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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호(2012.10.22)/오피니언 2012. 10. 29. 17:16 Posted by mednews

소송을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국가고시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가장 많은 의료분쟁을 다룬다는 한 법률사무소에 한 달여간 인턴을 다녀왔다. 수많은 공판, 조정 등을 참관하고 기록을 검토하면서 미래의 의사들께 의료 소송에 대처하는 법을 전달하고자 한다. 법정과 기록에서 본 수많은 선배 의사들에게 출두 명령, 소장, 환자와 보호자들의 시위는 살면서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절체절명의 위기 그 자체였다. 하지만, 우리는 조금 의연해 질 필요가 있다. 아무리 간단한 임상술기라도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0.1%라도 있다면. 평생 환자를 보는 어느 순간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 의료분쟁은 민사소송에서 시작한다. 형사소송은 의사(피고)가 과실이 있다는 확신이 99% 가량 필요하므로 유죄를 선고받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소송이 진행되면, 의사(피고)의 삶의 질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병원의 조건에 따라 철저히 나뉜다. 대부분의 상급종합병원이나 기타 의료분쟁관련 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병원에서는 모든 일을 원무팀 혹은 보험회사에서 전담하게 된다. 하지만, 이외의 병원의 봉직의 라면 모든 분쟁 관련 법적 비용 및 절차는 모두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의사(피고)는 변호사를 선임한 이후 환자(원고)와의 직접적인 대면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이미 소가 제기된 이상, 환자와의 모든 의료 및 법적인 대화는 변호사를 통하면 된다. 법정 증거 자료로 수많은 녹취록과 녹음 파일이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의사는 장기전을 준비해야 한다. 의료 관련 민사소송의 경우 1심 재판에만 보통 1년가량 소요되고 확정 판결까지 3년 이상 진행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 기간 동안 원고 측의 업무 방해, 불법 시위, 폭력 행위에 대해서 병원의 이미지를 위해 혹은 신변의 위협을 느껴 용인할 필요는 없다. 때로는 단호한 형사 고발(예컨대, 방실친입죄, 퇴거불응죄, 협박죄, 의료법 위반 및 업무방해죄, 명예훼손죄, 모욕죄, 폭행죄, 불법시위금지 가처분 신청 등)이 이러한 불법행위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
그렇다면 법정에서 원고와 피고가 다투는 포인트는 무엇일까. 첫째는 과실 자체의 유무이다. 판단의 기준은 의료 행위 시행 당시의 보편적인 임상의료수준에 비추어 결과예견과 회피의무를 이행하였는가 하는 것이다. 보편적인 임상의료수준이란 제 3자 병원이나 전문의로부터 회신 받은 진단감정기록과 사실조회신청 결과 혹은 공인된 교과서 및 국내 학회지(외국 학회지 제외)에 의한다. 구체적으로 의사(피고)가 불리한 경우를 나열하자면, 인턴이 보고 받은 내용을 다른 의료진에 전달하지 않은 경우, 간호기록지에 적힌 의사의 의료 태만 행위, 수술기록지에 기록된 당시의 합병증 등이다. 둘째는 과실과 악결과간의 인과관계의 유무이다. 환자(원고)들은 의료과실과 악결과 간의 인과관계를 주장하고, 의사(피고)는 이 인과관계를 부정하려고 노력한다. 인과관계를 깨는 가장 적절한 논리는 환자의 기왕증이 악결과에 미친 영향을 주장하는 것이다. 따라서 의사는 시행당시의 환자의 기왕증, 체질적, 해부학적 구조상의 이상 등을 상세히 기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임상조치를 반드시 기록하여야 한다. 셋째는 설명의무위반이다. 설명의무위반을 통해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다는 어구는 거의 모든 소송에 약방의 감초처럼 들어간다. 이 경우 설명 당시 그림을 그려가며 자필로 중요 단어와 어구를 동의서에 기록하지 않은 경우 불리한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환자, 의사 모두에게도 의료분쟁은 삶을 황폐화시키는 최후의 법적 수단이다. 의사 입장에서는 긴 소송기간 뿐 아니라, 민사 패소 이후 보복성 형사소송을 당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합의와 조정을 통해 의료분쟁을 결말짓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다. 지금까지 의료분쟁의 실무적인 측면을 논하였다. 하지만, 이보다도 환자의 건강을 생각하고, 사랑하는 대다수 의료인들의 마음이 국민들에 전달되어 의료분쟁보다는 화해라는 정서가 꽃피길 바란다. !   


현명한 /고려
<myunghanm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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