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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의대생 스스로가 생각하는 88만원 세대와 우리

 ‘88만원 세대’라는 이름을 우리 20대에 붙인 장본인인 우석훈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의대생은 ‘88만원 세대’담론에 속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전체 20대 중 5% 정도는 특수한 케이스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의대생들 스스로는 어떻게 생각할까? 우석훈씨와의 인터뷰가 있기 며칠 전 예과 1학년부터 본과 3학년까지 본지 기자 6명이 모였다. 경제학은 잘 모르지만 의대생활에서 피부로 느끼는 내용을 토대로 스스로 ‘88만원 세대’의 정의를 내려보고, 의대생은 과연 88만원 세대인지 고민해보았다. 그 속으로 함께 떠나보자.
 
88만원 세대, 어떻게 정의할까

티라노 : 책 ‘88만원 세대’에서 말하는 88만원 세대는 무엇일까?
히컵 : 인건비로 88만원을 받는 사람들이 일단 우선적으로 포함 되지. 이 책은 세대 간의 경쟁이나 세대내 경쟁을 중점적으로 말하고 있는데 결국 무한경쟁, 승자독식 세대를 지칭하는 말이지.
시대유감 : 그런 의미에 따르면 우리도 포함되는 것으로 봐도 되겠다. 다른 나라에는 이런 세대가 없었을까?
킥애스 : 88만원 세대와 비슷한 세대는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어. 유럽, 미국, 일본 등의 선진국은 이런 세대가 발생하더라도 사회적 제도를 마련해 대비했으니까.
티라노 : 한국이 지금의 88만원 세대를 낳은 것은 ‘선진국들에 비해 경제성장은 빠른데 반해 민주주의 성장은 느렸기 때문’으로 연결되는 것 같아.
킥애스 : 맞아. 기득권에 근접하고 있는 386세대는 혁명세대라 단결력이 좋고 경제가 급성장할 때의 세대라 자연히 가진 것도 많지. 하지만 다음세대를 대비할 장치를 마련하지 않아 결국 아래세대를 착취하는 결과를 낳았어.
모태솔로 : 세대 간의 착취가 있었기에 세대내 경쟁이 심화됐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아.
히컵 : 세대 간 착취를 생각하면 20대는 모두 88만원 세대에 해당되겠네. 의대생도 물론 포함되고 말이야.
티라노 : 우리가 생각하기에 ‘현재 20대는 어떤가’를 생각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주전부리 : 지금 20대는 악순환의 고리에 있어. 경제적으로 상황이 나빠지니까 취업준비로 양서를 읽을 시간은 없어지고 지적 능력은 떨어지는 것 같아. 그러니까 매스미디어나 기업이 상업적인 마케팅으로 20대의 돈을 착취하기 쉬워지고 세대 간의 착취도 심해지는 것이지.
히컵 : 맞는 말이야 요즘 교육은 책을 읽고 생각하는 교육이 아니라 취업위주 교육이니까. 우리학교만 하더라도 대학이라기보다는 국시학원 같다니까.
티라노 : 악순환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14살 어린 내 동생만 봐도 악순환을 확실히 느낄 수 있어. 나 초등학교 다닐 때는 놀았던 것 같은데 동생은 수학학원 다니고 숙제 때문에 끙끙거리고 있거든.
킥애스 : 영어, 수학은 사람이 인문학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키워주진 않는데 이런 과목들만 중요하게 여겨지니까 시야가 매우 협소해지는 것 같아. 매스미디어는 옛날에 비해 과학적으로 사람들을 유혹하는데 그것만 보다보면 TV가 원하는 인간이 되어 있을걸?
시대유감 :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사회의 자본주의 체제가 정립된 상황에서 성장한 우리 세대는 ‘우리 세대만의 가치를 못 가진 세대’인 것 같아. 위에서 물려준 사고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인 것이지. 예전 세대와는 다르게 위로 올라가는 문은 좁은데 이 문으로 가는 것만이 유일한 가치로 여겨지는 것이 문제야.
히컵 : 우리가 다른 시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시대유감 : 그렇지, 김예슬 같은 사람은 많이 없고, 꿈이 죽었기 때문에 고시준비나 하고.
히컵 : 꿈이 죽었다기 보단 다른 것을 시도했을 때의 리스크가 크니까 두려워서 못 하겠어.
킥애스 : 망할까봐 두렵다 자체가 전세대의 가치관이 아닐까? 결과 중심의 가치관 말이야. 과정이 중요한 것인데.

의대생은 88만원세대인가

티라노 : 그럼 의대생들은 지금까지 말한 88만원 세대에 속할까? 혹시 자각하는 사람 있어?
모태솔로 : ‘88만원 세대’ 시리즈의 3번째 책 ‘조직의 재발견’에 따르면 상위 5%의 전문직은 88만원 세대에서 분리되어 있어. 거기에 따르면 우린 88만원 세대는 아니야.
주전부리 : 나중에 의사 면허 따면 먹고는 사니까 좁은 의미의 88만원 세대는 아니라고 생각해.
히컵 : 무한 경쟁이라는 입장에서 볼 때는 맞는 말 같아. 의대생의 자살율이 높고 의대생이 술, 담배 많이 하는 것에는 그런 이유도 있으니까.
주전부리 : 학교에서는 다들 경쟁을 체감 해?
티라노 : 피부로 느끼진 못해.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 하면서 생각해 보면 못 느끼는 것 뿐이지 경쟁이 심한 것은 다 마찬가지라고 생각 돼. 경쟁이 심하구나 하는 것에 대해 생각이 없었던 거지. 요즘엔 의사도 영어가 필수라는 말이 있지? 거기서도 과도해진 경쟁을 느낄 수 있어.
티라노 : ○○의대의 경우에는 서로 족보도 안보여 준다고 그러더라. 4명중 1명꼴로 유급을 잡는데.
시대유감 : 난 우리가 확실한 88만원 세대라고 생각해. 의대 내에서 88만원 세대와 같은 경쟁이 축소판으로 일어나고 있고 사회로 나가면 경쟁에 참여하지. 우리는 단지 경쟁이 유예된 집단일 뿐이야. 또 세대 간의 착취라는 관점으로 봐도 그렇고.
주전부리 : 교수님들이 수업하시다가 너네가 의사 될 때는 면허번호가 10만 넘어가니 열심히 하라는 이야기를 하시는 걸 보면 세대 간의 경쟁이 의사에게도 남 일은 아니야.
모태솔로 : 88만원을 벌지 않는다는 것만 빼면 우리는 88만원 세대의 특징을 가졌다고 봐야 할 것 같아.

경쟁이란?

히컵 : 그런데 요즘의 무한 경쟁은 조금 무의미한 것처럼 보이지 않아?
모태솔로 : 신자유주의 흐름에 휘말린 것이 무한 자유경쟁의 배경이 된 것 같아.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는 사람이 기득권을 잡고 있기도 하고 의대생도 이런 큰 관점에서 보면 자유롭지 못하지.
킥애스 : 하지만 기득권도 다를게 없다고 생각해. 거기에도 경쟁이 있고, 위에 있는 사람은 그 위치를 고수하는 것에도 힘이 드니까.
티라노 : 경주마로 비유해보면 12년 동안 앞에서 달렸다는 이유로 지금 의대생은 조금 경쟁을 유예 받고 있는 것 같아. 트랙은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지만 말이야.
주전부리 : 경쟁하는 그 트랙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은데.
티라노 : 그 트랙에 뛰어드는 것은 먹고 살 길이 그것 외에는 없어서 아닐까? 제도적 측면에서 먹고는 살도록 보장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까.
모태솔로 : 먹고 사는 것이 문제라기보다는 ‘타인이 나를 낙오자로 생각하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제인 것 같아. 솔직히 농사만 지어도 굶어죽진 않지.
주전부리 : 맞아, 남을 의식하는 건 한국이 특히 심해. 우리나라의 문화 중에 혼자 밥 먹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지? 그것도 그런 이유인 것 같아. 일본만 하더라도 그러지 않는다던데.
티라노 : 다들 자기 꿈대로 자아실현하며 살았어야 하는데 경쟁이 인생의 목표인 것처럼 살고 있어.
주전부리 : 경쟁도 경쟁이지만 욕망이 획일화 되는 것이 확실히 문제인 것 같아.
시대유감 : 교육이 문제인 것 같아. 획일적인 사고만 하게하고 창의성을 마비시키는.
모태솔로 : 교육, 학벌이 문제인데 사회 전반적으로 관련되어 있으니까 따로 떼서 생각할 수는 없지.
히컵 : 왜 바꾸려는 노력을 활발히 하지 않는 것일까?
시대유감 : 바꿀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기득권이기 때문이 아닐까. 나만해도 우리학교가 원래 평준화 고등학교가 아니었는데 평준화 고등학교가 되었을 때 괜히 싫었거든.
킥애스 : 가진 사람이 바꿔야 되는 것인데. 기득권 중 몇이 그 생각을 하더라도 기득권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렇게 되지 않으면 바꿀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
모태솔로 : 진입장벽을 쌓길 원해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후에 그 사다리를 차는 거지. 사다리 차기가 없는 나라는 없겠지만 우리나라는 너무 심해. 잘못된 걸 알아도 그 시스템을 거부하기 보다는 내가 저안에 들어가리라 하는 분위기지.

‘88만원 세대’의 의대생, 그 미래...

티라노 : 우리가 이 상황을 조금이라도 변화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모태솔로 : 20대가 조직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 제도상의 변화가 필요한데 그러려면 정치적인 힘이 필요해. 서울에 대학생이 몇인데! 5만 명만 모여도 엄청나지.
티라노 : 하지만 다들 너무 스펙 쌓기에 열중하다보니 서로 경쟁자가 되고 통합이 힘들어. 그리고 20대를 위한 정치인도 없고. 오히려 10대나 그들의 부모님을 겨냥한 정치인이 많지.
모태솔로 : 그것 역시 악순환이야. 20대는 정치 상황이 아니다 싶으니까 투표를 안하고 그로 인해 더 정치적으로 소수자 계층이 되는 것이지. 투표만 잘하면 되는데.
티라노 : 학생회의 문제도 있어. 한총련도 요즘엔 이슈가 되지 못하고. 요즘은 대학생 목소리를 대변하던 단체가 없어진 것 같아.
주전부리 : 타자의 시선이 운동권을 나쁘게 느끼는 것이 있어서 이런 현상이 일어난 것 같아.
히컵 : 대학 4년이 그냥 지나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많아서 뭉치는 것이 힘든 것은 아닐까?
킥애스 : 몇 명의 진짜 혁명에 목마른 사람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여러 이유가 있는 것 같아.
티라노 : 그렇다면 의대생인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모태솔로 : 공부할 때 족보에만 목매달지 말기! 그냥 나중에 의사가 되서 필요한 정보를 배우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편한 마음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봐.
시대유감 : 혼자만 편하게 마음을 가질 것이 아니라 주변의 사람들과 그것을 공유하도록 많은 노력을 해야 돼.
모태솔로 : 맞아, 자기 주변에서부터 바꿔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
시대유감 :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으로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학교에서 토론동아리를 만드는 것은 어때?
티라노 : 좋은 생각인 것 같아. 술만 먹는 문화도 바꾸고 말이야.
시대유감 : 지금 문화는 너무 소비적인 것 같아. 놀이문화를 바꿔야해.
히컵 : 맞는 말이야. 내 자식도 미래에 이런 문제를 가지게 된다고 생각하면 끔직하다. 우리가 나서서 바꿔야지. 우리 뒷세대도 결국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자식들의 이야기니까.

■ 참가자_ 이현도 수습기자/연세, 노해준 기자/가톨릭, 최성욱 기자/울산, 정세용 기자/연세, 이예나 기자/순천향, 김민재 기자/순천향
■ 정리_ 이현도 수습기자/연세 <loverboy@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