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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호(2013.03.06)/커버스토리'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3.03.18 교과부, 서남의대 死藏을 위한 인질극 벌여

교과부, 서남의대 死藏을 위한 인질극 벌여

재단은 묵묵부답, 여러 집단의 목소리에 속 타는 재학생들

 

▶교과부 김재금 과장

 

학위 취소는 사실상 허울일 뿐,
그 다음 수순은?

서남의대 사태로 의료계가 시끄럽다. 지난 1월 20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특별감사 결과 ‘졸업생 134명의 의학사 학위 취소’를 발표했다. 이에 의료계는 ‘교과부 관리 소홀과 이사진의 잘못으로 엉뚱한 학생들만 피해를 보는 상황’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서남대학교 의과대학 비리사학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법률자문결과 교과부의 학위 취소 요구는 특별감사의 기준, 감사원의 구성 등을 볼 때 졸업생이 승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 2월 19일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학위 취소 논란도 잠시 그 안에 숨어 있던 폐교에 대한 논의는 지금에서야 본격화되고 있다.
“분명히 해야 할 것은 ‘교과부가’ 학위를 취소한다는 것이 아니라, 교과부는 ‘서남대가’ 학위 취소를 이행해야한다는 명령을 내렸다는 점이다. 현실적으로 서남대에서 그 사안을 이행하는 것은 오히려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일 뿐더러 학위를 취소하면 서남대 입장에서는 자기 자식들을 내치게 되는 꼴이다. 현실적으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이 사태의 수순은 서남대가 교과부가 지시한 학위 취소 조치를 이행하지 않아서 폐교로 이어진다.” 의학사 학위 취소 사태에 대한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하 의평원) 이윤성 이사장의 말이다. 실제로 서남대학교는 많은 관계자들의 예측대로 감사 결과에 대한 재심의 신청을 제출했으며, 교과부는 2013년 3월 20일 이내에 재심의 시행 후 폐교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서남대학교 의과대학 박종천 학장

 

‘先 학과폐쇄 後 대책마련’ 교과부, 아무런 대책도 마련돼 있지 않아

당장 1학기 개강을 앞둔 재학생들은 이 같은 교과부의 수순에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재학생들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는 ‘학교폐쇄 가능성. 재학생 보호 조치 시기와 방법. 특별편입학의 가능 유무 등의 학생 보호 대책’이다. 그러나 교과부가 특감 결과를 발표한 직후인 1월 21일과 23일, 7차례에 걸친 교과부 문의 결과는 ‘무대책’이었다. 교과부 사학감사팀에서는 “일단 학교의 경영 포기가 선행되어야 대책이 나오며, 보호조치가 바로 마련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피해를 보기 전에 보호하는 건 아직 없다.”는 대답이었으며, 폐교 시 특별편입학에 대해서도 대학선진학과에서는 “지금 학교가 폐교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는 말로 일관했다. 25일 언론 비공개로 진행된 교과부 간담회에서도 교과부의 대답은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교과부는 재학생들에게 이 날 통화에서 ‘빠른 처리를 위해 학생들마저 교과부와 대치해서는 안 됨’을 강조했다. 학생들은 이에 “교과부가 스승과 제자에게 각각 칼을 쥐어준 뒤, 살고 싶으면 서로를 베라고 하는 꼴이다. 교과부와 이사진 간에 죄 없는 학생들을 매개로 인질극 싸움이 벌어졌다.” 며 통탄했다.

 

▶의평원 안덕선 원장

 

말 뿐인 ‘재학생 교육권 보장’
서남의대, 다양 집단의 먹이 사슬 속으로…

현행법상 2013년 1학기 학사 운영권은 서남대학교에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14일 국회도서관에서는 재학생의 후속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1학기 학사 운영계획을 검토 및 보완, 감독하기 위한 정책 간담회가 열렸다. 그러나 간담회는 시작부터 끝까지 학사 운영 계획안에 대한 보완대책이 아닌 “이런 학교는 없어져야 한다.”라는 국회위원, 의평원의 일괄된 주장으로 목적성을 잃고 말았다. 사실상 폐교에 대한 법적 효력은 오직 교과부만이 가지고 있음에도 이 날 간담회에서의 국회위원과 의평원의 주장은 언론의 급물살을 탔다.
“학교 폐쇄를 너무 쉽게 얘기하고 있다. 교과부, 의평원 등을 비롯한 여러 단체들은 특별편입학을 언급하며 더 괜찮은 학교로 전학할 수 있다고 회유하면서 재학생들의 내부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법률자문단 L&S 정용린 변호사는 폐교의 현실화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실제로 폐교 명령에 대해 대학 측이 행정 소송을 제기할 경우 최소 1년, 행정소송에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재단이 승소할 경우 본안 소송까지 약 3년, 길게는 7년까지도 소요된다. 서남의대가 폐교된다하더라도, 각기 다른 의대 교육커리큘럼 상 제 학년에 편입학이 될지도 불분명한 상황이다.

 

▶의협 송형곤 대변인

 

“지금 사학재단 신고하면 감사는 2025년에?”
가해자는 사라지고 피해자만 남은 서남의대

사실 의료계 내에서 서남의대 사태는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남광병원의 부실한 실습은 의료계에서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었으며 재학생들이 재단 이사진들의 부정에 대해 구조 조정을 요청한 것도 이미 12년 전 이야기이다. 서남대학교 교수협의회에서는 2000년도에 교육부장관 앞으로 진정서를 발송하였고 1년 후 서남의대 재학생들은 교육정상화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100일 간의 수업 거부, 교과부 항의 방문 및 시위, 진정서 제출까지 하며 이사진에 대한 감사를 요구 한 바 있다. 그러나 교과부는 이 같은 재학생의 요구에도 이사진에 대한 어떠한 감사도 실시하지 않았다. 이후 재단 이사장이 교비 횡령 및 비리 사건으로 여러 차례 수사를 받고 법적 처벌을 받았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사태의 발단 또한 교과부의 계획된 관리가 아닌 보건복지부의 2011년 7월 남광병원의 수련 병원 취소 때문이었다. 간담회에서 이 같은 사항을 지적하자 교과부 측은 “너무나 많은 대학들이 있기 때문에 주요 이슈가 되지 않으면 감사를 나가기 어렵다.”며 스스로 행정부실을 드러냈다.
교과부는 결국 2013년 1월 21일 특별 감사를 통해 재단과 서남대학교의 부정을 지적했고 해결책으로 ‘명령 불이행 시 폐교’를 발표했다. 그러나 특감 결과에는 현 사태를 초래한 이사진에 대한 처벌 사항은 없었다. 재학생들은 “성급한 사태 처리가 아니라 재학생의 교육권을 우선시 했다면 재단 비리를 가능케 했던 이사진에 대한 처벌 및 교체가 선행되어야 했던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으나 교과부에서는 이에 ‘이사진 처벌은 절차상 어쩔 수 없다’라는 모호한 답변뿐이었다.

 

▶서남대학교 의과대학 강성인 학생회장

 

현 사태에 대한 책임, 불투명한 사학구조에 있어

1004 억여원의 교비 횡령 혐의로 구속되었던 설립자 이 씨는 향판의 판정으로 병보석 상태이다. 그는 이전에도 학교 설립 과정에서 부실한 교육과 실습, 교사 등에게 대출 강요, 공금횡령, 부실운영과 측근인사 등 부정행위가 적발되었으나 사면, 복권됐었다.
지금의 사립학교 구조는 설립자 혹은 후계자 중심의 독점적 지배구조로 주요 이해당사자인 교수, 직원, 학생, 동문 등에게 투명성이 결여되어 있다. 이주호 전 교과부 장관은 사립법인이 비영리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개인이 영리를 추구하는 ‘위장형 비영리법인’이라 진단한 바 있다. 이처럼 사학의 비리 경영이 가능하게 만드는 설립자 독점 구조는 이사진의 구성에 기인한다. 2007년 사학법을 개정한 결과 현행 사학법 제 53조의 3에는 이사장의 친인척 학교장 임명은 금지하나 이사정수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과 관할청의 승인이 있는 경우에는 이사장의 친인척이라도 학교장을 맡을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이 생겼다. 이 같은 예외 조항으로 인해 이사장의 친인척이 학교장에 임명되지 않은 사례가 허다하다.
현재 서남대학교 이사진 또한 설립자의 부인을 비롯한 관계자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실상 이사진은 설립자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 이 같은 사실은 재학생 대표들과의 회의에서도 역력히 드러났다. 이 회의에서 만난 이사진은 심지어 전주예수병원의 서남의대와의 협력 관계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었던 정도였다. 결국 교육권 보장을 논의하려던 회의는 재학생들이 이사진을 상대로 학교 현황을 설명하는 설명회로 둔갑되어 버렸다.
또한 설립자 이 씨는 옥중에서까지 서신을 통해 교과부 감사에 대한 대응책을 지시하기도 했다. 서신에는 ‘교과부 감사팀 ○○○ 반장을 몰래 만나 학생 정원을 대폭 줄이겠다고 협의하면 봐줄 것이다. 교과부 감사 지적 사항을 인정하는 확인서에는 절대 서명하지 말 것’ 등의 내용이 들어있었다. 이에 서남의대 재학생 및 졸업생들은 설립자 뿐만 아니라 이사진에 대한 교체와 처벌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유라 기자/서남
<youzr-_-a@e-mednew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