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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이름을 딴 수술기구

 

의학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특히 수술 분야는 지난 한 세기 동안 급격한 발전을 이루었다. 도구와 기술의 발전으로 좀 더 어렵고 정교한 수술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더 많은 환자를 살릴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수술의 발전에는 새로운 수술 술기의 등장도 한몫했지만, 무엇보다도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수술 기구의 발명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수술 과정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요소인 수술 기구들, 그 종류 역시 매우 다양해서 학생들에게는 각각의 이름을 익히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수술 기구에는 보비, 앨리스, 드베키처럼 발명가의 이름이 붙은 경우가 많아 외우기가 더 어렵다. 이번 기사에서는 이렇게 발명한 사람의 이름이 붙은 유명한 수술 기구에 대해서 알아보자.

 

보비 나이프(Bovie knife)


흔히 보비(bovie knife의 줄임말)라고 한다. 전기를 이용하여 조직을 박리, 절제하거나 지혈하는 일종의 전기 소작기다. 보비나이프 발명 이전에는 외과 수술시 출혈이 심한 경우가 많았으나, 발명 이후 지혈이 수월해져 더 큰 수술도 안전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발명자는 William T.Bovie이다. 생체 물리학자인 보비는 1900년대 초 수술용 전기 소작기를 발명했고, 수술에 처음 사용된 것은 1926년 10월 1일로, 보스턴의 브링햄 여성병원에서 뇌종양 환자의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에 처음 쓰였다고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당시 수술 집도의가 신경외과학의 권위자이자 쿠싱 증후군의 주인공이기도 한 Harvey Cushing이라는 점이다. 이후 보비 나이프는 몇 번의 개량을 거쳐 지금까지도 수술에 사용되고 있다.

 

앨리스 겸자(Allis clamp)


앨리스 겸자는 수술시에 흔히 사용되는 겸자 중 하나로 1883년에 Oscar Huntington Allis에 의해 발명되었다. 앨리스는 미국 필라델피아 주에서 태어나 제퍼슨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필라델피아 장로교병원의 외과의사가 되었다. 정형외과학의 선구자로 제퍼슨 의과대학에서 정형외과학을 가르쳤으며, 수술시에 사용하는 겸자를 발명했는데 이것이 Allis clamp로 지금까지도 사용되고 있다. 이외에도 대퇴경부골절의 임상적 징후인 Allis' sign 역시 그의 이름을 따서 붙인 것이다.

 

드베키 겸자
(DeBakey forceps)


드베키 겸자 역시 수술시에 흔히 사용되는 겸자들 중 하나로 심장외과학의 권위자인 Michael Ellis DeBakey가 발명했다. 드베키는 툴레인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외과 수련을 받은 뒤 유럽에서 펠로우를 마치고 모교인 툴레인 의과대학에서 12년간 교수로 재직했다. 1948년에는 베일러 의과대학의 교수로 부임했으며 1993년까지 외과 과장으로 재직하면서 각종 연구에 힘썼다. 드베키는 많은 업적을 남겼는데, 관상동맥우회술, 경동맥내막절제술, 패치혈관성형술을 처음으로 시행했을 뿐 아니라 인공 심장 개발의 선구자로서 체외심장펌프를 최초로 사용했다. 이외에 대동맥박리의 수술법인 DeBakey Procedure를 고안했으며 현재까지도 쓰이는 대동맥박리의 분류법인 DeBakey Classification역시 그가 제안한 것이다.

 

베쑨 늑골 절단기
(Bethune rib shears)


Norman Bethune은 캐나다의 외과의사로 1930년대 스페인 내전과 중일전쟁의 전쟁터에서 부상병을 치료하는 등 인도주의적인 의료 활동을 펼쳤다. 생전에는 조국인 캐나다보다 중국에서 더 유명했는데, 1939년 사망 직후 마오쩌둥이 그를 기렸으며 지린 성에는 그의 이름을 딴 의과대학이 있을 정도이다. 베쑨은 흉부외과 의사였는데, 흉부외과 수술에 쓰이는 여러 기구를 직접 개량하고 발명했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베쑨 늑골 절단기로 구두장이의 절단기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한편 베쑨은 사회주의자였는데,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베쑨의 생애를 다룬 전기가 금서로 지정되어 발행될 수 없었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아니다)

 

메젠바움
(Metzenbaum scissors)


메젠바움은 수술용 가위로 외과 수술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수술 기구이다. 날이 안쪽에만 있는 일반 가위와는 달리 메젠바움은 날이 맞물리는 쪽과 벌어지는 쪽 양 쪽에 모두 있어 수술시 조직을 정교하게 절제하거나 조직 사이를 세밀하게 박리할 수 있게끔 해준다. 메젠바움은 발명자인 Myron Firth Metzenbaum의 이름을 딴 것인데, 메젠바움은 구강수술과 재건수술을 주로 하던 이비인후과 의사였다고 한다.

 

메이요(Mayo)


Mayo(수술용 가위인 Mayo scissors의 줄임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Mayo Clinic의 이름에서 따온 말이다. Mayo Clinic 외과는 그 명성에 걸맞게 각종 수술 기구를 고안한 것으로도 유명한데, Mayo scissors, Mayo forceps, Mayo surgical stands, Mayo retractors, Mayo-Gibbon heart-lung machine, Mayo sterile surgical camera 등이 모두 Mayo Clinic 의료진에 의해서 개발되었다. 사실 이러한 기구들이 발명자의 이름을 붙인 것은 아니지만 Mayo라는 병원의 이름이 설립자인 William Worral Mayo의 이름을 딴 것이기에 마지막으로 살펴보았다.

이처럼 의료 현장에서 사용되는 여러 가지 수술 기구들 중에는 사람의 이름이 붙어 있는 것이 참 많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이렇게 유명하고 널리 쓰이는 수술 기구들 중 한국인 이름이 붙은 것은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아지는 요즘 언젠가는 한국 사람의 이름이 붙은 수술 기구가 널리 쓰이는 날이 오지 않을까?

 

조영탁 기자/울산
<pokytjo@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