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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로 대학병원 가면 돈 더 낸다

의료기관별 역할분담추진
의원-외래/병원-입원/대형병원-중증환자
연말까지 필요한 제도 도입

앞으로는 감기 같은 가벼운 질환으로 대형병원을 이용하게 될 경우 환자의 본인부담금이 늘어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내용이 담긴 의료기관 기능재정립 기본계획을 지난 17일 발표했다.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그동안 정부가 의료관리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했음을 성찰”한다고 하며 “이 계획은 의원, 병원, 대형병원 각각의 표준업무를 정해서 비효율적인 의료체계를 바로잡고 적절한 비용으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함”이라며 추진배경을 밝혔다. 이는 의료기관 간 기능 중복에 따른 의료 수급 비효율, 병상 및 고가 의료장비 과잉 중복투자에 따른 낭비와 의료기관 경영난 심화, 환자와 자원의 대형병원 쏠림 같은 한국 보건의료 시스템의 만성적인 폐해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는 감기에 걸려도 대학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이 계획이 시행되면 감기 같은 경증환자는 동네의원을 이용할 시 본인부담금이 경감되는 반면, 대형병원을 이용하게 되면 환자의 부담이 늘어나게 되어 환자를 동네의원으로 유인하는 효과가 있다. 한편, 외래수가를 조정해 중환자실과 응급실 등 중증질환이나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대형병원을 찾는 환자는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큰 부담없이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세부적인 내용으로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경증외래환자와 만성 및 노인성 질환의 관리를 통해 1차 의료의 역할을 강화해 나가는데 중점을 뒀다. 병원급 의료기관은 전문병원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와 의료취약지에서의 지역거점화를 통해 지역중심 병원으로 육성하며 대형병원은 중증질환자 진료강화 및 교육과 연구기능을 대폭 강화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병원으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
진수희 장관은 “이러한 계획들은 강제와 규제가 아닌 자율과 선택을 보장하면서 추진할 것”이라며 “필요한 제도 마련과 인센티브 부여를 통해 환자와 공급자의 의료행태에 변화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올 상반기 중에 의료기관별 의료서비스 제공과 의료이용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하반기에는 만성질환에 대한 관리체계와 전문병원제 및 연구중심병원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의료기관의 종별기능에 적합한 진료가 이루어지도록 환자의 진료비부담과 수가체계를 단계적으로 조정해 나가기로 했다.
진수희 장관은 “이를 시행하기 위한 세부시행계획이 절반정도 마련됐으며 각계각층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합의를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진수희 장관은 마지막으로 “이 계획은 의료체계를 바로 세우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면서 “의료기관 간에 역할을 분담하는 상생체계를 구축해서 국민건강증진과 의료기술 발전, 의료비 경감 및 건강보험재정을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공동의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계획이 환자들이나 병원 종사자들로부터 얼마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이 계획이 성공하려면 환자들이 1차 의료기관에 대한 신뢰감을 바탕으로 1차 의료기관을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고, 상급병원이 기존처럼 경증 외래환자를 보면 볼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를 만드는 게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번 정부 발표만 봐서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한 대응책이 뚜렷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대학병원협회도 이에 대한 성명서에서 “의료기관 종별로 표준업무를 설정한 것은 바람직한 기능재정립의 단초를 제시한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진찰료 조정과 약제비 본인부담 인상을 통하여 기능재정립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책은 많은 부작용이 우려되므로 마땅히 재고되어야 한다”고 했다. 또 “입원환자에 대한 의료서비스 문제와 지역중소병원의 기능과 역할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대책도 논의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염승돈 기자/인하
<youmsd@e-mednews.com>

'80호(2011.04.11) > 커버스토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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