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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제 폐지 입법예고 연기

누구를 위한 인턴제 폐지인가? 심기 불편한 의대생들

작년 한 해 의료계의 뜨거운 이슈 중 하나였던 인턴제 폐지 입법 예고가 지난 2월 의대생들의 반발로 연기되었다. 당초 보건복지부는 전문의 수련에 관한 규정을 대폭 수정한 법안을 골자로 한 인턴제 폐지안을 2월 14일에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연합(이하 전의련)을 중심으로 한 많은 의대생들은 학생의 의견을 전혀 수렴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입법예고에 거세게 반대했고, 현재 인턴제 폐지안의 입법예고는 무기한 보류된 상태이다.   

반 백년 동안 실행된 인턴제,
이제는 바꿔야 할 때 

인턴제 폐지를 둘러싼 논의는 꽤 오래전부터 이뤄졌다. 1958년 도입되어 50여년간 시행되어온 인턴제는 다양한 과를 경험하여 여러 술기를 익힐 수 있고 해당 병원환경의 분위기를 익힐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최근 전문과에서 인턴을 교육적으로 방임하거나 잡무를 시키는 등 의사 수련에 있어 많은 한계를 드러냈다. 개선방안에 대한 논의가 10여년간 진행됐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었고, 작년에 보건복지부가 의학회의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전문의 제도개선 태스크포스(이하 TF)와 보건의료미래위원회를 세우며 본격적으로 이슈화되기 시작했다. 작년 5월에는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주최하는 전공의 수련제도 개편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고, 하반기에는 보복부가 인턴제 폐지를 2014년 3월부터 시행하는 입법예고안을 2월에 발표하겠다는 공식입장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양상이다.

인턴제 폐지 : 전공의 수련제도
개선과 진료면허 도입 

그렇다면 입법예고안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주요한 취지는 전공의 수련제도의 개선이다. 투자 시간대비 효율이 낮은 인턴 제도를 폐지하고 처음부터 자신이 원하는 과에 배치되어 과별 수련을 받도록 하고, 각 과에 맞는 전공의 수련 기간과 커리큘럼을 정해서 궁극적으로는 불필요하게 긴 수련기간을 단축하는 것이다. 또한 전공의 근무시간 상한제, 연차별로 학습목표를 정하고 시험을 보는 단계별 전문의 고시 도입, 여성 전문의 근무여건 개선 등 전공의 근무의 질을 높이는 것도 포함된다.
하지만 위와 같은 취지를 시행 직후 실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특히 새 수련제도를 시행하는 첫 해에는 레지던트 지원자가 2배(지난 년도에 인턴을 수료한 사람과 의대졸업 후 병원 지원하는 사람)가 되는데, 이같은 혼란을 막기 위해 우선 New Resident 1(이하 NR1) 제도를 시행한다. 레지던트 정원을 두 배로 늘리고 의대/의전원을 갓 졸업한 NR1과 전년도 인턴을 수료한 R1을 동시에 뽑는 것이다. NR1은 인턴업무를 일부 담당하며 이후 추가로 4년을 더해 총 5년의 수련과정을 거치고, R1은 기존의 레지던트와 같은 개념으로 4년 수련을 받도록 한다. 하지만 NR 과정도 궁극적으로는 4년 또는 그 이하로 바꾸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진료면허 도입을 위한 제도 마련도 중요한 취지로 꼽힌다. 인턴제도가 일반진료술기를 익히는 본기능을 거의 수행하지 못하므로 이를 폐지함과 동시에 2년간 일반진료만 하는 의사를 양성하는 제도를 설립하자는 것인데, 여기에 진료면허를 도입하여 의사면허를 가졌더라도 일반진료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의사는 진료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들만의 개선, 불편한 의대생들

전공의 수련제도와 근무환경 개선을 목표로 하는 인턴제 폐지. 의사의 복지에 나무랄 것 없는 법안이다. 하지만 전의련을 비롯한 많은 의대생들이 반발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의대생의 목소리가 배제된 법안이기 때문이다. 제도 개선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 학생실습제도와 전공의 선발에 대한 어떠한 구체적 논의도 나오지 않았고 그에 대한 수련자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상태에서 당장 2년후에 시행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전의련은 작년 공청회에도 참석하여 학생의견을 반영해달라고 호소하는 등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학생의 참여 권리를 주장해왔지만 별다른 공식적 답신은 없었다.

당초 발표하기로 예정된 시행안에는 의대/의전원 교육, 제반제도에 대해 언급하고 있지만 모두 두루뭉술한 내용뿐이며, 그나마 구체적인 사항이 담긴 개선안 연구보고서도 일반학생에게는 거의 공개되지 않아 법안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전의련은 최근 온/오프라인 서명운동을 주최하여 의대생의 관심을 촉구했고, 실제로 보복부의 입법예고를 연기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서명운동은 현재에도 꾸준히 진행 중으로 ▲전공의 선발제도 평가자의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피평가자의 측면에서도 합리적인 선발제도를 만들기 ▲학생실습에서 기존의 인턴제에서 담당했던 전공탐색기능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시행시기와 세부사항의 공고시기를 조절하여 학생의 혼란을 막을 것 ▲전공의 수련기간 단축안을 확실히 제시할 것 ▲전공의 수련에 대한 연차별 가이드라인을 만들도록 요청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전의련 공식홈페이지에는 전의련의 공식적인 입장을 설명하고 학생의 의견을 모으는 인턴제 폐지 게시판도 개설되어 학생회장 뿐만 아니라 일반의대생의 참여도 유도하고 있다.  

복지부는 이러한 움직임에 당혹스러움을 표현하며 학생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현재 복지부와 전의련 간에는 공식적인 입장차이만 확인된 상태로, 실질적인 의사반영이 적극적으로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인턴제 폐지는 결국 전공의 양성 커리큘럼 개선에 관한 문제다. 의대생은 자신들이 원하는 방안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호소하고, 복지부가 이러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 양측을 모두 반영한 개선안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김정화 기자/한림
<eudaimonia89@e-mednews.com>