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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의 모든 것

116호/의료사회 2017. 6. 12. 00:49 Posted by mednews


헌혈의 모든 것


헌혈(獻血). 드릴 헌 자에 피 혈 자를 써 피를 드린다는 뜻의 한자어이다. 인간의 피를 주고 받는다는 것이 예전에는 생소한 일일 수 있었겠지만 현대에는 아니다. 당장 가까운 번화가에만 나가도 봉사자들이 헌혈의 집 앞에서 헌혈을 하도록 사람들을 유도하고, 고등학교나 대학교에는 헌혈 버스가 찾아와 현장에서 헌혈을 하기도 한다. 스마트폰과 SNS의 발달에 따라 트위터, 페이스북이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사람들이 ‘헌혈증 구합니다,’와 같은 글들을 공유해 무사히 필요한 양의 헌혈증을 구할 수 있었다는 후기도 있다. 하지만 헌혈은 단순히 피를 주는 행위만은 아니다. 우리의 생활과 점점 가까워지고 있지만 막상 잘 알지 못하는 헌혈. 그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자.


혈액형의 발견과 헌혈의 시작


헌혈이 정확히 언제 시작되었는지를 되짚어보면 1600년대에 동물의 피를 사람에게 주입했더니 사람이 원기를 회복했다는 내용의 기록이 있다. 하지만 이 이후에는 헌혈의 위험성이 나타나면서 헌혈이 대대적으로 중단되었다가 다시 시작되기도 했다. 사람에게서 사람에게로의 헌혈이 제대로 이루어지게 된 계기는 혈액형의 발견이다. 1901년, 오스트리아의 란트슈타이너라는 과학자가 사람마다 적혈구에 붙어 있는 항원과 이에 대한 항체의 종류가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고, 이 내용을 바탕으로 혈액의 응집반응이 나타나는 원리를 설명했다. 혈액형의 기초가 세워졌고 피를 주고 받는 것이 가능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나눌 수 있게 된 것이다.


대한민국에의 도입


우리나라에는 1954년에 국립혈액원이 개원하여 헌혈사업이 시작하였다. 이후 대한적십자사가 국립혈액원을 인수해 대한적십자사 혈액원으로 개칭하였고, 1974년에 국제 적십자사의 방침에 따라 매혈을 더 이상 취급하지 않고 헌혈만을 취급하게 되었다. 이후 1981년 혈액관리법이 개정되어 국가 혈액사업을 대한 적십자사에 위탁했고 1999년에는 혈액원 설치가 자율화되어 모든 의료기관이 헌혈 업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헌혈에 대한 기본적인 체계가 갖춰지자 문제가 되는 것은 체계적인 시스템의 도입이었다. 대한 적십자사는 2003년에 혈액정보관리시스템(Blood Informtion Management System, 이하 BIMS)을 구축하여 헌혈의 모든 단계를 시스템 하나로 통합하여 관리하고 있다. 다른 기관들과의 통합이 이루어진 것은 2005년인데, 대한적십자사가 정부의 도움을 받아 혈액정보시스템(Blood Information Sharing System, 이하 BISS)를 구축하였다. 비로소 적십자사 외에도 혈액을 관리하는 다른 기관들 사이에 정보 교환과 공유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헌혈에는 어떤 종류가 있을까


헌혈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헌혈이 단순히 피를 뽑아 기부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기본적인 개념은 맞지만, 헌혈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헌혈은 크게 전혈헌혈과 성분헌혈로 나누어진다. 전혈헌혈은 혈액의 모든 성분(적혈구, 백혈구, 혈장, 혈소판)을 채혈하는 것이고, 성분헌혈은 이 중 일부만 뽑아 나머지를 헌혈자에게 돌려주는 것으로 혈소판성분헌혈, 혈장성분헌혈, 혈소판혈장성분헌혈이 있다. 두 종류의 헌혈 다 만 16세~만 69세의 나이제한이 있고, 몸무게는 남자 50kg 이상, 여자 45kg 이상 제한이 있다. 이 외에도 혈압이나 혈액비중, 성분헌혈의 경우 총단백 수치나 혈소판 수치 등의 제한이 있어 헌혈 전 검사 단계에서 이를 통과해야만 헌혈을 할 수 있다. 전혈헌혈은 15~20분의 시간이 소요되고, 성분헌혈은 헌혈할 성분을 채취한 후 일부를 헌혈자에게 돌려주기 때문에 짤으면 30분, 길면 1시간 3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여자들의 경우 본인이 튼튼하다고 생각하더라도 가끔 검사 결과 빈혈이 판정되어 헌혈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니 이를 고려하여 헌혈하는 것이 좋다.


혈액의 보관과 이동


헌혈된 혈액은 혈액검사를 거치고, 안전하다고 판명되면 전국 15곳에 있는 혈액원으로 이동된다. 이곳에서는 적절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혈액제제별로 냉장·냉동 보관된다. 혈액원에서 혈액이 나가는 경로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한 가지는 수혈용 혈액공급이고 다른 한 가지는 의약품용 혈액공급이다. 수혈용 혈액공급의 경우 수혈용 혈액이 필요한 의료기관에서 혈액을 요청하면 혈액원이나 필요한 혈액을 보유하고 있는 다른 의료기관에서 해당 혈액을 공급하고, 혈액을 요청한 의료기관에서는 수혈팩과 환자의 혈액을 교차시험 한 후 환자에게 수혈한다. 의약품용 혈액은 알부민 제제, 혈액 응고인자 제제 등 환자의 특정한 혈액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필요한 의약품을 만드는 데에 사용된다. 이때에는 혈액원이나 혈장분획센터에서 혈액을 이용해 혈장분획제제를 공급하고, 이를 제약회사들에 전달해 의약품으로 생산하도록 한다.


헌혈의 혜택


헌혈 후 헌혈자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은 몇 가지가 있다. 물론 그 혜택을 받기 위해 헌혈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혜택들을 굳이 마다할 필요는 없다.

가장 대표적인 혜택은 각 헌혈의 집에서 헌혈 후 주는 것들이다. 헌혈이 끝난 후 부족한 당을 보충할 수 있도록 음료나 다과 등도 헌혈의 집에 구비해놓고 있으며, 헌혈의 집마다 문구용품이나 과자, 영화티켓 등을 주는 곳들도 있으니 헌혈을 한 후 기분 좋게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듯 하다. 

다른 한 가지는 헌혈 후 헌혈의 집에서 발급해 주는 헌혈증서이다. 이 헌혈증서는 유효기간도 없고, 꼭 자신의 헌혈증서만 사용할 필요도 없다. 헌혈증서를 이용하면 의료기관에서 치료시 혈액이 필요한 경우 수혈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헌혈증 한 개당 1단위의 혈액대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헌혈한 혈액의 종류에 관계없이 필요한 혈액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백혈병 환자들을 위해 헌혈증서를 모아 기부하는 행사도 종종 있다.


지금까지 점점 우리의 삶에 가까이 들어오고 있는 헌혈에 대해 알아보았다. 혈액 보유의 적정량은 일평균 5일분 이상인데, B형과 AB형은 그 양이 꽤 잘 채워지고 있는 반면 A형과 O형의 혈액 보유랑은 꽤 적은 편이다. 심지어 희귀 혈액형인 Rh-형의 혈액의 공급은 더 부족하니, 만약 본인이 희귀 혈액형의 보유자라면 다른 사람의 목숨을 위해, 혹은 정말 만약의 경우 자신의 목숨을 위해 주기적으로 헌혈을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허재영 기자/인제

<blissbliss123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