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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부터 블록까지, 의과대학 학제 알아보기


요즘 의대에는 ‘본0’이라는 학년이 새로 생겼다고 한다. ‘예과 2년+본과 4년’이라는 전통적 학제에서 점차 벗어나서, 지방 대학들을 중심으로 기존 예과 2학년의 수업을 전부 본과에서 배우는 기초 과목으로 변경하는 현상이 늘고 있다. 그리하여 명목상 의예과의 2학년이지만 생활은 본과나 다름없는 이 학생들을 ‘본0’이라 부르는 것이다.

우리가 알던 예과 2년을 놀고, 본과 1학년 기초 공부, 본과 2학년 임상 공부, 본과 3,4학년 임상실습이라는 공식은 이제 훨씬 희미해졌다. 전국의 의과대학들은 학습의 효율성, 실습 일정, 국가고시 준비 등 여러 가지 요인을 놓고 저울질을 한다. 결국은 학생들을 더 좋은 의사로 교육하기 위해 나름의 학제를 고민하고 있다. 우리가 의대에서 접할 수 있는 학제들인 학기제, 쿼터제, 블록제에 대해 알아보자.


학기제


예과생들이라면 아직 학기제에만 익숙해있을 것이다. 의예과뿐만 아니라 초·중·고등학교, 우리나라 대학의 의과대학을 제외한 모든 과들은 학기제를 채택하고 있다. 1년을 2학기로 나누며, 한 학기 동안에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본다. 학기제는 한 과목을 네 달이라는 비교적 오랜 기간 동안 쭉 배우기 때문에 학생들이 초반에 내용 이해에 어려움을 겪더라도 공부할 시간이 충분히 있고 교수님 별 수업 스타일에 적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의과대학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다르다. 기초와 임상 과목을 모두 합치면 배워야 할 과목의 수와 각각의 공부량이 매우 많기 때문에 한 번의 시험 때마다 대비해야 하는 범위가 학생들의 능력을 벗어날 수도 있다. 또한 학기 별로 과목을 묶는 기준이 딱히 없다. 실제로 단과대별로 1년 실제 이수 시간(학점과 다름)을 비교해 보았을 때, 문과대 3학년 평균 주 18시간*32주 = 576시간, 공대 3학년 평균 주 21시간*32주 = 672시간 (실습 포함), 의대 3학년(본과 1학년) 평균 주 34시간*38주 = 1,292시간 (실습 포함) 으로 엄청난 차이가 난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한 번에 배우는 과목간의 유기성을 확보하기 위해 쿼터제가, 더 이후에는 블록제가 도입되었다.


쿼터제


학기제와 달리 1년을 quarter, 즉 네 부분으로 나누는 것이다. 한 쿼터는 두 달로 이루어지고, 쿼터마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본다. 미국의 대학에서는 의과대학이 아닌 과에서도 쿼터제를 도입하고 있는 대학들이 꽤 있고, 한 쿼터의 길이도 4주에서 8주로 다양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이 2004년도에 국내 최초로 쿼터제를 도입하였다. 현재도 다수의 의과대학의 본과에서 쿼터제를 시행하고 있다. 쿼터제의 장점은 학기제에 비해 짧은 기간 동안 여러 과목을 접하기 때문에 서로 관련이 있는 과목들을 함께 배울 수 있고, 블록제보다는 한 과목을 배우는 기간이 길기 때문에 배운 내용을 시험 후에 바로 잊어버릴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또 학기제보다 시험을 더 자주 보는데, 이것은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다. 한 번에 공부 할 양이 너무 많거나 한 번의 시험으로 학점의 큰 부분이 결정되는 일은 없지만(예를 들어 해부학은 한 과목이 8~12학점이다), 한 쿼터동안 여러 과목을 배우는 경우 그 쿼터가 끝날 때 시험공부 부담이 매우 커진다. 실제로 모 대학 본과 1학년의 4쿼터 마지막 주에는 미생물학, 병리학, 기생충학, 약리학, 면역학 시험을 매일 하나씩 봤다.


블록제


쿼터제 이후로 최근 의과대학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학제는 블록제이다. 한 학기를 불규칙한 길이의 쿼터보다 더 작은 블록으로 쪼개서 한 블록에 한 과목을 배우는 방식이다. 블록 강의의 시간표에서는 한 번에 배우는 과목 수가 세 가지 중 가장 적다. 시험은 일주일에 한 번 치거나 해부학처럼 방대한 과목의 경우에는 2-3주에 한 번 친다. 현재 본과 1학년인 기자의 시간표는 월요일 1교시~4교시 해부학 총론 및 각론 강의, 5~8교시 해부학 실습, 화요일 1~2교시 해부학 각론 강의, 5~8교시 해부학 실습, ... 이런 식이다. 쿼터제에서 거의 1년에 걸쳐 배우던 해부학을 이런 방식으로 두 달 만에 끝낼 수 있다. 또한 임상 과목의 경우 한 과목의 공부량도 문제지만 과목의 수가 많기 때문에 몸의 계통별로 과목들을 묶어서 시간을 압축하여 배우는 블록 강의가 훨씬 효율적이다.


각 학제별 특징은 위와 같지만 이들의 장단점을 고려해서 같은 쿼터제, 블록제라도 학교마다 시행하는 방식이 많이 차이날 수 있다. 우리 학교의 커리큘럼과 특징을 파악하여 효율적으로 의대 공부를 해보자.


이치원 기자/중앙

<1inamillion_@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