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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호, 축제 시즌이다. 대부분의 의과대학이 본교 축제를 피해 2학기가 시작되는 9월에 축제를 한다. 하지만 내일 축제가 열려도 다음 주 시험 준비 때문에 마음 편히 놀 수만은 없는 의대생의 서러운 사정 때문에, 타 학교와 교류가 드문 의대의 폐쇄적인 문화 때문에, 타교는 고사하고 우리학교 축제도 어떤 행사가 열리는지 모르는 학생들이 많다. 하지만 마른 땅에 더 예쁜 꽃이 피듯 학생들의 관심이 적을수록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을 재미있는 행사들이 생겨나고 있는데, 몇 학교의 이색축제들을 소개한다.

 

전북대 ‘고기파티’

 

전북대학교는 축제 본 행사가 있기 전날 ‘전야제’로 야외 고기파티를 한다. 전북대학교의 캠퍼스 넓이는 전국 3위. 넓은 캠퍼스 부지를 이용해 야외에서 전교생, 교수님이 한자리에 모여 단체로 고기를 굽는다. 황량한 캠퍼스 앞 환경 때문에 평소 고기 구경을 하기 쉽지 않은 학생들에게 시가의 20%도 안 되는 가격으로 무한 제공되는 이 행사는 먹는 즐거움과 야외 파티의 설렘을 동시에 느끼게 해준다. 작년에는 학생회에서 대패삼겹살 200근을 구매해 한 근에 천 원씩 판매했다. 전북대학교는 90%의 학생이 하나 이상의 동아리에 가입돼 있을 정도로 학교생활이 동아리 위주로 돌아가기 때문에, 학교 측이 이런 끈끈한 문화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행사를 시작했다. 모처럼 야외에서 맛있는 고기를 먹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교수님과 개원의 선배도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는 자리다. 하지만 야외에서 진행되는 행사다보니 행사 뒤처리와 소음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 문제는 쓰레기차 한 대를 직접 캠퍼스로 들여와 행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게 하고, 타 단과대에 미리 협조문을 보내는 것으로 해결한다. 올해 전북대 축제 ‘오라, 메디(meD)’는 9월 10~13일이며, 고기파티는 12일 저녁 7시부터 시작한다.

 

이화여대 ‘나눔 바자회’

 

이화여자대학교 축제는 살림살이를 장만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 세일 마지막 날 백화점 판매대를 방불케 하는 대대적인 바자회가 열리는데, ‘바자회’라고 해서 폐수거함으로 직행해야 할 것 같은 유행 지난 옷이나 해묵은 탁상용 장식품을 상상한다면 오산이다. 의대생에게 필수품인 독서대와 형광펜 세트에서부터 몇 십 만원을 호가하는 토끼털코트까지 100여점은 족히 넘는 물건들이 쏟아져 나온다. 매해 진행방식이 조금씩 바뀌는데, 지난해에는 ‘경매방식’을 도입했다. 강당에 판매할 물건을 쫙 펼쳐놓고 학생들에게 원하는 물건을 ‘찜’하게 한 뒤 강당 출입문 앞에서 1인당 5장의 종이를 나눠주면서 원하는 구매가격을 비밀리에 적어내게 한다. 공연 등 메인무대가 진행되는 동안 학생회에서 물건별로 최고가를 적어낸 학생을 골라 공연이 끝날 때 쯤 명단을 공개한다. 너무 비쌀 것 같아 ‘에라,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헐값을 적어냈는데 아무도 살 엄두를 내지 않아 평소에 갖고 싶었던 물건을 반값도 안 되는 가격에 ‘득템’할 수 있고, 반대로 인기가 좋은 물건은 괜한 경쟁이 붙어 정가보다 비싼 가격에 구매하는 ‘불운’이 따르기도 하는데, 어쨌든 이 바자회는 예비주부인 이대생들에게 살림살이 장만의 기회와 경매의 재미까지 쏠쏠한 축제의 메인행사다. 학생회에서 ‘나눔’을 취지로 창안해 낸 행사로, 수익금은 모(母)병원 사회사업부에서 추천한 환자들에게 기부한다. 눈치싸움에 밀려 아무것도 구매하지 못한 학생들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들을 위해 행사가 끝날 즈음 주인을 찾지 못한 물건들로 ‘떨이’시장이 한 번 더 열린다. 올해 이대 축제 ‘행림제’는 9~10월 경 열릴 예정이며, 바자회는 저녁 6시에 시작한다.

 

전남대 ‘굴비조모임’

 

전남대학교는 이색적으로 지도교수모임을 축제 때 한다. 예과생부터 졸업한 선배들까지 줄줄이 엮는다는 의미에서 ‘굴비’라는 이름이 붙었다. 전남대는 축제 때 출장뷔페와 맥주차를 불러 음식과 술을 무한 제공한다. 인당 2만원 상당의 고급음식은 축제에 격식을 더하며, 버튼만 누르면 쏟아져 나오는 맥주는 분위기를 띄운다. 교수님을 포함해 5~7명 정도로 구성된 한 굴비조가 중앙정원에 마련된 테이블에 모여앉아 저녁식사를 하고 무대공연을 관람한다. 딱딱하고 형식적이기 쉬운 지도교수모임이 축제 때 이뤄지다보니 평소 하기 힘든 얘기를 쉽게 꺼낼 수 있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교수님, 선배와 가까워질 수 있다. 하지만 흥이 한껏 오른 교수님이 “너도 나가서 노래한 곡 부르고 와라.”고 주문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자의(自意)와 무관하게 무대에 올라야 하는 경우가 생기고, 갓 임용된 교수님들의 굴비조모임은 원로교수님들을 피해 교외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본의 아니게 공연을 못 볼 수도 있다는 것이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전남대 축제 ‘명학제’는 9월 7일이다.

 

홍유미 기자/전북
<hym@e-med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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