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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병원 인턴 미달, 무엇이 문제인가

2012년 레지던트 모집에서 지방 병원들의 고전이 심상치 않다. 매년 모집 인원을 채워왔던 몇몇 지방 국립대에서조차 심각한 미달 사태가 벌어졌다. 99명을 모집하는 경북대학교는 64명을 모집하는 데 그쳤으며, 98명을 모집하는 전남대학교는 78명을 모집하는 데 그쳤다. 이외에도 제주대 충북대와 같이 모집 인원이 30명 이하인 대학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방 대학 병원에서 인턴 인력을 충원하지 못했다. 지방 중소 병원의 실정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사태가 지역 의료 서비스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사고 있다.
하지만 올해 인턴 미달 사태는 예견된 일이었다는 것이 해당 대학 병원들의 이야기다. 의료 시장의 확대로 병원이 늘어나면서 인턴 인원이 국가고시 합격자 수보다 많아졌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 병원의 인턴 인원은 3802명이다. 그러나 올해 의사고시 합격자는 3200명을 넘기는 데 그쳤다.
이와 더불어 인턴제 폐지 소식 때문에 지원 여부를 쉽게 결정하지 못한 졸업생들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 인턴제 폐지가 확정 될 경우 있을 수 있는 손익을 따지느라 지원을 인턴제 폐지 이후로 보류한 경우도 있으며, 정확하지 않은 개정 제도에 대한 정보 때문에 갈팡질팡한 예비 지원자도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예년에는 모집 인원을 충원해 왔던 병원들조차 미달된 것을 볼 때, 이런 추측은 더욱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의전원 체제로 전환한 한 대학 병원 관계자는 배출한 졸업생들이 타 지역출신이 많아 예년보다 이탈된 인원이 많았던 것도 한 원인이라고 한다. 흔히 서울의 빅5라 불리는 병원들은 사정은 지방 대학 병원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207명의 인턴을 모집하는 서울대 병원은 254명이나 지원했고, 223명을 모집하는 세브란스도 283명이나 지원했다. 가톨릭 중앙 의료원과 서울 아산 병원, 서울 삼성 병원도 모집 인원을 훌쩍 넘긴 많은 지원자가 지원했다. 인턴제 폐지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빅5  병원에는 망설임없이 지원하고 있어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의료 인력이 대거 집증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의료 인력 양극화로 인한 지원 미달도 무시할 수 없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방 중소 병원 사태는 대학 병원보다 더 심각하다. 남양주 한양 병원은 2명을 모집했지만 단 한 명의 지원자도 없었고, 동강병원의 경우 11명 모집에 2명 지원에 그쳤다. 특히 읍 단위 시골 병원의 경우 지원자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 병원 관계자는 급여나 인지도가 낮은데다, 인턴 지원자들이 학위 취득이 용이한 대학 병원을 더 선호하기 때문에 이런 미달 사태가 지속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미달 인원이 많은 일부 병원에서는 인력 조달에 문제가 생길 것에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물론 가장 시급한 올해 병원 내 인력 충원은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이후의 미달사태를 막기 위한 대책 또한 없는 것일까.
다양한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미달이 심각해졌지만, 지원을 보류한 근본적인 이유는 병원 내 인턴에 대한 처우 불만에 의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좀 더 처우가 좋은 병원을 찾아가거나, 이후에 도입될 새로운 제도가 좀 더 나은 대우를 제공할 것이란 기대 심리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진행되고 있던 인턴 폐지마저 현재는 무제한 연기된 상태다. 인턴 지원을 보류한 학생들은 전후 상황을 주시하고 있고, 졸업을 앞둔 재학생들도 진로 선택을 두고 고민이 많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내년에도 지방 병원들은 인턴 지원 미달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노원철 기자/전남
<happywonchul@e-mednew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