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과에서 본과로! 본과에서의 첫 한 달 적응기
- 예과생이었던 기자가 경험한 골학부터 시작된 본과 생활...
처음 본과 1학년이 되었을 때는 진짜 의학을 배운다는 설렘과 내가 잘 해쳐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공존했다. 주변에서 본과 1학년이 가장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예과 2년간 공부랑은 담을 쌓고 살아왔기 때문에 적응을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약 한 달간의 본과 생활을 겪어보면서, 이제부터 본과 새내기로서 느낀 점들과 일련의 생각들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본과를 겪은, 혹은 겪고 있는 분들에게는 지나간 추억일 것이고 아직 본과에 올라오지 않은 예과 학생들에게는 머나먼 일이겠지만 이 글을 읽으면서 잠시나마 본과생활이 어떤지 간접적으로 느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1) 골학
보통 대부분의 학교에서 본과 1학년 들어가기 직전 겨울방학에 골학을 실시할 것이다. 학교마다 골학을 하는 방식은 다를텐데, 뼈의 구조, 기능 등에 대해 짧지만 방대한 내용을 배우는 것은 어느 학교나 비슷할 것이라 생각한다. 갑자기 많은 공부를 하게 된다면 힘들겠지만, 나는 결론적으로는 골학을 대충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 이유로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 공부습관 길들이기다. 해부학을 시작하면 매일 타이트하고 반복적인 스케쥴 속에서 살아야 한다. 이런 예전과 무지 다르고 힘든 환경이기 때문에 적응할 시간이 꼭 필요하다. 그래서 골학 기간에 공부하는 연습을 한다면 해부학 수업 때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둘째, 빠른 이해를 위해서다. 경우마다 다른데 어떤 교수님들은 골학 때 배운 내용이면 당연히 안다고 전제하시고 수업을 진행하신다. 이 때 내용을 잘 모른다면 큰 위기가 올 수 있다. 셋째, 선배님들과의 교류이다. 보통 다른 학년 선배님들을 만날 기회는 흔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골학 때는 며칠동안 선배님들과 지내면서 이야기도 많이 하고 친하게 지낼 기회가 있다. 그렇기에 힘들겠지만 골학을 열심히 하는 것을 추천한다.
2) 인간은 적응의 동물
어떤 학생은 바쁜 예과 생활을, 또 어떤 학생은 상대적으로 널널한 예과 생활을 보냈을 것이다. 이외에도 편입을 통해 본과로 진입하거나, 대학원으로 진학하여 본과진입을 한 사람들도 각자의 생활을 하며 살아왔을 것이다. 이렇게 각자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지만 본과로 들어오는 순간 그들은 고등학생 때 이후로 겪어보지 못했을 엄청나게 바쁜 공부의 늪으로 빠지게 된다. 일반적인 대학생들은 공부를 하면서도 본인의 여가나 취미를 즐길 시간이 꽤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활도 본과에 진입하는 동시에 최소로 줄여나가야 하는 압박을 받는다. 의대 특성상 한 과목이라도 F가 있으면 학년을 다시 다녀야하는 유급이라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그렇기에 이 ‘유급’이라는 시스템을 피하기 위해 각자 발버둥 친다. 그래서 아침 일찍 시작하여 오후, 심지어 늦은 밤까지 해부실습을 하는 빡빡한 시간표에 맞추기 위해 부지런해진다. 늦잠을 즐기던 사람들도 일찍 일어나고, 놀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꾸준히 공부를 한다. 특히 해부실습 기간이라면 실습과 공부를 병행하는 스케쥴을 소화해야하는데, 정말 힘든 스케쥴이지만 다들 어떻게든 적응하며 산다. 아직 겪어보진 못했지만 선배들 말씀으로는 지금 이 순간이 제일 바쁜 때라하니 나도 어떻게든 적응해서 여름을 맞이해야겠다.
3) 해부실습
학교마다 교육과정은 다르겠지만 보통 해부학을 통해 의학교육의 첫 걸음을 뗄 것이다. 해부 실습이란 말 그대로 진짜 사람을 해부하면서 몸의 구조에 대해 배우는 교과목이다. 의대생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과목이 해부이기도 하다. 이렇게 해부학은 상징적인 위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해부학에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나 역시 그래왔고, 그래서인지 본과 진입 직전에는 내가 직접 사람을 해부해야한다는 생각에 막연하게 무서운 느낌이 많이 들었었다. 그러다 실습 첫날이 되었고, 내가 느껴왔던 무서움은 고인이 들어가 계신 실습용 철제 관을 열기위해 손잡이를 잡는 순간에 극에 달했다. 떨리는 손으로 손잡이를 열고 직접 마주했을 때는 만감이 교차했다. 진짜 의사로 되는 길에 들어선다는 생각에 무척 떨렸기도 했고, 내 앞에 사람이 있다는 무서움, 이외에도 피해가 되지 않게 해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 등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정신없는 첫 해부를 끝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 해부를 하면서 또 다른 난관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 난관은 바로 실습실에 가득 찬 포르말린 냄새이다. 실습실 안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밖에 나와서 보니 입고 있는 옷에 실습실의 냄새가 그대로 배어있었고, 이것이 나를 더 괴롭게 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적응되겠지만,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아직 해부를 겪어보지 못한 학생들에게는 해부실습을 하는 자체와 더불어 실습실의 냄새가 생각보다 강렬하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
4) 반복된 무기력감
앞서 언급했듯이 본과 1학년, 특히 해부실습 기간에는 정말 생활이 반복적이다. 일어나서 수업을 듣고 해부하고 공부를 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서인지 다른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란 쉽지 않다. 또한 새로운 일들뿐만 아니라 기존에 하던 일들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평소 같았으면 매일 하던 일들이 지친 몸과 마음 탓에 귀찮게 다가오기도 하며, 주변 사람들과의 연락, 집안일 등의 빈도가 점점 줄어들고 만사가 귀찮아진다. 정말 힘들겠지만 이 때를 잘 넘긴다면 다시 재미있는 일상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지금 해부를 하는 나와 다른 본과 1학년 학생들에게 힘을 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양은건 기자/가천
<dmsrjs78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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