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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양각색! 학교별 새터문화

겨울동안 동면을 취하던 동물들이 깨어나 매우 역동적인 3월. 의대에서도 새로 들어오는 신입생들을 위한 학교 소개이자, 학교생활 적응을 위한 첫 번째 관문인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 준비를 위해 매우 바쁘다.
전국에 41개의 의대가 있는 만큼 각 의대의 특이한 OT문화가 있다. 이번 호에서는 각 학교별 OT문화에 대해서 알아보겠다. 우리학교의 OT문화와 다른 학교의 OT문화에 대해 비교해보면서 읽으면 좀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A대학교의 OT는 1박 2일의 일정으로 행사를 진행한다. 점심시간에 식사를 하면서 자기소개를 하는 코너가 있는데, 개인별로 PPT를 준비해와서 5~10분 정도 자신을 소개한다. 점심시간이 끝난 후 단체로 버스를 타고 펜션으로 이동해 조별로 장기자랑을 준비하고 저녁에 장기자랑, 동아리 공연, 동아리 소개 시간을 갖는다. 또 각 방에 모여 방별로 게임을 한다.
이 학교의 OT에서 특이한 점이 있는데, 신입생이 아닌 재학생이 자기소개 코너에서부터 참여하여 자신의 프로필을 조작하여 자기소개를 하고, 각 조에 들어가 장기자랑등을 모두 하고 방에서 놀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의 정체를 공개한다고 한다.(X맨 게임)

B대학교에서도 1박 2일의 일정으로 진행한다. 오전에 병원에 모여 조를 나누고, 숙소에 도착해 저녁식사 후 학교생활에 대한 설명과 준비한 장기자랑을 한다. 이 대학에서도 A대학과 마찬가지로 재학생이 참여하는 X맨 게임이 포함되어 있다. 처음 조를 나눴을 때부터 시작하는데, 장기자랑을 한 후에 X맨 발표를 한다. X맨이 공개 된 후 동아리 소개 및 발표를 하는 1박 2일의 일정으로 이루어진다.

C대학교에서도 마찬가지로 1박2일의 일정으로 진행된다. 이 학교는 다른 학교와는 좀 다르게 동아리별로 방을 나눠 신입생들을 임의로 그 방에 배정한 후, 조별 신입생 장기자랑을 준비?공연하고, 공연 준비를 해온 교내 동아리의 공연을 본다. 앞의 신입생 장기자랑을 통해 상과 벌칙이 주어진다.

D대학교에서는 2박 3일의 비교적 긴 일정으로 이뤄진다. 첫째날 오전에는 본과 강당에서 학교 생활 안내, 동아리 소개 등을 하고 오후에 리조트로 자리를 옮겨 실내게임과 실외게임, 선배 교수님 초청강연, 학교 생활 안내 등이 있고 마지막으로 술자리가 있다. 이 학교에서도 다른 학교에서처럼 X맨 게임이 포함되어 있다. 둘째날 저녁에는 의대생활을 잘 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덕목인 ‘단체 의식’ 함양을 위한 약간의 훈련을 한다.

E대학교에서는 과의 특성상 간호학과와 대부분의 OT일정을 함께 진행한다. 오전에 의대 교실에 모여 교수님들의 인사 말씀과 학교 생활 소개를 진행 한 후, 예과 2학년을 포함하여 조를 나눠 점심시간을 준다. 이 점심시간에는 밥 먹을 시간과 함께 한가지 행사를 동시에 진행하는데, 앞으로 지낼 학교 내의 지리를 잘 익히기 위한 학교의 어느 장소 찍어오기 미션을 한다. 많이 해온 조에게 상품을 주는 등의 상이 있다. 점심시간이 끝난 후 조별로 준비했던 장기자랑을 진행한다. 저녁식사는 모든 조가 함께 하는데, 식사를 마친 뒤 신입생들은 각자 동아리 구경을 하는 것으로 모든 OT의 일정이 끝난다.

다섯 학교의 OT 문화에 대해서 알아보았는데, 일반적으로 대부분 신입생들을 조로 나누어 조별로 장기자랑을 하는 약간 어색한 일정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좀 특별하게 몇몇 학교에서는 신입생들을 조로 나누면서 몰래 재학생들을 그 조에 집어넣어 OT를 진행하다 나중에 밝히는데(X맨 게임), 이제 막 들어와 모든 것이 낯선 신입생들에게는 앞으로 많은 도움을 줄 선배들과 친해질 수 있는 한 좋은 방법이다.

김영태 기자/원광
<funky@e-mednews.com>

청소 노동자들에게도 봄은 오는가

49일 농성 끝에 합의안 이끌어 낸 홍대 미화원들의 눈물과 희망 이야기

영하 20도의 살을 에는 듯한 추위에도 이들은 굳세었다. 홍익대학교 청소.경비 노동자들은 용역업체와 대학 간의 재계약 무산으로 170여명이 집단 해고되자 고용승계와 근무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사태는 49일 만에 용역업체와 노조 간의 극적 합의안 도출로 마무리 되었으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과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기 충분했다.
 
점심값 300원의 진실

노동자들은 해고되기 전 하루 10시간을 일하면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월 75만원과 월 식비 9,000원을 받았다. 하지만 12월 2일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고 31일 용역업체와 대학 간의 재계약이 불발되면서 그마저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노조가 고용승계와 근무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농성에 들어가면서 비정규직의 열악한 환경이 적나라하게 언론에 공개되었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을 가슴 아프게 했던 것은 ‘300원의 점심값’이었다. 월 식비 9,000원을 받는 데 하루 점심 한 끼로 계산해보면 끼니 당 약 300원꼴이 나온다. 휴식시간이나 점심시간의 외출은 상상도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개인 당 청소면적이 비합리적으로 넓게 할당되어 새벽 5-6시부터 출근하는 노동자들의 생활이 공개되면서 여론의 연민과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외부세력?!

하지만 대학 측은 용역업체와의 계약이 불발되었기 때문에 노동자 측과는 직접 협상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홍대 총학생회 측에서는 ‘청소ㆍ경비 노동자를 지지하지만 특정 정지척 성향을 지닌 외부 세력의 학내 점거나 농성은 반대한다’는 공식입장을 표명하였고 학생들도 이에 동조하였다. 하지만 외부의 개입에 지지를 보내는 일부 진보성향의 학생들도 있었다.
지난 2월 12일에는 서울대 총학생회, 연세대 총학생회 등 서울시내 소재 10개 대학 총학생회가 모여 ‘합법과 불법을 떠나 정당함과 부당함을 평가’해야 한다며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49일간의 농성을 끝으로
극적 타결

아이비에스 인더스트리(미화)와 용진실업(경비), 백상기업(시설관리) 등 3개의 용역업체들과 집단 해고당했던 홍익대 환경.경비 노동자 170여명들 간의 극적인 타협이 이루어졌다.
지난 2월 19일 저녁 잠정적으로 도출해 낸 합의안은 20일 오전 홍익대 농성장에서 표결에 부쳐졌다. 투표에 참여한 노동자 86명 중 77명(89.5%)이 찬성표를, 8명(9.3%)이 반대표를 던져 높은 찬성률을 보였다.
합의안은 △전원 고용승계 △하루 8시간, 주5일 근무 보장 △기본급 인상 시급4450원 (미화직 93만50원·보안직 116만3410원) △식대보조비 5만원 지급 △명절 상여금 5만원 지급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로써 49일간의 농성을 끝으로 홍익대 환경.경비 노동자들은 2월 21일부터 다시 현장에 복귀하게 되었다.

고소문제 미해결로 남아

하지만 노조 측은 홍익대학교가 ‘원청 사용자’임을 확실히 확인하기 위해 법적 투쟁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학 측은 1월 11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업무방해, 건조물침입, 감금 등의 혐의로 노조원 6명을 고소해 놓은 상태다. 대학이 이를 취하지 않은 상태여서 아직 사태가 완결된 것은 아니라는 전망이다.
홍익대 관계자는 “용역업체와 노조 사이의 합의라 학교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했다. 노조 관계자는 “개학을 앞두고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학교로 복귀하기로 했다”고 했다. 서로 팽팽하게 맞선 대학과 노조 간 제2라운드가 펼쳐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깊다.

비정규직 끌어안기

홍익대 청소 노동자들의 파업이 한창일 때 인근의 서강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은 부러움을 살만한 휴게실과 무료 영어 강좌 해택을 누렸다. 용역업체를 거치지 않고 직접 고용된 삼육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의 월 급여는 238만원이다. 대학마다 용역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처우가 크게 차이남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번 사태는 합리적인 노동자 휴게실이 설치된 대학이 과연 몇이나 되는지, 대학과 학생 측 모두 인원의 사각지대에 몰린 학교의 ‘우렁각시’에 대해 그동안 얼마나 무관심했는지 여실 없이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대학이 사회적 책임에 대해 진지하게 물을 때까지 계단 밑의 41만 우렁각시들에게 봄날은 오지 않는다.

문정민 기자/중앙
<jmmoon@e-mednews.com>

소설을 통한 의료개혁, 기이도 다케루

연초부터 의료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의료 정책에 관해 논란이 일기도 하고, 병원 내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의사의 입장에선 이런 일들이 답답하게 느껴지겠지만, 그렇다 해도 무언가 손을 쓰기는 쉽지 않다. 오늘 하루를 살기도 벅찬 바쁜 의사들에게, 의료개혁을 위해 뛰어든다는 것은 멀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의사 생활을 하면서 색다른 방법으로 의료개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의사가 있으니, 바로 일본의 병리과 의사 ‘가이도 다케루’. 그가 의료개혁을 위해 집어든 칼날은 다름 아닌 ‘소설’이다.

말 속에 뼈가 있는 소설!

“수익이라고? 구급 의료에서 수익이 날 리 없잖아. 폭풍처럼 사고는 느닷없이 일어나 질풍처럼 사라져버리지. 재고관리 같은 건 애당초 할 수가 없어. 소아과도 마찬가지야. 산부인과도, 사망 시 의학 검색도. 현재 경제 시스템에서는 의료의 근간을 이루는 분야가 푸대접받고 있어. 우리가 하는 일은 경찰관이나 소방관과 마찬가지야. 사고가 없으면 무위도식하는 거지. 그렇다고 국가가 경찰관이나 소방관에게 이익을 내라고 요구하던가? 경찰과 소방서에 세금이라는 경제 자원을 분배하는 걸 국민이 거부하나?”
‘제너럴 루주의 개선’에 나오는 대사의 일부다. 다케루의 시리즈 소설 중 3편에 해당하는 이 책에서는 일본의 구급구명의 문제, 즉 응급실 문제에 대해 다루고 있다. 리베이트 의혹을 받고 있는 구명구급의 ‘하야미’를 중심으로, 응급 상황이 현실감 있게 펼쳐진다.
다케루의 책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가지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고 있으며, 그에 대한 자신의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한다. 1편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에서는 ‘사망 시 의학 검색 (AI)’이라는 시스템 도입의 필요성을, 2편 ‘나이팅게일의 침묵’에서는 소아과 문제를, 4편 ‘나전미궁’에서는 죽음의 상품화에 대해 다루고 있는 것이다.
다케루의 칼날은 날카롭다. “관료 시스템이 낳은, 서류 위에서 짜 맞춰진 땜질식 의료개혁안은 현장에 해약과 혼란을 계속 뿌려대고 있다. (중략) 어린이와 의료를 경시하는 사회에 미래 따위는 없다.”, 혹은 “오랫동안 의학 연구라는 미명 아래 환자는 생각지도 않는 오만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죠. 피실험자인 환자의 인권은 무시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윤리위원회는 반드시 필요합니다.”와 같은 말들. 말 속에 뼈가 있는 소설이다.

그럼 재미없고 딱딱하겠네?

의료개혁의 필요성을 제시하는 책이다 보니, 책 자체의 흥미는 떨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이 시리즈의 1편을 읽게 된다면, 머잖아 다음 권도 읽어보리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다.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의 경우 연속된 수술 실패가 의도된 살인이 아니냐는 의혹을 품은 채 수술실이라는 밀실에서 스토리가 진행되는데, 그 어떤 추리소설 못지않게 긴장감이 흐른다. ‘나이팅게일의 침묵’과 ‘제너럴 루주의 개선’은 같은 시간에 펼쳐지는 일들로, 치밀한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특히, ‘제너럴 루주의 개선’ 중 도시 내 대형 사고로 인해 응급 환자들이 밀어닥치는 상황에서 구명구급의들의 대처는 이 작품의 백미다. 차분하게 모니터를 지켜보면서, 마이크로는 냉철한 판단을 내리는 구명구급의의 모습은 정말 ‘제너럴(장군)’을 연상시킨다.
다케루의 글 솜씨 또한 흥미를 더한다. 때로는 재치 있는 유머로, 때로는 감명 깊은 구절로 독자를 사로잡는 것이다. “사람은 왜 약해지지? (중략) 지켜야 할 것이 있기 때문이야. 지켜야 할 것을 버렸을 때 인간은 가장 강해져.”와 같은 구절을 보다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 소설에는 또 하나의 묘미가 있으니, 바로 독특한 캐릭터! 어떤 환자의 불만이라도 이야기를 들어주며 달래주는 의사 ‘다구치’, 제멋대로 막말을 해대지만 날카로운 추리력을 보여주는 ‘시라토리’. 처음에는 이러한 캐릭터가 낯설게 느껴지겠지만,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이 두 남자가 콤비를 이루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것을 보다 보면, 나름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뿐만이 아니다. 다카시나 병원장, 일류 의사 기류, 시라토리의 부하 히메미야 등 모든 캐릭터들이 다들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괴짜 같은 구석을 가지고 있다.

이미 일본에서는...

뜨거운 호응을 받으며, 몇 년 사이에 무서운 속도로 소설을 써내고 있는 다케루. 위 시리즈 외에도 ‘마리아 불임 클리닉의 부활’, ‘의학의 초보자’ 등도 썼으며, 위 시리즈의 5편 ‘블랙 페앙 1988’은 의대생의 고민을 다룬 것인데 아직 번역되지 않았다. 또한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시즌 2까지 인기리에 방영되는 등, 일본에서는 많은 관심을 얻었다.
‘소설’이라는 색다른 방법을 통해 의료개혁을 하려는 다케루. 책으로 드라마로 다케루의 생각이 전달되는 일본에서는, 오늘도 의료개혁이 진행 중이다.

정세용 기자/연세
<avantgarde91@e-mednews.com>

우연? 혹은 필연! 약에 얽힌 뒷이야기

최초의 항생제, 페니실린 뒤에는 항상 ‘우연과 행운’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플레밍이 휴가를 떠나며 정리하지 않고 내버려둔 연쇄상구균 배양접시에 우연히 자란 푸른곰팡이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하다. 그런데 이 페니실린 말고도 많은 약들이 ‘우연과 행운’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

자이반
자이반에 포함된 부프로피온은 우울증 환자의 기분을 고양시키는 효능이 있었기 때문에 이 약은 초반에 우울증 치료제로 이용되었다.
그런데 자이반 치료를 받던 몇몇 환자들이 흡연 욕구가 사라지는 경험을 하고 이를 의사에게 말했다. 이 부작용을 알게 된 제약회사에서는 대규모 임상연구를 실시했고, 실험대상 중 약 30%가 금연에 성공하는 놀라운 결과를 얻었다. 그리하여 지금까지 수백만 명의 흡연자가 자이반 요법의 도움을 받게 되었다.

세팔로스포린
세균학자 주세페 브로추는 도시의 폐수가 정화되지 않고 지중해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발견했다. 병원균이 바다로 들어갈 것을 걱정한 그는 폐수 표본을 가져와 실험실에서 조사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폐수는 거의 무균상태였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그 원인을 찾던 브로추는 폐수관 근처에서 다량의 세팔로스포리움 아크레모니움 진균을 발견했다. 그는 이 진균이 병원균을 제거했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진균 추출물로 동물실험을 실시했고, 그의 예상대로 이 추출물은 향균 효과를 갖고 있었다. 주세페 브로추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논문을 썼고, 이 논문을 본 연구자 뉴턴과 에이브러햄이 진균을 배양하여 몇 가지 항생 물질을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그 중 세팔로스포린은 특히 페니실린아제에 저항력이 있었고, 이 특성을 이용한 것이 오늘날 페니실린 내성균에 쓰이는 항생제인 세팔로스포린이다.

비아그라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에서는 실데나필이라는 물질을 합성하여 고혈압과 협심증 환자에 대한 임상연구를 시작했다. 하지만 혈압강화와 심장혈액공급 촉진에 있어서 기대했던 만큼 분명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화이자 사는 연구를 중단하기로 하고, 실험에 참가한 환자들에게 사용하지 않은 약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남성 환자들이 남은 약을 돌려주려 하지 않았으며, 약물을 더 달라고 요구하는 환자들도 일부 있었다. 이는 많은 남성 환자들이 약을 복용한 뒤 발기력이 뚜렷하게 좋아진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즉시 임상연구가 이루어졌고, 발기부전을 겪는 남성들이 실데나필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밝혀졌다. 결국 실데나필은 1998년 초 미국에서 ‘비아그라’라는 이름으로 판매허가가 났고, 이 약품은 지금까지도 화이자 사에 엄청난 수익을 가져다주고 있다.

이런 위대한 발견들이 온전히 우연 덕분이라 할 수 있을까? ‘우연과 행운’으로 보이는 이 발견들은 다른 시각으로 보면 오히려 필연 같다. 세팔로스포린을 개발한 주세페 브로추의 일화에서 ‘일상을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는 힘’을 엿볼 수 있다. 만약 연구자들이 실험 약을 폐기하기 전에 부작용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면 자이반과 비아그라는 발견은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열린 마음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자세, 사소한 것을 간과하지 않는 태도가 우연히 주어진 기회를 행운으로 이끌었다. ‘우연한 행운’은 ‘준비된 정신’에게만 찾아온다!

김다혜 기자/대구가톨릭
<anthocy@e-mednews.com>

성형수술, 어떻게 보아야 할까

임혁필, 김지혜, 이동윤.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안면윤곽술, 양악수술 등 성형을 통해 코믹한 이미지에서 훈남, 훈녀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연예인들이다. 이러한 연예인들의 성형성공 사례가 일반인들의 성형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성형수술을 숨기고 쉬쉬하던 과거와 달리 근래에는 공인들이 성형수술을 떳떳하게 밝히는 경우가 많다. 대중들 역시 ‘왜 했느냐’는 식의 부정적인 반응보다는 ‘솔직한 모습이 보기 좋다’는 식의 반응이 많아졌다. ‘대중들이 성형수술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많이 버렸기에 공인들이 성형수술을 떳떳하게 밝힐 수 있게 된 것일까?’, ‘대중의 사랑을 받는 공인들의 공개적인 성형수술 시인의 증가로 인해 대중들 역시 성형수술에 대해 좀 더 긍정적인 시각을 갖게 된 것인가?’. 어느 쪽이 먼저라 할 수는 없지만 근래의 사회적 분위기는 공인들의 성형수술이 대중들에게 성형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제시하는 것 이상으로, 성형에 대한 욕구까지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 자극적인 성형 전, 후 비교 사진은 기본이며, 구체적인 성형 항목까지 조목조목 공개하기도 한다. 그러한 성형 전, 후 비교사진은 성형 성공 사례만을 부각시키며 성형 수술의 성공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을 품게 한다.
하지만 현실이 기대 같지만은 않다. 모든 사람이 성공적인 결과를 얻는 것도 아니요. 성공은커녕 부작용으로 고통을 겪기도 하며 심지어는 생명까지 잃기도 한다. 그 예로, 지난해에는 11월에 중국의 20대 여가수가 얼굴 성형수술 도중 사망한 사건이 화제가 되었었다. 지나친 외모지상주의가 부른 죽음으로 팬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최근엔 1월 21일에 대학 입학을 앞둔 18살 A양이 양악 수술 뒤 가래가 폐호흡을 막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뉴스에서도 보도 되었고 이 사건을 계기로 인터넷 상에서도 양악수술시 한 번 더 생각해보자는 의견이 많이 제시되었다. 그 외에도 양악 수술 뒤 턱뼈가 부러져 다시 뼈 접합수술을 받은 경우도 있고 입을 자유롭게 벌릴 수 없게 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심각한 부작용 외에도 수술 뒤 쌍꺼풀의 붓기가 잘 빠지지 않는 경우라든가, 콧대가 지나치게 부자연스러운 경우 등 성형 수술한 것이 너무 확연히 드러나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경우도 있다. 수술이 잘못 되었을 경우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도 상처가 될 뿐만 아니라 재수술의 경우 훨씬 까다롭고 비용역시 부담이 더 크다고 한다. 성형에 대한 관심의 증가로 인해 성형 시장이 과열되면서 의료 서비스 측면에서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성형 전문 의원들이 가격 경쟁을 하면서 의료서비스의 질까지 떨어진다는 것이다. '싼값'을 내걸고 환자를 유치하는 일부 의료기관에서 의사가 정식으로 고용되지 않은 채 병원을 옮겨 다니며 진료하는 경우가 있다.
긍정적인 것이 좋다지만 뭐든 지나치다보면 다른 쪽에 소홀하기 마련. 다양한 각도에서 다양한 시각으로 성형을 바라 볼 필요가 있다. 언론은 연예인의 성형 시인에 대해 무조건 긍정적으로 띄워주기 식의 태도를 바꿔야 한다. 연예인의 솔직한 모습은 좋지만 대중들에게 성형에 대해 기대만을 심어주기보다는 대중들로 하여금 부정적인 결과까지 고려해 볼 수 있도록 다양한 시각과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주연지 수습기자/영남
<jyj0120@e-mednews.com>

부검 조작이 사실인가요?

드라마 ‘싸인’ 자문 법의관에게 듣는다, 드라마 vs 현실

“저, 000입니다. 혹시 야구 방망이로 머리를 깰 수 있나요?”
“왜 그런 생각을 하셨나요? 대답을 하자면 야구 방망이로는 머리가 잘 깨지지 않습니다. 찢어지긴 하겠죠. 그리고 야구방망이로 때렸음을 알아내는 것도 복잡합니다. 길쭉한 걸로 때렸음은 알 수 있으나 야구 방망이인지 쇠파이프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누구의 대화일까? 바로 법의관과 드라마 ‘싸인’ 작가와의 대화이다. ‘싸인’은 우리나라 최초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법의관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드라마이다. 의대생임에도 불구하고 ‘싸인’을 보면서 한번쯤 ‘저게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드라마 ‘싸인’의 자문을 맡고 계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H 법의관님을 만나 의문을 풀어보았다.

드라마의 자문은 어떤 역할일까. 위의 대화와 같이 자문은 드라마 대본을 쓸 때 소재를 제안하며, 이에 대한 법의학 지식을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한다. 직접 이야기 구성을 제안하기도 하는데, 6화에 등장하는 살인범의 맹장수술 자국은 H 법의관이 직접 제안한 것이라고 한다. 또한 대본의 오류를 수정해주고, 직접 촬영 현장에도 나가서 부검장면에 대한 도움을 준다. 자문에 의해 드라마 제목이 바뀌기도 하였는데, ‘싸인’의 원래 제목은 ‘국과수’이었다고 한다.

신의 눈? 법의관의 눈!

윤지훈(박신양 분)은 시신을 보고 범퍼 높이 50cm이상의 대형차량에 치였음을 가늠한다. 이뿐만 아니라 죽은 이의 ‘sign’을 발견하는 족족 해석해 낸다. 천재 법의학자로 묘사되는 윤지훈은 신의 눈을 가진 것일까?
대답은 NO. 피해자가 치인 차량의 크기를 바로 알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경험이 축적되었기 때문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법의학입니다. 우리는 시신을 보고 누구나 알 수 있는 정보만을 찾지는 않습니다. 보이지 않는 정보를 찾아내지요. 그렇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공부를 하여 죽은 이의 말을 듣습니다. 그리고 경험이 쌓이게 되면 보자마자 사흔의 원인을 알아낼 수 있게 되지요” 모든 접촉이 흔적을 남기는 만큼 H 법의관의 말마따나 법의관은 이를 볼 수 있는 안목을 꾸준히 길러야 한다. 윤지훈은 신의 눈이 아니라 노력으로 길러 낸 법의관의 눈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사인은 바로~ 이겁니다.
드라마를 보면, 일단 부검만 하면 사인을 밝힐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 이유는 윤지훈이, 부검한 모든 시신의 사인을 밝혀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부검 소견은 대부분 우선되는 사인을 말하는데, 정확하게 선행 사인을 밝히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어 폭행을 당한 후 도망가다가 과다출혈로 기도가 막혀 의식을 잃고 추락한 사람은 추락사로 간주되기 쉬운데, 추락하면서 시신이 파손되기 때문이다. 또한 사인불명인 경우도 10~15% 정도 발생한다. 천식, 간질, 과민증(anaphylaxis) 등으로 죽은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는데, 사전 정보 없이는 부검만으로 그러한 증상이 있었다는 것을 알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처럼 현실 속에서는 부검을 해도 결과가 모호한 경우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부검 후, 이것이 사망 원인일 가능성은 몇 %라고 말합니다. 100%인 경우는 드물지요. 하지만 우리는 그 가능성이 단 10%밖에 되지 않더라도 최대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10년이 걸리든, 20년이 걸리든, 30년이 걸리든 증거를 꼭 찾아 낼 거야!!
극 중 윤지훈과 고다경은 법의관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증거를 찾는 검시관 역할까지 수행하며 사건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현장 검시를 하는 법의관은 우리나라에 없다.
“우리나라는 대륙법을 따르기 때문에 검시권은 의사가 아닌 검사에게 있습니다. 부검의뢰를 검사가 하게 되는 것이지요. 사망원인 규명 여부를 검사가 판단 한 후, 부검의뢰 영장을 청구하면 판사가 이를 수리합니다.
여기를 보세요. 압수수색검증영장입니다. 피의자에는 사망자 이름, 청구자에는 검사이름, 물건항목에는 시체1구라 적혀있고 다음 장에는 사유가 적혀 있습니다. 이를 제출하면 당직 판사가 도장을 찍어주지요. 그러면 지정된 장소에서 부검이 이루어집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검시권이 의사에게 없기 때문에 윤지훈 같은 법의관의 모습은 찾아 보기 힘든 것입니다.”

왜 우리나라 사람을 일본 국과수에서 부검을 합니까?
7회, 일본에서 발견된 백골사체를 보기 위해 윤지훈과 고다경은 출국을 한다. 하지만 이들에게 부검 자격은 주어지지 않는다. 이에 고다경은 우리나라 사람을 왜 일본 사람이 부검을 하냐며 불만을 토로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부검은 속지주의를 따릅니다. 그 나라에서 죽은 시체는 그 나라에서 부검을 하는 것이지요. 우선 군인이 죽은 경우는 소속 국가의 군대에서 관할을 하므로 제외하고 생각합시다. 군인이 아닌 경우는 속지주의에 따라 그 나라 법의관들이 부검을 하게 됩니다.
드라마에서처럼 우리나라 사람이 타국에서 죽은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만약 상대국이 사체를 부검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는 직접 법의관을 파견하거나 시신을 방부 처리하여 이송한 후 국내에서 부검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상대국이 부검 의사를 표명하면 부검결과가 통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만약 부검결과를 신용할 수 없다면, 직접 우리나라 법의관을 파견하여 부검과정을 관찰하거나 부검한 시신을 국내에서 다시 부검합니다. 재부검은 별로 일어나지 않지만, 폴란드에서 부검한 후 우리나라에서 다시 부검한 사례가 있습니다.”

‘싸인’은 법의관을 주인공으로 다룬 드라마인 만큼 많은 법의학 지식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극이라는 장르에 맞게 그 안에 허구를 품고 있다.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일들이 극적 효과를 위해 등장한다. 그 중 하나가 권력에 의한 부검 조작이다.
극 중 이명한 원장(전광렬)은 국내의 열악한 법의학을 일으켜 세운다는 명목 하에, 권력에 순응하고 권력자를 위해 부검 결과를 조작하는 우를 범한다. 그러나 실제로 국과수는 정부로부터 적절한 예산을 편성 받고 있고 필요에 의해 운영되기 때문에 권력에 조아릴 필요가 전혀 없다고 한다.
또한, 국과수에서 진행하는 부검은 법의관, 법의조사관, 전문 사진사들이 각각 부검에 대한 기록을 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정보공개청구가 가능하여 부검기록을 열람 할 수 있다. 부검결과가 충분치 않을 경우는 결재과정에서 걸러지며 심의를 거쳐 결과가 재도출 되기 때문에 현실에서 부검조작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국과수에서 일하는 법의관들은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도의 지식을 갖춘 전문가이지요. 다른 사람이 나의 부검을 보게 되기 때문에 매 순간 신중하게 임하고 있습니다. 국과수의 경우는 특히 표준화된 부검 프로토콜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고,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부검다운 부검을 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그렇다면 10화에서 고다경(김아중)이 지렁이를 해부하는 장면도 재미라는 가면을 쓴 허구에 불과할까. “지렁이 사건은 2007년에 실제로 있었습니다. 음식물에서 지렁이가 발견되었는데요, 누가 일부러 넣은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식품에 존재했던 것인지를 구분하는 사건이었지요.”

매일 죽음을 마주하는 직업을 가는 법의관들은 삶이 우울하거나 어둡진 않을까.
"전혀 그렇지 않아요. 법의관끼리 모이면 매우 재미있습니다. 편견을 버리세요. 죽음이 왜 우울합니까? 죽음은 누구에게나 똑같습니다.10살에 죽은 아이와 70세에 죽은 할아버지가 있습니다. 누가 더 불쌍하다고 생각하나요? 말할 수 없습니다.
한가지 예를 들어 볼게요. 본드를 불다가 죽은 청소년이 있습니다. 어떤 생각이 듭니까? 한심한가요? 불쌍한가요? 아닙니다. 이 아이는 웃으면서 죽었습니다. 죽는 순간에 이 아이는 행복했던 것이지요. 여러분은 이 아이보다 죽는 순간 행복할 자신이 있습니까? 그렇지 않다면 이 아이의 죽음을 비웃지 마십시오. 여러분의 편견과 달리 죽음은 결코 암울하지 않습니다. 설사, 어리석게 죽었다 하더라도 그 사람의 죽음에 대해서 우리가 왈가왈부 할 자격은 없는 것이지요. 여러 죽음 속에서 자신의 죽음마저도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이 바로 법의관이 아닐까요.

강수진 기자/전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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