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의 3월. 어떻게 지나갔나요?
얼마 전 각 포털 메인에 “대학 OT 참가 신입생 술 마신 후 쓰러져 의식불명”이란 기사가 떴다. 최근 기사지만 어쩐지 너무나 익숙한 기분이 드는 것은 본 기자만의 착각은 아닐 터-. 매년 술 먹던 신입생 병원 실려가- 라는 기사는 매번 3월이면 포탈 메인을 차지하고는 했다. 대학에서는 이에 대해 음주 자제를 권유하며 대학 문화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신입생이 선배 술을 받아 먹다 병원으로 실려가는 일이 올해에도 또 발생하며 신입생에게 술 강요하는 문화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번 불러 일으켰다.
의대는 좁은 의사사회와 바로 병원으로 이어지는 의대의 특성상 선후배간의 위계질서가 어느 대학 못지 않게 강하다. 음주 문화에서도 어느 곳에 뒤지지 않음은 논의 없이 사실이다. 어느 대학 못지 않게 술을 많이 마실 것만 같은 의대의 신입생 환영회. 의대들의 신입생 환영회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전국 여러 의과 대학의 신입생 환영회 문화를 수소문 해 보았다.
서울 A 대학
“신입생 입학 전 연 1회 MT 형식으로 학생회(본2) 주도하에 아래 세 학년이 전부 OT를 다녀온다. 첫째 날엔 주로 이 세 학년끼리 진행되고 이튿날엔 본4를 포함한 선배들과도 어울리게 된다. OT때 술 문화는 다소 강압적이지 않지만 종종 그러한 경우도 있긴 한편. 특별한 게 있다면 “포스트”라는 이름으로 둘째 날 밤에 조별로 밖을 돌아다니며 학생회의 미션을 수행하게 되는데, 그 동안 조별로 게임 등에서 쌓아온 점수를 바탕으로 순위를 매겨 그 순위에 따라 미션의 편하고 힘든 정도가 결정된다. 예전에는 이 포스트가 꽤 힘들고 무서운 분위기 속에 진행되었으나 최근에는 점차 장기자랑 위주로 함께 웃으며 진행되는 방향으로 바뀌는 추세이다.”
서울 B 대학
“신입생과 만남을 갖는 자리는 총 세 번 정도. 학교 처음 와서 기본적인 지식을 가르쳐 주는 자리인 신입생 간담회. 동문회, 향우회, 동아리는 무엇인지 중요도는 어떻게 되는지 등을 예과 2학년 과대단이 가르쳐 주고 간단한 뒤풀이가 있다. 두 번째는 새터. 신입생부터 본과 1학년 학생이 참여한다. 예전에는 1박 2일로 갔으나 올해는 안전사고랑 음주 문제로 무박으로 진행되었다. 세 번째는 신입생과 윗 학년의 선배들이 한 학년씩 만나는 상면식. 1차에서 선배들과 밥을 먹다 FM과 장기자랑을 하고 사발식을 한다. 냉면 그릇에 소주 1병을 먹는 식인데 과거 2병에서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 사건 사고도 많고 마시는데 오래 걸리기 때문에 점차 줄어드는 듯 하다. “
서울 C 대학
“학생회에서 학교 생활팁 알려주고, 교수님들이 몇 가지 주제에 관해 강의해주신다. 조별로 도미노 쌓고 장기 자랑한 뒤 뒤풀이로는 다 같이 아이스크림카페를 간다.”
경기도 A 대학
“신환회는 홀을 빌려서 본과 1,2학년은 필참, 3,4학년은 선택적 참여로 진행. 학년간 1:1로 매칭되는 번짝을 뽑고 간단히 이야기 하고 헤어지게 된다. 술은 먹고 싶은 사람만 마시는 자유로운 분위기”
충청도 A 대학
“2박 3일 OT를 다녀오고 학년별로 대면식을 한다. 참여는 필참이나 사정을 미리 말할 경우 빠질 수 있으며 분위기는 자유로운 분위기.”
충청도 B 대학
“따로 신입생 환영회는 없고 2박3일 MT를 가서 게임도 하고 술도 먹고 지령게임 같은 것을 한다. 각 동아리 공연을 보고 스터디 팀도 뽑게 된다. 자유로운 분위기이나 신입생들만 하게 되는 지령게임(지령지를 써놓고 뽑아서 신입생이 지령을 수행하는 것. 헤어진 전 애인 따라하기등)이 조금 짖궂은 편.”
충청도 C 대학
“신입생환영회의 성격을 가진 모임이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신입생 환영회이고 두번째는 대면식이다. 신입생환영회는 동아리마다 있고 대면식은 매주 토요일 각 학년과 신입생이 만나게 되며 대면식은 선후배 보통 필참이다. 대면식 때 OT를 하게 되는데 이 때 선배들은 신입생이 주의해야 할 점, 잘못한 점을 말하고 사람을 한명한명 짚어서 이야기를 한다. 이때 신입생들이 지켜야 하는 여러 조건이 있는데, 모두 정장 차림(여학생의 경우 단화, 노메이크업, 머리는 검정색으로 반드시 묶어야함, 블라우스는 안되고 셔츠 입으며 바지 정장일 것)으로 등을 의자 등받이에 대지 못 하는 바른 정자세로 몇 시간 동안 앉아있어야 한다. 주도는 처음에 술을 마시느냐 전혀 안 마시느냐(건강상, 종교상 이유) 로 나뉘게 되고 술을 마실 경우 선배들(100여명 이상) 모두에게 찾아뵙고 술잔을 받아야 하며 안 마시는 사람은 물잔으로 대신한다. 동아리 대면식에서는 사발식을 하는데 사발에 선배들이 술을 말아주면 동기들끼리 나눠서 술을 먹게 된다. 술을 못 먹어도 끝까지 마셔야 하며 대단히 형식적이고 규율이 정해져 있으며 위계질서가 뚜렷하다”
충청도 D 대학
“신입생들과 선배들이 만나는 모임이 OT, MT, 대면식까지 여러 번 있는 편. OT는 2박 3일 동아리 공연, 장기자랑, 게임, 술자리로 다른 학교와 비슷하나 첫날 호명식이라는 것이 있다. 신입생들이 모두 정자세로 서있으며 한 명씩 나와 돌아가며 선배들 앞에 나가 인사 드리고 선배들 이름을 부르도록 하는 것인데, 선배 이름을 틀리면 다음 후배가 이어서 하게 되며 밤 늦게까지 진행이 된다. 그 후에는 신입생 장기자랑 술자리를 가지며 뒤풀이를 한다. 둘째 날에는 캠프파이어를 하고 선배와 후배가 각각 원을 그리며 서서 인사하고 번호 나누며 2일간 못 만났던 선후배끼리 인사를 나누는 자리가 된다. MT는 입학 1달 후에 가게 되는데, 모두 정좌를 한 상태에서 신입생들이 한 명씩 나와 1달간 잘못 한 일 3가지를 말하고 막걸리를 대야에 받아 마시게 된다. 후배들이 마시기 힘들어 할 경우 선배들이 나눠서 도와주기도 하며 이 MT는 특별한 사유 없는 한 필참이다. 최근 학부모 항의로 음주를 자제하도록 학교와 학생들끼리 노력하고 있다.”
경상도 A 대학
“장기자랑이나 동아리 공연, 강의 등이 진행되고, 해오름식이라고 짝학번끼리 악수하고 고사지내는 것을 한다. 술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마시고 싶은 사람만 마시게 된다.”
경상도 B 대학
“신입생환영회보다는 예비대부터 시작해 동문신환회, 동아리 신환회, 상면식까지 신입생은 근 1달간 선배들과의 술자리가 일주일에 평균 3번정도로 지속된다. 술을 안 마실 선택권을 처음에 주는데 남자는 해당사항 없고, 여자는 왠만큼 술을 못 마시지 않는 한 마셔야 하며 한번 안 마시면 술을 절대 마셔서는 안 된다. 술자리에서는 선배들을 모두 찾아가 술잔을 받아야 하며 받지 않으면 찍히기 때문에 열심히 마시게 된다”
경상도 C 대학
“신입생을 위한 행사는 크게 세가지가 있다. 학교차원에서 말 그대로 학교소개나 일반적인 학사일정을 소개하는 ①OT. 신입생들 모두 1박2일동안 공부,대외활동,타지에서 온 후배들을 위한 대구생활가이드 등 선배들의 현실적인 조언도 듣고 준비한 장기자랑을 펼치는 ②역량캠프. 단순 술자리인 ③예과엠티, 동아리별 신환회가 있다. OT나 역량캠프에서는 술을 마시지 않으며 다른 행사에서도 신입생만 억지로 마시거나 하는 분위기는 없애는 추세. 학교차원에서 계속 술 없고 실용적인 정보를 줄 수 있는 행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 처음 시도한 역량캠프는 성공적이라는 평이다.”
강원도 A 대학
“신입생 전체 환영회는 없다. 다만 신입생과 본과 2학년끼리 오리엔테이션을 한다. 처음엔 신입생이 선배에게 인사하는 것부터 해서 ?번! 출석 부르면 후배가 일어나서 소개를 하게 되고 소개가 끝나면 앉는다. 출석 부르기가 끝나면 연사라고 선배가 학교생활에 조언을 해주고 끝나면 조별로 술집, 카페등 나뉘어서 뒤풀이를 한다. 예전에는 평판이 안 좋으면 출석 부르기시 이름을 여러 번 부르거나 출석번호 끝까지 진행되다가도 처음부터 다시 하기도 하였는데 점차 유해져 이런 것은 거의 사라진 분위기이다.”
강원도 B 대학
“신입생 환영회가 2박3일간 진행된다. 레크레이션 춤, 학교소개 등 간단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학교 술문화에 대해 배우며 강당에 설치된 동아리별 부스에서 동아리 설명을 듣는다. 특이한 문화로는 선배들이 같은 조 신입생들에게 춤을 가르쳐 주며 그렇게 배운 춤을 신입생들은 다른 조방에 들어가 추며 사발식을 하게 된다. 사발식에 쓰이는 술 제한은 소주 1병으로 예전에는 제한이 없다가 최근 생기게 되었으며, 그 후 선배들에게 인사를 가 술을 주고 받고 소개를 하게 된다. 각 학년별로 미팅이라 불리는 대면식이 있는데 이 역시 6-7명씩 조를 짜서 이루어 진다.”
모든 학교를 조사한 것은 아니지만, 많은 학교에서 술을 권하는 분위기는 거의 없었다. 과거 있었다고 해도 사라졌거나 사라지는 분위기였고, 일부 술 좋아하는 사람들이 강압적이기도 하지만 이를 없애기 위해 학생회 차원에서 또 학교 차원에서도 모두 노력하고 있는 분위기였다. 매년 반복되는 기사가 경각심을 준 것인지, 혹은 술이 없어도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진 것인지 점차 변화되는 분위기였다.
반면에 여전히 딱딱하고 경직된 분위기에서, 선후배 관계를 강조하는 신입생 환영회도 있었다. 종교적 이유 혹은 건강상 이유로 못 마시는 것은 이해하나 안 마시거나 덜 마시는 것은 이해하지 못 하는 분위기도 있었고, 사발식등 억지로 술을 강요하기도 하였고 술자리를 강압적으로 느낀 학생도 있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선후배간의 위계질서를 다지기 위해서는 필요악이며, 힘들게 들어온 의대인 만큼 지나는 하나의 관문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대면식 등 선후배가 만나는 자리가 거의 없는 대학이나 자유로운 분위기의 대학에서는 선후배간의 끈끈한 유대가 잘 형성되지 않고 선배 존중이 거의 없어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다.
위 대부분은 신입생이 아닌 선배들한테 얻은 자료이다. 많이 부드러워졌다거나, 전혀 술을 억지로 권하는 분위기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사실 본 기자를 포함한 선배들의 생각일지도 모른다. 신입생들은 여전히 힘들어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신입생 환영회의 본 목적은 새내기들을 만나고, 신입생들에게 학교 소개, 동아리 소개를 하고 빠른 학교 적응을 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런 적응 과정이 신입생에게 힘들다면 이것이 과연 새내기들에게 즐거운 대학 생활의 시작을 열어줄 수 있을까? 오래도록 내려온 전통은 물론 소중한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목적-신입생 환영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경상도 C 대학에서는 신입생 환영회에서 실제로 신입생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며 학생회와 학교가 함께 노력하여 올해 새로운 시도를 하였고 이에 모두 즐겁고 만족한 신입생환영회를 치를 수 있었다고 한다. 올 3월 신입생들은 어땠는지? 즐거웠다면 이 즐거움 그대로, 즐겁지 않았다면 즐거움을 내년 3월 신입생들에게 전해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박상아 기자/을지
<ann1208@e-med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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