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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호(2012.04.16)/오피니언 2012. 4. 18. 18:52 Posted by mednews

 

봄입니다. 온 몸을 에이는 찬바람이 사그라든 자리에 봄내음이 진하게 느껴집니다. 지난부터는 앙상했던 집 앞 공원에도 봄바람이 불어서, 초저녁에 포근한 산책을 낙으로 삼고 있네요. 공원 곳곳에 스민 봄기운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 내게도 봄이 왔으면!
겨우내 묵은 축축함을 벗고서 한껏 가벼운 봄을 맞고 싶어요. 저는 꽤 긴 겨울을 보내는 중입니다. 스스로 ‘아직 때가 아니다’ 라고 최면을 걸어 몇 안 되는 기억과 꿈, 그에 딸린 크고 작은 감정들을 이곳저곳에 묻어두었습니다. 몇몇은 진하게 삭아 마음의 일부분이 되었고 또 어떤 것은 연기처럼 풀어져 사라졌습니다. 기쁜 일, 슬픈 일, 좋은 일, 나쁜 일 모두가 한데 섞여 있는 고요한 풍경. 화려한 봄을 부르기엔 무언가 부족하다고, 좀 더 단단해져야 한다고 여겨 안으로만 침잠했던 지난날들. 가만히 곱씹어 봅니다.
어쩌면 나는 눈바닥에 잔뜩 웅크려 꿈만 꾸고 있던 걸지도 몰라. 봄에 환상에 시달리면서 아예 깨어나지 않기를 바랐는지도 몰라. 지금은 뭔가 부족하다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사람을 미더워하면서 오지 않는 봄을 위해 끝없는 겨울을 헤매고 있었습니다. 아직 준비의 시기라고 변명하면서요. 실은 ‘진짜 봄’을 맞이할 용기가 없는 겁쟁이었을 뿐인데.
이제 훌훌 털어버려야겠습니다. 봄을 나중이 아닌 지금으로 끌어오려구요. 화려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가볍고 산뜻하면 그걸로 충분해요. 언젠가 겨울은 또 오겠지요. 하지만 무서워하지 않으렵니다. 그 겨울이 내 안에 남아 또다시 봄을 부를테니까. 

김정화/한림
<eudaimonia89@e-med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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