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rss 아이콘 이미지

편집자가 독자에게

92호(2013.04.23)/오피니언 2013. 5. 12. 23:05 Posted by mednews

편집장 셀프 스케치 & 의대생신문의 본질에 대한 단상

 

벌써 2013년의 두 번째 신문입니다. 처음 편집장을 맡았을 때 내 안으로 참 많은 것들이 들어왔습니다. pk실습과 함께하는 바쁜 일정과 그것을 성취함으로써 느끼는 기쁨과 보람, 그리고 삶의 한 부분에서 중심으로 활동하며 자신으로부터 얻어지는 독립적인 열정과 자신감. 제게는 모두 전에 없던 것들입니다.

이제 4개월 차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새로 느끼는 점이 많습니다. 매일 아침 누구도 원망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법도 조금씩 습득 중입니다. 또 하나 깨달은 점은 원망은 의존심과 두려움에서 나오고, 이러한 태도들은 중심을 못 잡는 나약함에서 비롯되어진다는 것입니다. 내가 의존심과 두려움을 가질 때엔 모든 것이 멀어 보였는데, 중심을 잡고 스스로 바로 서는 마음을 갖추면 어느새 내 곁에 많은 것들이 있음을 느낍니다.

그 마음을 지키기 위해 저는 ‘용맹정진’을 되뇝니다. 용맹정진은 불교 스님들이 화두하나를 깨칠 때까지 일주일이 넘는 기간 동안 자지도 눕지도 않고 정좌로 명상하는 수행입니다. 이 단어를 처음 접했을 때 살짝 충격을 받았습니다. 산 속에서 이렇게 정진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런 속세(!)에서 일 년에 여섯 번 신문 만드는 내가 두려울 게 뭐 있나, 맑은 정신을 똑바로 챙기고 임하면 내 안에서 중심이 떠날 일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굳이 신문사 일 뿐만 아니라, 학교실습이 버겁게 느껴질 때도 용맹정진을 속으로 곱씹곤 합니다.
요즘 많이 생각하는 또 하나의 주제는 ‘의대생신문사는 뭐하는 곳인가, 어떤 기사를 써야하는가’입니다. 우리는 조·중·동 같은 기성신문도, 뭇 대학교의 학보도 아닙니다. 잡지라고 보기도 어렵고, 하여간 특이합니다.

발간물의 형식적인 정의는 차치하고, 우리 신문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편집장의 의견은 이렇습니다. 올해 신문의 방향은 좌, 우, 보수, 진보 그 어느 쪽도 아닌, ‘모두’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중립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아울러 ‘좋은 게 좋은 거지’라고 생각지도 않습니다. 모든 일에는 가치중립을 떠나 정말 올바른 하나의 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십중반을 겨우 넘기는 학생이, 그 길이 무엇인지 판단내리기엔 아직 어리다고 봅니다. 적어도 그런 부문에선 의대생은 하얀 도화지입니다. 하루 종일 하는 의학마저도 다 알지 못하는데 우리 삶과 사회의 복잡·다양한 이슈에 대해 가장 옳고 가장 본질에 가까운 시선을 내놓고 자신 있게 표현할 수 있을까, 숙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은 어느 한쪽에서 목소리를 내기보다 최대한 많은 것을 안에다 농축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수많은 시선을 접하고 부딪치고 나름대로 소화하는, 한마디로 내공을 쌓는 과정이 무수히 쌓여 진짜 ‘가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준비하는 단계인거죠.

그런 의미에서 의대생신문은 생각의 씨앗을 제공합니다. 어떤 의견이든 간에 의대생에게 유익하고 중요한 정보라면 기사화할 의향이 있습니다. 설령 그것이 지금 다수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의견이라도 의료의 본질에 가까운, 중요한 이슈라면 무엇이든 말이죠.

글 하나로 세상이 바뀌는 사례는 드뭅니다. 글이 사람을 변화시키고 그 사람이 세상을 바꾸는 것인 만큼, 글은 간접적이고 장기적인 기폭제 역할을 맡고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일 것입니다. 글의 힘을 무시한다든가 한계를 지적한다기보다 글의 역할과 본질을 정확히 알고 글에 임하자는 것이죠. 적어도 의대생신문 안에서는 그렇습니다. 올해는 신문을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 모두 겸손한 농축의 경험을 쌓길 바라는 편집장의 작은 바람에 응해주시길 기대하며 글을 마칩니다.

 

 김정화 편집장 <editor@e-mednews.com>

'92호(2013.04.23) > 오피니언' 카테고리의 다른 글

QT LAXXO 병원식당 잡탕밥  (0) 2013.05.12
사설  (0) 2013.05.12
Speaker's corner  (0) 2013.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