먼저 문제 제기를 하면서 생각했던 궁극적인 목표인데 저희가 만든 앱으로 매일 건강관리를 하고 이러한 PHR(Personal Health Care), 즉 개인건강기록을 병원 EMR과 연동하는 것이죠. 그러면 전국 어느 병원을 가도 무의미한 시간 낭비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고 환자 파악을 정확하고 빠르게 할 수 있게 되죠. 그렇게 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여러 산들이 있지만 문제를 제기하고 풀어나가는 것을 반복하다 보면 가능해질 날이 오지 않을까요.
Q. 마지막으로 의대생들에게 한마디.
A. 저는 지금 국가고시 시험을 앞두고 있는데 시험을 치고 나서도 전문의 과정을 밟는 것보다는 지금 하고 있는 사업들을 계속해서 하고 싶습니다. 여러분들도 창의력을 가지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논의를 하고 실행력을 가지고 몸으로 뛴다면 모두가 실현 가능한 일들입니다.
이선민 기자/을지 <god0763@e-mednews.com>
'101호 > 의대의대생'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글로벌 시대의 의대생, 제2외국어에 도전해보자! (0) | 2015.05.02 |
---|---|
알고 하자, 정보 검색! (0) | 2015.05.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