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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90호(2012.12.13)/오피니언 2013. 1. 1. 13:35 Posted by mednews

부정확한 의학 정보, 합리적 검증이 필요하다

 

최근 의료 문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심심치 않게 의료 관련 기사를 확인할 수 있으며, 베스트셀러의 위치에 오른 의료 관련 서적들도 종종 눈에 보인다. 이는 국민의 의료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의료 관련 저작물에서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쉽게 유통되고 있는 것은 심히 우려스러운 일이다.
주요 서점에서 ‘올해의 책’으로 거론되고 있는 『병원에 가지 말아야 할 81가지 이유』(허현회)는 그러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건강상식·의학상식은 누군가에 의해 조작된 허구이다.”라는 도발적인 문구로 시작하는 이 책은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며 베스트셀러의 자리에 올랐다. 저자는 현대의학은 “신흥종교”이며, “무지와 탐욕에 젖은 주류의사들을 앞세워 악행을 저지르고 있다”고 말하며, “진실을 알리고자 인생을 걸었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들은 진실과 거리가 멀다. 의학을 전공하지 않은 저자는 백신과 항바이러스제와 같은 기본적인 용어의 정의마저 혼동하고 있으며, 특정 의학 기술에 대해 잘못된 의학적 설명을 하고 그것을 비판하는 ‘허수아비 공격의 오류’까지 저지르고 있다. 단적인 예로, 저자는 ‘암과 유전자는 아무 상관이 없다’라고 언급하면서 의사들이 불필요한 유전자 검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암과 유전자의 연관성은 이미 충분한 근거가 확보되어 하나의 학문 분과까지 생겼을 정도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진실’은 무엇을 근거로 한 것인지 심히 의심스럽게 하는 부분이다.
문제는 이러한 잘못된 내용들이 대중의 공감을 사고, 의료계에 대한 불신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책들에서 다루는 내용은 가공·편집되어 인터넷 상에서 널리 배포된다. 많은 사람들이 주로 인터넷을 통해 의학 상식을 접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더욱더 심각한 문제는, 잘못된 지식을 걸러 내고 올바른 지식을 전달해야 할 언론·출판계가 오류로 가득한 의학 정보에 대한 수정을 요구하기는커녕, 오히려 잘못된 정보의 유통을 촉진하고 심지어 장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말한 책은 여러 출판사에서 적극 홍보하고 있으며 언론사에서도 호의적인 서평들을 쏟아 내고 있다. 자극적인 내용은 상업적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국민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는 허위·유사 과학적 정보들에 대해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내용을 대중에게 퍼뜨리면서 혼란을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부정확한 의학 상식으로 인한 혼란과 불신에 마침표를 찍어야 할 때다. 잘못된 의학 상식은 개개인에게는 올바른 치료를 제 때 받을 기회를 박탈하며, 국가적으로는 불필요한 의료비용의 손실을 야기한다. 더 이상 개인의 양심과 언론·출판업계의 자정 작용에 문제의 해결을 맡겨서는 안 된다. 의학적 지식에 대한 소양을 갖춘 언론·출판 전문가가 거의 없는 현실에서 언론·출판업계에 모든 검증을 맡기기에 의료 지식은 너무나 방대하고 중요한 내용들이다. 객관적 지식을 검증하기 위해 의료인이 나서야 하는 것은 계몽주의적 사고방식의 소치가 아니라, 민주 사회의 기본 원칙을 지키고 생명의 가치를 존중하는 당위적인 행동이다. 이것이 국민의 생명을 책임질 의료인의 올바른 사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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