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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응급의료: 과거로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는?


최근 몇 년 사이 “골든타임”, “낭만 닥터 김사부” 등과 같이 응급실을 배경으로 한 메디컬 드라마들이 텔레비전에 방영되었다. 또한 ‘아덴만 영웅’으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 이국종 교수나 응급의학과 의사이자 작가인 남궁인 등 응급의학과 의료인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응급의료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과연 우리나라 응급의료의 현주소는 어디인지 과거로부터 알아보기로 하자.


응급의학의 출발


현대 의학은 점점 세분화, 첨단화 되어가지만 이에 반해 여러 가지 질환이 있는 환자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발생하였다. 이러한 문제 의식에서 출발하여 발전하게 된 분야가 응급의학이다. 1970년대 이후 미국, 서유럽 등의 일부 선진국들에서 시작하여 우리나라에는 그보다 늦게 도입되었다.


우리나라의 응급의료체계 도입


1980년대 들어 야간 통행 금지가 해제되고 교통이 발달됨에 따라 응급실의 수요는 늘게 되었고, 의료보험의 확대로 병원 문턱이 낮아져 진료 환경은 더 열악해졌다.

1990년대의 연이은 대형 사고들은 응급의료체계의 도입의 필요성을 상기시켜 주는 계기가 되었다.


아시아나항공 733편 추락 사고,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 비전문적인 응급의료 수준을 보여줘…


1993년 목포로 향하던 아시아나 733편이 추락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 때 척추 부상을 입은 환자를 보호 장치 없이 헬기로 들어올리는 모습이 텔레비전을 통해 방영되었다. 결국 그 환자는 하반신 불구가 되었다. 이는 당시의 응급의료 수준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이후로도 1994년의 성수대교 붕괴 사고, 1995년의 대구 지하철 가스 폭발 사고 등의 인재를 겪으며 응급의료체계가 원시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반복적으로 나왔다.

체계적인 응급의료체계 도입을 불러온 가장 결정적인 사건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라고 할 수 있다. 당시 현장에서는 선진국에서 이미 일반화되어 있던 중증도 분류(triage)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사고 초기에 인근의 강남성모병원 응급실은 마비된 반면 서울대 병원에는 한 명의 환자도 이송되지 않았다. 결국 강남성모병원으로 이송된 환자들은 다른 병원으로 재이송되어야 했고 이 과정에서 환자의 생명에 중요한 ‘골든아워’를 허비해 버린 셈이다.

1994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이 시행되고 응급의학이 전문과목으로 인정되었다. 이후 1996년에 제1회 응급의학전문의 자격시험이 시행되어 51명의 전문의가 배출되었다. 2000년에 들어 환자이송업무 소방에서 전담, 응급환자정보센터를 응급의료정보센터로 개칭하고 대한적십자사에서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이관, 국립의료원이 중앙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되었다.


아덴만 여명 작전과 석해균 선장

- 중증외상센터 설립의 계기


2011년 1월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된 삼호쥬얼리호의 석해균 선장은 선원 구출작전 과정에서 여러 군데 총상을 입어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다. 석 선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한국으로의 신속한 이송이 필요했는데 정부는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이 때 에어 앰뷸런스(Air Ambulance)가 현지로 급히 파견되었는데, 사비를 털어서라도 환자를 살려야 된다는 일념으로 이국종 교수가 강력히 주장하여 이루어진 결과였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 중증외상환자와 그 치료 현황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의료계와 보건당국이 중증외상치료의 중요성을 느끼고 전국적으로 중증외상센터가 설립되기 시작되었다.

중증외상센터란 일반 응급실에서의 처치 범위를 넘어서는 외상의 정도를 가진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와 수술을 시행하여 생사의 갈림길에서 구해낼 수 있는 시설, 장비, 인력을 갖춘 센터를 말한다.

2012년 5월 14일 개정된 응급의료법에서는 중증외상센터의 설립 등의 내용이 담기게 되었다. 그 이후 권역외상센터와 지역외상센터가 각각 지정되고 행정적, 재정적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게 되었다.


외상센터 설립되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어…


이국종 교수는 지난 달 “말하는대로”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권역외상센터는 국가가 국민에게 반드시 제공해야 하는 사회안전망이다. 하지만 현재 중증외상관리시스템은 한국 의료에서의 실패 영역 이라고도 말한다. 우리나라의 30대와 40대, 즉 사회의 근간이 되는 젊은 세대들이 사망하는 원인의 많은 부분을 외상이 차지한다. 따라서 증증 외상 사망률을 낮추는 것이 사회 안전망을 만드는 바탕이 된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의료 분야의 90% 이상을 민간 영역, 즉 사립 병원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병원들은 이윤 추구에 집중하게 되고 중증외상센터 설립을 꺼려하는 경우도 있다. 재원과 전공자 역시도 부족한 상황이다. 물론 정부의 정책과 지원도 필요하겠지만 각각의 병원과 의료인 개개인의 소명 의식이 없다면 응급의료 분야의 발전은 외면 받게 될 것이다.


임경예 기자/가천

<kyoungye888@gmail.com>



한국형 입원전담전문의 시범 사업 오는 12월까지 시행

- 입원환자 진료의 질 향상 전망, 아직 넘어야 할 과제 많아


양산 부산대병원이 지난 3월 1일부터 내과 계열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시행함에 따라 입원전담전문의제도 시범 사업을 실시하는 기관이 전국 36개 기관으로 늘어났다. 시범 사업은 오는 12월까지 시행된다.


입원전담전문의는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입원부터 퇴원까지 환자 치료를 직접적으로 책임지고 시행하는 전문의로 입원초기 진찰, 경과 관찰, 환자 및 가족 상담, 병동 내 간단한 처치와 시술 실시, 퇴원계획 수립 등 전반적인 주치의 역할을 수행한다.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은 2014년 11월 18일 내과전공의 이탈 사건(원주기독병원)에 대한 학회 대책 회의를 계기로 대한내과학회에서 입원환자 전담전문의 필요성을 공론화하고 학회 차원에서 논의 진행 예정임을 2014년 11월 19일 의료관련 전문지 기자간담회에서 밝힘에 따라 시작되었다. 이후 호스피탈 도입 연석회의, 수련병원 간담회, 국회 공청회,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 설명회 등을 거치며 사업이 구체화되었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올해 2월 4일에는 전공의 및 의대생 등을 대상으로 입원전담전문의 설명회가 개최되었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도입 배경에 전공의 정원 감소, 근무시간 축소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전공의 정원 감축 정책,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정책이 시행됨에 따라 도입되었다. 전공의 정원 감축 정책은 대형병원의 등장으로 전공의 정원이 증가로 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 졸업생 인원을 넘어섰으나 지방의 수련병원은 정원이 미달하는 불균형이 발생하여 전공의 정원을 줄이고 수도권과 지방의 전공의 수급 균형을 맞추기 위해 시행되었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정책은 주당 100시간이 넘는 기존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자 전공의 1인당 근무시간을 주당 최대 88시간으로 축소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정책으로, 이와 함께 당직 근무를 개선하고 당직비를 현실화하는 정책이다. 전공의의 수와 근무 시간이 줄어듦에 따라 발생하는 진료공백을 해결하려는 현실적인 필요와 기존 전공의 중심의 입원환자 진료를 전문의 중심의 진료체제로 전환하여 환자들에게 안전하고 수준 높은 진료를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입원전담전문의 제도가 도입되었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도입 효과 증명하는 선진국 선례, 시범사업 평가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미국, 캐나다,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 여러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가장 먼저 도입한 국가는 미국으로, 미국 내 증가하는 의료비용과 부족한 인력공급문제가 대두되고 미국 내의 수가제도가 개편됨에 따라 병원들은 경영효율성을 확보하고 입원환자의 진료 질 향상을 목적으로 입원환자만을 전담하기 위한 전문 인력을 고용하기 시작했고 이후 Hospitalist(입원전담전문의)라는 용어가 통용되었다. 미국의 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Hospitalist에 의한 입원 치료서비스를 제공받는 집단에서 재원일수 및 의료 비용의 감소를 보였으며, 재입원의 감소가 있다고 보고되었다.


한국형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또한 미국을 비롯한 외국의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와 유사한 점이 많다. 한국형 입원전담전문의는 병동 입원 환자에 대한 진단, 검사, 투약, 처치 및 안전관리, 환자 보호자에 정보 제공 등 전반적인 입원 치료를 담당하는 역할을 하며 환자 교육, 감염 관리, 업무 협조, 전공의 교육 등을 수행한다. 한국형 호스피탈리스트 시범사업 평가에 따르면, 호스피탈리스트가 진료하는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입원 직후 병실 진료의 신속성은 3.27배, 궁금증에 대한 답변은 2.09배, 의사화의 접근성은 4.54배 등 접근성 항목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으며 면담과 처치 등에 대한 만족도 역시 유의미하게 높았다고 한다. 또한 한국형 호스피탈리스트 시범사업 운영, 평가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입원전담전문의 근무 의사에 대한 질문에 외과의 63.0%, 내과의 72.6%가 근무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하여 입원전담전문의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인 것임을 알 수 있다. 시범사업으로 대학병원에서 입원전담전문의로 근무하고 있는 한 전문의에 따르면, 입원전담전문의는 입원환자를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하여 업무강도가 상대적으로 낮으며 업무시간 역시 길지 않다고 한다. 


업무 분담 문제, 비용 문제 등 과제 산적


그러나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산적해 있다.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분당서울대병원의 경우, 보수, 휴무, 학술활동 지원 등의 문제로 입원전담전문의 고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다른 의료진과의 관계 설정, 탄력적인 인력 운영의 어려움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시범사업으로 근무하고 있는 한 입원전담전문의에 의하면, 입원전담전문의가 기존의 전공의 업무를 대체한다는 인식이 있어 전문의, 교수요원으로서의 지위가 보장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하며, 일반적인 처치나 술기를 하다 보니, 자신의 전공에 대한 능력을 기르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한다. 기존에는 세부 전문의들이 환자 관리를 겸하는 체제이었기 때문에, 세부 전문의와 입원전담전문의 간의 역할 분담, 환자에 대한 책임 소재 문제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또한 전공의를 입원전담전문의로 대신하는 과정에서 병원 입장에서 비용적인 문제가 따른다. 이에 보건복지부에서는 입원전담전문의 도입을 위한 시범수가를 신설하였다.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 수가는 입원환자에 대한 포괄적 관리에 대한 보상 관점에서 입원 1일당 산정하는 입원료에 가산하는 형태로, 환자 본인부담금은 입원 1일당 약 2,000원에서 5,900원 증가하여 입원 1일당 10,500원 ~ 29,940원 수준으로 조정되었다.

 

현재 시범사업은 일반병동에서 전문의가 24시간 상주하는 표준모형으로 실시되고 있다. 표준모형은 전문의 5인이 주간 2인, 야간과 주말 1인 근무하는 모형으로 5주당 총 19회, 228시간 근무가 되며, 1주당 평균 3.8회, 45.6시간으로 근무하게 된다. 야간 및 휴일을 포함하면 1주 평균 근무시간은 56시간이다. 표준모형 외에도 전공의 병행 근무 모형이나 단기 입원 병동 모형이 있다. 우선 전공의 병행 근무 모형은 전문의가 24시간 병동에 상주한다는 점에서 표준모형과 유사하나 전공의와 업무를 분담하는 모형으로 전공의의 행위 및 판단에 대해서 입원전담전문의와 지도전문의가 관리 감독하는 형태이다. 단기 입원 병동 모형은 응급실의 입원 환자에 대해 해당 환자의 초기 처치 및 처방에 대한 역할부터 입원 초기의 관리까지 포괄적으로 입원전담전문의가 수행하는 것으로, 타 모형에 비해 업무량과 강도가 높은 모형이다. 시범 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의 확산과 비용 발생 등을 고려하여 운영 모델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환자 안전 확보와 진료의 질 향상이라는 공익적 목적과 전공의 인력 감소에 대한 대응이라는 행정적 목적이 혼재되어 도입된 제도이지만, 이 제도를 통해 환자 진료의 질이 향상됨은 물론 전공의 수련환경이 개선되며 의대생, 전공의에게 입원전담전문의라는 새로운 진출 영역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공의를 입원전담전문의로 대체하면서 의료비용이 증가한다는 일부의 지적이 있으나 의료계는 향상된 의료 서비스를 통해 환자의 재원 기간이 단축되어 전체적인 의료비용은 감소하게 된다는 입장이다. 현재 시범사업은 내과, 외과계에서 시행 중이나 시범사업의 성과에 따라 향후 산부인과, 소아과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입원전담전문의 시범 사업과 제도 정착의 성공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백명훈 기자/가천

<beak98mh@naver.com>


의무병이 X선 촬영을? 국방부 시행령 개정 논란

- 30만건의 무면허 의료행위...시행령 개정으로 합법화 꼼수


군 병원에서 치료받은 병사가 에탄올 주사로 왼팔이 마비되고, 고열에 시달렸던 병사는 뇌수막염으로 인한 패혈증으로 사망하였다. 지뢰를 밟아 다리를 잃은 군인은 군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못해 민간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았다. 군에서 의료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해 말, 국방부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무면허 의료행위를 합법화하려는 시도를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군 의료 인력이 부족하다는 탓을 하며 무자격 장병의 교육을 통해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한다는 것이었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실에 따르면 국방부가 훈련소에서 몇 주간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의무병에게 X선 촬영 등의 업무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의료법을 비롯한 관련 법을 위반하는 위법행위이다. 여태껏 군에서 이루어졌던 무면허 의료행위는 암묵적으로 묵인되어왔다. 채혈이나 주사 등의 의료행위에 수술보조까지 하는 등 불법의료행위가 심각한 실정이었다. 2013년 감사에서 밝혀진 바로는 군 내에서 연 30만 건의 무면허 의료행위가 발생하였다. 국방부가 추진하는 시행령 개정으로 불법의료행위를 합법화한다면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었다. 


열악한 여건 속에 부담금은 증가


국방부가 추진했던 시행령 개정은 만성적으로 장기의료인력이 부족한 상태에 빠져 있는 군 의료체계를 의무병에 의한 무면허 의료행위의 합법화라는 편법적인 방법으로 해결한다는 꼼수로 보인다. 국군 장병이 60만명에 달하는데 반해 군의관 수는 2500명 수준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2016년 9월 기준으로 장기 복무하는 군의관은 전체의 5%에 불과하며, 이조차 대부분 관리직에 있다. 95%의 단기 군의관이 60만 장병의 건강을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간호사는 1000여 명 수준으로 훨씬 더 모자라는 숫자다. 의사와 간호사가 1:2 수준의 비율을 유지하는 민간 병원에 비해 군 의료시설에서는 2.5:1의 비율로, 심각한 의사-간호사 수 불균형을 보였다.

이처럼 군 의료체계의 열악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군인들의 민간병원 의존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장병이 민간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경우 진료비의 일부를 국방부가 건강보험부담금 명목으로 지불하도록 되어있는데, 이 금액이 2015년에 500억 원을 넘어섰다. 반면 국군수도병원은 군 책임운영기관 평가에서 최저를 기록하여, 군 의료 체계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군 의료체계 개선계획’으로 변화 시도해


무면허 의료행위, 장기 군의관 및 간호 인력 부족 등 반복적으로 지적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국방부는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군 의료 진료능력 확충을 모토로 ‘2017~2021 군 보건의료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군 진료환경 개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그간 ‘2012~2016 군 의료체계 개선계획’ 등의 사업을 통해 △감염병 예방 △질병의 조기진단 △환자의 신속 후송 분야에서 많은 발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핵심적인 진료능력 개선이 미흡하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국방부는 군 병원 수를 줄이고, 국군수도병원을 군 특성화 종합병원으로 육성하기 위해 외상센터를 설립하고 의료 시설·인력·장비를 보강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무면허 의료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군 병원의 의무병을 간부로 대체하고, 사단의무대에는 자격을 갖춘 전문의무병을 모집해 복무하게 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숙련된 의사인력 확보를 위해서는 장기군의관 처우를 개선하는 등 다양한 개선방안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장기 군의관의 처우 개선에는 보수 인상, 시간제 채용 제도 등의 방법이 포함되었다.

국방부는 이와 같은 개선방안을 통해 환자가 적기에 군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되며, 무자격 의무병에 의한 의료보조행위 시비소지를 없애 자격이 있는 의료인에 의한 전문적이고 안전한 진료가 제공된다. 또 외상 등 군 다빈도·특수질환도 군 병원에서 대학병원 수준의 진료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의료접근성 개선 위해 원격의료 시범사업 진행


이 외에도 격오지 부대를 중심으로 시작된 보건복지부의 군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통해 의료접근성을 개선하려 하고 있다. 현재 63개 부대에서 실시하고 있는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올해 말까지 76개소로 확대할 계획이다. 40개 부대 대상으로 발병 후 12시간 이내에 진료를 받은 병사 비율을 조사한 결과, 원격진료 실시 부대는 83%인 반면 원격진료 미실시 부대는 35%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원격의료 시범사업의 결과 의료접근성이 크게 개선되고 장병들의 만족도가 높아진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앞으로의 계획처럼 군 의료인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의무병을 대체할 전문적 의료인력을 확충하고, 진료능력을 개선하는 것이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한 시범사업으로 진행 중인 원격의료가 격오지 부대의 의료사각을 완전히 메꿀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 게다가 원격의료가 응급상황에 대비하기 힘들며, 외상과 정형외과적 질병이 많은 군 특성상 원격의료가 적합하지 않다는 점, 원격의료의 주 시행 대상인 고혈압이나 당뇨 등의 만성질환자가 군 부대에 적은 점 등을 들어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 역시 나오고 있다. 군 병원에서 국방부가 목표로 하는 대학병원 수준의, 불법 의료행위가 없는 진료를 받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예산이 투입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장병들의 건강과 직결되는 군 의료 체계, 관심을 갖고 지켜보아야 한다.


이상혁 기자/가천

<hoiayp@gmail.com>



비합리를 설명하기 위한 합리적 근거

- 우리는 합리적 의사 결정을 하고 있는가?


다음과 같은 상황을 가정해보자. 자궁근종으로 부인과 외래에 환자가 찾아왔다. 환자는 월경 과다와 복통으로 근종 제거 수술을 하고 싶어 한다. 초음파 검사를 비롯한 각종 결과를 보니 자궁선근증과 내막증 또한 동반되어 있는 것 같고 자궁 내 유착이 심해 근종만 제거한다고 해결될 상황은 아니다. 결국 자궁을 적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환자는 이미 폐경되었고 아이를 가질 수도 없기 때문에 아이가 자라는 곳인 자궁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 

의사는 환자가 가진 질병을 근치적(radically)으로 치료하기 위해 ‘자궁적출술’을 권한다. 하지만 환자는 왠지 자궁이 있어야만 할 것 같다는 이유로 의사의 제안을 거절한다. 의사가 보기에는 환자가 자궁적출이 아닌 근종절제만 한다면 어차피 다시 수술을 해야 할 것이 뻔하다. 현재 상황으로서는 자궁 적출을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합리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환자는 단지 그러고 싶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합리적인’ 제안을 거절한다. 의사와 환자는 30분간 논쟁을 하다가 결국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으로 끝난다. 

이와 같은 상황은 병원 안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상황이다. 병에 걸렸다는 것을 ‘위험 상황’이라고 할 때, 위험 상황에 대한 지각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인가? 또한 우리는 왜 위험상황에서 오히려 이성적이고 합리적이기 보다는 감정에 근거한 비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것일까?


위험 지각이란?    


위험 지각이란, 자연 재해, 살충제, 원자력 발전소, 스키 타기, 자동차 운전, 의약품 등에 대한 태도와 판단을 의미한다. 위험지각은 위험한 활동들의 이득과 손실을 따져 수용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정보 처리 과정이다.

위험 지각 의 초기 모델은 카너만과 트벌스키의 내기에 대한 이득과 손해를 따지는 모형에서 시작되었다.(Kahneman&Tversky, 1973 ; 1979) 어떤 사람이 내기의 결과 어떤 내기를 선택하든 같은 액수를 얻는다고 해보자. 확률이 낮은 위험한 내기보다 100% 딸 수 있는 확실한 내기를 선택한다면, 이를 위험 혐오(risk aversive)라고 한다. 경제학적 관점에서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위험을 혐오할 것으로 가정한다. 

그러나 의사 결정 결과 오히려 사람들이 위험을 추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첫째, 사람들은 기대치는 매우 큰 금액이지만 딸 확률은 매우 낮은 내기를 선호한다. 둘째, 내기의 결과 같은 금액을 잃을 때 확실히 잃을 내기와 잃을 확률이 높은 내기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사람들은 확실히 잃을 내기를 택한다. 이처럼 사람들이 오히려 위험을 추구한다는 사실은 기존의 고전적인 경제학적 모델과는 일치하지 않는다. 


위험 지각에서 감정의 영향 

   

위험 지각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위험 지각 모델은 기존의 통계적 접근에서 더 나아가 심리적 접근을 사용하게 된다. 위험에 대해 판단할 때 손익 분석(cost-benefit analysis)보다 지식, 신뢰, 성차, 세계관 등의 심리적 요인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위험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가 ‘두려움’이라는 감정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가 밝혀지면서 심리적 접근을 통해 위험 지각을 평가하고자 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특히 최근의 연구 결과는 합리의 영역인 인지와 비합리의 영역인 정서가 서로 상호작용하는 관계라는 것을 시사한다. 이는 로엔슈타인(Loewen-stein et al.,2001) 등이 제안한 위험 느낌 가설(risk-as feelings)으로 설명할 수 있다. 위험 느낌 가설은 위험한 상황에 대한 반응 및 그에 관한 의사 결정은 걱정, 두려움, 공포, 불안과 같은 느낌을 포함한 정서적인 영향을 직접 받는다고 설명한다. 기대되는 결과, 주관적 확률, 기분 등이 모두 인지와 정서에 영향을 주고 인지와 정서는 상호 영향을 주어 선택 행동을 이끈다. 또한 각각이 독립적으로 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로엔슈타인 등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할 때 느낌이 중요한 입력 이상의 역할을 하며 위험의 인지적 평가와 위험과 관련된 행동을 연결한다고 주장하였다. 

위의 상황에 대입시켜 보면 자궁적출술이라는 위험에 대해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자신의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을 비롯한 인지뿐만 아니라 단순히 수술을 하고 싶지 않다는 정서 또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와 일반인의 위험 지각은?


그렇다면 의사와 같은 전문가와 일반인이 같은 위험에 대해서 지각하는 것이 다를까? 답은 전문가의 위험 평가가 일반인의 위험 평가보다 낫다는 것이다. Slovic 등(1979)은 사람들에게 술, 담배, 수술, 살충제, 원자력 등 30개의 항목에 대해 위험 순위를 정하도록 하였다. 일반인으로 구성된 집단은 원자력을 가장 위험한 항목으로 평가하였지만, 전문 위험 평가자들이 평가한 원자력의 순위는 20위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실제로는 원자력의 위험도가 다른 항목들에 비해 높지 않으므로 이는 일반인들이 실제 원자력의 위험성보다 원자력을 더 위험하다고 지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위험 판단과 실제 사망빈도와의 상관관계는 일반인에서보다 전문가에서 강하였다. (상관관계가 강할수록 의미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일반인들이 추정한 치사율은 실제 사망 빈도 보다 이들의 위험 판단에 더 가까웠기 때문에 보다 부정확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전문가 안에서도 어떤 분야의 전문가인지에 따라 의견이 갈릴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전문가를 동등한 집단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Kraus등(1992)의 연구는 전문가와 일반인과의 차이를 보여주지만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는 위험에 대한 논쟁이 대중의 오해뿐만 아니라 전문가들 사이의 의견 차이에 의해서도 확산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흔히 의학을 합리성에 근거한 학문이라고 한다. 의사가 되기 위해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도록 교육받고 그렇게 교육시킨다. 우리는 의사로서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기 위해 얼마나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일까. 의사이기 전에 인간인 우리가 살아가면서 하는 판단 중에 어느 정도가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할 수 있을까. 

자궁 적출술을 권하던 의사는 환자가 마음대로 설득되지 않자 화가 나서 그날은 술을 진창 마시기로 결심한다. 그 의사는 얼마 전 위궤양을 진단받고 위산 분비 억제 작용을 하는 항히스타민제인 시메티딘을 복용하고 있었다고 한다.      


정창희 기자/이화

<patty90327@gmail.com>  

골든타임 지켜주는 가장 튼튼한 밧줄, 심폐소생술

- 심폐소생술 시행 사례들 화제 최근 개정된 가이드라인 체계적으로 익혀야


지난 3월 22일, 런던 의사당 인근 도심에서 끔찍한 차량 테러가 발생했다. 테러로 인해 40명 정도의 사람들이 부상당했으며 3명은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고 말았다. 충격적인 사건 현장에서 또 다른 화제가 된 것은 바로 토비아 엘우드 외무차관이 경찰관인 키스 파머에게 인공호흡을 하는 모습이었다. 사건 당시 근처를 지나던 엘우드 차관은 용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쓰러진 파머 경관에게 달려가 지혈한 후 심폐소생술을 시행했고, 응급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자리를 지키며 인공호흡을 계속했다. 파머는 끝내 목숨을 거뒀지만 엘우드 차관의 심폐소생술은 전 세계에 큰 울림을 주었다. 

한편 3월 27일, 천안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U-20 잠비아전 경기 도중에 양 팀 선수가 부딪히면서 한국 팀 중앙 수비수 정태욱 선수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우왕좌왕하던 선수들과 의료진들 사이로 이상민 선수와 김덕철 주심이 달려들어 10초 만에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빠른 응급처치 덕분에 정태욱 선수는 의식을 되찾을 수 있었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평소 배워뒀던 심폐소생술로 위급 상황에서 동료의 생명을 살리게 된 것이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4월 3일 이상민 선수와 김덕철 주심에게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여하기로 했다.


한국 심폐소생술의 현재


이처럼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은 끊임없이 제고되고 있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심폐소생술 시행률은 2015년 기준 13.1%에 불과해 미국의 37.4% (2011년 통계)보다 현저히 낮다. 또한, 50% 이상의 심정지가 가정에서 발생하는 만큼 일반인들의 주목이 절실한 때이다. 

심정지가 발생하면 생명유지에 가장 중요한 뇌와 심장으로의 산소공급이 중단된다. 그러나 산소가 몸속에 어느 정도 남아있게 되어 4분 안에 심폐소생술을 시행해 혈액을 순환시키면 뇌 손상 없이 회복될 수 있으며 생존율을 세 배 정도 높일 수 있다. 바로 이 4분을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 부른다. 10분 이상이 지나게 되면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구조대가 도착하기 전 최초 목격자의 응급처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새롭게 개정된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


심폐소생술의 가이드라인은 2015년 12월 새롭게 변경되었다. TV 드라마나 영화 등을 살펴보면 주로 인공호흡을 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하지만, 실제로 일반인들이 인공호흡을 바로 시행하기에는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심정지 환자를 발견한 경우 가슴압박 소생술만 실시하도록 변경되었다. 또한 심장은 왼쪽에 있다는 보편적인 인식과 달리 실제로 심장은 가슴 중간에 가깝게 위치하기 때문에 명치 끝 흉골 아래, 즉 가슴 중앙을 압박해야한다는 사실이 강조되었다. 가슴압박의 위치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속도인 만큼 속도 또한 분당 120회로 증가하였으며, 심폐 소생술 중단은 10초 이내로만 가능하도록 바뀌었다.


일반인 구조자에 의한 기본 소생술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대한심폐소생협회가 발표한 2015년 12월 개정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에 소개된 심폐소생술 방법을 간단히 살펴보면


1. 반응의 확인 (의식 확인)

2. 119신고 (심폐소생술 시행, 자동제세동기 전달)

3. 호흡확인

4. 가슴압박


순으로 심폐소생술이 이뤄져야 한다.


      


정확하고 빠른 가슴압박


이 중 가장 중요한 단계인 가슴압박에 대해 더 알아보자. 구조자는 한 쪽 손바닥을 가슴뼈의 압박 위치에 대고 그 위에 다른 손바닥을 평행하게 겹쳐 펴거나 깍지를 껴서, 손가락 끝이 가슴에 닿지 않도록 두 손으로 압박한다(그림 1). 팔꿈치를 펴서 팔이 바닥에 대해 수직을 이룬 상태에서 체중을 이용하여 가슴뼈(흉골)의 아래쪽 절반 부위를 강하게 규칙적으로, 그리고 빠르게 압박한다(그림 2). 쓰러진 사람이 성인이면 압박 깊이는 약 5cm (소아는 4-5 cm), 가슴압박의 속도는 분당 100회~120회를 유지한다. 가슴을 압박한 후에는 혈류가 심장으로 갈 수 있도록 충분히 이완시켜야 한다.



‘자동제세동기’란?


자동제세동기(이하 자동심장충격기;AED;Automated External Defibrillator)의 사용 또한 새롭게 추가된 내용인데,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의해 많은 공공시설과 기타 기관에 의무적으로 배치된 만큼 그 사용법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다. 기기에 그려진 그림을 따라 자동심장충격기를 부착하고 작동시키면 환자의 상태가 진단된다. 만약 충격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을 경우 감전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환자에게 접근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충격이 가해진 다음에는 바로 가슴압박을 다시 시행해야 한다.


선한 사마리아인 조항에 의한 보호


과거 한 예능 정보 프로그램에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던 도중 갈비뼈를 부러뜨려 환자에게서 손해배상을 청구 받은 구조자의 사례가 소개되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심폐소생술 시행자는 선의의 응급의료에 대한 면책(선한 사마리아인 조항)에 따라 보호받는다. 

법 제5조 2항은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에게 해당하는 응급의료 또는 응급처치를 제공하여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사상에 대하여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해당 행위자는 민사 책임과 상해에 대한 형사 책임을 지지 아니하고 사망에 대한 형사 책임은 감면한다.”고 규정하여 법적 근거를 제공한다.


심폐소생술, 어디에서 배워야 할까?


대한 심폐소생 협회를 통해 각 지역 보건소와 대학병원 등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교육은 주로 영상시청 및 강의참여, 실습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지역의 병원에서 원하는 날짜에 신청하여 배울 수 있다. 접수는 온라인(http://www.kacpr.org)으로 가능하며 심폐소생술과 그 외 응급처치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응급의료포털(http://www.e-gen.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교육뿐만 아니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심폐소생술 경연대회, 시연회 등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심폐소생술은 그 누구보다도 나의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가장 튼튼한 밧줄이다. 심폐소생술을 잘 익혀 일상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응급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도록 국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국가적 차원의 더욱 더 활발한 홍보가 필요한 때이다.


오윤서 기자/순천향

<justinechoo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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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대생들의 대외활동을 위한 페이스북 페이지


SNS 장점 살린 의대생 정보공유 페이지 증가...

대외활동의 실시간 정보 공유와 간편한 온라인 신청 가능해져


바야흐로 5월의 시작, 중간고사의 끝과 동시에 다양한 대외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의대생들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이다. 의대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은 생각보다 훨씬 광범위하다. 그러나 각 단체나 기관에 일일이 연락해 활동에 대해 알아보는 것은 쉽지 않다. 아래 소개할 페이스북 페이지들은 대외활동 정보를 얻고 싶어 하는 의대생들의 갈증을 해소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팔로우와 공유 기능을 통해 자신의 진로와 흥미에 맞는 활동을 찾아보고 적극적으로 참여해보자.



Doctor Syndrome : 의대생 스펙업



각종 심포지엄, 컨퍼런스, 세미나 등의 학술회의부터 봉사활동, 의대생 단체 모집에 대한 따끈따끈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페이지를 팔로우하다 보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는 행사들 중에서 자신의 흥미에 맞는 활동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특정 단체나 기업과 관련이 없기 때문에 광고나 홍보성 게시물은 게시되지 않으며, 다양한 분야를 어우르는 활동들이 소개된다. 공학연구 기관과 협업할 수 있는 의료공학 프로그램부터 국가에서 모집하는 질환 홍보 마케터와 같은 활동 정보를 얻을 수 있다. 4월 4일 기준 전국 2396명이 팔로우하고 있다. 눈에 띄는 특징은 실시간 제보를 통해 모든 알림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누구보다 빠르게 최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댓글을 통해 행사에 대해 질문할 수도 있고, 온라인 지원서 링크를 통해 더 쉽게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또한 고학년에게 참여기회가 주어지는 서브인턴, 해외 연수, 공과대학과의 협업과 같이 심도 있는 활동들도 소개되기 때문에 학년과 관계없이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2017년 4월 4일 기준)




의대협 국별 페이스북 페이지



대한 의과대학/의학 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이하 의대협)가 제공하는 전국 의대생을 주축으로 진행되는 활동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의대협을 구성하는 국별로 페이지가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는데, 의대협 공식 페이지와 의대협 국제국 페이지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의대협에서 진행하는 봄 및 가을 봉사캠프, 여름 및 겨울 소셜 프로그램, 국제 교류 활동에 대한 정보가 게시된다. 전국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다보니 학기 중 주말과 방학을 위주로 많은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신청기한을 놓치기 쉽기 때문에 페이스북 페이지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온라인 신청서를 통해 수월하게 신청할 수 있으며, 의대협이나 의대협과 협력하는 다양한 단체들이 주최하는 행사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다. 의료정책 콘서트, 스마일로드 국토대장정, IFMSA 교류 프로그램(세계 의대생 협회 연합), 스마일 오케스트라 봉사단, 젊은 의사 포럼,  메드띵크(북한 보건의료 및 인권) 세미나 등이 있다.  


의대생 신문사 



전국 각지의 의대생 기자들로 구성되어 의대생들을 위한 신문을 만드는 ‘의대생 신문사’가 운영하는 페이지이다. 크게 의대와 의대생, 의료 사회, 문화 세 가지 주제에 대해 객관적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의대생의 시각으로 다양한 이슈를 해석하는 기사들이 다뤄진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쉬는 시간 동안 기사를 읽으며 기자들과 함께 사회를 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실제로 기자들이 참여한 의학 컨퍼런스와 세미나, 방학 중 실습 프로그램, 의공학 협력 프로그램에 대한 상세한 후기를 담은 기사들을 통해 ‘의대생 스펙업’에 소개된 활동이나 의대협 관련 행사 등 여러 가지 활동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다.  

2016년에는 제1회 의대생 공감대회를 통해 수필, 시, 사진 부문의 공모전을 개최해 SNS 상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정기적으로 발행되는 신문을 핸드폰으로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댓글과 메시지를 통한 활발한 소통이 가능하며 사설 투고도 실시간으로 할 수 있다. 다른 이들과 글을 통해 소통하고 공감하고 싶은 의대생들에게 알맞은 페이지일 것이다. 


오윤서 기자/순천향

<justinechooh@naver.com>

혹시 당신도 ‘노모포비아’ 이신가요?

- 스마트폰 중독을 걱정하는 사용자를 위한 애플리케이션 소개


“생존을 위해서는 물이 필요하다. 하지만 물이 너무 많으면 빠져 죽을 것이다”

미국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마야 안젤루(Maya Angelou)가 남긴 말이다. 국민의 90% 이상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2017년의 대한민국. 우리의 삶은 스마트폰으로 인해 10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을 만큼 편리하게 바뀌었다. 그러나 ‘사치품은 필수품이 되고 그 필수품은 새로운 의무를 낳는다’라는 역사의 철칙은 스마트폰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어느덧 생활의 필수품으로 바뀐 스마트폰에 빠져버린 사람들은 길에서도, 지하철에서도, 식당에서도 쉬지 않고 스마트폰 버튼을 누른다. 길을 걸으면서도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들을 좀비에 빗대어 부르는 ‘스몸비(smartphone zombie)', 휴대폰이 손에 없으면 불안감을 느끼는 증상을 일컫는 ’노모포비아(no-mobilephone-phobia) 증후군‘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을 정도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의대생들 중에서도 ‘노모포비아 증후군’에 걸린 사람이 적지 않다. 시험기간에 잔뜩 쌓인 공부거리 사이에서도 우리의 손, 귀, 눈은 스마트폰을 향한 구애로 애가 탄다. 그렇다고 낙담하지 마시라! 스마트폰 중독에 빠진 사용자를 위한 앱이 등장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데이터 사용량만을 조회할 수 있는 앱,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앱 등이 다양하게 있지만 본 기사에서는 대학생으로서 ‘스스로’ 중독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 시간을 제한할 수 있는 대표적인 앱들을 소개한다.





넌 얼마나 쓰니


국내 벤처기업 리나소프트가 2013년 내놓은 앱 ‘넌얼마나쓰니’가 이용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이 앱은 스마트폰 사용관리에 필요한 매우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①앱을 처음 키면 오늘 하루 몇 시간이나 스마트폰을 썼는지, 그리고 어떤 앱을 주로 사용했는지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카카오톡 38분’, ‘페이스북 47분’과 같이 스스로 무슨 앱을 정확히 얼마나 사용했는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하루, 일주일, 한 달 단위 등으로도 파악할 수 있다.

무엇보다 ‘넌얼마나쓰니’의 가장 큰 장점은 ②목표 사용시간을 설정하여 초과 시 폰이 잠기도록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하루 2시간을 목표 사용시간으로 설정했다면 2시간을 사용하면 폰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화면이 바뀐다. 목표 사용시간 방식뿐 아니라, ③정해진 시간이 되면 폰이 잠기도록 설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폰이 잠금 상태일 때에도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앱을 직접 설정할 수 있어, ④잠겨 있어도 전화 기능이나 학습 앱은 사용할 수 있게 정할 수도 있다.

매일 밤에는 ‘데일리 리포트’ 팝업 창이 뜨는데, 하루 24시간 내가 스마트폰을 어떻게 사용했는지를 보여준다. 물론 이 앱 하나로 스마트폰 중독을 완전히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긴 힘들다. 하지만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줄이겠다고 결심하고 그 결심을 실행으로 옮기는 데에 ‘넌얼마나쓰니’가 분명히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확신한다.



Forest : stay focused


‘Forest : stay focused’(이하 ‘forest’)는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게 해주는 기능에 재미의 요소까지 갖춘 앱이다. 이 앱을 한마디로 소개한다면, 집중할 일이 있을 때 나무를 심어 폰을 만지지 않고 나무를 자라게 하여 숲을 만드는 앱이다.


우선 ①나무를 기를 시간을 최소 5분에서 최대 120분 사이에서 설정하면, 그동안 나무가 자라는 창이 나타난다. 이 시간 동안 앱을 떠나 ②다른 용도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려 하면 나무가 죽어버리고 만다. 무사히 정해진 시간 동안 폰을 건드리지 않았다면 작은 새싹이 푸릇푸릇한 나무로 성장하는 데 성공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알림이 뜬다.

‘Forest’가 재미있는 점은 하나의 ③나무를 키울 때마다 코인이 주어지는데, 그 코인을 모으면 새로운 종의 나무를 구입하고 이후 그 새로운 나무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④성공한 나무, 실패한 나무들이 모인 숲을 일주일 단위로 확인할 수 있어 일주일 간 스마트폰을 사용한 내역을 한눈에 돌아볼 수 있다.

스마트폰 사용을 줄여 작고 귀여운 나무를 키우는 재미에서 멈추지 않고 이 앱은 한 단계 더 나아간다. 나무를 성공적으로 길러내면 받을 수 있는 코인을 이용해 실제로 아프리카의 케냐, 우간다, 탄자니아 등의 나라에 나무를 심는 캠페인에 후원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간을 생산적으로 사용할 뿐 아니라 세상을 녹색으로 만드는 의미 있는 일에도 힘을 보탤 수 있는 ‘Forest’를 추천한다.

스마트폰이 편리함과 중독이라는 양면성을 가졌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중독의 위험성을 가졌다는 점 때문에 스마트폰 자체를 탓하거나 스마트폰을 우리 삶에서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그것은 산업혁명에 반발하며 기계를 파괴했던 ‘러다이트 운동’과 다를 바가 없다. 스마트폰은 우리에게 엄청난 혜택을 선사해 주었고, 이제 그것을 ‘스마트’하게 사용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김경훈 기자/울산

<gutdoktor@naver.com>




병원 밖에서도 의사가 할 일은 많다


벤처, 사의(社醫), 기자 등 ‘의사’가 아닌 다른 길을 걷는 선배 의사들의 생생한 강연! 


한 시간의 점심시간을 가진 후 2부가 시작되었다. 주제가 주제인만큼 현직 의사들이 주요 청중이었던 1부와 달리 2부에서는 의대생들이 주로 강연에 참석하였다. 구본철 전 루트로닉 이사의 이야기로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딴짓하는 의사들 세미나’ 강연이 시작되었다.


의사를 기반으로 하지 말고 영업부터 시작해라


구본철 전 루트로닉 이사는 20분의 짧은 시간 동안 ‘버릴 것’을 강조했다. 의사가 딴 짓을 하려면 의사 가운 입던 시절은 잊어야 한다는 말이다. 의대생, 의사는 특성상 혼자서도 알아서 잘 해내는 데에 반해 사업의 영역에서는 ‘공동 운명체’ 개념이 중요하고 팀플레이에 많은 것이 좌지우지됨을 강조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의학이라는 전문 분야를 껴안고 가려다가는 결국 우물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하였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① 말하기보다는 듣기 ② (해당 분야의) 언어 습득 ③ 요청 받았을 때만 정성들여 가르치기(겸손해지기) 등을 열거하였다. 어찌 보면 정말 단순하지만 타 분야에 진출해서도 자신이 ‘의사’의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면 놓치기 쉬운 것들이다. 의사는 도와주는 입장(제품 생산을 도와주거나 판매를 도와주거나)이기 때문에 가장 높은 자리에 까지 오르기는 매우 힘들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도 상당하다고 하였다. 그때마다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결국은 체력임을 강조하며 강연을 마쳤다.


전문 의학 지식은 충분하니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김지원 롯데손해보험 이사 역시 앞선 강의의 내용과 흐름을 같이 했다. 서두에서는 전문인이 아니라면 다소 개념이 모호할 수도 있는 의료보험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였다. 도박은 단순히 우연에 기반한 이윤추구에 반해 보험은 위험을 정확하게 측정함으로서 피보험 이익이 반드시 존재할 때 성립되는 개념이라고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보험은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익과 관련된 통계에 의학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기 때문에 보험 업계에서도 충분히 의사가 할 일을 인정해준다고 하였다. 후반부에는 보험업에 진출하고자 할 의사의 역량에 대해 덧붙였는데 앞선 강연과 마찬가지로 ‘기본’적인 태도가 중요하다고 하였다. 의료 통계, 보험 관련 임상 등에 필요한 전문 의학 지식은 상당 부분 갖추었으니 만약 이 업계에 나아가고자 한다면 보험 관련 실무뿐만 아니라 문서 작성 능력 등의 정말 기본적인 실무 능력, 협업 및 리더십 등을 통한 인간관계 관리 능력까지  또한 필수적이라고 하였다.



의료·보건에서의 정의는 무엇인가


“진리와 정의”를 주제로 한 김석현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본부장의 다음 강연이 곧바로 진행되었다. 김석현 본부장이 재직 중인 한국 보건 의료연구원은 새로운 의료 기술을 평가하는 곳으로 의료기술의 gate keeper라고 표현하였다. 이곳에서 평가된 후에야 해당 기술이 보험의 테두리 내에 들어갈 수 있다. 김 본부장은 기초 의학자로서 본인의 커리어를 시작하였다. 연구를 하던 시절에는 과학의 ‘진리’에 푹 빠져있었다면 지금은 일반 사람들에게 통용되는 ‘정의’를 추구하고 있다고 하였다. ‘정의’는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것으로서 의사라는 직업의 잠재성을 생각해보았을 때 이에 대해 보다 심도 있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옳은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할 때 결국 여러 분야에서 훌륭한 업무를 수행해 낼 수 있다고 하였다. 


항상 남을 생각하는 마음


이진한 동아일보 의학전문기자는 기자로서의 삶을 면밀하게 보여주었다. 본인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하나의 기사가 얼마나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그로 인해 어떤 책임과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에 대해 강연하였다. ‘원격진료’에 관한 칼럼을 작성했을 당시에는 장관 및 관계자들로부터 많은 전화를 받았다고 하였다. 데스크를 맡게 된 첫 의학 기자인만큼 기사의 영향력이 매우 큰 편이다. 본인도 그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민감한 이슈를 다룰 때에는 되도록 ‘환자의 입장’을 고려한다고 말하였다. 의사에서 출발한 그이기에 의료계 네트워크가 기자 생활의 큰 자산이 된다고 하였다. 현재 병원 경영 악화 등의 이유로 다른 분야에 진출한 의사들이 많다면서 이러한 생각을 가진 후배들이 있다면 먼저 진출한 선배에게 충분한 도움을 요청하기를 조언하였다.


세계 1등을 목표로


이번 세미나의 마지막 강연은 조동찬 SBS 의학전문기자가 맡게 되었다. 앞선 이진한 기자의 강연과 달리 조동찬 기자는 ‘딴 짓’의 전반적인 면을 다루며 ‘의학’이라는 전공이 여러 분야에 걸쳐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물론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지식 측면에서는 우월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환자의 입장을 이해해야 하는 보건·의료 계열에서 환자에 대한 의사의 직관을 타 분야 전문가는 따라잡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언론에 비추어지는 내용은 이미 업계에서는 늦은 지식일 수 있다며 4세대 인공지능의 발전이 꽤나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도 언급하였다. 조동찬 기자는 세계 1등, 적어도 아시아 1등을 목표로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하였다. 단지 한국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의 기사를 세계의 모든 사람들, 특히 저개발 국가 국민들이 읽고 해당 국가의 의료 발전에 보탬이 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윤명기 기자/한림

<zzangnyun@gmail.com>




미지의 세계를 향해 닻을 올린 예비 의사들을 위한 세미나, ‘딴짓하는 의사들’


AI, 의료정책 등으로 급변하는 의료환경 속에서 의대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은 무엇이 있을까?


이제 의대에 갓 들어온 의대 신입생들부터 의사국가고시까지 10개월도 채 남지 않은 본과 4학년들까지 의대생들이라면 적어도 한 번씩은 이미 생각해봤거나 앞으로 관심 가지게 되는 고민거리일 것이다. 하지만 파도파도 끝이 없는 의학 공부 속에서 주위에 이런 고민에 대해서 명쾌하게 답변을 해줄 만한 기회를 얻기도 쉽지 않다. 이런 문제로 남몰래 속앓이를 하고 있는 의사 및 의대생들을 위해 지난 달 1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는 제 33회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KIMES)와 겸해 의사 전문 포털 메디게이트와 의료전문지 메디게이트 뉴스 주관으로 의대생, 의사들을 위한 특별한 세미나가 열렸다. 이번 세미나는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딴짓하는 의사들 세미나'라는 이름으로 크게 두 세션이 준비되었는데, 첫 번째 세션은 세계를 무대로 활동 중인 의사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지구의(地球醫) 세미나가, 두 번째 세션은 의사이면서도 의학의 길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 하고 있는 ‘딴짓하는 의사들’이란 이름으로 세션이 진행되었다. 각 세션에 강연은 약 20분 정도 진행되었고 강연 중 궁금한 사항에 대해서는 스마트폰을 통해 물어보고 강연자가 질문에 답을 해주는 방법으로 진행이 되었다. 일요일 오전 9시 반부터 시작된 지구의 세미나는 비교적 이른 시간에 시작됨에도 불구하고 행사 시작 일주일 전부터 150명 참가 신청이 모두 마감되었었으며 행사 당일에도 강연 시작 전에 선배의사들의 경험담과 조언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려는 많은 의사 및 의대생들로 강연장이 가득 메워졌다.


첫 번째 세션으로 진행된 지구의(地球 醫)’ 세션에서는 의사 면허 취득 후 일본과 미국에 진출하거나 진출을 앞둔 현직 의사들을 초정하여 그들이 왜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의사로서의 삶을 결심하게 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어떤 준비과정을 거쳤으며 이방인 의사로서의 삶의 장단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이와 덧붙여 미국으로 전문직 이민을 전담해 온 변호사를 통해 전문직 군의 미국진출 준비 과정도 준비되어 있었다.


일본의사 준비기간 2년…언어가 상대적으로 쉬우며 문화적으로 친숙해 도전해 볼만해


먼저 ‘일본의사 2년이면 충분하다.’라는 강의 제목으로 JMLE 준비 방법을 소개했던 국립재활원 공중보건의로 활동 중인 홍문기 전문의는 현재 네이버에 ‘일본 의사 한국 의사’라는 JMLE(일본의사국가고시)준비 카페 운영자로 일본에 관심이 많지만 언어 때문에 일본 진출을 망설인 의사들에게 강의 제목과 같이 “2년이면 충분하다.”고 강조하였다. 본 강연에서는 최근 신해철법, 명찰법, 저수가 등으로 한국의사들에게 놓은 의료현실이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며 이에 대한 탈출구로 의사 면허를 통해 외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의사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기존에는 USMLE 시험을 치고 미국으로 가는 의사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일본으로도 의사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몇 년 전까지 10명 내외에 그쳤던 일본의사면허 응시자가 30여명 가량 늘어난 추세를 이야기 하며 일본에서 의사생활에 대한 장점으로 인턴 및 레지던트(연수의)들에게 합리적인 근무시간과 그에 걸 맞는 연봉과 대우가 주어지고 있는 점과 한국과 비교하여 의료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변화해 간다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그렇다면 일본의사국가시험은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고 과연 합격할 수는 있는 것일까? 홍 전문의는 “물론 쉽게 합격할 수는 없겠지만 의사로서 외국진출에 관심이 있다면 같은 한자 문화권이자 이웃나라인 일본이 상대적으로 진출하기 쉽다.”고 말하며 “특히 일본어의 경우에는 한국어와 어순이 비슷해 다른 언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배우기 쉽고, 한자어가 많아 회화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일본의사면허시험에 합격할 수 있다.”고 강조하였다.

그렇다면 왜 홍 전문의는 일본의사 준비에 2년이면 충분하다고 하였을까? 일본어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했을 때 일본어능력시험 JLPT 1급 자격증 취득부터 일본의사면허시험까지 보는데 최소 2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일본 의사면허시험 접수를 위해서는 먼저 JLPT 1급을 취득해야 한다. 따라서 7월과 12월에 있는 JLPT 1급시험을 보고 다음 해에 서류접수와 진료능력조사시험(한국의 OSCE & CPX와 유사)을 치르고 그 다음 해 2월에 일본의사면허시험을 보고 합격하면 2년 안에 일본 의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과정들 중에 JLPT 1급과 진료능력시험이 가장 준비하기 어려우며 특히 진료능력시험은 일본의사가 되기 위해서 가장 중점적으로 준비해야 된다고 강조하였다. 한편 일본의사면허시험은 진료능력조사시험 통과 후 기존에 500개 이상으로 구성되었던 일반문제 및 임상문제가 내년부터 400문제로 줄어들고 시험일수도 3일에서 2일로 단축된다. 



NIW를 통해 한국 의사면허로도 미국 영주권 취득 가능, 가족들도 함께 영주권 취득이 가능해 매력적


지구의 세션의 두 번째 강연으로 현재 미국에서 활동중인 최두성 변호사(법무법인 지석 미국 사무소)가 ‘한국 의사 면허 소지자들의 미국 이민 옵션’이라는 주제로 강연하였다. 최두성 변호사는 “미국 이민 및 영주권을 목표하는 의사의 경우 NIW(National Interest Waiver)제도를 이용해 가는 것이 빠르고 쉬운 방법”이라고 전했다. NIW란 미국 내에 국익을 가져다 줄 정도의 능력을 가졌다고 인정되는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부여하는 제도로서, NIW의 가장 큰 매력은 신청자의 학력, 경력 등을 서류상으로 증명하여 고용주의 스폰서와 노동허가서 없이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으며 배우자와 만 21세 자녀도 자동으로 함께 영주권이 발급된다는 점이다. NIW를 통해 영주권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경제, 근로, 교육, 보건의료시스템, 주택거주, 환경 중에 한 가지 조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면 되는데 여기서 의사의 경우 보건의료시스템에 대해 도움 여부를 증명하기 쉽기 때문에 해당 조건을 강조하여 영주권을 신청하게 된다.

보건의료 부분 NIW에서 중요하게 보는 요소는 논문 및 저널, 수상경력, 특허 및 발명품, 국내외 학회 발표, 미디어 노출, 의료 봉사활동 경력 등을 담으면 되는데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논문 및 저널로, 논문의 인용 횟수가 많을수록 해당 저널의 권위가 높을수록, 논문 1저자인 경우가  많을수록 NIW를 통한 영주권 취득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여기에 추천서 역시도 중요 요소로 최두성 변호사는 강조하였는데, “추천서는 권위 있는 병원의 병원장이나 교수, 동료의사, 의료관련 국제 NGO대표들로부터 해당 신청자가 미국에 어떤 도움이 될 것 인지에 대해 서술 및 추천하는 내용을 담으면 된다”고 전했다. 일반 영주권 신청절차는 업무소요기간이 오래 걸리는데 비해, NIW는 서류제출부터 심사 후 승인까지 개인 차이가 있지만 대개 6개월에서 1년 정도 소요가 되며, 한국 거주 시 영사관에서 인터뷰가 가능하다. NIW를 통한 영주권 취득 시 Re-entry permit를 통한 한국 내 체류가 가능하나 10년 마다 영주권 갱신이 필요하며 한국 거주는 2년씩 3번만 가능해 최대 6년동안 한국에 체류할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Respect 받는 의사, 직업으로서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만족… 언어 장벽, 문화적 차이는 극복해야


지구의 세션의 마지막 강연은 미국 현지에서 진료하고 있는 귀넷메디컬센터의 이주원 미국 내과 및 노인과 전문의가 ‘미국에서 의사로 살기’라는 주제로 열렸다. 이주원 전문의는 USMLE 준비보다는 미국 의사로서의 삶을 직업적인 측면과 가족의 가장으로서의 측면에서 접근하여 강연을 하였는데 한국과 비교하여 미국에서 의사로 살면서 누릴 수 있는 장점으로 먼저 의사에 대한 정부의 간섭이 적다는 측면과 제도적으로 하루에 환자를 10~15명 정도 보는 것으로 제한되어 있어 환자에게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무엇보다 미국 사회가 기본적으로 의사를 존중(Respect)하는 문화가 바탕이 되어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환자가 의사의 말을 따르지 않으면 의사가 환자를 거부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그만큼 의사도 환자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환자 치료에 힘쓰기 때문에 미국에서 의사가 존중 받는 직업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9시 출근 6시 퇴근이 보장되어 있고 미국은 회식 문화가 없기 때문에 퇴근 이후에는 개인 또는 가족을 위한 시간으로 오로지 사용할 수 있으며 자녀교육에도 유리하다는 점을 미국 의사의 장점으로 꼽았다. 하지만 언어도 다른 타국에서 의사를 하는 만큼 한국에서 의사로서 살아가는 것과 비교해 분명 단점도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영어로 지내야 하는 만큼 영어가 안되면 모든 것이 스트레스이며 이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의사들 대부분이 평생을 겪는 고초이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발음에 신경쓰기보다 유창성을 늘리는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문화적인 차이에서 겪는 어려움도 있을 수 있는데 특히 미국 진출을 하는 의사들에게 '침묵은 미덕이 아니다'를 강조하였고 전문의 자격을 10년 마다 갱신해야 한다는 점과 평생 미국에서 의사로서 살면서 소송에 휘말리게 되는 확률이 89%로, 의료 소송의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는 점도 단점으로 지적하였다.

이주원 전문의는 미국에서 의사면허를 취득과 함께 의사로서 생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한국에서 인턴, 레지던트를 할 필요 없이 바로 한국 의사면허 취득 후 준비할 것을 추천했다. 미국 전문의 면허는 미국 내에서 레지던트 수련을 받아야 취득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 의사로서의 삶에 대한 장단점을 잘 고려하여 빨리 결정할 것을 조언했다.


김민 기자/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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