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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이란 무엇일까?

95호(2013.10.17)/문화생활 2014. 4. 23. 00:41 Posted by mednews

귀신이란 무엇일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두운 밤이나 비가 내리는 날씨, 묘지나 흉가 등은 사람들에게 근원적인 공포를 유발한다. 귀신, 그리고 유령은 피하고 싶은 대상인 동시에 호기심의 대상이다.

 

귀신의 사회문화적 정의 :
동양의 원한령, 서양의 절대악

 

귀신에 대한 사회문화적인 정의는 다양하다. 동서양 문화권의 기본적인 귀신에 대한 생각 역시 다른데, 우선 동양의 귀신은 생전의 원한 때문에 영혼이 저승으로 가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장화홍련 설화에 나오는 처녀귀신(손각시)이나, 영화 링에서 나오는 사다코 등 원한령(怨恨靈) 위주의 귀신이 많으며, 원한을 풀거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면 곧 이승에서 떠난다. 
이렇듯 동양의 귀신이 현재 살아가는 세상의 인과나 원한관계와 깊은 연관이 있다 보니, 동양의 생활문화 곳곳에 귀신과 관련된 요소를 찾아볼 수 있다. 귀신에게 음식을 바치는 고시레 전통이 대표적이다. 어우야담(於于野譚), 학산한언(鶴山閑言)에는 상갓집엔 잡귀신이 꼬이므로 허약한 사람은 장례식에 다녀온 뒤 귀신을 떼기 위해 3군데 이상 다른 곳을 들러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에 비해 서양은 특히 역사적인 장소나 사연을 가진 장소에 기반을 두는 지박령(地縛靈)이 많다. 원한보다는 저주를 하는 악령이야기가 대부분이며 불특정 다수가 피해를 입는다. 이는 서양문화에 뿌리내린 기독교와 관련 있는데, 기독교적 세계관에서는 사후 사람의 영혼은 모두 지옥 혹은 천당으로 배분되고, 남아있는 유령은 대개 천국에 가지 못한 상태로 간주된다. 따라서 사람이 경험하는 유령은 구원받지 못한 ‘악마’인 것이다. 영화 “오멘”, “엑소시스트”에서는 다른 세계에서 온, 인간에게 악의를 가진 ‘절대악’ 귀신을 잘 관찰할 수 있다.

 

심령현상의 뇌과학적 연구 시도 :
 영국 흉가의 심령체험 실험

 

귀신을 보거나 느끼는 심령현상에 대한 관심도 풍부하다. 과거 유럽의학에서는 간질 등의 정신병을 귀신의 탓으로 여겼다. 동의보감에는 ‘귀신 보는 법’이라는 장(章)도 존재했다. 현대에 이르러 이 내용은 변비약인 마자인(麻子仁)의 껍질을 벗기지 않은 마자(麻子)에서 나타나는 환각에 대한 기술로 밝혀졌다. 마자는 대마의 씨앗이다.
현대에는 이보다 과학적인 연구들이 시도되고 있다. 영국 허트퍼드셔대학 리처드 와이즈먼 교수는, 귀신이 출몰하는 것으로 유명한 잉글랜드 햄프턴 궁전과 스코틀랜드 사우스브리지 지하실에서 각각 462명과 218명을 대상으로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실험자들은 각 장소에서 숨이 가쁜지, 이상한 냄새가 나는지, 어떤 존재감이 느껴지는지를 기록했고 경험을 한 경우 건물의 평면도에 경험의 강도와 구체적인 지점을 표시했다. 흥미롭게도, 이상한 경험을 했다고 기록한 모든 지점은 전부터 귀신이 많이 출현했다고 보고되었던 곳이었다. 반면, 그 장소에 대한 정보가 많고 적음과는 거의 관계가 없었다. 따라서 귀신의 형체를 보고 느낀 것이 ‘이곳은 귀신나오는 곳이다’라는 정보에서 비롯된 자가 최면 현상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 연구팀은 각 장소에서 온도, 조명 밝기, 방 크기, 자기장 등을 측정한 후 참가자들의 보고내용과의 연관성도 파악했다. 그 결과 조명이 어둡거나 방 크기가 작은 경우, 또 자기장의 변화가 있는 경우 참가자들의 이상 경험 빈도가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알 수 없다’ 회의적 시선
하지만 지속되는 연구…
측두엽 이상이 주로 주목

 

가톨릭의대 신경정신과 채정호 교수는 “과학의 잣대로 설명하거나 입증할 수 없는 현상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귀신이 ‘있다, 없다’가 아니라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가 정답”이라고 말했다. 과학의 입장에서 귀신의 유무는 판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심령현상에 대한 연구는 지속되고 있다. 예를 들어 정신의학에서는 사람들이 귀신을 봤다고 했을 때, 뇌 측두엽의 뇌파에 변화가 생긴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채 교수는 국내에서 ‘접신’을 했다고 주장하는 무속인 2명의 접신 순간의 뇌를 SPECT로 촬영했다. 그 결과 뇌의 전두엽과 측두엽이 함께 활성을 띠었다. 한편 펜실베이니아의대 앤드류 뉴버그 교수도 티베트 불교 명상수행자, 가톨릭 수녀를 대상으로 비슷한 연구를 수행해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그는 접신 순간의 뇌의 혈류 변화를 확인했는데, 마찬가지로 측두엽으로 가는 혈류가 증가되었다고 한다.
영적 체험 중 가장 흔한 것은 신이나 다른 존재의 음성을 듣는 것이라고 한다. 흥미롭게도 측두엽은 언어 인식능력에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영국 맨체스터대학의 심리학자 리처드 벤톨은, ‘제한된 환경, 심한 스트레스, 혹은 무언가에 집중한 상태에서는 스스로의 생각을 본인의 것이라 인식하지 못하고 외부에서 들어온 목소리라고 착각하기 쉽다’고 밝혔다. 이처럼 측두엽 활성은 심령적인 체험에서 자주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성이다.
귀신이나 유령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것이며, 이는 정신의학적으로 더 연구해야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물리학, 화학 등의 과학적인 관점만으로는 정신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시각들이 많으므로, 귀신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유연한 태도를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건/중앙
<slivercookie@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