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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의 의사들

77호(2010.10.11)/문화생활 2010.10.10 21:34 Posted by mednews

세계 재난지역에 파견된 의사들, 그 주역에는 쿠바의 의사들이 있다.
국민 1인당 의사비율 최고, 1세미만 영아사망 1000명당 4.8명(미국 6.7명), 국민평균수명 살78.7살(미국 78.4살). 미국을 뛰어넘는 이 기록들의 주인은 쿠바이다.
쿠바는 체게바라와 카스트로가 주도한 혁명으로 1959년 1월 1일 사회주의 국가가 된 나라이다. 혁명당시 쿠바의 의사 6000명 중에 절반은 미국으로 망명한다. 그 때 쿠바에는 의과대학 1개가 있었고 교수는 단 16명이었다. 이런 부정적 상황을 극복하고 선진 의료국가가 되는 과정에서 쿠바의 의료는 1차 의료를 중심으로 하는 이상적인 시스템을 만들어낸다.

쿠바의 의료는 3단계로 구성된다. 1차 가정의, 2차 지역진료소, 3차 종합병원이 그것이다. 가정의는 약 150가구, 600명을 배정받아 책임지고 돌본다. 오전에는 병원으로 오는 환자를 진료하고 오후에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위해 가정방문을 한다. 가정의 제도는 질병치료중심의 의료에서 질병예방중심의 의료로 중심이 옮겨간 방법이다. 가정의는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환경적, 정서적 문제도 파악하고 있으며 질병의 약 80%를 치료한다. 가정의가 감당하지 못하는 나머지 20%는 2차 지역진료소가 감당하며 여기서 감당할 수 없는 질병은 3차 종합병원이 담당한다.

쿠바의 빈틈없는 의료시스템을 누리기 위해 국민들은 한 푼의 돈도 내지 않는다. “모든 국민은 무상의료를 받을 권리가 있으며 국가는 국민들에게 의료를 무료로 제공할 의무가 있다” 쿠바헌법 제 50조에 명시된 이 권리는 쿠바 국민의 99%가 골고루 의료해택을 누리게 한다. 특히 쿠바가 영아들에게 무상 제공하는 의료는 인상적이다. 쿠바의 건강한 어린이들은 태어나서부터 열네 살까지 총 162회의 의사의 방문 진료 서비스와 무료 예방접종을 받는다. 임산부는 지역산전센터에서 규정상 최소 12회 이상 의료서비스를 받는다. 가난하거나 위험요소가 있는 임산부들은 산전센터에 머물며 영양관리를 받는다. 이 제도는 낮은 영아사망률을 이끌었다.

쿠바가 뛰어난 의료수준을 가진 이유는 제도 때문만은 아니다. 쿠바 의사들의 봉사정신은 높은 의료수준의 또 하나의 기둥이다. 1963년 이후 세계 101개 나라에 10만이 넘는 의사들이 무료 의료봉사에 참여했다. 쿠바의 의사들은 그들의 손길이 필요한 어는 곳이든 나타난다. 2005년 8월 파키스탄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그 어떤 구호단체도 지진의 위험을 감수하고 히말라야 산맥에 가지 않았다. 하지만 쿠바의 의사들은 그곳에 병원을 세우고 수많은 사람을 살렸다. 베네수엘라 빈민촌에도 그들은 있다. 베네수엘라 빈민지역 무상의료운동 ‘바리오 아덴트로’에 참여하는 의사는 대부분 쿠바 의사들이다. 돈이 없어 백내장 수술을 할 수 없는 다른 나라의 사람들에게 다시 세상을 보여주는 일도 한다. ‘기적의 작전’으로 불리는 이 유명한 프로젝트는 수만의 빈민들에게 시력을 돌려주었다. 또한 다른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을 불러 무료로 의료교육을 시킨다. 의료 봉사대를 파견하는 것은 그 나라의 자체적인 의료를 해결할 수 없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쿠바 의사들의 봉사정신은 이런 실적들로 다 표현해 낼 수 없다. “아이의 순수한 미소, 부모의 감사하는 마음은 돈으로 살 수 없다.” 한 쿠바의 의사의 말에서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있을 뿐이다.

쿠바의 의료수준은 높고 의료 관광국으로의 명성은 두텁다. 이런 높은 의료수준은 근본적으로 쿠바가 사회주의 국가이고 국방비의 55%를 삭감해 교육, 의료에 투자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한국의 의료는 무상의료가 힘든 시스템이고 의사들이 무료봉사를 활발히 하지 않는 것도 사실 사회시스템상의 열약함에서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쿠바의 의사들은 돈, 편안한 삶, 다른 어떤 것보다 사람을 살리는 일을 선택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것은 많은 의사에게 혹은 의사를 꿈꾸는 이들에게 바람직한 의사의 모습을 생각할 기회를 준다.

이현도 기자/연세
<loverboy@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