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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호(2013.03.06)/오피니언 2013. 3. 18. 21:50 Posted by mednews

인도로 떠난 5주 반의 배낭여행

 

인도를 가기 전에는 내가 인도에 가서 무엇을 보게 될 지 잘 몰랐다. 문학가들의 여행기에서 인도인들은 가난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종교적 헌신으로 현실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들로 그려지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사람 사는 건 이 세상 어딜 가나 다 똑같다. 춥고 배고프고 아파도 병원 한번 가기 힘든데 마음의 평온이 유지될 거라고 생각하나? 10억명도 넘는 사람들에게? 그럴 리 없다.
대부분 여행자들이 거치는 인도의 관문이자 수도인 델리는 엄청나게 혼란스러운 곳이다. 영적으로 깨어있는 구도자들이 힌두교 경전을 외는 소리 대신 거리는 오토바이와 차의 경적 소리로 가득하다. 1분에 두 세번, 쉬지않고 울려댄다. 때묻지 않았을 줄만 알았던 인도 사람들은 외국인을 보면 바가지 씌울 궁리만 한다고 보면 된다. 크게 속이거나 내 몸 다치게 하지 않으면 고마울 지경. 여성 여행자라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인도 남자들의 느끼한 눈빛에 시달릴 것이다. 이정도면 그들의 시선이 피부감각으로 느껴질 정도. 여행기 속의 인도인들은 다 숨어 있는 건지. 아니면 고결한 작가의 지성으로 인도를 바라보면 달리 보이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들은 가난하다. 변변한 난방 시설도, 아침나절 쌀쌀한 바람을 막아줄 겉옷도 가지지 못했다. 그래서 그들은 길에 버려진 쓰레기를 쓸어 모아 불을 피운다. 덕분에 상쾌해야 할 아침나절의 공기는 매캐하다. 코 풀고 휴지 보면 시커멓다. 그 가난 때문인지, 그들은 아직도 과거 속에 사는 듯하다. 델리나 뭄바이, 벵갈로르 등 큰 도시를 벗어나면 청바지를 입은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대부분이 인도 전통 의상을 입고 다닌다. 맨발로 다니는 사람도 많고, 아낙들은 머리 위에 커다란 보따리를 올리고 다닌다.
인도의 옛 모습을 보러 여행자들은 인도를 찾는다. 이러니 많은 여행자들은 “도시는 재미 없어요.” 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인도인들은 여행자들의 흥미를 자아내는 옛 모습들을 지우고 그 자리에 뉴욕이나 서울 같은 대도시를 세우고 싶어하고 있지 않을까. 우리가 그러했듯이.
인도를 반드시 다시 찾으리라 생각하며 그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나의 즐거움을 위해 그들이 사리와 터번, 그리고 가난과 함께하기를 바라는 것 같아서. 내가 지켜주기를 바라는 모습의 인도는, 인도인들에게는 버리고 싶은 모습일 것 같아서. 그리고 분명히 서구보다는 ‘심적 거리’가 가까운 아시아인이면서 그들 편에 서주지 못하는 것 같아서.
여행하면서 값을 10배 뻥튀기해서 부르는 능청스러움에 빈정상하고 깎아달라고 입씨름하며 혈압 올리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인도사람들이 지긋지긋했다. 하지만 돌아오니 그들에게 미안해진다. 왜 그런지는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여행하면서 내가 본 것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아니라, 인도사람들이 전부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문지현 기자/중앙
<jeehyunm@e-med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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