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rss 아이콘 이미지
 
의료급여, 얼마나 알고 있나요

교과서 속의‘의학’이 병실과 수술장에서의‘의료’로 행해지는 순간, 단순한 학문을 넘어선 사회경제적 행위가 된다. 환자와 의료진은 물론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정부예산이 관여하는 첨예한 경제활동인 건강보험제도, 원론과 현실의 간극을 따라가 보자.

‘급여와 비급여’, ‘본인부담과 임의비급여’알아보기

건강보험제도는 보험자(국가)가 피보험자인 가입자(환자)로부터 보험료를 받아 보험재정을 관리하며, 가입자가 요양기관에서 진료를 받을 경우 이에 대하여 보험급여(요양기관에 대한 진료비용 지급)를 실시하는 보험자-피보험자-요양기관의 삼각관계로 이루어진다. 이때 비용부담방식은 크게 보험급여, 비급여, 100% 본인부담, 임의비급여 등으로 나뉠 수 있다. 가입자인 환자가 진료를 받았을 때 진료기관의 종별(1차, 2차 등)과 진료형태(외래, 입원 등)에 따라 총 진료비의 일부를 본인이 부담하고 나머지 대부분은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는 것이 일반적인‘보험급여’의 형태이다. ‘ 비급여’는 보험급여가 되지 않는 제반 진료행위에 관한 사항으로, 본인이 전액을 부담하는 형태로 질병 또는 부상이 아닌 예컨대 성형 및 미용수술, 예방목적의 진료 등이 해당된다. 기본적으로는 보험급여의 대상이나 해외 출국 등 급여 정지자나 3개월 이상 보험료 체납자, 법정 요양급여일수 상한 일 이후의 진료 등 부적절한 자격과 경로로 진료를 받았을 때는 진료비용을 환자가‘100% 본인부담’하게 된다. ‘임의비급여’는 신기술이나 신약 같은 경우로, 아직 보험수가가 정해지지 않아 병원이 임의로 비급여하여 가격을 매길 수 있는 진료항목을 의미한다. 같은 진료행위나 치료재료라 할지라도 병원별로 가격을 다르게 책정할 수 있다.

이때 건강보험제도의 주체적 부처는 보건복지가족부다. 하지만 비용부담의 방식과 범위를 직접적으로 조정하는 부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으로 의원 및 병원에서 청구한 진료내역의 적절성을 따져 수가에 해당하는 금액의 지급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즉 의료제공자인 병의원의 입장에서는 제시한 비용이 해당 진료행위에 합당한 가격인지를 검열 후 지급받는 선진료-후지불의 형태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의료제공구조에서는 필연적으로 제공자와 사용자 뿐 아니라 심평원이 주체가 되는 갈등이 발생한다. 그 갈등의 대표적 사례가 바로‘임의비급여’와 관련한 갈등으로 모 병원에 입원했던 백혈병 환자들이 임의비급여로 부과된 입원비용이 지나치게 비싸다며 심평원에 확인심사를 요청하여 환급결정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심평원의 이러한 결정에 병원측은 시급을 다투는 환자를 위한 처치에 대한‘의학적 임의비급여’였다며 반발하고 환자측은 부당한‘불법적 임의비급여’라며 조속한 환급을 요구해왔다. 결국 심평원 측에서 병원에 지급할 금액에서 환급액을 제한 후 환자에게 돌려주는 식으로 개정되었으나 병원측과 환자측 모두 만족스럽지 못한 반응이다.

우리 의료체계의 단면, 임의비급여

의료제공자인 병의원측의 입장을 살펴보자. 이 사건과 관련한 병원측의 입장은 급성백혈병과 같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을 앓는 환자들에게 의료급여가 되지 않는다고 해서 의료진이 생각하는 환자에게 꼭 필요한 치료를 제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반면 환자측은 동일한 질환에 대한 치료비용이 병원간 차이가 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심평원은 환자측의 입장에 손을 들어주었으나 의료계의 반발과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혹자는 현 의료보험제도와 같은 ‘저비용 저급여’형태로 버틸 시기가 지났으며 ‘고급여를 위한 고비용’을 감내해야 하는 시점이 도래한지 오래라고 진단한다. 현재 우리사회의 의료제공 및 수요의 수준은 이미 고급 그 이상이다. 때문에 과거의 체계로 저비용을 유지하는 것은 의료제공자 혹은 사용자 둘 중 하나의 희생을 의미할 수밖에 없다. 환자의‘생명’을 위하여 경제적‘생존’을 위협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 구조적 허점을 의료제공자의 손실로 땜질해도 되는지에 대한 물음에 대한 심평원의 결정은 국민과 의료계의 갈등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최성욱 기자/울산
<casanovacsw@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