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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사람을 얼린다?!

- 냉동 보존과 인공 동면... 더 이상 SF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50주년을 맞이한 최초의 냉동인간, 그 현재와 미래


1967년 1월 12일 캘리포니아 대학의 심리학 교수로 지낸 제임스베드퍼트 박사가 간암으로 만 73세의 나이에 숨을 거뒀다. 그와 동시에 그의 시신은 바로 냉동 처리되어 특수 냉동 캡슐에 보존되었다. 때문에 그는 법률적으로는 사망하였지만 간암을 완치할 수 있는 의료기술이 정착되었을 때 그가 다시 살아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냉동 보존 인간이 된다는 것이 현실과 동떨어진 일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미 많은 사람들이 냉동 보존 인간이 되었고 또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알코어 생명 연장 재단(Alcor Life Extension Foundation; 이하 알코어)’ 은 인체 냉동 보존을 연구하고 실행하는 대표적인 단체로 1972년부터 인체 냉동 보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9월까지 총 149구의 시신이 냉동인간이 되었고 사망 후 이를 희망하여 가입한 회원의 수도 무려 1101명이다. 전신 보존이 150,000달러 (약 1억 7190만원), 뇌 보존이 80,000달러 (약 9160만원)임을 감안한다면 분명 적지 않은 수이다.

그렇다면 냉동 보존 인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미꾸라지와 같은 작은 생명체들은 액체 질소에 넣는 간단한 과정을 통해서 얼렸다 해동시켜도 생명활동에 거의 지장이 없다. 하지만 보다 복잡한 생명체인 사람의 경우 장기간 얼렸다 해동시키기 위해서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한다. 알코어 사 회원들의 경우 위치추적이 가능한 팔찌를 차고 다니는데 숨을 거둘 즈음하여 재단의 의료진이 출동한다. 그들은 숨을 거둔 시신에 심폐소생장치를 이용하여 호흡과 혈액 순환 기능을 복구시킨다. 이어 정맥주사를 놓아 세포의 부패를 지연시키는 처리를 한 후, 에리조나에 위치한 회사 본부로 시신을 옮긴다. 그 후, 수송된 시신의 가슴을 절개하여 늑골을 분리한다. 체액이 얼면 부피가 커져 세포막이나 혈관이 손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체액을 빼내고 특수액체를 대신 집어넣는다. 그리고 시신을 냉동보존실로 옮긴 후, 특수액체를 부동액인 ‘DMSO’로 대체하고 시신을 영하 196℃ 로 급속 냉각하여 질소탱크에 보존한다. 

스스로가 냉동 보존 인간이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나 아직까지 성공에 대한 확신은 부족하다. 이 기술에 회의감을 가지는 연구원들은 우선 부동액 ‘DMSO’가 상당한 독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꼽는다. 이 부동액의 독성으로 인해 세포가 손상될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은 냉동인간의 해동과정이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명쾌히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쥐나 미꾸라지 등의 작은 개체에게 적용되는 해동 방법이 부피가 큰 사람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쟁 중이다.


살리기 위해 얼린다, 저체온 치료술의 아이러니


저온에서 생명활동을 일시적으로 정지시킨 후 다시 치료를 시작하는 방법은 냉동 보존 이외에도 존재한다. 바로 살아있는 사람을 저온 보존하는 인공동면과 저체온 치료술이다. 영화 ‘인터스텔라’와 ‘마션’ 속 우주인들은 머나먼 우주여행을 떠나기 위해 캡슐에 들어가 인공적으로 오랜 잠에 든다. 흔히 인공동면이라 불리는 이 기술은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을 통해 실현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동물들이 겨울잠을 자는 동안 ‘엔케팔린’ 이라는 호르몬이 나오는데 이 호르몬을 인공적으로 합성해 안전하게 인체에 주입하면 사람도 인공적으로 동면할 수 있다. 실제로 엔케팔린은 모르핀과 유사한 화학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하여 인공동면 지지자들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아직 인공동면 기술은 실현되고 있지 않지만 핵심개념을 응용한 ‘저체온 치료술’은 수술실에서 빈번하게 이용되고 있다. 저체온 치료술이란 말 그대로 치료를 목적으로 신체를 35℃ 이하의 저체온으로 유지시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사용되는 ‘심정지 저체온 치료법’은 몇 해 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치료에 이용되어 널리 알려졌다. 이 치료법은 심정지 후 의식이 없는 상태의 환자에게 사용하도록 권장되는데 신체 온도를 낮게 유지하면 뇌손상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아직까지 저체온이 뇌손상을 막는 정확한 메커니즘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뇌손상을 유발하는 신경전달 물질의 생성과 분비가 억제되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가장 유력하다.

미국에서는 ‘초저체온 수술’도 계획하고 있다. 보통 신체온도가 30℃ 정도면 심장박동이 멈추고 18℃ 이하로 내려가면 두뇌활동이 정지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초저체온 수술은 이 사실을 이용한 수술 방법이다. 수술실에서 의사는 환자의 몸에 차가운 생리식염수를 주입하여 체온을 10℃ 이상 낮추어 의도적으로 생리작용을 멈추게 한다. 일명 ‘인공가사상태’로 생명을 유지하는 작용이 모두 멈춘 상태에서 의사는 뇌 손상 걱정 없이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 수술이 끝나면 차가워진 혈액을 인공심폐기로 데운 후 몸속으로 넣으면 된다. 아직 사람에 대한 안정성을 확인하지 못했고 합병증의 우려가 남아있지만 실현된다면 의료기술에 또 하나의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박서희 기자/경상

<seoheepark12@naver.com>

헌혈의 모든 것

116호/의료사회 2017. 6. 12. 00:49 Posted by mednews


헌혈의 모든 것


헌혈(獻血). 드릴 헌 자에 피 혈 자를 써 피를 드린다는 뜻의 한자어이다. 인간의 피를 주고 받는다는 것이 예전에는 생소한 일일 수 있었겠지만 현대에는 아니다. 당장 가까운 번화가에만 나가도 봉사자들이 헌혈의 집 앞에서 헌혈을 하도록 사람들을 유도하고, 고등학교나 대학교에는 헌혈 버스가 찾아와 현장에서 헌혈을 하기도 한다. 스마트폰과 SNS의 발달에 따라 트위터, 페이스북이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사람들이 ‘헌혈증 구합니다,’와 같은 글들을 공유해 무사히 필요한 양의 헌혈증을 구할 수 있었다는 후기도 있다. 하지만 헌혈은 단순히 피를 주는 행위만은 아니다. 우리의 생활과 점점 가까워지고 있지만 막상 잘 알지 못하는 헌혈. 그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자.


혈액형의 발견과 헌혈의 시작


헌혈이 정확히 언제 시작되었는지를 되짚어보면 1600년대에 동물의 피를 사람에게 주입했더니 사람이 원기를 회복했다는 내용의 기록이 있다. 하지만 이 이후에는 헌혈의 위험성이 나타나면서 헌혈이 대대적으로 중단되었다가 다시 시작되기도 했다. 사람에게서 사람에게로의 헌혈이 제대로 이루어지게 된 계기는 혈액형의 발견이다. 1901년, 오스트리아의 란트슈타이너라는 과학자가 사람마다 적혈구에 붙어 있는 항원과 이에 대한 항체의 종류가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고, 이 내용을 바탕으로 혈액의 응집반응이 나타나는 원리를 설명했다. 혈액형의 기초가 세워졌고 피를 주고 받는 것이 가능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나눌 수 있게 된 것이다.


대한민국에의 도입


우리나라에는 1954년에 국립혈액원이 개원하여 헌혈사업이 시작하였다. 이후 대한적십자사가 국립혈액원을 인수해 대한적십자사 혈액원으로 개칭하였고, 1974년에 국제 적십자사의 방침에 따라 매혈을 더 이상 취급하지 않고 헌혈만을 취급하게 되었다. 이후 1981년 혈액관리법이 개정되어 국가 혈액사업을 대한 적십자사에 위탁했고 1999년에는 혈액원 설치가 자율화되어 모든 의료기관이 헌혈 업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헌혈에 대한 기본적인 체계가 갖춰지자 문제가 되는 것은 체계적인 시스템의 도입이었다. 대한 적십자사는 2003년에 혈액정보관리시스템(Blood Informtion Management System, 이하 BIMS)을 구축하여 헌혈의 모든 단계를 시스템 하나로 통합하여 관리하고 있다. 다른 기관들과의 통합이 이루어진 것은 2005년인데, 대한적십자사가 정부의 도움을 받아 혈액정보시스템(Blood Information Sharing System, 이하 BISS)를 구축하였다. 비로소 적십자사 외에도 혈액을 관리하는 다른 기관들 사이에 정보 교환과 공유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헌혈에는 어떤 종류가 있을까


헌혈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헌혈이 단순히 피를 뽑아 기부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기본적인 개념은 맞지만, 헌혈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헌혈은 크게 전혈헌혈과 성분헌혈로 나누어진다. 전혈헌혈은 혈액의 모든 성분(적혈구, 백혈구, 혈장, 혈소판)을 채혈하는 것이고, 성분헌혈은 이 중 일부만 뽑아 나머지를 헌혈자에게 돌려주는 것으로 혈소판성분헌혈, 혈장성분헌혈, 혈소판혈장성분헌혈이 있다. 두 종류의 헌혈 다 만 16세~만 69세의 나이제한이 있고, 몸무게는 남자 50kg 이상, 여자 45kg 이상 제한이 있다. 이 외에도 혈압이나 혈액비중, 성분헌혈의 경우 총단백 수치나 혈소판 수치 등의 제한이 있어 헌혈 전 검사 단계에서 이를 통과해야만 헌혈을 할 수 있다. 전혈헌혈은 15~20분의 시간이 소요되고, 성분헌혈은 헌혈할 성분을 채취한 후 일부를 헌혈자에게 돌려주기 때문에 짤으면 30분, 길면 1시간 3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여자들의 경우 본인이 튼튼하다고 생각하더라도 가끔 검사 결과 빈혈이 판정되어 헌혈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니 이를 고려하여 헌혈하는 것이 좋다.


혈액의 보관과 이동


헌혈된 혈액은 혈액검사를 거치고, 안전하다고 판명되면 전국 15곳에 있는 혈액원으로 이동된다. 이곳에서는 적절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혈액제제별로 냉장·냉동 보관된다. 혈액원에서 혈액이 나가는 경로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한 가지는 수혈용 혈액공급이고 다른 한 가지는 의약품용 혈액공급이다. 수혈용 혈액공급의 경우 수혈용 혈액이 필요한 의료기관에서 혈액을 요청하면 혈액원이나 필요한 혈액을 보유하고 있는 다른 의료기관에서 해당 혈액을 공급하고, 혈액을 요청한 의료기관에서는 수혈팩과 환자의 혈액을 교차시험 한 후 환자에게 수혈한다. 의약품용 혈액은 알부민 제제, 혈액 응고인자 제제 등 환자의 특정한 혈액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필요한 의약품을 만드는 데에 사용된다. 이때에는 혈액원이나 혈장분획센터에서 혈액을 이용해 혈장분획제제를 공급하고, 이를 제약회사들에 전달해 의약품으로 생산하도록 한다.


헌혈의 혜택


헌혈 후 헌혈자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은 몇 가지가 있다. 물론 그 혜택을 받기 위해 헌혈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혜택들을 굳이 마다할 필요는 없다.

가장 대표적인 혜택은 각 헌혈의 집에서 헌혈 후 주는 것들이다. 헌혈이 끝난 후 부족한 당을 보충할 수 있도록 음료나 다과 등도 헌혈의 집에 구비해놓고 있으며, 헌혈의 집마다 문구용품이나 과자, 영화티켓 등을 주는 곳들도 있으니 헌혈을 한 후 기분 좋게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듯 하다. 

다른 한 가지는 헌혈 후 헌혈의 집에서 발급해 주는 헌혈증서이다. 이 헌혈증서는 유효기간도 없고, 꼭 자신의 헌혈증서만 사용할 필요도 없다. 헌혈증서를 이용하면 의료기관에서 치료시 혈액이 필요한 경우 수혈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헌혈증 한 개당 1단위의 혈액대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헌혈한 혈액의 종류에 관계없이 필요한 혈액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백혈병 환자들을 위해 헌혈증서를 모아 기부하는 행사도 종종 있다.


지금까지 점점 우리의 삶에 가까이 들어오고 있는 헌혈에 대해 알아보았다. 혈액 보유의 적정량은 일평균 5일분 이상인데, B형과 AB형은 그 양이 꽤 잘 채워지고 있는 반면 A형과 O형의 혈액 보유랑은 꽤 적은 편이다. 심지어 희귀 혈액형인 Rh-형의 혈액의 공급은 더 부족하니, 만약 본인이 희귀 혈액형의 보유자라면 다른 사람의 목숨을 위해, 혹은 정말 만약의 경우 자신의 목숨을 위해 주기적으로 헌혈을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허재영 기자/인제

<blissbliss1234@gmail.com>


아이들에게 행복한 삶의 마무리를 선물하기 위한 한 걸음

- 소아 호스피스에 대하여


의대생들이 본과에 올라와 본격적으로 임상을 배우게 되면, 두 가지 방면에서 놀라게 된다. 첫째로, 굉장히 많은 병들의 치료법이 만들어졌다는 것에 놀란다. 이렇게 많은 병들이 왜 일어나는지, 어떤 기전으로 일어나는 지 일일이 밝혀내고, 이에 맞는 약을 만들려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노력했을까 생각해보면 경이로울 뿐이다. 

두 번째로, 굉장히 많은 병들이 아직 치료될 수 없다는 것에 놀란다. 이렇게 많은 인재들이 연구하는데도 아직 그 기전조차 모르는 병들도 많고, 기전을 알지만 완치에는 여전히 실패하고 있는 병들도 수두룩하다.

교수님들이 열심히 질병의 기전, 역학, 원인을 설명하고 마지막에 ‘...하지만 이 병의 치료법은 아직 밝혀지지 않습니다.’라고 말씀하실 때의 허탈함은, 결국 인간은 이 환자의 목숨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의사의 절망이 무엇인지 약간이나마 느끼게 해준다.


그 환자가 아직 어린 아이라면 어떨까? 아직 살아갈 날이 창창한 아이의 죽음을 보게 된 의사의 심정은 차마 짐작해 볼 수도 없을 것이다. 아이는 당연히 ‘살아야’할 존재이기 때문에, 우리는 아이를 죽음과 연결해 상상하는 것조차 죄스러워한다. 그래서 불치병을 앓는 어린 환자는 생존의 가능성이 없는데도 마지막까지 온갖 치료를 다 시행하고 병원에서 세상을 뜨는 경우가 많다. 의사와 보호자 모두 죽음의 개념 자체를 용납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의 입장은 어떨까. 지금 이 기사를 읽고 있는 당신이 죽음을 몇 개월 앞두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당연히 하고 싶은 것이 많을 것이다.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아름다운 자연을 보고, 삭막한 병원에서 떠나 포근한 집에 다시 가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생명을 연장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세상을 뜨는 그 순간까지 삑삑거리는 의료 기계들에 둘러싸이고 몸에는 온갖 줄이 매달려 뒤척이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태에 있어야 한다면, 과연 당신은 만족스럽게 이 삶을 마무리 할 수 있겠는가?

 

소아 호스피스란?

 

소아 호스피스는 아이들에게 행복한 삶의 마무리를 선물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따라서 전반적으로 통증 완화 치료와 조용한 분위기로 운영되는 성인 호스피스 센터와 다르다. 소아 호스피스 센터 내에서는 가족들이 머물 수 있다. 집에서처럼 한 가족이 독립적으로 지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아이들은 이 공간 내에서 부모님과 함께 멋진 삶의 기억들을 만들 수 있다. 팍팍한 회색의 아파트가 아니라, 운동장도 있고 정원도 있는 진짜 ‘집’에서 살면서 아이들은 여러 즐거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낙타를 만져볼 수도 있고, 친구들과 놀 수도 있고, 쿠키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팔거나 종이접기를 할 수도 있다. 맨 처음 무도회에 참석해서 신나게 춤을 추기도 하고, 탤런트 쇼에서 자기가 좋아하던 피아노 연주를 하기도 한다.

소아 호스피스의 첫 시작은 영국이다. 한 수녀가 아이의 병과 앞으로 다가올 죽음에 지쳐있던 부모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민 것으로 시작되었다. 그 이후 현재 영국에는 54개의 아동 전문 호스피스가 존재한다. 최초의 소아 호스피스인 ‘Helen & Douglas house’는, 100여 명의 전문가들과 자원봉사자들이 가족 지원, 심리 상담, 미술 치료, 음악 치료, 의료 관련 등 다양한 방면에서 아이들을 돕고 있다. 소아 호스피스는 가족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친다. 아이들의 부모님은 스트레스가 줄고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서, 아이의 형제들을 보살 필 수 있게 된다. 선순환으로 아이의 형제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영국에서는 ‘Helen & Douglas house’을 시작으로 아동 호스피스 센터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1983년 비영리기관인 국립아동호스피스기관(CHI)이 세워져 아이와 가족을 케어하고 있다. 이 기관을 통해 매년 5000명의 아이들이 혜택을 받고 있다. 독일에서는 아동 호스피스 클리닉이 있는데, 호스피스의 대상을 넓혀 모든 어린이에게 죽음 자체가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겪게 되는 것이라고 교육하고 있다. 일본은 2012년 오사카에 아시아에서 최초로 설립된 어린이 전용 호스피스가 생겼고, 중국도 영국인이 세운 아동 호스피스 센터 ‘나비의 집’이 있다.


한국에서도 수요 증가하고 있어… 2018년부터 시범 사업 시작할 계획 


현재 우리나라에는 아동 전용 호스피스 센터가 없다. 병원 측에 부탁하면 아동을 받아주는 센터가 몇 곳 있기는 하나, 활동량이 많고 이것저것 말하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조용한 분위기의 성인 호스피스 센터에 들어간다면 완벽히 편해지지는 못할 것이다. 다행히 보건복지부에서 2018년에 소아암 호스피스 시범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전국에 6개의 센터를 세울 계획이다. 그 동안 정부에서는, 소아는 마지막까지 연명 치료를 하는 경우가 많고, 수요가 많지 않아 소아 호스피스를 열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소아 호스피스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3000여명의 소아청소년이 사망하고 이 중 호스피스가 필요한 중증 만성질환을 가진 아이는 1000여 명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에서 말한 세계 최초의 소아 호스피스인 ‘Helen & Douglas house’ 의 비전은 다음과 같다. ‘Every life a full life, Every death a dignified death.’ 그렇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살고, 죽을 권리가 있다. 소아 호스피스는 그 권리를 향한 한 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홍시원 기자/고신

<hsw01-29@hanmail.net>



따로 먹을 때는 약! 같이 먹으면 독?!


흔히 사람들은 약을 복용할 때 적절한 복용량과 복용 시기만 지키면 효능이 좋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약을 복용할 때 고려해야 할 변수가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바로 함께 복용하는 약이 서로 부작용을 일으키는 지의 여부이다. 부작용은 가벼운 건 속쓰림에서 치명적인 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하니 자신이 복용하는 약들에 대해 한 번쯤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병용 금기 약물’이라 불리는 이 정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www.hira.or.kr)의 의약품 사용 평가 (DUR, Drug Utilization Review) 시스템을 통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병용 금기 약물


아스피린, 타이레놀 같이 흔히 복용하는 약물이 다른 약물과 함께 부작용을 일으키는 경우에 대해 몇 가지 알아보자. 가장 흔한 첫 경우는 타이레놀과 종합감기약을 같이 복용하는 것이다. 두 약품 모두 감기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아세트아미노펜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모두 복용 시 해당 성분의 하루 상한치를 초과하게 된다. 이로 인해 과도한 해독작용으로 간에 무리가 생길 수 있다. 

아스피린, 이부프로펜, 나프록센은 모두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로 약이 작동하는 기본 원리가 동일하다. 이로 인한 부작용으로 가벼운 욕지기에서 심각한 소화관 출혈까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가급적 한 종류만 복용하고 어떤 약물이 어떤 통증을 완화하는데 효과적인지 알아 둘 필요가 있다.

항히스타민제(알레르기약)와 일부 멀미약은 디펜히드라민이라는 동일한 성분이 들어있어 이를 과다 복용하면 나른하고 졸린 상태가 된다. 만약 두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면 다른 성분인 메클리진이 들어간 멀미약을 선택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지사제와 칼슘보충제를 함께 복용하면 오히려 변비를 일으킬 수도 있다. 지사제의 로페라마이드 성분에 의해 설사가 멈춘데다 칼슘이 변을 단단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사제를 복용하는 동안 칼슘보충제는 잠시 중단하는 것을 권한다.


의약품 사용 평가 시스템, 병용 금기 약물을 포함한 다양한 약물 정보 제공


위와 같이 단순히 특정 성분을 과다 복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약물들 사이에 상호작용하여 부작용을 일으키는 경우는 수도 없이 있지만 이들을 사전에 전부 알아두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이와 같은 의약품에 관한 정보를 의약품 사용 평가 시스템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www.hira.or.kr)을 접속하여 ‘의약품 정보’라는 메뉴를 선택하여 추가 기능 설치를 통해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에 접속할 수 있다. 여기서 의약품 정보검색 -> 의약품 정보 -> 범용금기검색 경로로 들어가 성분명이나 제품명을 검색하면 이에 해당하는 약품과 같이 복용하면 안되는 약품의 목록과 성분들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도 해당 시스템 내에서는 의약품의 일련번호나 위해 여부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므로 자신이 복용하고 있는 의약품에 깊은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담당 의사의 조언과 함께 확인해볼 수 있을 것이다. 복용한 의약품은 본인의 몸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보를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오랜 기간동안 복용하는 약제라면 약제 정보에 대한 중요도는 더욱 올라간다. 복잡한 지식까지 알아둘 필요성은 없지만 신체에 직접적으로 위협이 될 수 있는 정보들을 제때 검색하여 약물 복용으로 인한 불안감을 줄이고 스스로를 지키는 스마트한 환자가 되도록 하자. 


정상현 기자/인제

<sanghyeon@gmail.com>



‘환자-의사 간 원격의료 허용’에 관한 의료법 개정안 보류 결정

- 대한의사협회와 야당의 강력한 반발, 원격의료 관련 의료법 개정 연이은 실패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현 정권의 마지막 국회인 3월 임시회에서 3월 22일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환자-의사 간 원격의료 허용’에 관한 의료법 개정안을 보류 처리했다.‘환자-의사 간 원격의료 허용’에 관한 의료법 개정안(이하 원격의료법안)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비롯하여 도서벽지, 군부대, 원양선박, 교정시설, 농어촌 응급실 등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취지로 보건복지부에서 추진한 법안이다. 정부는 노인요양시설의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대상으로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실시하였으며 이를 도서벽지 주민, 전방 GP 등 격오지 부대 장병, 원양선박 선원, 교정시설 수용자 등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노인요양시설에서는 촉탁의, 간호사 등의 의료인력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왔으나 촉탁의가 요양시설을 방문하는 것만으로 병의원 수준의 충분한 의료서비스 제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보건복지부의 통계에 따르면, 노인요양시설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42.9%가 지난 1년간 병의원 진료가 필요했으나 받지 못한 경험이 있으며 그 이유로 ‘거동불편, 건강상의 이류로 방문이 어려워서’를 꼽은 응답자가 96.7%를 차지했다. 이를 계기로 정부는 인천, 충남 소재의 노인요양시설 6개소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이후 정부는 의료취약지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실시하여 도서지역, 군부대, 원양어선, 교정시설, 농어촌 취약지에 원격의료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제공하였다. 시범사업 이후 정부는 의료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개혁의 일환으로 원격의료법안을 현 국회에 제출했다.


2002년 의사-의료인 간 원격의료 최초도입..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는 난항


원격의료 관련 법안이 제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원격의료 관련 입법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는데 그 시작은 2002년 3월 의사-의료인간 원격의료 제도가 도입되면서부터이다. 의사-의료인간 원격의료는 의료정보화 촉진 수단으로 전자처방전 및 전자의무기록의 인정과 함께 도입되었다. 이후 2006년 7월에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 실시가 논의되었으며, 그 결과 2010년 4월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18대 국회에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도입을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이 제출되었으나 상임위에 상정되지 않아 법안이 자동폐기 되었다. 2014년 4월 19대 국회에서도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관련 법안이 제출되었으나 다시 상임위에 상정되지 않아 자동폐기 되었다. 2016년 6월, 현 국회에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 의료법 개정안이 다시 제출되었으나 한동안 계류하다가 보류 결정을 함에 따라 20대 국회에서도 법안 통과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확대, 대면 진료 의무화, 대상 환자 제한, 의사 면책 조항 개선안에 포함


개선안의 주요 내용은 첫째, 현행 의사와 의료인 간 원격의료를 의사-환자 간으로 확대하여, 환자에 대한 지속적 관찰, 상담 및 교육, 진단 및 처방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둘째, 원격의료만 하는 의료기관으로의 운영을 금지하고 주기적으로 대면 진료를 의무화하여 환자 안전을 확보하고 원격의료에만 의존하는 경우의 위험성을 낮추는 것이다. 셋째, 의료전달체계 왜곡 방지와 의학적 안전성 확보를 위해 원격의료 대상 환자를 제한하고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허용하는 것이다. 넷째, 환자가 의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거나 환자가 갖춘 장비의 결함으로 인한 경우, 의사의 과실을 인정할 명백한 근거가 없는 경우에는 의사의 책임을 면책하는 것이다. 


의료계, 대면진료원칙 훼손 및 동네의원 몰락 가속화 우려로 반대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강력한 반대의사를 지속적으로 표시해왔다. 의협은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는 진료의 기본원칙인 대면진료원칙을 훼손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더하여, 원격진료법안은 의료전달체계를 붕괴시켜 동네의원 및 중소병원의 몰락을 가져 오는 등 우리나라 의료체계에 혼란을 줄 것이라고 경고한다. 원격진료가 의료사각지대를 해소할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 의협은 우리나라는 면적 대비 의사밀도가 높아 의료의 접근성이 우수하고 의료취약계층에게 적극적이며 정확한 진찰, 검사를 대면 방식으로 해야 하며 정책의 추진 방향 역시 원격진료보다 공공의료를 지원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반박한다. 의협뿐만 아니라 한의계, 약계, 간호계를 비롯하여 의료계 전반이 원격진료법안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백명훈 기자/가천

<beak98mh@naver.com>

Misconceptions about infectious diseases

116호/의료사회 2017. 6. 12. 00:39 Posted by mednews


Misconceptions about infectious diseases


Recently, there has been a prodigious number of media coverage on worldwide infections issues such as Human Immunodeficiency Virus (HIV), Acquired Immunodeficiency Syndrome (AIDS), Ebola virus, and other infectious diseases. However, much of this knowledge about these diseases are still misunderstood in the general public. Even medical school students have misconception about epidemiology and mode of transmission of these diseases. 

Most people are prejudiced against homosexual men because people believe they have high risk of spreading of AIDS to others. However, HIV is not transmitted by air, water, sweat, tears, closed-mouth kissing, insects, or sharing foods and drinks. In fact, most people transmit HIV through sexual intercourse and sharing of bodily fluids, such as semen, pre-seminal fluid, rectal fluids, vaginal fluids, or through blood. There are still many people who believe HIV and AIDS as a disease with high mortality rate while in fact, there have been recent breakthroughs in pharmacology, such as Zidovudine, and Lamivudine that boost immunity by preventing apoptosis of immune cells and help to prolong the lifespan of patients who are HIV-positive. 


In 2014 Ebola outbreak, people were horrified about symptoms and prognosis of Ebola virus infection. However, people did not have enough information to learn and process information about the disease since the media only emphasized high mortality rates in Africa and North America. People believed that Ebola virus was an airborne infection that was spread in a plane that carried infected passengers from West Africa to other parts of the world. Contrary to popular belief, according to the Center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 the mode of transmission for Ebola virus is similar to HIV/AIDS, which is contracted through direct contact with infected blood, other body fluids, and tissues of infected people. Ebola virus can also be mistaken for other common infectious diseases such as malaria, typhoid fever, shigellosis, cholera, leptospirosis, plague, rickettsia, relapsing fever, meningitis, hepatitis, and hemorrhagic fevers. The 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recommends that these diseases be ruled out before the diagnosis of Ebola virus.

Many of these cases demonstrate that the general public is not well-informed about these disease entities and is open to prejudice and bias to patients with these illnesses. Therefore, it is crucial to notify and rectify misconception and false belief that the general public has acquired through mass media. The medical community must educate people about the mode of transmission and prevention of disease, rather than solely focusing on death rates and exaggerating statistical information that horrify the general public. It is only through proper education that the general public, and even medical professionals, develop a better understanding about these infections and prevent discrimination from occurring against patients with these viral illnesses that are not actually contagious as people believe it to be.



지우혁 기자/경희

<petee23@gmail.com>


한국의 응급의료: 과거로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는?


최근 몇 년 사이 “골든타임”, “낭만 닥터 김사부” 등과 같이 응급실을 배경으로 한 메디컬 드라마들이 텔레비전에 방영되었다. 또한 ‘아덴만 영웅’으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 이국종 교수나 응급의학과 의사이자 작가인 남궁인 등 응급의학과 의료인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응급의료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과연 우리나라 응급의료의 현주소는 어디인지 과거로부터 알아보기로 하자.


응급의학의 출발


현대 의학은 점점 세분화, 첨단화 되어가지만 이에 반해 여러 가지 질환이 있는 환자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발생하였다. 이러한 문제 의식에서 출발하여 발전하게 된 분야가 응급의학이다. 1970년대 이후 미국, 서유럽 등의 일부 선진국들에서 시작하여 우리나라에는 그보다 늦게 도입되었다.


우리나라의 응급의료체계 도입


1980년대 들어 야간 통행 금지가 해제되고 교통이 발달됨에 따라 응급실의 수요는 늘게 되었고, 의료보험의 확대로 병원 문턱이 낮아져 진료 환경은 더 열악해졌다.

1990년대의 연이은 대형 사고들은 응급의료체계의 도입의 필요성을 상기시켜 주는 계기가 되었다.


아시아나항공 733편 추락 사고,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 비전문적인 응급의료 수준을 보여줘…


1993년 목포로 향하던 아시아나 733편이 추락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 때 척추 부상을 입은 환자를 보호 장치 없이 헬기로 들어올리는 모습이 텔레비전을 통해 방영되었다. 결국 그 환자는 하반신 불구가 되었다. 이는 당시의 응급의료 수준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이후로도 1994년의 성수대교 붕괴 사고, 1995년의 대구 지하철 가스 폭발 사고 등의 인재를 겪으며 응급의료체계가 원시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반복적으로 나왔다.

체계적인 응급의료체계 도입을 불러온 가장 결정적인 사건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라고 할 수 있다. 당시 현장에서는 선진국에서 이미 일반화되어 있던 중증도 분류(triage)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사고 초기에 인근의 강남성모병원 응급실은 마비된 반면 서울대 병원에는 한 명의 환자도 이송되지 않았다. 결국 강남성모병원으로 이송된 환자들은 다른 병원으로 재이송되어야 했고 이 과정에서 환자의 생명에 중요한 ‘골든아워’를 허비해 버린 셈이다.

1994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이 시행되고 응급의학이 전문과목으로 인정되었다. 이후 1996년에 제1회 응급의학전문의 자격시험이 시행되어 51명의 전문의가 배출되었다. 2000년에 들어 환자이송업무 소방에서 전담, 응급환자정보센터를 응급의료정보센터로 개칭하고 대한적십자사에서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이관, 국립의료원이 중앙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되었다.


아덴만 여명 작전과 석해균 선장

- 중증외상센터 설립의 계기


2011년 1월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된 삼호쥬얼리호의 석해균 선장은 선원 구출작전 과정에서 여러 군데 총상을 입어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다. 석 선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한국으로의 신속한 이송이 필요했는데 정부는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이 때 에어 앰뷸런스(Air Ambulance)가 현지로 급히 파견되었는데, 사비를 털어서라도 환자를 살려야 된다는 일념으로 이국종 교수가 강력히 주장하여 이루어진 결과였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 중증외상환자와 그 치료 현황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의료계와 보건당국이 중증외상치료의 중요성을 느끼고 전국적으로 중증외상센터가 설립되기 시작되었다.

중증외상센터란 일반 응급실에서의 처치 범위를 넘어서는 외상의 정도를 가진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와 수술을 시행하여 생사의 갈림길에서 구해낼 수 있는 시설, 장비, 인력을 갖춘 센터를 말한다.

2012년 5월 14일 개정된 응급의료법에서는 중증외상센터의 설립 등의 내용이 담기게 되었다. 그 이후 권역외상센터와 지역외상센터가 각각 지정되고 행정적, 재정적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게 되었다.


외상센터 설립되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어…


이국종 교수는 지난 달 “말하는대로”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권역외상센터는 국가가 국민에게 반드시 제공해야 하는 사회안전망이다. 하지만 현재 중증외상관리시스템은 한국 의료에서의 실패 영역 이라고도 말한다. 우리나라의 30대와 40대, 즉 사회의 근간이 되는 젊은 세대들이 사망하는 원인의 많은 부분을 외상이 차지한다. 따라서 증증 외상 사망률을 낮추는 것이 사회 안전망을 만드는 바탕이 된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의료 분야의 90% 이상을 민간 영역, 즉 사립 병원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병원들은 이윤 추구에 집중하게 되고 중증외상센터 설립을 꺼려하는 경우도 있다. 재원과 전공자 역시도 부족한 상황이다. 물론 정부의 정책과 지원도 필요하겠지만 각각의 병원과 의료인 개개인의 소명 의식이 없다면 응급의료 분야의 발전은 외면 받게 될 것이다.


임경예 기자/가천

<kyoungye888@gmail.com>



한국형 입원전담전문의 시범 사업 오는 12월까지 시행

- 입원환자 진료의 질 향상 전망, 아직 넘어야 할 과제 많아


양산 부산대병원이 지난 3월 1일부터 내과 계열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시행함에 따라 입원전담전문의제도 시범 사업을 실시하는 기관이 전국 36개 기관으로 늘어났다. 시범 사업은 오는 12월까지 시행된다.


입원전담전문의는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입원부터 퇴원까지 환자 치료를 직접적으로 책임지고 시행하는 전문의로 입원초기 진찰, 경과 관찰, 환자 및 가족 상담, 병동 내 간단한 처치와 시술 실시, 퇴원계획 수립 등 전반적인 주치의 역할을 수행한다.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은 2014년 11월 18일 내과전공의 이탈 사건(원주기독병원)에 대한 학회 대책 회의를 계기로 대한내과학회에서 입원환자 전담전문의 필요성을 공론화하고 학회 차원에서 논의 진행 예정임을 2014년 11월 19일 의료관련 전문지 기자간담회에서 밝힘에 따라 시작되었다. 이후 호스피탈 도입 연석회의, 수련병원 간담회, 국회 공청회,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 설명회 등을 거치며 사업이 구체화되었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올해 2월 4일에는 전공의 및 의대생 등을 대상으로 입원전담전문의 설명회가 개최되었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도입 배경에 전공의 정원 감소, 근무시간 축소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전공의 정원 감축 정책,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정책이 시행됨에 따라 도입되었다. 전공의 정원 감축 정책은 대형병원의 등장으로 전공의 정원이 증가로 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 졸업생 인원을 넘어섰으나 지방의 수련병원은 정원이 미달하는 불균형이 발생하여 전공의 정원을 줄이고 수도권과 지방의 전공의 수급 균형을 맞추기 위해 시행되었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정책은 주당 100시간이 넘는 기존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자 전공의 1인당 근무시간을 주당 최대 88시간으로 축소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정책으로, 이와 함께 당직 근무를 개선하고 당직비를 현실화하는 정책이다. 전공의의 수와 근무 시간이 줄어듦에 따라 발생하는 진료공백을 해결하려는 현실적인 필요와 기존 전공의 중심의 입원환자 진료를 전문의 중심의 진료체제로 전환하여 환자들에게 안전하고 수준 높은 진료를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입원전담전문의 제도가 도입되었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도입 효과 증명하는 선진국 선례, 시범사업 평가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미국, 캐나다,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 여러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가장 먼저 도입한 국가는 미국으로, 미국 내 증가하는 의료비용과 부족한 인력공급문제가 대두되고 미국 내의 수가제도가 개편됨에 따라 병원들은 경영효율성을 확보하고 입원환자의 진료 질 향상을 목적으로 입원환자만을 전담하기 위한 전문 인력을 고용하기 시작했고 이후 Hospitalist(입원전담전문의)라는 용어가 통용되었다. 미국의 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Hospitalist에 의한 입원 치료서비스를 제공받는 집단에서 재원일수 및 의료 비용의 감소를 보였으며, 재입원의 감소가 있다고 보고되었다.


한국형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또한 미국을 비롯한 외국의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와 유사한 점이 많다. 한국형 입원전담전문의는 병동 입원 환자에 대한 진단, 검사, 투약, 처치 및 안전관리, 환자 보호자에 정보 제공 등 전반적인 입원 치료를 담당하는 역할을 하며 환자 교육, 감염 관리, 업무 협조, 전공의 교육 등을 수행한다. 한국형 호스피탈리스트 시범사업 평가에 따르면, 호스피탈리스트가 진료하는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입원 직후 병실 진료의 신속성은 3.27배, 궁금증에 대한 답변은 2.09배, 의사화의 접근성은 4.54배 등 접근성 항목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으며 면담과 처치 등에 대한 만족도 역시 유의미하게 높았다고 한다. 또한 한국형 호스피탈리스트 시범사업 운영, 평가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입원전담전문의 근무 의사에 대한 질문에 외과의 63.0%, 내과의 72.6%가 근무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하여 입원전담전문의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인 것임을 알 수 있다. 시범사업으로 대학병원에서 입원전담전문의로 근무하고 있는 한 전문의에 따르면, 입원전담전문의는 입원환자를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하여 업무강도가 상대적으로 낮으며 업무시간 역시 길지 않다고 한다. 


업무 분담 문제, 비용 문제 등 과제 산적


그러나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산적해 있다.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분당서울대병원의 경우, 보수, 휴무, 학술활동 지원 등의 문제로 입원전담전문의 고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다른 의료진과의 관계 설정, 탄력적인 인력 운영의 어려움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시범사업으로 근무하고 있는 한 입원전담전문의에 의하면, 입원전담전문의가 기존의 전공의 업무를 대체한다는 인식이 있어 전문의, 교수요원으로서의 지위가 보장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하며, 일반적인 처치나 술기를 하다 보니, 자신의 전공에 대한 능력을 기르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한다. 기존에는 세부 전문의들이 환자 관리를 겸하는 체제이었기 때문에, 세부 전문의와 입원전담전문의 간의 역할 분담, 환자에 대한 책임 소재 문제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또한 전공의를 입원전담전문의로 대신하는 과정에서 병원 입장에서 비용적인 문제가 따른다. 이에 보건복지부에서는 입원전담전문의 도입을 위한 시범수가를 신설하였다.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 수가는 입원환자에 대한 포괄적 관리에 대한 보상 관점에서 입원 1일당 산정하는 입원료에 가산하는 형태로, 환자 본인부담금은 입원 1일당 약 2,000원에서 5,900원 증가하여 입원 1일당 10,500원 ~ 29,940원 수준으로 조정되었다.

 

현재 시범사업은 일반병동에서 전문의가 24시간 상주하는 표준모형으로 실시되고 있다. 표준모형은 전문의 5인이 주간 2인, 야간과 주말 1인 근무하는 모형으로 5주당 총 19회, 228시간 근무가 되며, 1주당 평균 3.8회, 45.6시간으로 근무하게 된다. 야간 및 휴일을 포함하면 1주 평균 근무시간은 56시간이다. 표준모형 외에도 전공의 병행 근무 모형이나 단기 입원 병동 모형이 있다. 우선 전공의 병행 근무 모형은 전문의가 24시간 병동에 상주한다는 점에서 표준모형과 유사하나 전공의와 업무를 분담하는 모형으로 전공의의 행위 및 판단에 대해서 입원전담전문의와 지도전문의가 관리 감독하는 형태이다. 단기 입원 병동 모형은 응급실의 입원 환자에 대해 해당 환자의 초기 처치 및 처방에 대한 역할부터 입원 초기의 관리까지 포괄적으로 입원전담전문의가 수행하는 것으로, 타 모형에 비해 업무량과 강도가 높은 모형이다. 시범 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의 확산과 비용 발생 등을 고려하여 운영 모델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환자 안전 확보와 진료의 질 향상이라는 공익적 목적과 전공의 인력 감소에 대한 대응이라는 행정적 목적이 혼재되어 도입된 제도이지만, 이 제도를 통해 환자 진료의 질이 향상됨은 물론 전공의 수련환경이 개선되며 의대생, 전공의에게 입원전담전문의라는 새로운 진출 영역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공의를 입원전담전문의로 대체하면서 의료비용이 증가한다는 일부의 지적이 있으나 의료계는 향상된 의료 서비스를 통해 환자의 재원 기간이 단축되어 전체적인 의료비용은 감소하게 된다는 입장이다. 현재 시범사업은 내과, 외과계에서 시행 중이나 시범사업의 성과에 따라 향후 산부인과, 소아과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입원전담전문의 시범 사업과 제도 정착의 성공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백명훈 기자/가천

<beak98mh@naver.com>


의무병이 X선 촬영을? 국방부 시행령 개정 논란

- 30만건의 무면허 의료행위...시행령 개정으로 합법화 꼼수


군 병원에서 치료받은 병사가 에탄올 주사로 왼팔이 마비되고, 고열에 시달렸던 병사는 뇌수막염으로 인한 패혈증으로 사망하였다. 지뢰를 밟아 다리를 잃은 군인은 군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못해 민간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았다. 군에서 의료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해 말, 국방부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무면허 의료행위를 합법화하려는 시도를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군 의료 인력이 부족하다는 탓을 하며 무자격 장병의 교육을 통해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한다는 것이었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실에 따르면 국방부가 훈련소에서 몇 주간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의무병에게 X선 촬영 등의 업무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의료법을 비롯한 관련 법을 위반하는 위법행위이다. 여태껏 군에서 이루어졌던 무면허 의료행위는 암묵적으로 묵인되어왔다. 채혈이나 주사 등의 의료행위에 수술보조까지 하는 등 불법의료행위가 심각한 실정이었다. 2013년 감사에서 밝혀진 바로는 군 내에서 연 30만 건의 무면허 의료행위가 발생하였다. 국방부가 추진하는 시행령 개정으로 불법의료행위를 합법화한다면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었다. 


열악한 여건 속에 부담금은 증가


국방부가 추진했던 시행령 개정은 만성적으로 장기의료인력이 부족한 상태에 빠져 있는 군 의료체계를 의무병에 의한 무면허 의료행위의 합법화라는 편법적인 방법으로 해결한다는 꼼수로 보인다. 국군 장병이 60만명에 달하는데 반해 군의관 수는 2500명 수준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2016년 9월 기준으로 장기 복무하는 군의관은 전체의 5%에 불과하며, 이조차 대부분 관리직에 있다. 95%의 단기 군의관이 60만 장병의 건강을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간호사는 1000여 명 수준으로 훨씬 더 모자라는 숫자다. 의사와 간호사가 1:2 수준의 비율을 유지하는 민간 병원에 비해 군 의료시설에서는 2.5:1의 비율로, 심각한 의사-간호사 수 불균형을 보였다.

이처럼 군 의료체계의 열악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군인들의 민간병원 의존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장병이 민간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경우 진료비의 일부를 국방부가 건강보험부담금 명목으로 지불하도록 되어있는데, 이 금액이 2015년에 500억 원을 넘어섰다. 반면 국군수도병원은 군 책임운영기관 평가에서 최저를 기록하여, 군 의료 체계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군 의료체계 개선계획’으로 변화 시도해


무면허 의료행위, 장기 군의관 및 간호 인력 부족 등 반복적으로 지적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국방부는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군 의료 진료능력 확충을 모토로 ‘2017~2021 군 보건의료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군 진료환경 개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그간 ‘2012~2016 군 의료체계 개선계획’ 등의 사업을 통해 △감염병 예방 △질병의 조기진단 △환자의 신속 후송 분야에서 많은 발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핵심적인 진료능력 개선이 미흡하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국방부는 군 병원 수를 줄이고, 국군수도병원을 군 특성화 종합병원으로 육성하기 위해 외상센터를 설립하고 의료 시설·인력·장비를 보강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무면허 의료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군 병원의 의무병을 간부로 대체하고, 사단의무대에는 자격을 갖춘 전문의무병을 모집해 복무하게 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숙련된 의사인력 확보를 위해서는 장기군의관 처우를 개선하는 등 다양한 개선방안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장기 군의관의 처우 개선에는 보수 인상, 시간제 채용 제도 등의 방법이 포함되었다.

국방부는 이와 같은 개선방안을 통해 환자가 적기에 군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되며, 무자격 의무병에 의한 의료보조행위 시비소지를 없애 자격이 있는 의료인에 의한 전문적이고 안전한 진료가 제공된다. 또 외상 등 군 다빈도·특수질환도 군 병원에서 대학병원 수준의 진료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의료접근성 개선 위해 원격의료 시범사업 진행


이 외에도 격오지 부대를 중심으로 시작된 보건복지부의 군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통해 의료접근성을 개선하려 하고 있다. 현재 63개 부대에서 실시하고 있는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올해 말까지 76개소로 확대할 계획이다. 40개 부대 대상으로 발병 후 12시간 이내에 진료를 받은 병사 비율을 조사한 결과, 원격진료 실시 부대는 83%인 반면 원격진료 미실시 부대는 35%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원격의료 시범사업의 결과 의료접근성이 크게 개선되고 장병들의 만족도가 높아진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앞으로의 계획처럼 군 의료인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의무병을 대체할 전문적 의료인력을 확충하고, 진료능력을 개선하는 것이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한 시범사업으로 진행 중인 원격의료가 격오지 부대의 의료사각을 완전히 메꿀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 게다가 원격의료가 응급상황에 대비하기 힘들며, 외상과 정형외과적 질병이 많은 군 특성상 원격의료가 적합하지 않다는 점, 원격의료의 주 시행 대상인 고혈압이나 당뇨 등의 만성질환자가 군 부대에 적은 점 등을 들어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 역시 나오고 있다. 군 병원에서 국방부가 목표로 하는 대학병원 수준의, 불법 의료행위가 없는 진료를 받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예산이 투입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장병들의 건강과 직결되는 군 의료 체계, 관심을 갖고 지켜보아야 한다.


이상혁 기자/가천

<hoiayp@gmail.com>



병원 밖에서도 의사가 할 일은 많다


벤처, 사의(社醫), 기자 등 ‘의사’가 아닌 다른 길을 걷는 선배 의사들의 생생한 강연! 


한 시간의 점심시간을 가진 후 2부가 시작되었다. 주제가 주제인만큼 현직 의사들이 주요 청중이었던 1부와 달리 2부에서는 의대생들이 주로 강연에 참석하였다. 구본철 전 루트로닉 이사의 이야기로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딴짓하는 의사들 세미나’ 강연이 시작되었다.


의사를 기반으로 하지 말고 영업부터 시작해라


구본철 전 루트로닉 이사는 20분의 짧은 시간 동안 ‘버릴 것’을 강조했다. 의사가 딴 짓을 하려면 의사 가운 입던 시절은 잊어야 한다는 말이다. 의대생, 의사는 특성상 혼자서도 알아서 잘 해내는 데에 반해 사업의 영역에서는 ‘공동 운명체’ 개념이 중요하고 팀플레이에 많은 것이 좌지우지됨을 강조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의학이라는 전문 분야를 껴안고 가려다가는 결국 우물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하였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① 말하기보다는 듣기 ② (해당 분야의) 언어 습득 ③ 요청 받았을 때만 정성들여 가르치기(겸손해지기) 등을 열거하였다. 어찌 보면 정말 단순하지만 타 분야에 진출해서도 자신이 ‘의사’의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면 놓치기 쉬운 것들이다. 의사는 도와주는 입장(제품 생산을 도와주거나 판매를 도와주거나)이기 때문에 가장 높은 자리에 까지 오르기는 매우 힘들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도 상당하다고 하였다. 그때마다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결국은 체력임을 강조하며 강연을 마쳤다.


전문 의학 지식은 충분하니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김지원 롯데손해보험 이사 역시 앞선 강의의 내용과 흐름을 같이 했다. 서두에서는 전문인이 아니라면 다소 개념이 모호할 수도 있는 의료보험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였다. 도박은 단순히 우연에 기반한 이윤추구에 반해 보험은 위험을 정확하게 측정함으로서 피보험 이익이 반드시 존재할 때 성립되는 개념이라고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보험은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익과 관련된 통계에 의학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기 때문에 보험 업계에서도 충분히 의사가 할 일을 인정해준다고 하였다. 후반부에는 보험업에 진출하고자 할 의사의 역량에 대해 덧붙였는데 앞선 강연과 마찬가지로 ‘기본’적인 태도가 중요하다고 하였다. 의료 통계, 보험 관련 임상 등에 필요한 전문 의학 지식은 상당 부분 갖추었으니 만약 이 업계에 나아가고자 한다면 보험 관련 실무뿐만 아니라 문서 작성 능력 등의 정말 기본적인 실무 능력, 협업 및 리더십 등을 통한 인간관계 관리 능력까지  또한 필수적이라고 하였다.



의료·보건에서의 정의는 무엇인가


“진리와 정의”를 주제로 한 김석현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본부장의 다음 강연이 곧바로 진행되었다. 김석현 본부장이 재직 중인 한국 보건 의료연구원은 새로운 의료 기술을 평가하는 곳으로 의료기술의 gate keeper라고 표현하였다. 이곳에서 평가된 후에야 해당 기술이 보험의 테두리 내에 들어갈 수 있다. 김 본부장은 기초 의학자로서 본인의 커리어를 시작하였다. 연구를 하던 시절에는 과학의 ‘진리’에 푹 빠져있었다면 지금은 일반 사람들에게 통용되는 ‘정의’를 추구하고 있다고 하였다. ‘정의’는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것으로서 의사라는 직업의 잠재성을 생각해보았을 때 이에 대해 보다 심도 있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옳은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할 때 결국 여러 분야에서 훌륭한 업무를 수행해 낼 수 있다고 하였다. 


항상 남을 생각하는 마음


이진한 동아일보 의학전문기자는 기자로서의 삶을 면밀하게 보여주었다. 본인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하나의 기사가 얼마나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그로 인해 어떤 책임과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에 대해 강연하였다. ‘원격진료’에 관한 칼럼을 작성했을 당시에는 장관 및 관계자들로부터 많은 전화를 받았다고 하였다. 데스크를 맡게 된 첫 의학 기자인만큼 기사의 영향력이 매우 큰 편이다. 본인도 그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민감한 이슈를 다룰 때에는 되도록 ‘환자의 입장’을 고려한다고 말하였다. 의사에서 출발한 그이기에 의료계 네트워크가 기자 생활의 큰 자산이 된다고 하였다. 현재 병원 경영 악화 등의 이유로 다른 분야에 진출한 의사들이 많다면서 이러한 생각을 가진 후배들이 있다면 먼저 진출한 선배에게 충분한 도움을 요청하기를 조언하였다.


세계 1등을 목표로


이번 세미나의 마지막 강연은 조동찬 SBS 의학전문기자가 맡게 되었다. 앞선 이진한 기자의 강연과 달리 조동찬 기자는 ‘딴 짓’의 전반적인 면을 다루며 ‘의학’이라는 전공이 여러 분야에 걸쳐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물론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지식 측면에서는 우월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환자의 입장을 이해해야 하는 보건·의료 계열에서 환자에 대한 의사의 직관을 타 분야 전문가는 따라잡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언론에 비추어지는 내용은 이미 업계에서는 늦은 지식일 수 있다며 4세대 인공지능의 발전이 꽤나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도 언급하였다. 조동찬 기자는 세계 1등, 적어도 아시아 1등을 목표로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하였다. 단지 한국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의 기사를 세계의 모든 사람들, 특히 저개발 국가 국민들이 읽고 해당 국가의 의료 발전에 보탬이 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윤명기 기자/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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