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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 노동자들에게도 봄은 오는가

49일 농성 끝에 합의안 이끌어 낸 홍대 미화원들의 눈물과 희망 이야기

영하 20도의 살을 에는 듯한 추위에도 이들은 굳세었다. 홍익대학교 청소.경비 노동자들은 용역업체와 대학 간의 재계약 무산으로 170여명이 집단 해고되자 고용승계와 근무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사태는 49일 만에 용역업체와 노조 간의 극적 합의안 도출로 마무리 되었으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과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기 충분했다.
 
점심값 300원의 진실

노동자들은 해고되기 전 하루 10시간을 일하면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월 75만원과 월 식비 9,000원을 받았다. 하지만 12월 2일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고 31일 용역업체와 대학 간의 재계약이 불발되면서 그마저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노조가 고용승계와 근무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농성에 들어가면서 비정규직의 열악한 환경이 적나라하게 언론에 공개되었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을 가슴 아프게 했던 것은 ‘300원의 점심값’이었다. 월 식비 9,000원을 받는 데 하루 점심 한 끼로 계산해보면 끼니 당 약 300원꼴이 나온다. 휴식시간이나 점심시간의 외출은 상상도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개인 당 청소면적이 비합리적으로 넓게 할당되어 새벽 5-6시부터 출근하는 노동자들의 생활이 공개되면서 여론의 연민과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외부세력?!

하지만 대학 측은 용역업체와의 계약이 불발되었기 때문에 노동자 측과는 직접 협상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홍대 총학생회 측에서는 ‘청소ㆍ경비 노동자를 지지하지만 특정 정지척 성향을 지닌 외부 세력의 학내 점거나 농성은 반대한다’는 공식입장을 표명하였고 학생들도 이에 동조하였다. 하지만 외부의 개입에 지지를 보내는 일부 진보성향의 학생들도 있었다.
지난 2월 12일에는 서울대 총학생회, 연세대 총학생회 등 서울시내 소재 10개 대학 총학생회가 모여 ‘합법과 불법을 떠나 정당함과 부당함을 평가’해야 한다며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49일간의 농성을 끝으로
극적 타결

아이비에스 인더스트리(미화)와 용진실업(경비), 백상기업(시설관리) 등 3개의 용역업체들과 집단 해고당했던 홍익대 환경.경비 노동자 170여명들 간의 극적인 타협이 이루어졌다.
지난 2월 19일 저녁 잠정적으로 도출해 낸 합의안은 20일 오전 홍익대 농성장에서 표결에 부쳐졌다. 투표에 참여한 노동자 86명 중 77명(89.5%)이 찬성표를, 8명(9.3%)이 반대표를 던져 높은 찬성률을 보였다.
합의안은 △전원 고용승계 △하루 8시간, 주5일 근무 보장 △기본급 인상 시급4450원 (미화직 93만50원·보안직 116만3410원) △식대보조비 5만원 지급 △명절 상여금 5만원 지급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로써 49일간의 농성을 끝으로 홍익대 환경.경비 노동자들은 2월 21일부터 다시 현장에 복귀하게 되었다.

고소문제 미해결로 남아

하지만 노조 측은 홍익대학교가 ‘원청 사용자’임을 확실히 확인하기 위해 법적 투쟁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학 측은 1월 11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업무방해, 건조물침입, 감금 등의 혐의로 노조원 6명을 고소해 놓은 상태다. 대학이 이를 취하지 않은 상태여서 아직 사태가 완결된 것은 아니라는 전망이다.
홍익대 관계자는 “용역업체와 노조 사이의 합의라 학교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했다. 노조 관계자는 “개학을 앞두고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학교로 복귀하기로 했다”고 했다. 서로 팽팽하게 맞선 대학과 노조 간 제2라운드가 펼쳐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깊다.

비정규직 끌어안기

홍익대 청소 노동자들의 파업이 한창일 때 인근의 서강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은 부러움을 살만한 휴게실과 무료 영어 강좌 해택을 누렸다. 용역업체를 거치지 않고 직접 고용된 삼육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의 월 급여는 238만원이다. 대학마다 용역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처우가 크게 차이남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번 사태는 합리적인 노동자 휴게실이 설치된 대학이 과연 몇이나 되는지, 대학과 학생 측 모두 인원의 사각지대에 몰린 학교의 ‘우렁각시’에 대해 그동안 얼마나 무관심했는지 여실 없이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대학이 사회적 책임에 대해 진지하게 물을 때까지 계단 밑의 41만 우렁각시들에게 봄날은 오지 않는다.

문정민 기자/중앙
<jmmoon@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