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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소식

77호(2010.10.11)/학교소식 2010. 10. 10. 21:44 Posted by mednews

가톨릭의대

■ 황금 추석 이후로, 설날까지 공휴일의 기쁨을 맛보지 못하게 될 학우 여러분. 절망합시다.
■ 3달 주기로 괴질이 돌고 있습니다. 도서관의 역학 조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얼마 전 에어컨에 뒤늦은 진균제 살포를 했는데요. 그 뒤로 곰팡이 냄새가 줄어들긴 했지만 소독의 탓인지, 더 이상 에어컨을 틀지 않아서인지는 규명이 불가능하게 되었네요.
■ 국가고시가 3달 가량 남았습니다. 이상한 날씨에도 공부하느라 고생하시는 본과 4학년 선배님들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 주임교수회의에서 학제 전환을 결정했다고 합니다. 이동익 의료원장님의 트위터를 팔로잉 하시는 분들은 발 빠르게 소식을 접하셨을 것 같습니다.
■ 10월 31일에 테니스반 홈커밍 데이가 있답니다. T 모 그룹의 모 멤버를 걱정하는 옥군이 꼭 실어달라고 부탁하네요.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권의종 기자/가톨릭
<isnell@e-mednews.com>

계명의대

■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신 본과 2학년 신동욱 선배님의 49제가 있었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지난 15일 , 27대 학생회의 출범식이 성서 의과대학 강당에서 열렸습니다.
■ 성서캠 드디어 매점 입점! ^*^ 자연대 매점도 너무 멀었던 저희에게 기쁨 주신 부학장님께 감사드립니다.ㅎㅎ 의대 내 입점 설문조사에서 예1은 ‘카페’의 선호도가 압도적이였던 반면, 예2~본과생들은 거의 대다수 ‘매점’을 찍었다는 후문이 있네요.
구현담 기자/계명
<lovelytale89@e-mednews.com>

대구가톨릭의대

■ 9월 30일은 국가고시 D-100 이었습니다. 본과 4학년 선배님들, 화이팅!
■ 3쿼터가 끝나가면서 모두 정신없이 시험을 치르고 있습니다! 힘들지만 함께 즐겁게 해나갈 수 있도록 서로에게 웃음을 잃지 말자구요!
김다혜 기자/대구가톨릭
<anthocy@e-mednews.com>

성균관의대

■ 10월 5일 의학전문대학원 수시모집 합격자 발표가 있었습니다. 내년 3월 우리와 같은 배를 타게 될 20명의 합격자 분들 축하드립니다!
■ 10월 29일 금요일 삼성서울병원 강당에서 재학생들이 함께하는 축제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맛있는 다과와 함께 재미있는 꽁트가 준비되어 있으니, 많은 분들의 참석 부탁드립니다.
■ 10월 마지막 주 3쿼터 기말고사가 끝나면 본과 1학년 학생들이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으로 올라가게 됩니다. 그동안 정들었던 수원 캠퍼스를 떠나게 되는군요. 굿바이 수원~ 웰컴 투 일원동~
박민정 기자/성균관
<cindy29@e-mednews.com>

순천향의대

■ 의대와 간호대의 축제인 ‘의향제’가 지난 9월 29일과 10월 1일에 성황리에 마무리 되었습니다. 각 모임별로 모여서 학생회가 준비한 즐거운 축제를 즐겼다고 합니다. 이번 행사에는 동아리들의 공연과 장기자랑 대회와 같이 학생들의 숨긴 끼를 맘껏 내보일수 있던 기회였습니다.
■ 이번 의향제의 하이라이트인 최고의 여장 남자를 가리는 ‘미스 순천향’ 역시 큰 환호를 받았습니다. 이번 ‘미스순천향’에서는 ‘마법구태와 아이들’이 우승했고 이들은 마법소녀보다 더 발랄한 모습으로 학생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했다고 합니다.
■ 개정된 커리큘럼으로 인해서 09학번이 예과임에도 불구하고 험난한 본과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루하루 열정을 바치고 있는 이들에게 격려를 보냅시다.
민태홍 기자/순천향
<minth@e-mednews.com>

영남의대

■ 10월 23, 24일 주왕산 가을산행이 있었습니다.
■ 예과생들의 중간시험과 본과생들의 3쿼터 시험이 있었습니다. 모두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 10월 4일 천마아트센터에서 부산시향교향악단의 연주회가 있었습니다. 저희 학교에서는 표를 원하는 학생들에게 공짜로 표를 배부하였습니다. 굉장한 연주였다고 하네요!
■ 얼마전 국시 D-100일이 되었습니다. 선배님들 화이팅입니다! 저희 후배들은 선배님들을 싸랑합니다!!^^
오경택 수습기자/영남
<teddy5@e-mednews.com>

울산의대

■ 10월 20, 21일 이틀동안 울산의대의 축제 의림제가 있습니다. 동아리들의 공연과 학생들이 준비한 장기자랑, 그리고 찾아오는 분들을 위한 부스들이 준비되어있으니 많이 찾아와주셔서 함께 즐겨주세요.
■ 11월에는 새로운 학생회의 출범이 있습니다. 본과학생회와 예과학생회가 새로이 선출되는데요, 능력있는 분들이 많이 나오셔서 학생들을 잘 이끌어주시기를 바랍니다.
장진기 수습기자/울산
<showbu@e-mednews.com>

을지의대

■ 10월 첫주 현재 총학생회에서 주최하는 과 대항 체육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남학생들은 농구, 축구를, 여학생들은 피구, 발야구 경기를 하는데 어느 과가 우승할지 궁금하군요.
■ 추석 연휴가 끼어있던 9월 넷째 주, 을지인들은 그 주 전체를 쉬는 긴 Fall Break를 가졌습니다.
■ M2 선배님들의 해부학 수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습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건강 조심하시고 끝까지 힘내시길 바라요;)
문서영 기자/을지
<celeste@e-mednews.com>

이화의대

■ 곧 1,2학년 중간고사가 시작됩니다. 학생회에서 응원간식을 돌렸다고 하는데요, 모두모두 힘내서 중간고사 잘 보세요!
■ 10월 22일 금요일에는 ‘행림제’가 열린다고 합니다. 이런 날엔 수업은 빼주면 좋을텐데...
박소현 기자/이화
<lamia31@e-mednews.com>

인하의대

■ 9월 9~10일 인의제전(仁醫祭典) : 인천에 가을 장마비가 거칠게 몰아부쳤으나 ‘인의제전’축제는 성공리에 끝마쳤습니다. 양일간에 걸쳐 간호학과와 의학과/의전원학생들이 열심히 준비하여 동아리 공연, 자기주도학습 공모전 전시회 등을 실시하였습니다. 교수님들, 선후배님들, 병원 환자분들까지 하나가 되어 늦은밤까지 행사가 이어졌습니다. 특히 간호학과와의 연합댄스동아리인 ‘티크’의 bad girl good girl 공연이 인상이 깊었었지요. ^_^
■ 9월 13일부터 4학년 선배님들의 의사국시 실기시험이 시작되었습니다. 좋은 결과를 얻으시어 후배들에게 많은 가르침부탁드립니다.
■ 1학년 후배님들이 2학기부터 내과 통합과목의 공부에 열정을 퍼붓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흘린 땀은 미래의 귀중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계속 멋진 모습 부탁합니다. 화이팅!
김성진 기자/인하                                                             
<frebis@e-mednews.com>

전남의대

■ 9월 15일 추모식 : 의학교육시신기증자를 추모하기 위해 유가족들과 교수님들 그리고 본과 1학년 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치의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이 모였습니다. 오후 3시 30분부터 식이 진행되었고 추모사 후에 유가족들의 기증증서수여가 있었습니다. 시신기증자 분들에게 국화를 헌화하며 식을 마쳤습니다. ‘고인들의 시신기증에 감사합니다. 교육을 위해 헌체하신 마음을 본받아 의학공부에 정진하겠습니다.’
■ 9월17일 명학제 : 올해 명학제는 예년과 다르게 무등산, 광주천 그리고 행복재활원에서 예과 1학년부터 본과2학년까지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하였습니다. 의미 있는 봉사활동 후에 지도교수님과 학생들은 의대가든에 모여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일한 뒤에 먹는 식사라서 그런지 매우 맛있었습니다.
■ 9월 28일 전남대학교 개원 100주년 : 올해 개원 100주년을 맞아 전남대병원은 기념식을 열고 ‘개원 100주년 기념탑’을 제막하고 새로운 비전 ‘DREAM’을 발표했습니다. DREAM은 Devotion(헌신)·Rationalism(합리주의)·Esteem(배려와 존중)·Attempt(도전)·Maestro(장인정신)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 9월 29일 국시 100일전 : 국가고시를 앞둔 4학년 선배들을 위해 각 동아리 별로 떡도 돌리고 응원 메시지를 적은 현수막도 걸어 놓았습니다. 4학년 선배님들 국시 대박나세요~! 파이팅입니다~!
강수진 기자/전남
<pi1125@e-mednews.com>

중앙의대

■ 추석을 맞이하여 추석 전후로 많은 오당들이 모임을 갖거나 교수님께 선물을 전달하였습니다. 모두들 훈훈한 모임 가지셨길 바랍니다^^ 아, 다른 학년들이 일주일 간의 연휴를 즐길 동안 학교를 지킨 본과 2학년 선배님, 수고하셨습니다.
■ 엠바이러스 공연이 10월초에서 11월 13일로 미뤄졌습니다. 모두 잊지 말고 보러 갑시다.
■ 축 ♡10학번-10학번 첫 CC탄생
문지현 기자/중앙
<jeehyunm@e-mednews.com>

충남의대

■ 의대/의전원 선택 여부를 위한 공청회와 교수 투표 결과 의대 체제로 복귀하기로 결정되었습니다.
■ 다음주는 대동제입니다. 올해에도 작년과 똑같이 윤X국 학우가 사회를 볼 예정이라는 데 동기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_-ㅋ
■ 국시 100일을 앞둔 떡 증정식이 각 동문과 동아리에서 있었습니다. 본4 선배분들 파이팅!!
최연주 기자/충남
<gooddaytowin@e-mednews.com>

한림의대

■ 지난주 본4분들의 모의국시시험이 있었습니다. 정말 얼마 남지 않은 국시 화이팅입니다~!
■ 간만에 시험없는 주를 맞으신 본1분들, 쉬엄쉬엄(?) 하시면서 몸조리 잘 하시고 다음주 시험 잘 보시길 빕니다
■ 예과는 다음주부터 중간고사 기간입니다. 예과 2학년들은 중간고사 다음주에 전공시험이 있네요ㅠ
■ 한림대는 본과2학년부터 청량리 캠퍼스에서 수업을 해왔습니다만..09학번부터는 본2도 춘천에서 한다는 소문이 있네요. 카더라 통신이긴 하지만, 09학번은 마음이 탑니다. 하루빨리 확실한 정보가 나왔으면 합니다.
김정화 기자/한림
<eudaimonia89@e-mednews.com>

독자의 목소리

77호(2010.10.11)/오피니언 2010. 10. 10. 21:43 Posted by mednews

독자의 목소리

리베이트에 대한 기사 잘 읽었어요. 리베이트처럼 의대생에게 어려울 수 있는 문제를 처음 보는 사람도 알기 쉽게 잘 접근한 것 같아요. 앞으로도 어렵지만 알면 좋은 내용들을 쉽게 설명해 주는 기사가 많았으면 해요.
‘사진이야기’도 좋았어요. ‘두 얼굴의 커피’라는 말이 참 공감이 많이 되었고 사진도 어울려서 보기 좋았어요. 앞으로도 좋은 신문 만들어주세요^^

이정은 / 순천향


‘신문 읽고 푸는 퀴즈’의 정답과 함께
▲ 신문에 대한 독자의견,
▲ 의대생활 중 소개하고 싶은 사연,
▲ 독자 투고 등을 10월 30일까지 보내 주세요.

채택되신 분께는 문화상품권을
선물로 드립니다.

트위터(twitter) @mednews10 으로도
독자의견을 접수할 수 있습니다!


신문 읽고 푸는 퀴즈!

1. 다가오는 국가고시, 당신의 선택은?
 ① 압뻬   ② 맹장염   ③ 충수염  
 ④ 막창자꼬리염   ⑤ 충수돌기염

2. 아주대학교 앞에 위치한 까페로 장애인들을
 고용하는 사회적 기업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 보내실 곳
 editor@e-mednews.com, 트위터 @mednews10      
 ※ 반드시 학교/이름/연락처를 기재해 주세요!


의대생신문 다시보기

의대생신문 공식블로그(www.e-mednews.com)와
쥬니어메디게이트(www.medigate.net)에서
의대생신문의 지난기사를
언제든지 만날 수 있습니다.

“꼭 좋은 의사가 되셔서 제가 다음에 다시 입원하면 잘 치료해 주세요.” 나보다 고작 3살 많던, 중환자실에 기력없이 누워있던 환자가 해준 이 한마디는 지금까지 병원 실습을 돌면서 들었던 그 어떤 말보다도 따뜻하게 남아있습니다.
부끄러운 것은 내가 그 환자를 처음 만났을 때 학생임을 떳떳이 밝히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희귀한 유전병으로 선천적인 부신저하증을 앓던 그는 1년에 한번 씩 꼭 병원 신세를 지다보니 척 봐도 의사인지 학생인지 알았던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학생의사 OOO입니다.’ 모든 CPX와 OSCE 프로토콜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하지만 시험을 벗어난 현실에서는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PK들이 자신이 학생임을 밝히기 보다는 마치 의사인 양 환자를 대하곤 합니다. 큰 병을 앓고 있는데, 대학병원까지 왔는데 교수님은커녕 의사도 아닌 학생이 자신을 문진하고 진찰하고 시술하는데 대해 거부감을 갖는 환자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생임을 밝히고 양해를 구하기보다는 병원의, 선배 의사들의 권위를 빌리는 편이 훨씬 쉽지요. 여기서 딜레마가 발생 합니다.
누군가를 만났을 때 ‘소개’를 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입니다. 이 기본적인 존중을 나타내지 않을 때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권위의 높낮음이 생기게 되지요. 임금을 알현하는 신하가 자신을 소개하지만 왕은 신하에게 소개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요. 따라서 환자는 묘한 불편감을 느끼게 됩니다.
상대방은 나를 아는데 나는 상대방을 모르는 상황도 불안하고 불편합니다. 회진을 돌면서 알게 된 환자와 보호자의 특징 중 하나는 선생님들과 대화를 할 때 명찰을 유심히 본다는 것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회진 중에 자기소개를 할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물며 아들 딸 뻘 되는 아이들이 가슴에 ‘Poly Klinic, M.S.’라는 알 수 없는 명찰을 달고 ‘2년 전에 맹장 수술하셨네요’ 하면서 자신에 대해 아는 척을 한다면 기분이 좋을 리 없습니다.
무엇보다, 자신을 밝히는 것은 자신의 말과 행동에 대한 책임감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물론 이것은 학생인 지금보다도 의사가 된 후에 더 중요해지겠지요.
쉬운 길을 눈앞에 두고 어려운 길로 돌아가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학기가 끝나가는 지금에서야 쉬운 길을 통해 맺은 그 관계는 사실 거짓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나를 밝히고 상대의 이해를 얻어 내는 것, 어쩌면 PK 실습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요.

편집장 김민재/순천향
<editor@e-mednews.com>

'77호(2010.10.11) > 오피니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자의 목소리  (1) 2010.10.10
사설- 공정한 사회, 우리는 어디까지 왔나  (0) 2010.10.10

 

2010년의 대한민국은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려운 세상이다. 단정적인 표현이 불쾌하다면 지금 여러분이 앉은 자리 주변에서 용이 된 개천 출신자를 꼽아보라. 일용직 노동자 아버지를 둔, 혹은 여러분의 화장실과 교실을 청소해주는 용역 청소원 어머니를 둔 의대생들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는가? 진나라 때 진승과 오광은 ‘왕후장상에 씨가 따로 있는가’를 외치며 정의로운 사회를 간절히 바랬다. 이 천 년이 훌쩍 넘은 지금, 이곳에서 ‘정의’를 이야기함이 무색한 것은 그들이 부르짖던 말을 여전히 힘주어 이야기해야하는 현실 때문이다. 즉, 왕후장상의 씨는 여전히 따로 있고 지금 우리는 그 대표적인 사건을 목도할 수 있다.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이하 외통부) 장관의 딸의 외통부 계약직 특별채용 당시 특혜가 주어졌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외통부를 포함한 고위층의 특채 내역이 낱낱이 공개되고 있다. 일례로 홍정욱 의원이 발표한 ‘전현직 외통부 장차관 및 3급 이상 자녀의 외통부 및 재외공관 근무현황’을 살펴보면 외무고시 2부 시험, 즉, 재외동포 특별채용에서 외통부 고위직 자녀의 비율은 41%였다. 여기에 고위직 자녀의 범위를 국회의원, 외통부 이외 고위직 자녀 및 재벌가 자녀까지로 확대할 경우 비율은 80%로 늘어난다.
채용 당시의 특혜뿐만이 아니다. 소위 ‘로열패밀리’로 불리는 이들은 외교관이 된 이후에도 ‘평민’ 부모를 둔 외교관들은 상상할 수 없는 특혜를 누렸다. 재외동포 출신자인 2부 시험 합격자에게는 주어지지 않던 영어권 국가 해외연수 제도를 누리는가 하면, 로스쿨 금지령이 한시적으로 풀렸다가 다시 묶이기도 했고, 외통부 직원이라면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요직인 북미, 유엔, 중국, 일본대사관을 거쳐 간 비율은 100%였다.
외교가에서 이런 특혜의혹이 불거진 핵심적인 이유로 전문가들은 ‘배타적 순혈주의’를 꼽는다. 즉, 외통부 고위간부 대부분이 외무고시 출신이기 때문에 ‘엘리트적 폐쇄성’이 유발되었고, 한 번의 발령으로 온 가족이 영향을 받는 탓에 윗선에 잘 보이기 위해 부당한 지시를 받더라도 거부하기 힘들기 때문에 ‘상명하복 문화’가 형성된 것이다. 이에 오랜 시간 국외 생활을 같이 하면서 폐쇄적인 사회에서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문화가 견고히 형성되었고 이것이 배타적 순혈주의를 형성했다는 지적이다.
‘로열패밀리’, ‘배타적 순혈주의’, ‘엘리트적 폐쇄성’, ‘상명하복 문화’. 이런 이야기에 익숙하지 않은 의대생은 없을 것이다. 대학병원 사회에서 이런 문제점이 지적되어 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까닭이다. 전공의 선발 시 자교 교수의 자녀에게 특혜가 주어지는 사례는 마치 관례처럼 당연시 되고 있는 실정이며, 교수 임용 때도 타 학과에 비해 자교 출신에 대한 선호가 월등히 높은 까닭에 결국 동종교배로 인해 혁신이 정체되는 결과를 빚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때문에 우리는 외통부의 특혜시비를 반면교사 삼고 진중하게 자성할 필요가 있다. 부모, 국적, 성별, 인종 같이 선택 불가한 인자들에 의해 차별 받지 않는 사회. 그것이 ‘정의로운 사회’인 까닭이며,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의로운 사회란 다양한 선택지의 하나가 아닌, 모두가 노력하며 경주해 갈 도달점인 까닭이다.

유엔 식량특별조사관이 아들에게 들려주는 기아의 진실

우리는 곧잘 텔레비전에서 혹은 책에서 굶주린 아이들의 생활을 접한다. 저런 끔찍한 일이 일어나고 있구나하고 동정하면서도 왜 그런 일이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는지, 저 기아를 해결할 길은 없는지 곰곰이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이번에 유니세프에 기금이라도 내볼까’하는 마음만 잠깐 품을 뿐이다.
왜 세계에는 그토록 굶주리는 사람이 많을까? 그 해결책은 어디에 있을까?
이 질문을 접하면 흔히 사람들은 기아의 원인이 사막화로 인해, 물 부족으로 인해 농경이 불가능해서 빚어졌을 거라고 예상한다. 또 인도적 지원을 해주다보면 그들이 자립할 힘을 얻어 굶주림과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쉽게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현실은?

이 책에서는 아버지와 아들이 대화하는 형식을 통해, 우리가 그동안 몰랐던 기아의 근본적인 원인을 이해하기 쉽게 들려준다.
우리가 단순히 기아의 원인이겠거니 했던 ‘경제적 기아’1)보다 만성적으로 기아 현상을 조장하고 있는 ‘구조적 기아’2)를 알려주면서 왜 기아가 사라지지 않는지, 어째서 국제기구는 식량을 공정하게 배분할 수 없는 건지 하나씩 짚는다.
과거에 아프리카에서 성공했던 개혁 정책과 그 정책이 국제 기업의 이윤 추구에 의해 좌절당한 역사, 현재 식량은 지구의 모든 인구를 다 먹이고도 충분하지만 그 식량의 많은 부분이 소의 사료가 되는 현실, 농산물의 가격이 금융자본가의 투기로 결정되는 상황 등 기아의 기저에 깔린 자본주의의 이기심을 지적한다.

대안은?

저자는 유엔의 세계 보건기구, 유엔 식량농업기구, 유니세프 등 특별한 몇 기구들은 전염병, 식량문제, 기아문제에 맞서 노력하고 있지만 유엔의 세계은행과 국제 통화기금, 세계 무역 기구는 오히려 극단적인 자유주의로 제 3세계 나라의 경제 구조를 더 황폐화 시키고 있는 모순을 알려준다. 즉 유엔이 저개발국가의 형편을 해결해 줄 거란 막연한 생각은 장밋빛 환상임을 말한다.
또한 책의 곳곳에서 단순한 원조보다는 혁명적 개혁과 인프라의 정비가 앞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물고기를 잡아주기보단 잡는 방법을 알려주라는 말이다.
그러나 개혁이 성공했더라도, 폭력적 금융자본에 의해 물거품이 된 사례가 적지 않기에 개혁 이전에 필요한 것은 모두의 인식 변화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저자는 희망은 새롭게 탄생할 전 지구적인 민간단체에 있으며, 사회운동, 비정부조직, 다국적 자본과 그 과두제에 저항하는 노조들의 세계적 연대만이 기아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김다혜 기자/대구가톨릭
<anthocy@e-mednews.com>

(각주)

1) 돌발적이고 급격한 일과성의 경제적 위기로 발생하는 기아. 이를테면 가뭄이나 허리케인 등이 덮쳐 식량이 바닥나 수백만의 인구가 금세 굶어죽을 위기에 처하게 되는 상황. 즉 외부적인 재해로 발생하는 기아.
2) 장기간에 걸쳐 식량공급이 지체되는 경우. 그 나라의 경제 발전이 더딘데 따른 생산력 저조, 급수설비나 도로 같은 인프라의 미정비, 혹은 주민 다수의 극도의 빈곤 등이 원인이 되어 발생. 즉 그 나라를 지배하고 있는 사회 구조로 인해 빚어지는 필연적인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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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두경의 역사

77호(2010.10.11)/문화생활 2010. 10. 10. 21:39 Posted by mednews

응급의학에는 ‘ABC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응급환자의 생명 유지를 위해 기본적으로 행해야 하는 응급조치를 뜻하는 말로 각각 Airway(기도확보), Breathing(호흡유지), Circulation(혈액순환)을 일컫는다.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이 A, 바로 기도폐쇄 여부를 확인하고 교정하는 과정이다.
일단 환자의 목을 뒤로 젖히고 입안에 분비물이 있으면 제거한 후 자발호흡 여부를 확인한다. 그리고 호흡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되면 기도를 확실히 유지하기 위해 ‘기관내삽관’을 시행한다. 후두경으로 혀를 옆으로 밀어내고 성대 사이로 튜브를 집어넣는 이 간단한 행위를 통해 환자는 충분한 양의 산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 모두 후두경이 상용화되기 시작한 1940년대 이후의 이야기다.
그럼 그 전에는 어떻게 대처했을까. 몇 세기 동안은 기관절개술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기관절개술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기원전 3600년경 이집트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역사가 길다. 하지만 소독하지 않은 수술기구를 사용했기 때문에 감염으로 인한 합병증이 매우 심각했다. 가로로 절개하다가 목동맥이 파열돼 죽는 경우도 많았다.
현재의 기관절개술과 비슷한 방법을 처음으로 고안해 낸 사람은 16세기 말 해부학자이자 외과의사인 파브리우스였다. 그는 세로로 절개한 후 튜브를 꽂아 기도를 유지하는 방법을 제안했고, 이후 기관절개술은 발전을 거듭해 두부외상이나 종양으로 인한 심각한 기도폐쇄와 장기간 기계호흡을 유지해야 하는 중환자에 적용할 수 있는 해결책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기도유지가 필요한 환자에게 일반적으로 적용하기에는 너무도 침습적이고 위험성이 컸다.
19세기 프랑스 소아과 의사 부샤는 디프테리아성 위막염으로 후두폐쇄가 온 아이를 치료하기 위해 작은 금속튜브에 실을 매달아 성문에 집어 넣는 방법을 썼다. 몇몇 외과의사들은 클로로포름으로 전신마취를 할 때 기도유지를 위해 구강을 통해 삽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성대를 보기 위해 거울 두 개로 빛을 이리저리 반사시키는 원시적인 과정을 거쳐야 했기 때문에 기관내삽관이 보편적으로 이용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모든 불편과 수고를 덜어준 사람은 독일의사 키르스타인이였다. 키르스타인 이전의 의사들은 바깥쪽에서 성대를 본다는 것은 해부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키르스타인은 어느날 동료 의사 하나가 환자에게 식도경을 삽입하는 도중에 우연히 식도경이 후두를 통해 기관으로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직접후두경 검사법의 가능성을 감지하게 되었다. 이윽고 그는 식도경을 변형시킨 기구를 만들어 한번에 성대를 보는 데 성공했다.
사실 그가 만든 최초의 기구는 현대적 관점에선 매우 조악한 것이었다. 이 새로운 기구의 사용이 빈번해지고 또 그 모양이 실용적인 방향으로 발전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제1차 세계대전이었다. 부상당한 병사를 수술할 때에 기도유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후두경’이라 이름 붙여진 이 기구는 이후 날 끝에 전구를 달고 자루에 건전지가 들어가고 부드럽게 휜 날 모양을 택하면서 점차 현재의 형태를 획득했고, 유용성은 나날이 높아지게 되었다.
현재 가장 널리 이용되는 후두경은 곡선형 날의 매킨토시 타입이다. 이보다 전에 개발된 직선형 날의 밀러 타입은 주로 소아에 사용되고 있다.
오늘 날에는 Fibrelight mccoy laryngoscope 등 여러 종류의 후두경들이 많이 개발되어 마취 및 호흡관리에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정다솔 기자/중앙
<astronova@e-mednews.com>

‘꿈나라’를 보다

77호(2010.10.11)/문화생활 2010. 10. 10. 21:38 Posted by mednews

“제 이름은 Chris이고, 이것은 제 직업이며, 제가 좋아서 하는 일입니다.” 어린 아이부터 노인 까지, 현지인도 관광객도, 관중들은 모두 힘껏 박수를 보냈다. “굳이 돈을 주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이 쇼를 재미있게 보신 분이라면 저한테 ‘Thank You'라고 한 마디만 해 주십시오. 그것이 제가 이 일을 하는 기쁨입니다.” 허리 숙여 인사하는 그를 향해, 관중들은 몰려들어 고맙다는 인사를 하곤 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의 미소, 그의 입가에 있었다.
런던의 한 광장에서 본 풍경이었다. 우스꽝스런 차림을 한 남자가 관객들을 불러 모으더니, 말재주와 신기한 묘기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었다. 관객을 끌어내어 놀리기도 했고, 3미터 높이의 외발자전거 위에서 칼 3자루를 저글링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사실 유럽에서는 이러한 풍경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인터라켄의 조그만 시내에서도 로마의 커다란 광장에서도, 스프레이로 풍경화를 그리는 사람도 특이한 가면 춤을 추는 그룹까지, 참 다양한 사람들이 많았다. 광장뿐만이 아니었다. 뮌헨의 길거리엔 아름다운 목소리가 울렸고, 샹젤리제 거리의 비보이들은 관객들의 춤 본능을 자극했다. 그런데 그들은 공통적으로 이런 말을 했다. 내 이름은 무엇이고, 이것은 내 직업이고,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그 행복했던 유럽 여행을 끝내고 돌아와, 피로가 채 가시기도 전의 일이다. 나는 운 좋게 괜찮은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들어간 대가로, 매년 가을마다 입시 문의 전화에 시달린다. 학교나 학원의 선생님만큼이나, ‘현장경험’이 있는 학생의 말도 중요시 하는 것이다. 우리 애가 지금 성적이 이런데 이 대학에 지원하는게 어떻겠느냐, 대개 이런 내용이다. 나도 막막하고 답답한 입시생의 마음을 겪어 보았기에 성심성의껏 대답해주려 하지만, 항상 상담 후엔 마음이 편치 않았다.
게다가 이번에는 유럽에서 받은 충격이 컸던지라, 사실 진짜 말하고 싶은 내용은 이런 것이었다. “글쎄요, 아무리 A대학이 명문대학이긴 하지만, 지금 지원하려는 B과가 학생 적성과 별로 맞지 않다면 좋은 선택 같아보이진 않습니다. 저는 유럽에서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해 나가는 사람들을 여럿 보았습니다. 그들의 입가에 얼마나 행복한 미소가 가득한지 보셨다면, 아마 제 의견에 동의하실 겁니다.”
물론 정말로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 그랬다간 아마 며칠 만에 온갖 소문이 다 나겠지. ‘웬 X라이 대학생한테 전화를 했었다.’는 내용, 혹은 ‘자기는 대학 좀 갔다고 허세나 부리는 이기적인 대학생’ 정도의 평가를 받지 않을까. 그리고 꼭 그런 평가 때문이 아니더라도, 나도 그렇게 대답해주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너무 ‘꿈같은’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유럽에서 본 자유로운 영혼들이 더욱 더 떠올랐다. 행복하게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며 사는 삶, 어떻게 그런 ‘꿈같은’ 일들이 현실에서 가능한 것일까. 내가 유럽여행을 간 것이 아니라 혼자 꿈을 꾼 걸까. 한국 사람들이 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소신껏 하며 행복하게 산다는 건 그저 꿈일 뿐인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타나토노트’에 보면 “천국에 대한 꿈보다 더 아름다운 꿈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또 그보다 더 헛된 꿈이 뭐가 있겠습니까?”라는 말이 나온다. 어쩌면 내가 꿈꾸는 그런 사회는 아름다운 만큼이나 허망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같이 여행을 갔던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있지, 저런 사람들은 광장 내 자리 선정은 어떻게 할까? 좋은 시간대나 장소를 가지고 싸우지는 않을까? 아니면 누군가 개입을 하는 걸까? 영화에 보면, 포장마차 자리를 두고 불량배들에게 자릿세를 주곤 하잖아.”
그 말을 듣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실제로 그런 게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꿈 속에서도 현실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또 어떻게 생각하면, 그들이 ‘이것은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다.’라고 강하게 밝히는 내면에는 스스로 확신이 부족해 그러는 측면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한껏 웃다가, 한숨을 한 번 내쉬었다.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완전히 꿈같은 세계는 없지.’
하지만 중요한 사실 한 가지는, 내 앨범에는 유럽행 비행기 티켓이 간직되어 있다는 점이다. 내가 유럽에서 본 세상은 꿈이 아니었다. 또한, 그 세상이 완전히 ‘꿈같은 세상’은 아니더라도, 여기 보다 더 꿈에 가까워 보였다.
1950년,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은 한국 전쟁을 보고 “이 도시를 복구하는 데에는 최소 100년이 걸릴 것이다.”라 했다. 우리는 세계가 감탄하는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한국에는 아직 복구되지 않은 이면이 남아있는게 아닐까. 원하는 일을 하며 살지 못하여 슬픈 영혼들이 존재하지 않는가. 하지만 나쁘게 생각할 것은 없다고 본다. 아직 60년 밖에 지나지 않았으니, 40년 이상이 남지 않았는가.
 아직 먼 미래지만, 나는 2050년 대한민국을 기대한다. 아니, 나는 2050년 대한민국을 꿈꾼다.

정세용 기자/연세
<avantgarde91@e-mednews.com>

경제심리학, 사회생물학 - 한번쯤은 갸우뚱 하게 되는 단어들입니다. 경제와 심리, 사회와 생물이라니. 하지만 이들은 뒤에 ‘학’자가 붙은, 엄연한 학문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경제 심리학은 경제생활을 중심으로 인간의 생활 형태나 태도를 경제학적 관점에서 탐구하고, 사회생물학은 집단유전학과 개체군생태학을 통합한 현대적인 자연선택이론을 기반으로 동물의 사회행동이나 사회현상을 ‘유전적 적응’이라는 측면에서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겉보기엔 어색한 조합이지만, 실제로는 정말 잘 어울리지요. 요즘은 이런 ‘통합’이 대세입니다. 학문의 세 갈래 - 자연과학, 사회과학, 인문과학 - 내에서의 통합은 물론, 각 분과 간 교류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의 중심에는 ‘통섭’의 저자인 에드워드 윌슨이 있습니다. 그는 인간이 쌓아온 모든 지식을 관통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믿었고, 이를 알기 위해 학문 간 교류와 통합을 역설했습니다. 통합이 이뤄지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윌슨은 통섭을 가장 적절한 모델로 제시합니다. ‘통섭’에는 그가 생각하는 통합의 모습이 드러나 있지요. 이번 스터디에서는 윌슨의 통섭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통섭 : 인간을 이해하는 통로

통섭은 19세기 과학자이자 철학자인 윌리엄 휴얼에 의해 처음으로 쓰인 단어입니다. 그는 통섭을 ‘jumping together’, 즉 ‘더불어 넘다든다’로 정의했습니다. 좀 더 풀어서 설명하면 ‘서로 다른 현상으로부터 도출되는 원리들이 정연한 일관성을 보이는 것’을 의미하지요. 그는 학문의 성장을 강에 비유하여, 작은 지류가 모여 큰 강의 줄기를 이루듯 학문의 여러 갈래가 서로 합쳐져 하나의 커다란 흐름이 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휴얼의 통섭은 ‘융합적 통섭’입니다. 이는 윌슨의 통섭과는 좀 다른 개념입니다.
하나로 합쳐진 강줄기 속에는 각각의 냇물이 구분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윌슨의 통섭에서는 여러 학문이 각자의 형상을 유지하며 그들 모두에게 통용되는 어떤 ‘진리’를 공유합니다. 이런 상태에서의 각 학문은 엄격히 분리되거나 하나로 뭉뚱그려진 상태가 아닌, 상호영향을 주고받으며 생동하는 존재가 됩니다. 사실 이와 같은 ‘교류’는 얼마 전 부터 꾸준히 일어나왔습니다. 1970년대 초 인지심리학, 인공지능, 언어학 등이 서로 협력하여 생겨난 인지과학이나, 최근 진화와 발생을 한데 엮어 설명하는 진화발생생물학(Evolutionary developmental biology, Evo-Devo)의 등장이 그 예입니다. 인지과학이나 이보디보에 몸담고 있다 해서 본래의 학문분야 - 언어학, 인지심리학, 진화학 등 -와 그 분야의 성과물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각 분야에서 얻은 지식, 연구기법 등을 적극 활용하여 연구를 수행하고 있지요.  
윌슨의 통섭이 특별한 이유는 그러한 교류의 방향성을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진리가 바로 그것입니다. 윌슨은 그 진리를 ‘인간존재에 대한 이해’라고 여겼고, 그런 진리에 도달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써 ‘자연과학적 환원주의’를 제시했습니다. 다시말해서 ‘인간에 대한 자연과학적인 이해’가 뒷받침되지 않고는 어떤 학문도 견고할 수 없다고 본 것이지요. 
이 대목에서 많은 사회과학자나 인문학자들이 눈살을 찌푸립니다. 실제로 오랜 기간 동안 인간의 이성이나 마음에 관한 논의는 사회과학과 인문학이 도맡아 왔었습니다. 하지만 윌슨은 그런 논의 중 상당수가 주관적이고, 확실히 검증되지 못한 것이라고 여겼지요. 예를 들어 경제심리학에서 활용하는 심리학 지식들 - ‘사람들은 ~한 상황에서 ~하는 경향이 있다’ 등 -은 대부분 경험상 ‘그렇다’고 여겨질 뿐, 검증되지 못한 세간의 속설이 대부분입니다. 이에 대해 윌슨은 인간의 정신을 해부학적, 생리학적인 현상으로 표현하여 해석하고, 유전적 성향과 그에 따른 주위 환경의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얻어낸 정보가 인간본성을 이해하는 열쇠라고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성선설과 성악설 둘 중에서 어느 것이 맞는지는 여러 가지 논란이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인간의 신경회로 매커니즘이 완전히 밝혀지고 신경회로의 작용양상이 ‘대체로 선한 경향’을 보인다고 판단된다면, 성선설이 옳은 이론이 될 수도 있겠지요. 윌슨은 인간에 관한 ‘머릿속 이론’이 아닌 인간의 객관적인 형태와 구조에 기반한 인간이론은 어느 분야에서나 의심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인간에 관한 모든 학문의 기초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통섭의 화두 : 마음과 문화  

하지만 ‘사람은 눈이 두 개, 코가 한 개, 입이 한 개’ 라는 사실만으로는 인간존재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마음’, 좀 더 구체적으로는 ‘마음을 구성하는 세포적인 사건’을 밝히는 것은 윌슨의 통섭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입니다. 가령 ‘기쁘다’, ‘슬프다’라는  감정을 느낄 때의 신경회로 매커니즘이 밝혀진다면 뇌의 물리 과정들이 어떻게 주관적인 감정을 일으키는지에 대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혹은 같은 감정을 느낀다고 생각하는 두 사람의 신경회로 양태를 비교해봄으로써 ‘공감한다’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연구의 범위를 좀 더 확장해봅시다. 인간의 본성은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와 문화에도 큰 영향을 받습니다. 윌슨은 ‘유전자-문화 공진화’ 개념을 통해 이를 설명합니다. ‘유전자-문화 공진화’는 인류가 유전적 진화와 문화적 진화를 병행해왔으며, 두 진화가 상호작용하고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이론입니다. 두 진화는 후성규칙에 의해 매개됩니다. 후성규칙이란 어떤 자극에 민감하고 어떤 기억이 오래가는지, 어떤 행동을 선택하는지를 결정하는 유전적인 성향, 즉 유전적으로 전해지는 인간 고유의 특성을 뜻합니다. 문화는 어떤 유전자가 다음 세대로 전해질 지 결정하는 것을 돕고, 그 결과 살아남은 새로운 유전자는 개체(군)의 후성규칙을 변화시킵니다. 이렇게 변화된 후성규칙은 다시 개체의 문화적 선택, 행동을 변화시킴으로써 문화의 진화가 일어나도록 돕게 되지요. 여기서 ‘문화’의 범주는 연구대상에 따라 가정, 학교, 회사, 지역 또는 국가 등 다양하게 설정될 수 있습니다. 상호영향을 주고받는 방식은 ‘마음’ 연구에서 밝혀진 자연과학적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하여 올바르게 추리될 수 있겠지요.

불가피한 ‘가치의 부재’   

9장 사회과학 편에는 의학에 관한 이야기가 짤막하게 나와 있습니다. 윌슨은 극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현대의학과 그렇지 못한 사회과학을 대비시키면서, 통섭이 잘 이뤄지고 있는 학문의 한 예로써 의학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현대 의학자는 자연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질병을 물리화학적 수준에서 명확하게 정의하고, 그러한 객관적인 정보를 기반으로 과학적인 치료계획을 수립합니다. 확실히 현대의학은 인간탐구에 대한 자연과학적 방법론을 도입함으로써  꽤 좋은 성과를 내고 있지요. 하지만 여러 가지 문제점도 안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현대의학으로 질병의 ‘원인’을 찾을 수는 있지만 ‘무엇이 건강인지’에 대한 답을 제시해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과학적인 방법론으로 몸의 상태를 알 수는 있지만 그것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치관을 제공해 주지는 못하는 것이지요.
윌슨은 ‘가치’와 관련된 문제들 중 상당수를 관념적인 언쟁으로 여겼습니다. 그래서 보다 객관적인 자연과학적 사실들을 기준으로 인간과 사회현상을 분석, 정의하려고 시도했지요. 그는 윤리나 종교, 예술도 유전자-문화 공진화에 의해 그 양상을 완벽히 분석하면 향후 그들이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 예측 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예측뿐만이 아닙니다. 인간 본성을 논함에 있어 ‘인간이라면 어떠해야하는가’라는 질문이 빠져선 안 되겠지요. 하지만 이 질문을 윌슨이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통섭 범위를 넘어선 개념으로 여긴 탓인지 책에는 특별한 언급이 없습니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부분입니다.          

학문에 임하는 ‘자세’로서의 통섭

이런 가치관의 문제 이외에도, 윌슨의 통섭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시선은 꽤 많습니다. 이 중에는 통섭의 결과 마음의 세포적 매커니즘이 완전히 밝혀지고 문화현상이 완벽하게 분석되어 인간이 완전히 ‘과학적’으로 인식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막 테이프를 끊은 통섭의 마지막을 예측하는 것은 이른 감이 없지 않고, 확실치 않은 추측으로 통섭론을 논하는 것도 옳지 않습니다. 혹자는 윌슨이 통섭을 외치면서 ‘더 잘게 쪼개는’ 환원주의를 강조하는 것을 모순이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통섭에서의 환원주의는 기존의 사회과학과 인문학에 다루던 사회나 인간 정신의 거시적인 현상들을 인간, 혹은 세포 단위로 분석하여 더 객관적인 매커니즘을 추론해보려는 태도에서 나온 것입니다. 다시 말해 윌슨이 사용한 ‘환원주의’는 본래의 관념적 의미보다는 ‘“왜” 라는 의문을 갖는 자세’로써 받아들이는 것이 더 옳다고 봅니다.
‘통섭’의 의의는 인간을 이해함에 있어 자연과학의 위상을 재조명한 것입니다. 윌슨은 관념적인 논의를 최대한 배재하고 객관적인 검증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것을 통섭의 목표라 여겼습니다. 현재의 통섭개념은 가치관에 대한 답을 제시해 줄 수 없고, 그 끝에 인간이 어떠한 모습으로 남을지 가늠하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 한계점을 분명히 인식하고서 긍정적인 부분을 수용한다면, 다른 학문에 대한 편견을 줄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윌슨의 통섭이 인간에 관한 학문에 임하는 자세로써 받아들여지길 바라며 스터디를 마칩니다.

김정화 기자/한림
<eudaimonia89@e-med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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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23일 백범기념관에서…안경환 전 인권위원장 등 특강

신문 청년의사는 오는 23일 오후 3시30분부터 서울 효창동에 위치한 백범기념관 대회의실에서 ‘MSD청년슈바이처상 10주년 기념 강연회’를 개최한다.
올해로 제정한 지 10년째를 맞이한 'MSD청년슈바이처상'은 한국의료윤리학회와 신문 청년의사가 공동으로 제정하고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장협회와 한국MSD가 공동으로 후원한다.
이 상은 지난 2001년 전인교육을 통해 인격적으로 성숙한 의사를 길러내는 일이나 창조적 연구자를 길러내는 일에는 무기력했던 의과대학의 주입식 교육을 반성하고, 미래의 한국의료를 책임질 의대생 및 전공의들이 전인격적 치료자로 성장할 것을 격려하기 위한 취지로 제정됐다.
이에 따라 신문 청년의사는 MSD청년슈바이처상 제정 10주년을 맞아 한국의 의학교육에 관심이 있는 각계 전문가 및 역대 수상자, 특히 한국의료를 책임질 의대생 및 젊은 의사들을 모시고 10주년 기념 강연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날 강연에서는 ▲연구자의 삶과 개인의 삶을 조화시키기(서울아산병원 김종성 교수) ▲기부의 즐검움(션, 가수) ▲지식인의 사회적 책임(서울대 법대 안경환 교수, 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등의 특강이 진행된다.
강연회 참가 신청은 온라인(신청 홈페이지 클릭)으로 가능하다. 참가신청 문의는 02-2646-0852.

최성욱 기자/울산
<palpitation@e-med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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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의 재잘거림

77호(2010.10.11)/문화생활 2010. 10. 10. 21:35 Posted by mednews

트위터 하는 의사들

“요즘 혼인을 보면, 취업처럼 스펙이 중요하더군요. 서로 '완전한 충만'을 전제하고 시작하는 거죠. 그러니 막장이 예사롭겠죠. 무턱대고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겠지만, 저는 고루한 세대로서 청년들이 ‘인연’을 가볍게 여기지 않았으면 합니다.”
어느 신문에 기고된 유명 작가의 한 마디일까. 아니라면 어느 수필집에 나오는 한 구절일까. 정답은 지난 3일, 시골의사 박경철씨[@chondoc]가 본인의 트위터에 직접 작성한 짤막한 트윗[i]. 포털에 접속하기 무섭게 기사가 튀어나와서 이제는 별로 신기할 것도 없게 되어버린 연예인들의 트위터 사용처럼, 의사들에게도 더 이상 트위터는 이국적인 서비스가 아니다.


요즈음 싸이월드를 모르는 의대생은 찾아보기 힘들다. 트위터 역시 싸이월드 같은 SNS의 범주에 속한다. SNS란 Social Networking Service의 약자로, 온라인상에서 불특정 타인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서비스를 일컫는다. 이용자들은 SNS를 통해 인맥을 새롭게 쌓거나, 기존 인맥과의 관계를 강화시킨다. 최근 아이폰을 필두로 한 스마트폰 열풍에 힘입어, 가볍고 간단하게 이용할 수 있는 트위터가 인기를 얻고 있는 것. 실제 작년에 비해 올해 국내 트위터 접속자 수는 무려 20배 가량 증가했다고 한다.
트위터 사용자들의 순위를 보여주는 트위터 그레이더에 접속해서 ‘Korea, republic of’을 검색해보면, 랭킹 상위권에 포진해 있는 의사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4일 현재 20위에 랭크되어 있는 치과의사 류성용[@gnathia]씨는, 트위터하는 기업인하면 누구나 가장 먼저 떠올릴 신세계 그룹 정용진 부사장[@yjchung68]보다도 무려 4 계단이나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윗 글을 쓴 박경철씨 역시 웬만한 연예인 부럽지 않은 팔로어수를 자랑하고 있다.
의정부성모병원장 김영훈 소아청소년과 교수[@pedkyh], 서울성모병원 순환기 내과 노태호 교수[@DrArrhythmia],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이재호 교수[@jaeholee2010] 역시 트위터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노태호 교수의 경우 트위터를 통해 활발한 의료 상담을 벌이고 있고, 김영훈 교수는 육아당, 아빠당과 같은 트위터 내의 모임을 통해 육아 관련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이재호 교수는 주로 전자의무기록 관련 정보를 트위터 유저들과 나눈다.
의사뿐만 아니라 대형 병원들도 트위터 계정을 통해 환자들에게 홍보 활동을 벌이고 있다. 가톨릭중앙의료원[@CMCMedicalNews], 서울아산병원[@Asanmedicalnews], 세브란스병원[@iseverance], 한림대 의료원[@HUMC] 등이 트위터에도 둥지를 마련한 상태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환자와 의사의 소통의 장을 마련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나, 자칫하면 지나친 환자 유인과 홍보 활동으로 이어져 의료법에 저촉될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한 실정이다.

권의종 기자/가톨릭
<isnell@e-mednews.com>

[i] 트윗(tweet) : 새가 짹짹거리는 소리를 묘사한 동사. 트위터에서 사용자들이 올리는 짤막한 글을 지칭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