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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가 독자에게

73호(2010.03.02.)/오피니언 2010. 5. 5. 12:34 Posted by mednews

시…작…

 새 학기의 첫 날입니다. 다들 오늘 하루,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그 이름도 어색한 일공학번들에겐 대학생활의 첫 날, 혹은 의학도로서의 첫 걸음을 뗀 날일 테고, 새내기들을 보며 흐뭇한 웃음을 짓는 선배들에게는 새 학년의 첫 시작인 날이며, 의대 특유의 독특한 학제 덕분에 이도 저도 아닌 저 같은 분(저는 심지어 시험기간의 한 가운데에 있습니다)에게도 오늘은 봄의 시작, 한 주의 시작인 날입니다. 여러 가지 의미로 첫 시작인 오늘, 기분 좋게 잘 보내시길 바랄게요. 뭐든지 시작이 반이니까요.

 2010년의 첫 날도 저에겐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쑥스럽게도 기사까지 나갔지만 저는 올 해의 시작을 용산참사가 일어났던 남일당 건물 앞에서 맞았습니다. 영하 14도의 추운 날씨, 불과 30분 서있었을 뿐이지만, 제 속에서는 많은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저는 사실 ‘용산’과 참 가까이에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20분 거리, 한 학기 동안 수도 없이 용산역을 들락날락 거렸죠. 그 뿐이겠습니까. 제가 수업을 듣는 이 강의동 바로 옆 건물이 유가족들이 근 1년을 보낸 장례식장 건물입니다. 어느 날 장례식장에 숨어계시던 수배자 분들이 명동성당으로 피신했을 때, 제가 느낀 감정이라고는 고작 병원을 둘러싸고 있던 경찰버스들이 사라져서 후련하다는 것뿐이었습니다.
 1년 만에 찾은 현장에서,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계신 분들을 보니 그 분들이 그 곳에서 보냈을 추운 겨울과 무더운 여름, 쏟아냈을 울분과 한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부끄러웠습니다. 저는 그렇게 부끄러움을 안고 올 한해를 시작했습니다.

 예민하신 분들은 벌써 눈치 채셨겠지만, 우리 신문도 새로운 시도를 많이 시작하였습니다. 일단 1면부터 바뀌었습니다. 제호의 위치를 올리고 지면안내의 위치를 바꾸었습니다. 신문 글씨 크기도 조금 키우고, 기존에 6단으로 편집하던 것을 7단으로 바꾸었습니다. 모두 독자여러분들이 좀 더 쉽고 편안하게 신문을 읽으시기를 바라는 노력입니다.
 내용 면에서도 사설을 새로이 도입하고, 여러 가지 새 연재와 코너들도 마련했습니다. 특히 독자여러분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공간도 처음으로 시도 해 보았습니다. 앞으로의 신문에서도 더 알찬 신문을 만들기 위한 새로운 시도들을 과감히 해 볼 예정입니다.
 오늘이 저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편집장으로서 독자여러분들을 만나는 첫 날이기 때문입니다. 지면으로나마 전국의 모든 의대생들을 만나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설레고 한편으로 책임감이 무겁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새해 첫 날 느꼈던 부끄러움을 씻기 위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필력이 특출나지도 않은 제가 이 자리를 택한 것은 세상을 더 넓게 더 많이 보고 느끼기 위한 것이었으니까요. 그 노력들을 여러분과 함께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편집장 김민재
<editor@e-med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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