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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92호(2013.04.23)/오피니언 2013. 5. 12. 23:06 Posted by mednews

공공의료기관의 적자는 당연한가

 

하루 평균 200여명의 외래 환자와 240여명의 직원들, 총 진료 수입 150억원 중 135억원에 달하는 인건비, 2012년 기준 누적 적자 279억원. 최근 폐원 조례안이 발의된 진주의료원의 경영실적이다. 경남도 홍준표 도지사는 더 이상의 혈세낭비는 없어야 한다며 의료원 폐지를 강력추진 중이다.
야권과 시민 단체의 반발은 거셌다. 폐원 결정에 반대하는 야권과 시민 단체는 저소득층 의료급여대상자를 주된 환자로 맞는 공공의료원의 특성상, 수익성 있는 비급여 비보험 진료 항목을 줄이다 보니 적자가 날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한다. 진주의료원 뿐 아니라 전국 공공의료원 34곳 가운데 27곳이 적자로 운영된다는 점도 폐지 반대의견의 근거가 되고 있다.
이 사건의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공기업 평가는 흑적자 실적과 같은 양적인 부문 뿐 아니라 사회에 기여한 질적인 부문도 반영한다. 공기업의 사업 분야는 대개 공공재적인 성격이 강하고 수익성이 적어, 민간 기업에 맡길 경우 독과점이나 경제재로써의 효율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시장경제제도에 의존하기 어려운 분야를 담당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그만큼 공공기관의 적자가 많다는 의미다. 때문에 해당 공기업 부문의 별도 평가기관이 존재하는데, 이 기관에서는 공기업의 적자폭이 사회적 이익으로 얼마나 환원되었는지를 평가 지수를 바탕으로 측정한다. 예를 들면 토목 사업의 경우는 주변 경관의 정리로 인한 관광기대효과와 등을 추산하여 경영 평가에 반영한다.    
즉 공기업의 적자는 실적자체보다도 적자로 인한 사회적 기여도를 통해 평가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공공의료기관은 다른 공기업에 비해 질적인 평가지표가 부족하다. 현재 공공의료원 평가 기준은 공공의료원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과 같은 무형의 사회적 기여도에 관한 기준 보다 진료실적을 주로 반영하고 있어 양적인 평가가 주를 이룬다. 
현재 저수가 제도 하에서 정상진료만으로는 적자가 날 수 밖에 없다는 것도 근본원인이다. 우리나라의 의료행위 수가는 원가의 70% 정도이다. 이 적자폭을 메우려면 환자 본인 부담금이 큰 비(非)보험 영역으로 보상하거나, 3분 진료, 과잉진료와 같은 기형적 의료를 해야 한다. 그러나 의료취약층을 대상으로 한 공공의료원이 이 같은 진료행태로 적자를 보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이야기다. 불합리한 수가 구조 속에서 공적인 영역까지 책임져야 하는 마당에 적자경영의 책임마저 물린다면, 진주의료원을 비롯한 27개 지방 공공의료원들은 설 자리가 없다.
진주의료원의 적자경영은 냉정히 평가되어야 한다. 공무원을 위시한 노조의 방만경영과 병원스스로 경영자구책을 마련함에 있어서 게으름은 가장 먼저 경계해야 할 사항이다. 아울러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공공의료기관의 경영 및 평가 구조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반드시 진행되어야 한다. 단지 ‘적자경영 혈세낭비 병원 폐지’와 ‘자본주의 논리로 평가받는 공공의료 사수’와 같은 찬반 양측의 정치적 이념적 구호에 천착하여 공공기관의 경영과 평가에 대한 근본적 논의가 뒷전이 되어선 안된다. 공공의료원의 사회적 기여도를 평가하는 지표를 제도화하고, 의료시스템의 개선을 바탕으로 공공의료원에 맞는 수가 체계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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