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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뇌는 계속해서 변한다

105호/문화생활 2015. 6. 18. 17:50 Posted by mednews

우리의 뇌는 계속해서 변한다

뇌 가소성, 스마트폰 역시 뇌 구조 변화에 큰 영향



“요즘 왜 이렇게 머리가 안 돌아가지?” 공부를 하는데 잘 안될 때면 우리는 혼자서 이렇게 중얼거리곤 한다. 예전의 총명하던 나의 뇌는 온데간데없고 그 자리를 돌덩이 하나가 대신 차지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단순히 노화로 뇌가 굳었다고 보기에는 미심쩍은 데가 한두 군데가 아니다. 의대에 입학해 (술 마시며 놀 때도 있었지만) 분명 엄청난 양의 의학 지식을 습득했으며 또 노화라고 말하기에는 아직 너무 젊으니깐 말이다.


계속해서 변화하는 뇌


2007년 이탈리아 파르마 종합대학 연구진은 원숭이를 이용하여 뇌가 계속해서 변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사실 그 전까지도 이와 비슷한 연구들이 많이 진행된 상태였다. 예를 들어 원숭이들이 도구를 이용하여 손에 닿지 않는 음식물을 집는 훈련을 받을 때 뇌에서 도구를 잡은 손과 관련된 동작 영역과 시각 영역이 활발하게 작용된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파르마대학 연구팀은 더욱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였다. 집게를 가지고 실험을 진행했던 연구자들은 그 도구가 원숭이의 뇌에서 손가락인 것처럼 작동하고 있는 모습을 관찰하였다.

계속해서 변화하는 뇌의 특성을 ‘뇌가소성(혹은 신경가소성, neuro-plasticity)’이라고 한다. 뇌가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아 끊임없이 변한다는 것이다. 사람의 뇌에서도 얼마든지 가소성을 관찰할 수 있다. 오른손잡이 바이올린 연주자들이 악기 줄을 누르는 왼손에서 오는 신호를 처리하는 뇌의 감각피질 영역이 일반인보다 훨씬 넓다. 반면 오른손과 관련된 해당 영역은 일반인과의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 택시 운전사들의 뒤쪽 해마, 즉 공간을 담당하는 부분이 평범한 사람에 비해 훨씬 넓다는 사실을 발견한 연구 결과도 있다.

뇌가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받아들여진 것은 100년이 채 되지 않는다. 이전에도 뇌가 변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지만 의료계와 과학계 전반에서는 뇌가 변하지 않는 다는 것이 정설로 자리 잡고 있었다. 뇌는 매우 복잡한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모습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었다.


뇌가소성, 과연 좋은 걸까 나쁜 걸까?


뇌에 대한 실험과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뇌는 변한다는 개념이 의학자들과 과학자들 사이에서 인정받게 되었다. 이에 따라 의료 분야에서는 이러한 사실을 이용한 치료법들이 발견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뇌졸중 환자를 치료한 앨라배마대학교 신경과학자 에드워드 토브 박사 이야기이다. 뇌가 충격을 받아 뇌 기능에 부분적으로 혹은 전체적으로 상당 기간 동안 장애가 오는 것을 뇌졸중이라 한다. 뇌졸중이 생기면 뇌세포 손상이 일어나 뇌 전체의 기능이 저하되는데 예전에는 단지 손상되지 않는 부분을 잘 유지하는 것에 중점을 둔 재활 치료만 이루어졌다. 그러나 에드워드 토브 박사는 뇌가소성을 이용하여 마비되어 움직일 수 없었던 손과 다리를 단 몇 주 만에 완전히 회복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에드워드 박사는 환자에게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손과 다리를 이용하여 유리창 닦기, 알파벳 적기 등 반복적인 행동을 하게 함으로써 뉴런과 시냅스들이 새로운 회로를 형성하도록 자극하였다. 그 결과 환자는 손과 다리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최근 들어 언어 장애를 겪고 있는 환자, 운동 장애를 앓는 다발성 경화증 환자 등에게도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때로는 뇌가소성이 병적 증상들의 직접적이고 치명적인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우울증이나 강박증 등의 정신적 질병은 오히려 뇌가소성 때문에 더욱 악화된다. 환자가 지신이 우울하다는 사실이나 강박 증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계속 인식하면 할수록 이 같은 증상은 신경 회로에 각인된다. 뇌가소성 때문에 헤어 나올 수 없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손 안의 스마트폰이 뇌 구조를 바꾼다


뇌 가소성을 어느 정도 이해했다면 현대 사회에서 스마트폰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었으리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스위스 취리히대학교 아르코 고쉬 박사의 연구팀이 작년 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자주 사용할수록 뇌의 체감각 피질(Somatosensory Cortex) 영역이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감각 피질은 뇌의 중앙에 위치하여 촉각, 진동 감각, 온도 감각 등의 정보를 처리하는 영역이다. 고쉬 박사 연구진은 터치식 스마트폰 이용자 27명과 버튼식 휴대폰 이용자 11명을 대상으로 뇌파 검사를 실시하였는데 그 형태가 굉장히 다른 양상을 띠었다. 특히 스마트폰 이용자의 뇌 영역 중 엄지손가락의 감각을 처리하는 부분이 더 빠르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변화했다.

엄지손가락의 감각을 키우는 것은 스마트폰이 뇌 구조에 끼치는 영향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스마트폰이 없는 데에도 불구하고 호주머니 안에서 스마트폰이 진동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유령진동증후군, 스마트폰이 손에 없으면 불안해하는 분리불안장애도 스마트폰이 뇌에 영향을 끼친 예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으면 사랑의 감정을 관할하는 뇌 영역이 활성화 되는 것도 스마트폰과 사랑에 빠진 현대인에게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다.

가장 큰 문제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점점 뇌가 무감각해진다는 점이다. 현실에 대해서는 점점 더 무감각해지고 스마트폰 세상 속에 있는 자극적인 소식과 강렬한 이미지에만 반응하는 이른바 ‘팝콘 브레인’은 회백질의 절대적 크기가 줄어들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특히 뇌가 아직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어린이의 경우 스마트폰으로부터 더욱 더 거리를 두어야 한다. ‘팝콘 브레인’을 보이는 어린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반응 속도가 현저히 떨어지며 자칫하면 주의집중장애(ADHD)나 분노조절장애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모리 아키오 일본 니혼대학교 신경과 교수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이용할 때 뇌의 일부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뇌의 앞쪽을 전두엽, 뇌의 뒤쪽을 후두엽이라고 하는데, 교수는 스마트폰 사용 시 인식을 담당하는 후두엽은 작동하는 반면 생각을 담당하는 전두엽은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장시간의 스마트폰 사용은 결국 전두엽을 퇴화시킨다는 것이다.

내 손 안에 스마트폰이 있다는 것 자체가 어찌 보면 크나큰 축복일 수도 있다. 굳이 많은 것을 기억하지 않아도 되고, 지도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으며, 많은 즐길 거리를 제공해 주니 말이다. 스마트폰은 뇌를 편안하게 해주는 존재이다. 하지만 반대로 스마트폰이 나의 지능을 갉아먹고 있는 상황도 결코 부정할 수 없다. 스마트폰이 모든 일을 대신하는 동안 뇌의 기능은 이미 마비된 상태일지도 모른다.

스마트폰이 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든,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든 그것이 뇌 구조를 바꾸어 가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나’는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까?


윤명기 기자/한림

<zzangnyu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