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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루시드 폴을 꿈★꾸다

2010 MBC 대학가요제 대상, 한림의대 이인세 인터뷰

지난 11월 26일 덕성여대에서 열린 ‘제 34회 2010 MBC 대학가요제’에는 오랜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자리인 만큼 댄스, 힙합, 일렉트로닉 등 다양한 장르의 독창적인 노래들이 출전했다. 화려한 곡들 중에서도 중앙무대에서 홀로 통기타 하나를 매고 잔잔한 선율과 감성적 가사로 ‘위드 유’를 노래하던 이인세는 단연 돋보였다. 곱상하고 준수한 외모도 빛을 보았다. 결국 압도적인 네티즌 지지율과 수준급의 자작곡이라는 평을 얻어내며 ‘대상’과 ‘네티즌 인기상’을 동시에 거머쥐는 영광을 얻었다.
꿈을 꾸기에 그리고 꿈을 품고 있기에 꿈을 노래하는 의대생. 한림대학교 본과 2학년 ‘이인세’를 만나보았다.

- 꽤 오래전부터 음악을 하셨다고. 대학 가요제 준비는 언제부터 하신 건가요?
곡은 올 여름방학 때 썼어요. 멜로디랑 편성 같은 게 거의 완성되어있는 상황에서 가사를 정말 많이 고민했죠. 가사까지 완벽하게 완성된 게 가요제 단 이틀 전이었으니까요. 음악은 고등학교 때 밴드활동을 하면서부터 계속 해왔는데 대학교 들어와서 곡을 조금씩 쓰기 시작했어요. 재즈 드럼 하시는 삼촌이 있는데 처음엔 그 분 도움을 많이 받았죠. 그렇게 곡을 조금씩 쓰면서 가요제 욕심도 생기고, 그러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스타일의 노래가 나온 것 같아서 (대학가요제에) 나가게 됐죠. 어쩌다가 정말 재수 좋게 걸려가지고...(웃음)

- 학교에서는 ‘하루’라는 밴드로도 활동 하신다고요?
다들 저희 과 동기들이에요. 저랑 음악 스타일도 진짜 비슷한 친구들끼리 하는 밴드라서 보통 과 밴드랑 다르게 얽매이는 것도 없고 음악 장르 선택에도 폭이 더 넓어요. 대학로나 경희대, 고대 이런 데서 길거리공연도 많이 다니고요. 길거리 나가서 연습 겸 거리 공연을 하는 거예요. 저희들끼리 음악하면서 놀면서 틀리면 아 틀렸다 하고, 그러다가 사람들이 와서 즐겨주고. 공연이랄 것도 없는 공연을 즐기고. 그냥 즐기면서 끝나고 맥주한잔 하는 게 뒤풀이가 되고요.

- 본과생인데 학업하고 병행하는 데 힘들지 않나요?
제 생각엔,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저희 한림대가 방학도 길고 학기도 블록 강의라서 타 대학들에 비해 학생 편의를 좀 많이 봐 주는 것 같아요. 학생들 입장에서는 좋은 건가? 어쨌든 뭐 저는 좋긴 한데 블록 강의 이다 보니까요. 솔직히 시험 준비야 일주일 전에 하는 건 똑같잖아요. 아닌가?(웃음)

- 그래도 부모님께서는 좀 걱정하실 것 같은데?
전적인 서포트는 아니고 조금 걱정을 하셨죠. 제가 워낙 집에서 고집도 센 편이라서요. 한번 한다고 한 이상 하지 마라하셔도 할걸 아시기 때문이었는지... 우려는 많이 하셨는데 말리진 않으셨어요. 그래도 부모님 걱정 덜어드리려고 작년엔 일부러 학습부 같은 것도 했어요. 부모님한테 공부랑 병행하는 것에 대해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요. 그래도 이번 가요제 나가는 거에 대해서는 많이 응원해 주시더라고요. 어쩌다 상까지 타고 가요제  끝나고 나니까 부모님께서 축하해주셨는데 ‘내일부터는 열심히 공부하렴~’ 하시더라고요.

- 부모님께선 본선 때 오셨나요?
부모님은 못 오 셨어요. 동생들이 좀 많아가지고요. 제 밑으로 중2짜리 남동생도 있고 그 밑에 초2짜리 여동생, 그 밑에 5살짜리 여동생. 그래서 투표를 많이 했나? 유치원, 초딩들, 중딩들 다 있잖아요.(웃음) 여기저기 친구들도 많이 도와주고요. 싸이 클럽같은 데서 홍보도 하고. 선배들이 그러던데, 공보의 사이트에다가도 올렸다고. 그래서 인기상 받았나? 전국 의대생들이 투표해줘서?

- 합숙 훈련도 하면서 다른 출전자들이랑도 친해졌겠어요?
그렇게 큰 무대에, 지상파 방송에, 관객도 그렇게 많고 한 건 다들 처음이라 떨고 당연히 실수하고 프로가 아닌 이상 아마추어리즘을 보여주는 게 또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들어본 곡들은 정말 다 독창성이 강하고 가사도 새롭고 정말 좋았거든요. 그런데 가끔가다 생각 없는 댓글들이 달리면, 물론 다들 저희끼리는 그냥 보고 웃고 넘어가요. 그런데 그래도 솔직히 마음 한편으로는 기분도 상하죠. 그렇게 엄청난 열정을 가지고 준비해온 사람들인데.. 한편으로는 씁쓸한 마음도 들었어요. 다들 그런 열정을 가지고 있는 게 참 보기 좋았고 저도 자극을 많이 받았고, 도움도 많이 받았거든요.

- 좋아하는 음악이 있다면?
저는 사실 사연이 있는 진짜 노래를 좋아하거든요. 에피톤 프로젝트 같은 그런 스타일이요. 특히 선인장이요. 어쿠스틱한 노래에 조용하고 잔잔하면서도 진지한 가사가 매력인 그런 스타일이거든요.
이번에 가요제 심사위원이셨던 정지찬씨 노래도 이번기회에 처음 알게 됐는데 참 좋은 것 같아요. 제 노래 들으시고 수정을 거치면 좋은 결과 있을 것 같다고 말씀해 주셨거든요. 제 음악을 좋게 평가해 주신 분이라면 그분 음악도 제가 좋아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들어봤는데 딱 제 스타일이었어요. 그래서 전곡을 다 듣고 다녔어요. 그 중에서도 ‘바다의 노래’를 참 좋아하고요.

- 네이버 프로필도 생기고 주변 반응이 뜨겁던데, 대상 탈 줄 아셨나요?
아뇨, 전혀 예상 못했어요. 상당히 감사하죠. 가사도 나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의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 많은 공감을 해주신 것 같아요. 대학교 들어와서 사회에서 풋내기로 외로움을 노래한건데 많이들 좋아해주시니까 정말 감사해요. 곡을 쓴 사람입장에서 자기 자신의 느낌이 전달 됐을 때가 가장 기분이 좋거든요.

- 의대생이라서 받은 혜택 같은 거 있었을까요?
솔직히 없었다고는 얘기 못할 것 같아요. 언론사랑 인터뷰하고 그런 거 보면 ‘의대생’ 타이틀 같은 거 항상 붙이고. 그런데 저는 그런 거 싫거든요. 싫어하기보다 부담스럽다고 해야 되나? 다른 사람들 만날 때 ‘의대생’이라고 색안경 끼고 보는 거 별로 안 좋아해서요. 그래서 친구 소개받거나 할 때도 ‘야 의대생 얘기는 하지마라 차라리 잘생겼다는 빈말이라도 해줘라. 기타치고 노래하는 애라고 얘기해줘라’ 그런 식으로 얘기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런데 이번에 가요제 PD분들께서도 ‘의대생’이 아니라 ‘한림대’생이라고 해주시더라고요. 그게 저는 진짜 좋았어요. 제가 가창력은 딸리더라도 제 곡에 담은 멜로디나 감정으로 정정당당하게 붙어보고 싶었거든요. 결과야 어찌되든 간에요.

- 방송 모니터 해 보셨어요? 어때요? 자기가 하는 거 보니까?
쪽팔려. 솔직히 노래를 많이 못했어요. 사실 원래 제가 막 노래를 잘 하는 건 아니고 저는 원래 드러머였다 보니까 드럼이 편하거든요. 앉아가지고 뭐 멘트 할 것도 없고 그냥 박자만 잘 맞춰서 치면 되고 그니까요. 그리고 연주 때 제가 인이어 (이어폰)를 하려고 했었는데 당일 제 목소리 모니터가 잘 안됐어요. 음정이 좀 나간 MR을 들고 나간 것도 있고요. 어쨌든 뭐 그런 걸 다 떠나서 그냥 아쉬운 마음도 들고 후련한 마음이 제일 컸어요. 그냥 뭐 음정 그래도 생각보단 덜 나갔네, 뭐 그래도 저 정도면 다행이다하는 후련함!

- 많이 떨리셨나 봐요.
제가 또 무대에서 이렇게 사람들 웃기고 막 주도해나가고 이런 체질이 아니에요. 막상 딱 나가니까 너무 떨리는 거에요. 중앙무대에서 보컬로서, 혼자서 그것도 배철수 선생님과 이효리씨 앞에서, 이효리(!)를 쳐다보면서 얘기해야 되는데 이게 안 떨리는 사람이... 진짜 그건 술 먹고 가야 되요.
 처음에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가지고 정말 떨었어요. 막 여기도(가슴) 떨리고 막 긴장되고. ‘큰일났다. 이제 노래 불러야 되는데’ 그랬는데 마음을 미우고 마인드 컨트롤을 그렇게 하고 나니깐 다시 쿵쿵 하던 게 좀 잠잠해지더라고요.

- 수상소감 때 당당히 여자친구도 밝히셨는데?
사실 여자 친구가 너무 수고를 많이 해줘가지고요. 자기도 시험기간인데 현수막도 만들어주고. 그리고 지가 뭐 ‘부끄럽다’해도 은근히 뉘앙스가 살짝 한번 (카메라에) 잡히고 싶어 했던 것 같아요. 아무리 절대 말하면 안 된다했어도 살짝 눈치 보니까 ‘에이그~ 내가 가서 얘기 해준다’ 이런거죠. (웃음) 상을 타면 그래도 고마운 사람한테 하는 얘기니까 진짜 고마워서 얘기 했어요. 제일 가까이에서 제일 많이 응원해주고 제일 홍보 많이 해주고 했던 사람이니까.

- 앞으로의 계획은?
저는 일단 목표는 높게 잡아야 된다고 생각해서. 크게는 ‘루시드 폴’이 목표에요. 공학박사라는 자기 전공하고 음악, 둘 다 병행한다는 점이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학업이랑 병행하고 싶어요. 제가 의학에 매력을 느끼는 것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만약에 음악을 업으로 삼으면 나중에 ‘어떤 곡을 써야 뜰까’ 같은 고민하면서 주목받는 음악만 하게 될 거 같아요. 그건 정말 싫거든요. 졸업을 하고, 그래도 자격증 하나 있으면 그래도 응급실 알바를 하든, 어디 가서 굶어죽진 않을 거 아니에요.(웃음) 공부랑 병행하면서 음악으로 사람들과 공감하는 그런 게 제 꿈이에요.

문정민 기자/중앙
<moon_jm@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