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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국적 제약사의 공짜약 공급 발표에, 환자들“속보여"
  로슈社, 고가 에이즈치료제 ‘푸제온’ 무상공급 발표... 환자와 시민단체는 갸우뚱

다국적제약사 로슈가 에이즈치료제인 푸제온(Fuzeon)을 무상공급하기로 결정하였다. 하지만 에이즈환우회와 시민단체들은‘눈 가리고 아웅’이라며 오히려 반발하고 나섰다.

푸제온은 기존 에이즈치료제에 내성을 보이는 환자에게 필수적인 약으로 주목받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4년 식약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기존 치료제가 감염된 세포내의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의 증식을 막는 것과 달리, 푸제온은 HIV가 면역세포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 효과를 내는 새로운 개념의 치료제이다.

로슈, ‘돈 없으면 사지마!’

그러나 식약청 허가 이후에도 건강보험공단과 로슈와의 잇따른 약가협상 결렬로 푸제온은 국내에 수입되지 못했다. 당시 1병당 24000여 원으로 보험등재 되었지만 선진7개국(A7)의 조정평균가와의 균형을 근거로 43000여 원을 제시한 로슈의 고집으로 협상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최근에는 우리 정부가 환자 당 연간 18000달러를 요구한 반면, 로슈는 22000달러를 제시하여 여전히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로슈의 대변인은“한국 정부가 요구한 가격이 공급을 지속할 수 없는 낮은 가격이라서 그 가격에 팔 의향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로슈가 푸제온을 한국 시장에 무상공급하겠다고 나선 것에 많은 에이즈환자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환영이 아닌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환자, 시민, 사회단체 20개로 구성된 공동연대는 지난달 4일 논평을 통해“로슈의 이번 무상공급프로그램 발표는 그동안 감염인들과 활동가들의 요구에는 못 미치는 몇 가지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짜약의 진실은?

공동연대는 우선 무상공급프로그램의‘한시적 조치 (temporary measure‘) 를 문제 삼았다. 근본적 해결책이 아닌 동정을 가장한 일시적 면피방안이라는 것이 요지이다. 하지만 연대측이 더 큰 문제로 보고 있는 것은 따로 있다.“ 로슈의 갑작스러운 무상공급프로그램 도입은 푸제온 강제실시를 막기 위한 철저히 계산된 행동이다.”라며 이번 조치의 숨은 의도를 꼬집었다.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의 사례를 들며 무상공급정책을 이용해 이후 약가협상과정에서 로슈가 협상력을 높이고자 한다는 것이다. 무상공급을 하다가 공급을 중단하게 되면 푸제온으로 치료받아 온 환자를 볼모로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강제실시권’은 WTO 무역관련 지적재산권 협정(TRIPs)에도 규정되어 있는 합법적 제도로 특허권자 외에도 제 3자가 특허의 약품을 생산, 공급할 수 있는 권리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2년 글리벡 강제실시가 처음 청구된 적 있지만, 정부는 이를 기각했다.

환우회와 시민단체는 지난해 12월 푸제온의 특허권을 행사하도록 특허청에 강제실시를 청구한 상태지만, 정부는 무역마찰을 우려하며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공동연대는“그동안 환자들의 살인 무기가 되어왔던 푸제온 특허를 포기하고 자발적으로 기술양도를 해야한다.”며 강하게 요구했다.


이충만 기자/순천향
<chmane@paran.com>

글리벡 약값 논란

 글리벡은 2000년 스위스의 다국적 제약사인 노바티스가 개발한 백혈병 치료제이다. 2001년 4월 시판허가를 내면서 일부 백혈병 환자에게 무상 공급 하였다. 그러다가 노바티스는 글리벡 1알 당 25000원 정도의 약값을 요구했지만, 당시 보건복지부가 17862원을 보험약가로 고시하자 노바티스는 바로 글리벡 공급을 중단하였다. 이후 약값을 둘러싸고 환자들과 노바티스 간의 줄다리기가 시작되었다. 아직까지 선진 7개국(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스위스, 일본, 이탈리아), 즉 A7 조정 평균가로 산정된 가격으로 글리벡이 시판되고 있다. 환자단체들은 경제수준이 비슷한 대만의 글리벡 가격(13768원)과의 형평성, 이미 회수된 R&D비용, 사용범위 확대에 따른 판매량 증가 등을 근거로 터무니없는 글리벡 가격의 대폭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현재 수입되는 100mg용량 대신 400mg용량의 수입도 강력히 요구하고 있지만 노바티스는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100mg짜리 4알보다 400mg짜리 1알을 판매하는 것이 이윤이 더 적게 남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