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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aker's corner

90호(2012.12.13)/오피니언 2013. 1. 1. 13:32 Posted by mednews

꿈이 사라진 시대, 우리들만의 무대를 만들자

‘학생회는 왜 존재해야 하는 것일까?’
5년 동안 대학이라는 울타리 안에 몸담으면서 나는 항상 위의 질문을 머릿속에 담고 있었다. 의예과 학생회장과 의과대학 학생회장, 그리고 지난해 총학생회장에 출마했을 때에도 질문에 대한 답을 끊임없이 고민했지만, 대표로서의 막연한 사명감에 그저 열심히 뛰었을 뿐이다. 고백하자면, 스스로도 학생회가 왜 필요한 것인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단체이며 어떠한 목표를 가져야 하는지를 찾지 못했던 것이다.
이 오랜 물음은 지난 여름 1년에 2번 전 세계 의대생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IFMSA(세계의대생연합) 총회에서 어렴풋이나마 답을 얻을 수 있었다. 현재 내가 대표를 맡고 있는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는 하나의 회원국으로서 총회에 참석할 자격을 지닌다. 올해에는 나를 비롯한 16명의 의대생들이 한국을 대표해 총회가 열리는 인도 뭄바이로 향했다. 그리고 이는 여지껏 갖고 있던 학생 활동에 대한 생각이 바뀌는 기회가 되었다.
이전까지 학생단체는 사회에 진출하기 전 좋은 경험을 쌓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무대라고 생각했다. 여기에는 아직은 학생이기 때문에 활동 방향이나 추진 사업 등을 정하는 데 있어 완벽할 수 없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런데 세계의대생연합 총회에 참석한 세계 의대생들은 학생들만이 할 수 있는 게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들에겐 ‘우리니까 꿈 꿀 수 있는 세상이 있다’는 당당한 믿음이 있었다. 무엇보다 작은 일부터 중요한 일까지 하나하나 적극적이고 대범한 자세로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오늘날의 대학생은 꿈을 꾸지 않는다고 한다. 꿈을 꿀 시간이 있다면 학점이나 스펙 쌓기에 목을 매는 게 현명한 일이 된지 오래다. 이쯤에서 묻고 싶다. 과연 의대생들은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예과 때는 고민 없이 일단 놀고, 본과가 되면 앞에 닥친 시험이나 준비하고, 실습 돌 때는 인턴 때 과를 정하기 위해 눈 앞의 이익에만 골몰하고 있지 않은지. 남자의 경우 군대를 다녀오면 아무리 빨라도 34살. 이미 꿈을 꾸지 않은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버린 것은 아닌지 씁쓸한 현실이다.
꿈을 꾸는 자는 멈추지 않고 자신의 꿈을 설계하게 된다고 한다. 비록 당장은 이룰 수 없는 꿈이라도, 꿈이 있는 사람은 목표를 위해 하나씩 준비하고 작은 변화를 만들어 나간다. 내가 생각하는 학생단체의 정답은 두 가지다.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그 동안 꿈 꾸지 않았던 것을 꿈을 꿀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보는 것.
어짜피 정답은 미리 정해져 있지 않다. 다른 생각이 있을 뿐, 틀린 생각도 없다. 다만 외부가 아닌, 우리가 맞다고 생각하는 정답을 치열한 논의를 하면서 하나씩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겐 의대협이라는 무대가 있다. 이 공간을 벅차오르는 감동과 꿈의 무대로 장식하는 것은 여러분의 몫이라는 점을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남기훈 의대협 의장
(고려대학교 의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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