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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드는 요우커 물결에 방향 잃은 한국 성형관광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의료관광을 본격화해온 이래,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환자의 수는 연평균 36.9%씩 증가하고 있고 특히 미용·성형 관련 분야는 53.5%씩 꾸준하게 증가해왔다. 과거에는 한류 열풍에 힘입어 일본인 관광객이 주를 이뤘다면 요즘은 중국인 관광객(요우커)이 외국인 관광객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의료 분야, 특히 성형 분야에서 이들이 쓰는 돈은 적지 않다. 최근 한국인들의 성형에 대한 인식이 다소 나빠진 상황에서 현재 성형업계는 요우커 덕분에 버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브로커, 사무장 병원, 유령의사. 터질 것이 터졌다


2015년 1월 말,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던 중국인 관광객이 뇌사 상태에 빠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업계는 이를 두고 "터질 것이 터졌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성형업계의 삐걱거림을 만들었고 사고가 일어나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게 한 것일까?

현재 한국 성형관광의 가장 큰 문제점은 브로커가 활개를 치고 있다는 점이다. 브로커는 한국으로 들어오는 중국인 관광객들을 강남의 성형외과와 연결해주고 있다. 예전에도 브로커들이 존재하기는 했지만 지금처럼 힘이 있지는 않았다. 수수료가 10~20% 밖에 되지 않았고 성형업계들도 굳이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동종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수료는 날로 증가했다.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90%까지 수수료를 떼고 있다. "길 건너 병원은 수수료를 50% 준다는데 여기는 얼마나 줄거냐"는 식의 흥정을 하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병원은 살아남기 위해서 불법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브로커에게 수수료를 많이 떼주어야 하다보니 병원도 수술비를 부풀린다. 100만 원짜리 수술을 최대 1000만원까지 부풀린 후 900만원을 브로커에게 지급하는 일이 다반사다.

원정성형을 온 여성이 뇌사 상태에 빠진 사건이 중국 언론에도 보도되면서 중국인들 사이에서 '한국 성형외과는 위험하다'는 인식이 생겼다. 하지만 한국을 찾는 그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고 안전성을 기하기 위해서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로 인해 생긴 것이 사무장 병원이다. 사무장 병원이란 현행법상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없는 일반인이 의사를 고용해 병원을 운영하는 형태이다.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광고에도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브로커들과도 손을 맞잡고 있다. 환자 한 두명을 넘어 버스 한대에 타고 있는 환자를 통째로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맞물려 나타난 것이 유령의사이다. 버스 한대 분량의 환자가 병원에 몰려오면 수술을 진행할 의사가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스타 의사 한명이 상담은 진행하지만 수술실에 들어오는 것은 다른 의사이다. 문제는 유령의사들의 실력이다. 그들의 경력은 1~2년뿐이다. 떼로 몰려드는 중국인 관광객들은 그들에게 고객이기 보다는 차라리 실습 대상에 가깝다. 수면제를 맞은 환자가 어떤 의사가 수술을 진행하는지 알 길은 전혀 없다.


보건복지부, 대책 수립. 제대로 수행만 된다면…


2월 13일 보건복지부는 외국인 미용·성형 환자에 대한 불법 브로커 방지 및 의료 안전강화 대책을 수립하여 발표하였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자칫 하다가는 의료관광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한 대응이다.

보건복지부는 다음과 같이 크게 3가지 주요 추진방향을 설정하여 대책을 수립하였다.


▲ 불법 브로커 단속·관리 강화 및 건전 유치사업자 육성


○ 불법 브로커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단속(금년 상반기 중 1차 시범단속 실시) - 외국인환자 유치기관 등록 유무 집중 점검 (위반시 3년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 

○ 불법 브로커 신고포상금 제도의 도입, 의료기관의 불법 브로커와의 거래금지 추진 - 국제의료사업지원법(국회 상임위 계류 중)에 관련근거 마련 추진

○ 직업윤리 강화를 위해 해외환자 유치사업자를 대상으로 주기적(매 3년) 보수교육이 실시

○ 불법브로커 신고센터(보건산업진흥원)의 기능 강화


▲ 시장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한국의료 정보제공체계 구축


 ○ ‘한국 성형시술 진료비 안내서’ 배포 - 성형수술 유형별로 진료비 책정 범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여 소비자 선택권을 강화

 ○ 외국인환자 유치 의료기관 서비스 평가제가 도입 및 우수 의료기관 명단 공개 - 우수기관에 대한 정보를 ‘메디컬코리아 다국어 홈페이지’와 중국 등 외국 정부에 공유하고 이를 적극 홍보


▲ 외국인환자 권익보호 및 분쟁조정기능 강화 


○ 의료기관이 외국인환자에게 진료의사, 진료비, 부작용, 분쟁해결방법 등에 대한 사전 설명 및 의료인의 복장에 의료인에 관한 문구 또는 도구를 통한 정보 표시 의무화

○ 분쟁조정절차 자동개시에 동의한 의료기관에 각종 인센티브 제공 - 보완적으로 한-중 민관협의체를 가동하고 성형외과의사회를 통한 자율 조정 활성화 

○ ‘국제환자지원센터’ 설립 추진(‘16년) - 정보제공 및 영수증 사후 발급, 법률상담 등 종합적인 지원체계 마련

○ 일정규모 이상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의료사고 배상보험을 단계적으로 가입하도록 하는 방안 추진


의료의 본질적인 체질 개선이 뒤따라주어야…


의료관광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대안은 일부에 불과하다. 우선적으로 의료관광에서 성형외과에 의존하는 비율을 줄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요 대학병원들이 중증질환자 유치에 더 공들여야 한다. 우리나라 의료 기술이 중증질환 치료에 있어서 경쟁력이 없는 것이 아니기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이와 더불어 의사들의 의식 개선도 필요하다. 성형수술을 마치 공장에서 제품 찍어내듯이 할 게 아니라 성형 역시 의술이라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 것이다.


윤명기 기자/한림

<zzagnyun@e-med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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