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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놀라게 한 과학 사기극

- 신뢰의 상징 과학, 그 속에서 펼쳐지는 통 큰 사기극


(▲ 필트다운인 화석)


과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연구와 실험이 진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연구자가 자신의 연구나 실험에 책임감 있는 태도를 지니고 있지 않다면 오히려 과학 발전에 걸림돌만 될 뿐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100여 년 전, 1912년 영국에서는 대단한 위조 사건이 일어났다. ‘필트다운 인(Piltdown 人) 사건’이라 불리는 이 사건은 원시 인류의 화석을 발견했다는 한 사기꾼의 제보로부터 시작되었다.

발견 당시부터 조작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지만 이 화석은 1953년까지 ‘조상님’ 뼈로 보존되었다. 이 화석은 현생 인류의 머리뼈, 침팬지의 송곳니 그리고 오랑우탄의 아래턱뼈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위조 사실이 밝혀지자 학계는 큰 혼란에 빠졌다. 무려 40년 동안 가짜 뼈를 귀중한 자료로 모시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 이후로도 과학자의 부정행위들은 끊이질 않았다. 더 많은 돈과 명예를 얻고 싶어 했던 몇몇 과학자들은 한층 더 대담하게 사기를 쳤다. 다음은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과학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대표적인 사건들이다.





유럽과 미국에서 일어나던 과학자들의 부정행위는 아시아의 과학이 발전하면서 아시아에도 번져갔다.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 황우석 사건이 있었고 2006년 일본에서는 다이라 가쓰나리 사건이 있었다. 전 세계 과학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연구결과를 발표했지만 결론은 사기행각에 지나지 않았다.



가장 최근에는 일본에서 논문 날조 사건이 터졌다. 오보카타 하루코(왼쪽 사진)라는 무명의 젊은 여성 과학자가 동물의 몸에서 떼어 낸 세포를 약산성 용액에 잠깐 담그는 자극만으로 간단하게 만능세포를 만들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특히 ‘3대 과학저널’로 불리는 네이처에 실리면서 황우석 쇼크 이후 지속적인 하향 곡선을 그리던 줄기세포 연구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는 호평을 받았다. 또한 그녀가 속한 이화학연구소(RIKEN)가 일본 최고의 기초과학연구소이고 연구소 소장 노요리 료지가 2001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라는 점도 그녀의 행보에 전 세계가 주목하도록 해주었다. 일본 열도는 삽시간에 ‘오보카타 신드롬’에 휩싸였다.

그러나 영광과 열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논문이 기재된 지 2주가 채 안된 지난해 2월 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소속 연구사가 논문 조작의 가능성을 처음으로 제기했다. 이화학연구소에서는 연구조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조사를 시작했고 같은 해 4월 1일 2개 항목에 대해 연구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공식 발표를 했다. 조사위는 조사 결과 논문이 ‘창작’에 가깝다고 밝혔다. 논문에 포함된 그래프가 일일이 손으로 점을 찍어가며 만들어진 사실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2014년 7월 2일 네이처는 “논문이 조작됐다”며 논문을 철회했다. 오보카타 박사의 멘토이자 논문의 공동 교신저자인 사사이 요시키 이화학연구소 발생재생과학 연구센터 부소장이 논문 철회 한 달 후 자살을 하며 이 사건은 비극으로 끝났다. 2015년 1월 26일 이화학연구소의 최종 보고서가 공개되었다. 오보카타 박사가 박사학위를 위해 작성한 논문 역시 날조된 것으로 밝혀져 와세다대 역시 조만간 박사학위를 철회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이다.


윤명기 기자/한림

<zzagnyun@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