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rss 아이콘 이미지

Speaker's corner

85호(2012.03.02)/오피니언 2012. 3. 4. 22:09 Posted by mednews



저는 백화점을 참 좋아합니다. 감각이 뛰어나신(?) 어머니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백화점을 많이 돌아다녔어요. 하지만 그 때는 그 많은 화장품과 옷가지, 가방, 악세사리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옷을 고르고 값을 지불하는 사람은 엄마였으니 어린 자식은 그저 입혀주는 대로 입을 수밖에 없었어요. 더군다나 저의 취향은 다소 사회의 보편적인 여성상과 벗어났던 것이어서, 엄마는 적잖이 우려하시기도 했습니다. 어쨌거나 저의 작은 반항심과 취향이 반영되는 것이라곤 옷을 교환할 때뿐이었죠. 
대학생이 된 지금도 엄마의 코치역할은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제법 취향과 사회적 요구의 타협점을 찾는 안목이 생겨서, ‘보시기 괜찮은’ 옷을 고를 수 있게 됐어요. 하지만 한정된 예산 내에서,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옷을 고르는 건 참 어려워요. 도도한 감각녀인 우리 어머니 지론은 확고합니다. ‘아무리 비싼 옷이라도 본인이 소화해내지 못하면 옷도 죽고 스타일도 죽는다. 오십만원이든 오천원이든, 사람과 옷이 자연스럽게 녹아서 나를 가장 돋보이게 해주는 옷이 최고다.’
무언가 가슴에 꽂히는 말이라 늘 기억해두고 있는데 이상하게 백화점에서 종종 까먹습니다. 수많은 브랜드들은 자기만의 특색을 지니는데, 특히 명품브랜드일 수록 디자이너 특유의 스타일이 강하게 들어간 옷들이 정말 많지요. 이런 옷들, 처음 볼 때 저도 모르게 눈에 확 들어옵니다. 옷이 강렬하고 매력적일수록 여운이 길게 남고 아쉬운 지갑만 탓하게 됩니다. 하지만 내 눈을 잡아끄는 수많은 옷, 그 강렬함이 과연 내 옷이고 내 짝이 될 수 있을까? 반문해보면, ‘글쎄올시다’ 입니다. 내가 완벽하게 소화해낼 수 있는 옷, 김정화를 가장 김정화답게 만들어주는 옷은 수많은 매장을 돌아봐도 찾기 쉽지 않아요. 옷값의 영수증은 단순히 가장의 능력만을 반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옷 주인의 안목 관한 증표지요. 내 것, 내 짝을 보고 알아내는 안목이 부족할수록 더 많은 ‘수업료’를 내야 됩니다.
인생사도 참 비슷해요. 나를 살려주는 무엇, 내 열정을 살려주는 무엇을 찾는 안목이 절실합니다. 어떤 스펙이나 조건이 아무리 좋아보여도, 내 것이 아니고 나와 맞지 않는 것이면 아쉬워할 필요가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고 생각해요. 그 아쉬움은 ‘나는 왜 저것을 가지지 못하지’라는 열등감으로 바뀌고 이것을 결국 자신의 색과 안목을 흐려놓기 때문입니다. 삶과 삶이 수없이 부딪히고 어울리는 세상에서 휩쓸리지 않는 이정표는 결국 ‘나’ 라는 사실을 백화점 한복판에서 다시 한 번 느껴봅니다.

# 영국 하이드 파크를 모르시는 분?! 도심의 휴식처로 사랑받는 이 공원을 모르시는 분은 없을 거에요. 하지만 여기에 시민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조그만 공간이 있다는 걸 아시나요. 이름 하여 "Speakers' Corner”! 19세기에 하이드 파크가 대중연설장소로 인기를 얻자 이 발언대가 설치되었습니다. 작은 의자 위에 올라간 시민은 개인적인 주제부터 정치, 사회,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자유롭게 말할 수 있었어요-단 영국왕실에 대한 얘기만 빼고 말이죠. 이 발언대는 이후 영국민주주의의 상징이 되었죠. 
여러분에게 의대생 신문은 어떤 의미인가요? 우리들은 늘 바쁘고 절박한 하루를 살아갑니다. 저는 우리 신문이, 의대생의 시간을 잠시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는 8면의 휴식이 되었으면 합니다.  어떤 의미로는 하이드 파크과 참 많이 닮았어요.
그래서 이 공원, 기자들이 짬을 내어 정성 들여 가꾼 글 사이에 작은 의자를 놓아봅니다. 작은 휴식 사이에 혹여나 ‘필’이 오시는 분은 언제나 올라서 마이크를 잡아주세요. 기자와 독자 누구든지 환영합니다. 분량은 보내주시는 양껏 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하이드 파크와 다른 것은... 상품이라는 인센티브가 있는 것입니다. 모쪼록 많은 참여 부탁드려요.

김정화 기자/한림
<eudaimonia89@e-mednews.com>

'85호(2012.03.02) > 오피니언' 카테고리의 다른 글

QT.LAXXO의 병원식당 잡탕밥  (0) 2012.03.04
사설  (0) 2012.03.04
편집자가 독자에게  (0) 2012.03.04
신문 읽고 푸는 퀴즈!  (0) 2012.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