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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밖에서도 의사가 할 일은 많다


벤처, 사의(社醫), 기자 등 ‘의사’가 아닌 다른 길을 걷는 선배 의사들의 생생한 강연! 


한 시간의 점심시간을 가진 후 2부가 시작되었다. 주제가 주제인만큼 현직 의사들이 주요 청중이었던 1부와 달리 2부에서는 의대생들이 주로 강연에 참석하였다. 구본철 전 루트로닉 이사의 이야기로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딴짓하는 의사들 세미나’ 강연이 시작되었다.


의사를 기반으로 하지 말고 영업부터 시작해라


구본철 전 루트로닉 이사는 20분의 짧은 시간 동안 ‘버릴 것’을 강조했다. 의사가 딴 짓을 하려면 의사 가운 입던 시절은 잊어야 한다는 말이다. 의대생, 의사는 특성상 혼자서도 알아서 잘 해내는 데에 반해 사업의 영역에서는 ‘공동 운명체’ 개념이 중요하고 팀플레이에 많은 것이 좌지우지됨을 강조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의학이라는 전문 분야를 껴안고 가려다가는 결국 우물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하였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① 말하기보다는 듣기 ② (해당 분야의) 언어 습득 ③ 요청 받았을 때만 정성들여 가르치기(겸손해지기) 등을 열거하였다. 어찌 보면 정말 단순하지만 타 분야에 진출해서도 자신이 ‘의사’의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면 놓치기 쉬운 것들이다. 의사는 도와주는 입장(제품 생산을 도와주거나 판매를 도와주거나)이기 때문에 가장 높은 자리에 까지 오르기는 매우 힘들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도 상당하다고 하였다. 그때마다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결국은 체력임을 강조하며 강연을 마쳤다.


전문 의학 지식은 충분하니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김지원 롯데손해보험 이사 역시 앞선 강의의 내용과 흐름을 같이 했다. 서두에서는 전문인이 아니라면 다소 개념이 모호할 수도 있는 의료보험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였다. 도박은 단순히 우연에 기반한 이윤추구에 반해 보험은 위험을 정확하게 측정함으로서 피보험 이익이 반드시 존재할 때 성립되는 개념이라고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보험은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익과 관련된 통계에 의학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기 때문에 보험 업계에서도 충분히 의사가 할 일을 인정해준다고 하였다. 후반부에는 보험업에 진출하고자 할 의사의 역량에 대해 덧붙였는데 앞선 강연과 마찬가지로 ‘기본’적인 태도가 중요하다고 하였다. 의료 통계, 보험 관련 임상 등에 필요한 전문 의학 지식은 상당 부분 갖추었으니 만약 이 업계에 나아가고자 한다면 보험 관련 실무뿐만 아니라 문서 작성 능력 등의 정말 기본적인 실무 능력, 협업 및 리더십 등을 통한 인간관계 관리 능력까지  또한 필수적이라고 하였다.



의료·보건에서의 정의는 무엇인가


“진리와 정의”를 주제로 한 김석현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본부장의 다음 강연이 곧바로 진행되었다. 김석현 본부장이 재직 중인 한국 보건 의료연구원은 새로운 의료 기술을 평가하는 곳으로 의료기술의 gate keeper라고 표현하였다. 이곳에서 평가된 후에야 해당 기술이 보험의 테두리 내에 들어갈 수 있다. 김 본부장은 기초 의학자로서 본인의 커리어를 시작하였다. 연구를 하던 시절에는 과학의 ‘진리’에 푹 빠져있었다면 지금은 일반 사람들에게 통용되는 ‘정의’를 추구하고 있다고 하였다. ‘정의’는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것으로서 의사라는 직업의 잠재성을 생각해보았을 때 이에 대해 보다 심도 있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옳은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할 때 결국 여러 분야에서 훌륭한 업무를 수행해 낼 수 있다고 하였다. 


항상 남을 생각하는 마음


이진한 동아일보 의학전문기자는 기자로서의 삶을 면밀하게 보여주었다. 본인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하나의 기사가 얼마나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그로 인해 어떤 책임과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에 대해 강연하였다. ‘원격진료’에 관한 칼럼을 작성했을 당시에는 장관 및 관계자들로부터 많은 전화를 받았다고 하였다. 데스크를 맡게 된 첫 의학 기자인만큼 기사의 영향력이 매우 큰 편이다. 본인도 그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민감한 이슈를 다룰 때에는 되도록 ‘환자의 입장’을 고려한다고 말하였다. 의사에서 출발한 그이기에 의료계 네트워크가 기자 생활의 큰 자산이 된다고 하였다. 현재 병원 경영 악화 등의 이유로 다른 분야에 진출한 의사들이 많다면서 이러한 생각을 가진 후배들이 있다면 먼저 진출한 선배에게 충분한 도움을 요청하기를 조언하였다.


세계 1등을 목표로


이번 세미나의 마지막 강연은 조동찬 SBS 의학전문기자가 맡게 되었다. 앞선 이진한 기자의 강연과 달리 조동찬 기자는 ‘딴 짓’의 전반적인 면을 다루며 ‘의학’이라는 전공이 여러 분야에 걸쳐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물론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지식 측면에서는 우월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환자의 입장을 이해해야 하는 보건·의료 계열에서 환자에 대한 의사의 직관을 타 분야 전문가는 따라잡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언론에 비추어지는 내용은 이미 업계에서는 늦은 지식일 수 있다며 4세대 인공지능의 발전이 꽤나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도 언급하였다. 조동찬 기자는 세계 1등, 적어도 아시아 1등을 목표로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하였다. 단지 한국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의 기사를 세계의 모든 사람들, 특히 저개발 국가 국민들이 읽고 해당 국가의 의료 발전에 보탬이 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윤명기 기자/한림

<zzangnyu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