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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축제는 왜 재미없을까

 

“진짜 오늘도 안 나오면 모두 집에 못갑니다.” 축제를 2주 정도 앞둔 어느 날 공지시간, 모 학교 1학년 총대(총학생대표)의 단호한 한마디다.

 

물론 학교마다 사정이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학교가 명색이 축제 간판을 걸려면 공연동아리를 제외하고 자발적인 참가자가 3~4팀 정도는 필요하다. 하지만 매주 시험에 치여 살고 시험 때마다 유급 걱정을 안 할 수 없는 의대생들에게 축제를 위해 개인시간을 할애해 공연연습을 한다는 것은 억만금의 상금을 줘도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래서 많은 학교들이 축제 무대를 지각 등 벌점자에게 페널티의 기회로 쓰고 막내인 1학년에게 어떻게든 무대를 채우도록 시킨다.

 

이런 사정 때문에 가무(歌舞)와는 전혀 무관한 사람들이 모여 오합지졸로 무대를 꾸미는 경우가 많고 타의(他意)로 무대를 서게 되므로 동기부여도 안 돼 공연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외에도 의대축제는 타 단과대보다 본교의 지원금이 적고 격식을 따지는 의대사회의 고루한 분위기 때문에 연예인 등을 쉽게 부르지 못해 공연무대를 다채롭게 구성하기 어려운 태생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

 

이는 곧 참여율 저하로 이어지는데, 실제로 학생회나 축제준비위원회 등에 소속된 학생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의대생에게 축제는 ‘학생들의 축제’가 아닌 ‘축제를 위한 축제’로, ‘가고 싶은’ 축제가 아닌 ‘가야 하는’ 축제로 여겨진다. 특히 지방대의 경우는 수업과 시험이 없는 이 기간을 서울에 있는 집에 가는 기회로 이용하는 학생들이 많아 참여율이 더욱 저조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축제 때 출석을 불러 장학제도에 반영하기도 하고, 장기자랑 상금을 올리며, 컨텐츠를 다양화하는 등 학교마다 나름대로 다양한 자구책을 내고 있다. 일례로 전북대학교는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올해부터 축제일을 주말인 금요일을 피해 목요일로 옮기고, 어떤 프로그램이든 참가만 하면 꼴등을 해도 상품을 받을 수 있게 구성했다. 또 전남대학교는 3~4년 전부터 학생들이 운영하는 장터 대신 고급 출장뷔페를 부르고, 장기자랑 우승 상금을 이례적으로 20만원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전남대 학생회 홍보부장 박정원 씨는 “저희 학생회는 쓰레기 줍기 등 다소 흥미가 떨어지는 프로그램을 학교 측에 불만을 토로할 수 있는 간담회 시간으로 대체하는 등 학생들이 축제를 의미 없는 시간으로 느끼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전북대 학생회 사무국장 강규성 씨는 “사실 프로그램도 재밌어야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참여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입니다. 공연이 됐건 체육대회가 됐건 학교행사에 한번이라도 적극적으로 참여해보면 생각보다 재밌기 때문에 다음에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참여합니다. 한번만 열린 마음으로 축제를 즐겨보세요.”라고 말했다.

 

홍유미 기자/전북
<hym@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