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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aker's corner

87호(2012.06.07)/오피니언 2012. 6. 11. 18:38 Posted by mednews

 

 

흔히 ‘악마의 자식’이라고 불리는 두 살 난 보스턴테리어 포비와 살다보니 이런저런 일들이 참 많이 생깁니다. 함께 산 지 2년 만에 집안 살림이 꽤 많이 망가졌습니다. 바깥에서 사람들 만나랴 학교 생활하랴 지친 몸을 이끌고 들어와도 그 녀석이 친 사고를 수습하느라 쉴 수도 없습니다. 게다가 틈만 나면 가출하기 일쑤여서 가슴이 철렁할 때도 많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그 녀석이 죽도록 밉고, 가끔은 증오심에 불타오르기도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호흡곤란으로 괴로워하더니 결국 응급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무슨 이유인지도 모르고 그저 괴로워하는 포비의 모습을 보니 지난 날, 내 일에 바빠 더 많이 챙겨주지 못한 것이 가슴 시리게 미안했습니다. 미우나 고우나 부대끼고 산 세월은 역시 무시할 수 없나봅니다. 입원해 있는 며칠 동안 그렇게 그리울 수 없었습니다.
항상 사람들은 옆에 있을 땐 그 소중함을 모르다가 없어지고 나면 그 사람 존재 자체로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지 깨닫습니다. 난 자리를 보고 있으면 그 사람과 함께 한 즐거운 시간들이 더욱 선명하게 떠오르곤 합니다. 중요한 건 우리는 이 사실을 평소엔 잊고 살다가 떠난 후에야 안다는 것입니다. 늘 생각하고 있다면 미워할 시간도, 슬픈 추억을 만드는 시간도 모두 아까울 텐데 말입니다. 이번 일 덕분에 포비는 때 아닌 호강을 하고 있습니다. 진수성찬에, 손수 해주는 전신 마사지에, 특별 간식까지 받아먹고 있습니다. 그래도 더 해주지 못하는 것이 아쉽기만 합니다. 잠시였지만 떠난 빈 자리가 다시 채워졌을 때의 그 감사함을 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조을아 /을지
<lovelyeac@e-mednew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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